'숨은 실세' 정윤회 극비 이혼 미스터리

전 재산과 맞바꿔 지키려한 비밀은?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근혜정부의 숨은 실세로 의심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인 부인과 지난 5월 이혼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혼의 조건이다. 정씨는 부인에게 재산과 양육권을 모두 넘겨주고 대신 결혼기간 중 있었던 일을 외부에 알리지 않을 것과 서로를 비난하지 말자는 내용을 이혼조정합의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재산과 양육권까지 내어주며 그가 지키고 싶어 했던 비밀은 무엇일까?

정윤회씨가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인 부인과 지난 5월 이혼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정씨의 부인은 최 목사의 다섯째 딸 순실씨다. 최 목사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이다. 지난 2012년 대선과정에서도 최 목사와 관련한 의혹은 박 대통령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최 목사가 박정희정권 당시 영애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앞세워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주된 내용이다.

끝나지 않은 의혹

최 목사의 사위인 정씨는 박 대통령이 1998년 4월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로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비서실장 역할을 맡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정씨가 최 목사의 사위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문제가 되면서 정치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정치권 주변에선 정씨가 그 뒤로도 ‘삼성동팀(박 대통령 자택 소재지)’을 꾸려 박 대통령의 대선을 도왔다는 추측이 무성했지만 정씨는 철저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사실상 야인 생활을 했다.

한편 정씨의 이혼이 주목받는 것은 수상한 이혼 조정서의 내용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혼조정 신청서를 먼저 제출한 것은 정씨의 부인이다. 부인은 지난 3월 정씨를 상대로 한 이혼조정 신청서를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은 이 이혼조정 신청서를 조정위원회에 회부했고 지난 5월 조정이 성립돼 이혼이 확정됐다.

그런데 조정안에는 고등학생 승마 국가대표인 딸의 양육권을 최씨가 갖고,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는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현재 두 사람의 재산은 대부분 최씨의 명의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부인 최씨 명의로 된 부동산만 수백억 원대다. 정씨가 대표인 ‘얀슨’이 입주해 있는 서울 강남의 건물, 강원도의 임야 등도 최씨의 소유로 되어 있다. 이를 두고 ‘순실씨가 최 목사가 관리해온 재산을 물려받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최태민 목사 딸과 헤어져
두달도 안 걸린 속전속결

2007년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검증 때는 ‘최 목사의 자녀들이 강남에 수백억 원대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데 육영재단과 관련해 취득한 재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물론 박 대통령은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최씨는 재산형성 과정에 대해 “유치원 운영이 잘돼서 강남에 부동산을 보유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앞서 언급 한 것처럼 정씨 부부는 수백억원대 자산가지만 명의는 대부분 부인인 최씨 앞으로 되어 있다. 재산분할을 하지 않는다면 정씨는 사실상 빈털터리다.

실제로 정 씨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07년 이후 ‘국회의원 박근혜’의 비서실장을 그만두고 야인으로 생활하는데 생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질문에 “아내가 강남에 빌딩을 갖고 있어 그 수입으로 생활한다”고 답한 바 있다.

정씨가 수백억 대 재산과 양육권까지 내주고 이혼 조정서에 포함한 내용은 수십 년의 결혼 기간 중에 있었던 일들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하고, 이혼한 뒤 서로 비난하지 말자는 특이한 조건이었다. 따라서 전 재산과 양육권까지 내어주며 그가 지키고 싶어 하는 비밀은 무엇일까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정씨가 지키고 싶은 비밀은 분명히 박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일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정씨는 최근 잇따른 인사 사고의 배후로 거론되면서 정치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청와대 비선라인 ‘만만회’에서 (인선을) 했다는 말이 있다”며 “‘만만회’는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윤회씨”라고 비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만만회는 이재(만), 박지(만), 정윤(회)의 이름 마지막 글자들을 딴 용어다. 그러나 정씨는 “만만회 얘기는 소설”이라며 소문을 부인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정씨가 박 대통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 이가 적지 않다. 청와대 이재만(총무)·정호성(제1부속)·안봉근(제2부속) 비서관 등 핵심 3인방도 모두 정씨가 비서실장일 때 의원실에 합류한 인사들이다. 정씨가 그들에 대해 여전히 영향력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최 목사와 관련한 의혹이 불거지며 공식 직함에서는 물러났지만 당시 정씨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는 대단했다.

앞으로의 대외 행보 주목

2007년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검증 당시 ‘대통령이 돼도 최 목사 가족들과 계속 관계를 가질 것이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은 “정윤회 비서는 능력이 있어 도와달라고 했고 실무 도움을 받았다. 법적으로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실력이 있는 사람이면 쓸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항변했다.

그 정도로 박 대통령의 신뢰를 받던 정씨이기 때문에 공식 직함에서 물러난 후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정권의 실세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최 목사의 사위이자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10여년을 일했던 그가 입만 열면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다.

특히 정치권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정씨는 당시 단순히 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수준이 아니라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한다.

정윤회 실체는?


정씨와 최씨가 급하게 이혼을 한 배경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3월 말 조정이혼 신청을 냈고 지난 5월 초 조정이 성립돼 이혼이 확정됐다. 이혼하기까지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은 셈이다. 조정이혼은 합의가 성립되면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낸다. 협의이혼을 하게 되면 법원에 나와야 할 일이 많고 이혼소송은 몇 년씩 걸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정이혼은 대리인(변호사)들끼리 협의를 통해 조정안만 합의되면 바로 이혼이 성립되기 때문에 은밀하고 신속하게 이혼하려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정씨가 최씨에게 여자 문제 등 결정적인 약점을 잡혔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과연 정씨가 갑작스럽게 이혼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또 정씨가 전 재산과 맞바꾸려 했던 비밀은 무엇일까? 최 목사의 그림자가 여전히 박 대통령의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모양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최태민 인연은?

박근혜 대통령과 고 최태민 목사의 인연은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목사가 상심에 빠진 박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서신을 보낸 게 계기가 됐다. 박 대통령을 접견한 최 목사는 곧바로 ‘대한구국선교단’ 설립을 주도했다. 이 단체는 1976년 ‘구국여성봉사단’에 이어 1979년 ‘새마음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언론에 공개된 중앙정보부의 ‘최태민 수사자료’에 따르면, 최 목사는 이 단체의 업무를 사실상 총괄하면서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거두고 조직을 확대해 수백만 명의 단원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사기와 횡령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나와 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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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