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김무성 ‘불안한 동거론’ 전말

7·14잔치 친박 ‘쪽박’ 비박 ‘대박’…‘박’ 깨질 일만 남았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누리당 7·14전당대회에서 향후 2년간 당을 이끌어갈 대표로 비박(비박근혜) 비주류 대표격 인사인 김무성 의원이 선출됐다. 4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에는 친박(친박근혜) 맏형 서청원 의원, 비박 김태호·이인제 의원, 친박 김을동 의원이 당선됐다. 비박계에서 더 많은 당 지도부가 배출되며 그간 당을 장악해온 친박 주류가 몰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김무성 신임 대표가 “청와대에도 할 말은 하겠다”며 기존의 수직적 당·청관계 재편을 예고해 ‘박근혜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새누리당과 여전히 당을 손안에 쥐고 있으려는 청와대 간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의리 vs 미래’

새누리당 7·14전당대회 과정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양강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각각 내세웠던 프레임이다. 결과는 ‘미래’를 앞세운 김 의원의 압승. 비박 비주류 대표격 인사인 김 의원이 친박 맏형 서 의원을 압도적으로 제친 것은 ‘세월호 사고 수습 실패’ ‘인사 참사 반복’ 등의 실책을 잇달아 범하면서도 독단적 국정운영을 고집하고 있는 박근혜정부에 대해 국민들과 새누리당 당원들이 경고장을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비박 부상
친박 추락

김무성 의원은 지난 14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대에서 당원 투표(70%)와 국민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 총 5만2706표(득표율 29.6%)를 얻어 3만8293표(21.5%)를 얻은 서 의원을 1만4413표(8.1%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새누리당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어 3위는 경남도지사 출신의 비박 비주류 김태호 의원(2만5330표, 14.2%)이 차지했고, 4위는 6선 관록의 비박 비주류 이인제 의원(2만782표, 11.7%)이 차지했다. 5위는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1만6629표, 9.2%)이 차지했지만, 여성 몫 최고위원 한 명을 당연직으로 임명한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6위를 차지한 친박 성향의 김을동 의원(1만4590표, 8.2%)이 홍 의원을 대신해 최고위원에 입성했다.


주목할 부분은 당대표로 비박 비주류인 김 대표가 선출됐다는 점과 당 지도부에 비박 비주류가 더 많이 입성했다는 것이다. 특히 친박 핵심인사인 홍 의원이 비주류인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에 밀렸다는 것은 박 대통령과 친박계에 뼈아픈 대목이다.

여권, 김무성시대 개막…당·청관계 재정립?
달라진 새누리 지도부, 청와대에 ‘쓴 소리’

게다가 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여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사실상 서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서 의원이 2위에 그친 것을 두고 박 대통령과 그간 당을 주도해온 친박 주류가 몰락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실 김 대표는 최근 비박 비주류의 대표격 인사로 통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비박은 아니다. 과거 원조 친박, 친박 좌장으로 불렸던 그는 이명박정부를 거치면서 박 대통령과 애증의 관계를 반복하며 멀어졌고,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비박 비주류의 대표격 인사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그는 전대 과정에서도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외치는 한편 “여당이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박 대통령이 ‘하극상’을 싫어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김 대표가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한다’는 선거전략을 내세웠다는 것은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김무성-박근혜
애증관계 반복


<동아일보>의 지난해 5월25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경선후보캠프 좌장을 맡았던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가장 잘 쓰는 말로 ‘하극상’을 꼽으며 “박근혜가 초선으로 당 부총재를 했는데 선수도 많고 나이도 많은 의원들이 자기를 비판하니까 ‘하극상 아니냐’고 화를 냈다.

그만큼 서열에 대한 의식이 강하다. 그 다음으로 잘 쓰는 말이 ‘색출하세요’다(언론에 자기 얘기가 나갔을 때 누가 흘렸는지 색출하라는 것). 그 다음이 ‘근절’이고…. 하여간 영애 의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동아일보>는 “박근혜와 동지가 되려 했던 김무성에게 ‘신하’가 필요했던 공주(박근혜)와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가 박 대통령이 하극상으로 받아들일 선거전략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더 이상 청와대에 끌려 다니지만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따라서 김 대표가 기존 수직적 당·청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부딪히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럴 경우 김 대표 측과 당내 친박계 인사들과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친박 몰락, 비박 부상’으로 요약되는 전대 결과로 인해 박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근혜 효과’가 전대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효과'가 힘을 잃을 전조는 지난 6·4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 이미 나타났다. 비박 정몽준 전 의원이 경선에서 ‘친박 후보’를 자처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압도한 것. 또 지난 5월23일 치러진 새누리당 국회의장 후보자 선출 투표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 당초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황우여 의원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비박 정의화 국회의장이 101표를 얻어 46표 획득에 그친 황 의원을 압도적으로 눌렀다.

힘 빠진 ‘박근혜 효과’
조기 레임덕 빠지나?

주목할 대목은 이 같은 변화가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시대적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여당 일각에서는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해 현직 대통령과 갈등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기류까지 감지된다.

그렇다면 당·청관계는 정말 수평적으로 바뀌게 될까. 박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는 여전히 독선적 ‘1인 통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을 까먹는 주요 원인인 ‘인사참사’와 관련해 김명수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 지명철회 및 황우여 후보자 지명, 정성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 등 주요 인사 사안에 대해 김 대표는 전혀 언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 전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밝히기 몇 시간 전 김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다소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과 달리 과장되게 알려져 있고, 억울한 면도 많이 있는 것 같다”며 “그러한 모든 걸 감안해서 최종 결정된 만큼 협조해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린다”고 정 전 후보자를 두둔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기존의 수직적 당·청관계를 이어갈 뜻을 지속적으로 내비친다면 취임일성으로 “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고 밝힌 김 대표의 태도도 조만간 바뀔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무성호 새누리, 박근혜당 탈피하나?
박 대통령 ‘1인 통치’ 변화여부 주목

다만 7·30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당장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름휴가 기간과 재보선 투표일이 맞물린 데다 전통적으로 재보선은 투표율이 낮아 고연령층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새누리당은 이번에도 ‘박근혜 마케팅’이 일정부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할 말은 하겠다”는 차기 대선주자급 인사가 당대표가 됐는데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 당장 신임 최고위원에 선출된 비박 비주류 최고위원들은 취임 직후 청와대를 향해 거침없는 쓴 소리를 쏟아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가 새누리당이란 표현도 있다”며 “당이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반성을 해야 되고, 저는 그런 차원에서 중심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다른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청관계가 본질적으로 달라지 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대표도 재보선 이후 친박 핵심인 윤상현 사무총장을 교체하는 등 실무 당직자들을 개편할 것을 예고했다. 김 대표는 당대표 선출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보선이 끝나고 난 뒤 대탕평 인사를 하도록 하겠다”며 “그동안 당에서 소외받았던 인사를 중심으로 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당권을 잡고 있던 친박 핵심인사들을 내치고 비주류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본격적 대립각을 세우는 변곡점은 잇단 인사참사의 핵심 책임자이지만 박 대통령의 비호를 받으며 아무런 책임을 지고 있지 않은 ‘기춘대원군’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 요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력지형
지각변동

한편 당·청관계가 불안한 동거 형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반면, 대야관계는 비교적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일 때는 대야관계가 비교적 좋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 대표는 또 지난 연말에는 당시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과 물밑대화로 철도노조 파업 철회를 이끌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무성 당대표 시대가 열린 것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박근혜 의원이 사실상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며 여당 내 야당 노릇을 한 것과 같이 김 대표도 그런 역할을 할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며 “박 대통령 ‘1인 통치’의 현 집권세력 내부 권력지형이 김 대표 선출을 계기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무성의 과제

새누리당의 미래를 이끌어갈 당대표에 선출된 비박 비주류 대표 김무성 의원에게는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두 가지 있다.

우선 시급한 것은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계와의 갈등 봉합이다. 경선 과정에서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줄세우기 논란’ ‘친박 살생부 논란’ ‘여론조사 조작 논란’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인 탓에 ‘비박 3대 친박 2’로 짜여진 당 지도부가 마찰음 없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 안팎에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나란히 앉아 주요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사건건 대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서 최고위원은 전대 이후 첫 최고위원회의는 물론 청와대 오찬에도 불참하는 등 초반 당무를 전혀 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서 최고위원 측은 ‘건강 이상’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전대 때마다 과열양상을 보이다 뒤끝을 남기는 전례가 한두 번이 아니어서 이번에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당장 열흘가량 앞으로 다가온 ‘미니총선급’ 7·30재보선은 김 대표가 공천을 하지는 않았지만, 당대표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첫 번째 무대다. 김 대표가 눈앞에 놓인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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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