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특집> 나가요 언니들 수상한 원정길

돈만 주면…‘캠핑 콜걸’을 아십니까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바캉스 시즌이 돌아왔다. 들뜬 마음에 저마다 휴가를 보내는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캠핑을 떠나고 누군가는 연인과 함께 바닷물에 발을 담근다. 요즘 들어선 친구와 함께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휴가철 풍경이 있다. 바로 휴가지에서의 성관계다. 누군가는 낯선 이들과 뜨거운 하룻밤을 꿈꾸고 누군가는 잠자리를 미끼로 돈을 번다. ‘나가요 언니’부터 ‘철없는 10대’까지 피서지에서의 성매매는 오늘도 계속된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을 준비 중인 30대 직장인 A씨는 한 여행카페에 글을 올렸다. 자신이 돌아볼 여행지의 정보도 얻고 여행기간 중 머물 게스트하우스도 공동으로 예약하기 위해서였다. 때마침 A씨 앞으로 한 통의 온라인 쪽지가 도착했다. 쪽지 안에는 “자신도 그즈음 친구와 해외여행을 준비 중인데 처음이라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처음이라더니
능숙한 그녀들

A씨는 문득 장난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지만 일단은 성의껏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상대로부터 회신이 왔다. A씨의 여행 동선과 일정 등을 묻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문단 마지막에는 “방해가 안 된다면 여행 기간 중 A씨를 따라다니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동반 여행을 하자’는 뜻밖의 제안에 A씨는 당황했다. 낯선 여자와 단 한 번도 여행을 가본 적 없는 A씨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명의 여자와 휴가를 보낼 생각을 하니 혼자인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A씨는 서로 일정을 맞춰보자며 상대에게 전화번호를 남겼다. 자동 등록된 카카오톡 프로필로 본 여자의 외모는 A씨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말로만 듣던 휴양지에서의 로맨스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A씨는 예정에도 없던 친구를 끌어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여자 일행과 짝을 맞춰 여행을 가려 한 것이다.

몸이 달은 A씨는 항공편 예약을 핑계로 “만나서 일정을 잡고 서로 얘기도 나누자”며 여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몇 분 뒤 답장이 왔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갑자기 친구에게 사정이 생겨 친구는 여행을 못 가게 됐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A씨는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


“딱 한달만 장사 하러”짐싸는 접대부들
캠핑장까지…휴양지 곳곳에 성매매 유혹

그러나 좌절은 잠시였다. 상대 여성은 자기 혼자서라도 여행을 같이 가겠다며 A씨를 꾀었다. 앞선 상황보다 더 좋은 기회가 온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니 낌새가 이상했다. 이 여자는 스스로를 20대 초반의 여대생이라고 소개했다. 다 큰 처녀가 낯선 남자와 단둘이 가는 여행을 재촉하는 상황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곧 비밀이 밝혀졌다. 목적은 돈이었다. 이 여성은 여행 경비만 대주면 여행기간 내내 함께 다니는 것은 물론 30만원을 지급하면 잠자리도 해주겠다고 했다. 소위 말하는 애인대행 알바였던 것이다. A씨는 헛물을 켰던 자신을 반성하며 ‘알바’의 요구를 거절했다.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VIP 고객과
둘만의 허니문

A씨의 사례처럼 20∼30대 남성에게 여행 파트너가 돼준다며 접근해 성매매를 제안하는 여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해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휴가 시즌을 겨냥해 애인을 구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의 경우 파트너를 필요로 하는 남자가 먼저 사진과 연락처를 올리면 여자가 조건을 보고 연락을 취해 ‘단기 만남’이 성사된다. 때로는 여자가 직접 자신의 프로필을 올리고 거래를 원하는 남자와 ‘몸값’을 흥정하기도 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신나는 여행을 가자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여행의 진짜 목적은 성행위 유무에 맞춰진다.

겉으로는 스킨십 금지를 약속한 남자도 속으로는 딴마음을 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여행 중 마음이 맞으면 성관계까지 간다는 묵시적인 합의가 형성돼 있는 까닭이다. 때문에 처음부터 “화끈하게 놀고 오자”며 대가를 요구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했다. 성관계에 응해주는 대신 여행 기념 등을 명목으로 선물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돈을 목적으로 한 성매매인 셈인데 이 같은 행위가 휴가지의 낭만으로 둔갑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커플은 열이면 아홉, 다음날 연락을 끊고 남남이 된다. 하지만 이런 불완전한 관계를 아예 ‘스폰 관계’로 정착시킨 사례도 있다. 놀러갔다가 눈이 맞아 관계를 맺고 장기적으로 만나는 케이스다.

서울 청담동 한 단란주점에서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가희(가명·29)씨는 오는 8월 초 부산 해운대로 휴가를 갈 계획이다. 가희씨의 고향은 부산. 부산 사람들은 절대 가지 않는다는 해운대로 가희씨가 휴가를 떠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가희씨가 일하고 있는 주점의 VIP 고객인 B씨는 아내와 이혼 후 가희씨를 자주 찾았다. 평소 B씨와 오빠·동생 하며 친분을 쌓았던 가희씨는 함께 휴가를 다녀오자는 B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휴가기간 동안 껄끄러운 손님들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휴가비는 모두 B씨가 대주며, 별도의 용돈까지 약속했기 때문이다. 타지 생활로 한 푼이 아쉬운 가희씨 입장에서는 돈도 벌고 고향도 다녀오는 일석이조의 휴가였다.

가희씨는 “(업무의 연장선에 있는 만큼) 여행기간 동안 오빠(B씨)를 내 남자친구처럼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주점에서도 이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가희씨는 “동료 언니들도 하루나 이틀은 손님들과 휴가를 떠난다”고 설명했다. 가희씨처럼 나이를 초월한 일명 ‘점오’와 ‘스폰’의 대담한 러브스토리는 매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가희씨와는 반대로 지방의 한 고급 유흥주점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혜란(가명·34)씨는 휴가철을 맞아 상경을 준비 중이다. 혜란씨는 본인의 오랜 스폰이 출장을 핑계로 서울을 가는데 자신도 따라가 쇼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내 한 유명 호텔이 혜란씨가 머물 휴가지로 선택됐다. 혜란씨는 스폰과 함께 호텔 내에 있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할 계획이다.

해외여행 미끼로 ‘애인대행 알바’성행
스폰 끼고 서울서 부산까지 원나잇 여행

혜란씨는 “보통 7월 말에서 8월 말까지 업계의 비수기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 아무래도 가정이 있는 30∼50대 남성들이 타깃이다 보니 그들이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면 상대적으로 우리 쪽 매출은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혜란씨는 “무엇보다 손님들을 응대할 젊은 아가씨가 빠지는데 우리 가게에 있던 20대 초반의 대학생은 학기 중 돈을 벌고 방학이 되면 국내외 여행이나 원정 쇼핑에 돈을 썼다”고 설명했다.

찾아가는 성매매
찾아오는 성매매

이처럼 유흥주점은 휴가철이 되면 손님들의 발걸음이 주춤하다. 하지만 반대로 휴가철만 되면 대목을 맞는 장사가 있다. 바로 피서지에 횡행하는 출장 성매매다. 대형 해수욕장 인근에서 벌어지는 불법 성매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차된 차량 유리 틈으로 출장 안마 서비스를 안내하는 명함이 가득하다. 식당가가 밀집된 거리 곳곳에는 성매매를 암시하는 전단지가 빽빽하다. 예전부터 이 지역 상권을 장악하고 있던 세력들을 비롯해 원정에 나선 포주들까지 일대는 밤만 되면 불야성을 이룬다.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는 숙박업체는 넘치는 수요에 함박웃음이다.

최근에는 캠핑 붐이 일면서 몇몇 캠핑장을 중심으로 출장 안마를 해주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캠핑이 동반된 일부 락 페스티벌에서 청소년들이 성매매를 시도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어린 아이도 이용하는 캠핑장에서 성매매가 있었다는 사실은 꽤 놀랍다.
 

유동인구가 많은 계곡이나 해변에서는 간이 텐트를 설치해 놓고 즉석 성매매가 이뤄진다. 기존 성매매는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한 사전 예약이 필수지만 즉석 성매매는 이 같은 과정을 생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윤락 여성들은 휴가철에 앞서 미리 피서지 인근의 방을 장기 임대해 놓고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적이 제기된다. 바닷가를 중심으로 한 우리 휴가 문화에서 전문 윤락여성을 찾는 남성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성욕의 감퇴와 관련이 있을까. 그렇지 않다. 당장 백사장만 나가봐도 남녀의 밀도 있는 스킨십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원인은 성욕이 아닌 10대들을 비롯한 비직업 여성들의 성매매 시장 유입이다.

시내 룸살롱은 비수기
지방 휴가지는 성수기

불행하게도 10대 청소년들은 이미 고유한 성매매 시장을 형성했다. 주로 악덕 포주에 이끌려 출장 안마를 하는데 차 안에서건 모텔에서건 성행위를 가리지 않는다. 일부 남성들의 퇴폐적인 성취향은 꾸준한 공급과 맞물려 10대 성매매 시장을 불황 없는 호황으로 이끌고 있다.

방학을 맞은 일반 여학생 중에서도 성매매로 돈을 버는 일이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다. 아저씨들의 호주머니를 노린 원조교제는 그리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여름은 접촉면이 더 넓다. 이미 과거부터 해수욕장에 놀러온 10대들은 20∼30대 남성들이 선호하는 ‘바캉스 파트너’ 1순위였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러 한층 대담해진 성의식과 성찰 없는 물질만능주의 등이 복합적으로 투영돼 많은 여학생이 성인 남성에게 원조교제를 제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휴가철 맞아
한몫 챙긴다

10대뿐 아니라 일부 여대생도 이 같은 흐름에 편입되고 있다. 애인대행 알바를 제안 받거나 고민해 본 여대생은 생각보다 많다. 애인대행 알바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커피숍에서 한 달 꼬박 일해야 벌수 있는 돈을 3일 동안 남자와 여행 다니고 벌 수 있다면 유인 동기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10대와 달리 20대의 휴가철 대행알바는 설혹 성매매가 실재했다 하더라도 당국의 적발이 쉽지 않고 사법처리가 어렵다는 난점이 있다. 과거 애인대행으로 시작해 단란주점에 발을 들인 윤희(가명·25)씨는 “손님 중 지금 보수의 2배를 쳐줄 테니 내일 여행을 가자고 한 사람이 꽤 많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남자친구가 있는 윤희씨는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원칙적으로 성매매에 응하지 않겠지만 제시된 액수가 크다면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윤희씨의 지인은 지난해 바닷가에서 스폰을 만나 서울 강남에 고급 오피스텔을 얻기도 했다. 어쩌면 그들에게 바닷가는 인생역전을 상징하는 로또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름철 몰카 주의보
화장실서 ‘찰칵’ 탈의실서 ‘찰칵’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거리에는 짧은 스커트 차림의 여성들이 눈에 띈다. 핫팬츠나 민소매 상의는 물론 도발적인 시스루 룩까지. 여성들의 몸매를 부각한 패션은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해변가에서 입는 비키니도 전년보다 더욱 과감한 노출이 유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런데 여성들의 노출만큼이나 진화하고 있는 ‘몰카’가 올 여름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몰카 사범은 최첨단 전자기기로 무장해 여성들의 은밀한 신체부위를 포착하고 있다.

공공장소인 지하철은 물론 공중화장실, 헬스클럽 탈의실, 숙박업소에 이르기까지 몰카가 촬영되거나 설치된 공간은 실로 다양하다. 특히 올 여름에는 해수욕장이나 야외 수영장과 같은 노출이 심한 지역에서 몰카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변태들 최첨단 전자기기로 무장
인터넷 유출 등 2차 피해 우려

몰카 사범들의 범죄에는 촬영당하는 당사자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첨단장비가 동원된다. 스마트폰은 예사고, 개조된 지팡이와 렌즈가 부착된 신발, 안경, 시계, 만년필, 차키 홀더, 넥타이 핀, 화재경보기 등 하나같이 평범한 물건에 카메라가 감춰져 많은 피해자는 범죄를 인지하지 못한다. 이 중 화장실이나 모텔 객실 안에 설치된 몰카는 유포됐을 경우 피해자의 심각한 정신적 고통이 뒤따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이 잡히면 대부분 호기심에 찍었다고 하거나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해소용으로) 찍었다고 범행 동기를 밝히는데 죄질이 나쁜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유출 등으로 분명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몰카에 대한 형량을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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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