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15개 지역에서 열리는 역대 최대 규모 7·30재보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후보자 등록까지 마치고 선거전이 본격화된 현 시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경기 수원이다. 전체 4개의 국회의원 선거구 중 무려 3곳에서 재보선이 치러지며,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 재보선 지역 중 절반이 수원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누리당 임태희 전 의원(수원정),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수원병) 등 여야 거물급 인사들도 출격해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가 '한여름을 달구기 시작한 재보선 핫코너' 제2편으로 수원 정·을·병을 집중 취재했다.
수원 정·을·병이 7·30재보선 최대 승부처로 꼽히고 있다. 전체 15개의 재보선 지역구 중 영·호남(6곳)을 제외한 나머지 9곳(수도권 6곳, 충청권 3곳)에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원에서만 무려 3개의 재보선이 열리기 때문이다.
또 '수원대첩'의 선봉에는 새누리당 임태희 전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 등 여야의 두 거물이 버티고 있어 여야의 사활을 건 총력전과 함께 거물급 인사의 정치적 명운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가 예상된다.
최대 승부처
수원 재보선 개최 지역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수원병(팔달) 선거구다. 이 지역은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내리 5번 연속으로 당선된 전통적 여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복귀를 막으려는 새정치연합에서는 이곳의 탈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판단, '대선주자급 거물'인 손학규 상임고문을 전략공천 했다.
손 고문은 이곳에서 2011년 경기 성남 분당을 재보선 승리를 재현한다는 방침이다. 당시 여당의 텃밭인 성남 분당을에서 승리해 당내 입지를 탄탄히 다질 수 있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어려운 지역에서 승리해 당내 입지를 공고히 다지겠다는 것이다.
손 고문의 당선 여부는 그의 차기 대권 도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선될 경우 차기 대권가도에 날개를 달 수 있지만, 낙선한다면 더 이상 대권을 꿈꾸기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손 고문은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난 10일 출마선언문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박근혜정부가 잘 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랐지만 지금 국민은 무능과 무책임과 불통으로 좌절과 절망에 찌들어 있다"며 "더 이상 잘못 가면 안 된다. 매서운 비판과 따끔한 채찍이 필요한 때다. 7·30재보선이 바로 그 때"라고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잇따른 '인사 참사'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40%대까지 주저앉은 박근혜 대통령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정권심판론이 먹힐 분위기는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여당세가 강한 지역이라는 점 ▲여름휴가 기간에 맞물려 낮은 투표율이 예상된다는 점 ▲야당후보로 손 고문 외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 통합진보당 임미숙 수원당협위원장 등도 출마해 야당표 분산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손 고문에게는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야권 안팎에서는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손 고문은 "단순한 승리를 위한 야권연대는 야합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췄다.
'손학규 대항마'로 새누리당에서는 '지역일꾼론'을 내세워 수원 토박이인 김용남 변호사를 공천했다.
수원, 수도권 재보선 절반 몰려…여야 총력전
적지에 뛰어든 여야 거물인사 생환 여부 주목
수원병과는 달리 수원정(영통)은 전통적으로 야당세가 강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2040세대의 젊은층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6·4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했다가 남경필 지사에게 0.8%포인트 차이로 아깝게 패한 새정치연합 김진표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여당에게는 어려운 지역인 이곳을 탈환하기 위해 새누리당은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거물' 임태희 전 의원을 전략공천 했다. 당초 임 전 의원은 경기 평택을 출마를 희망했지만 "어려운 지역에 중진이 나서줘야 한다"는 당의 요청에 따라 수원정으로 방향을 틀었다.
임 전 의원은 지난 10일 후보자 등록을 마친 뒤 "수원정은 20∼40대 젊은층이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고 교육·문화수준이 높은 직장인·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이 어느 지역보다 많다"며 "수원정을 보육·교육·문화 시범도시로 지정함으로써 주민들이 간직해온 자부심을 지키고 더욱 키워나가며, 대한민국의 미래도 새롭게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태희 대항마'로 새정치연합에서는 방송사 앵커 출신인 박광온 대변인을 전략공천 했다. 여기에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만만찮은 경쟁자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가세했다. 야당후보로 엇비슷한 2명의 후보가 나선 가운데, 박 대변인이 전략공천 되는 과정에서 수원정 출마를 준비 중이던 같은 당 김재두 전 수석부대변인이 반발하며 탈당하는 등 내부 반발도 있어 새정치연합에게는 악재가 겹쳤다.
이에 따라 당초 여당에게 어려운 지역으로 꼽혔던 이 지역은 결과를 예단하기 힘든 혼전 속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야당 선호도가 높기는 하지만 인지도가 비슷한 야권후보 2명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제각각 출마할 경우 새누리당에 어부지리 승리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수원을(권선)에서는 검사출신의 두 여성후보가 맞붙을 예정이다. 새누리당 후보로는 정미경 전 의원이, 새정치연합에서는 백혜련 변호사가 나서기로 한 것이다. 고려대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이들의 정계입문 과정은 극과 극으로 대비된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측과 연이 닿아 정치에 입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백 변호사는 이명박정부에서 '정치검찰'을 비판하며 검찰직을 박차고 나와 이름을 알렸다. 같은 대학, 검사출신 여성후보로 공통점이 많지만 정계에서는 대척점에 서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수원을 선거전 초반 분위기는 이 지역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꾸준히 지역 관리를 해온 정 전 의원이 다소 유리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젊고 참신한 인물론을 내세운 백 변호사가 무섭게 추격하는 양상이다.
특히 백 변호사의 남편이 수원 지역에서 20여년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는 점도 백 변호사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승부 향방 안개 속
반면 정 전 의원은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19대 총선에서도 유력후보로 거론됐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러자 정 후보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야권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준 바 있다. 때문에 정 전 의원의 공천을 둘러싸고 새누리당 수원 갑·을·병·정 4개 당원협의회 사무국장 및 주요당직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수원을에는 정의당 박석종 전 교육부총리 정무비서관, 통합진보당 윤경선 전 수원시의원도 출마, 4파전 양상으로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전체 성패를 좌우할 수원에서 오는 30일 어느 쪽이 웃게 될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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