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③'혁신의 아이콘' 남경필 경기도지사

"힘들어도 '혁신의 길' 절대 포기할 수 없어"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이제 일제히 민선 6기의 임기를 시작한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남경필 신임 경기도지사는 '혁신의 아이콘'이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꾸린 것도 인수위원회가 아닌 혁신위원회였다. 도지사 취임 후엔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차를 직접 운전해 첫 출근을 했다.

남 지사는 사실 가장 평탄한 길을 걸어온 정치인 중에 한 명이다. 불과 33살의 나이로 최연소 국회의원에 당선 된 후 내리 5선을 했다. 정치 입문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낙선 경험이 없다. 하지만 한편으론 청와대를 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성격 때문에 가장 험난한 길을 걸어온 정치인이기도 하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남 지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부의장의 불출마를 요구한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이 전 부의장이 국회에 입성하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청와대 거수기 정당으로 전락한다는 이유였다. 살아 있는 권력에 도전한 대가로 남 지사는 당시 사찰까지 당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남 지사는 대통령들을 향한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 남 지사가 또 한 번 파격적인 정치실험에 나선다.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타파하겠다며 야당과의 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부에서 연정이 시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외에도 남 지사는 본인을 비롯해 모든 관료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연일 파격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경기도는 남 지사가 몰고 온 혁신 바람으로 거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과연 남 지사의 정치 혁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남경필 신임 경기지사를 만나봤다.
다음은 남 지사와의 일문일답.

- 우선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민선 6기 도정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입니까?
▲ 최우선 과제는 '안전한 경기도'를 만드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소방재난본부를 안전컨트롤타워로 만들고 예방점검ㆍ대응ㆍ복구 등 재난안전업무를 소방재난본부로 일원화해 총괄하겠습니다. 또 소방재난본부 산하에 도지사 직속 안전기획관을 신설해 도내 안전 문제를 챙기겠습니다.

- 이외에도 염두에 두고 있는 사업들은 무엇인지요?
▲ 교육, 복지, 노인, 저출산, 일자리 등 경기도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대안으로 저는 '따복(따뜻하고 복된)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문제들은 단편적으로 해결하는 것보다는 공동체 복원을 통해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 나가야만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복마을을 통해 예전의 온정 넘치는 공동체를 복원하고 그 속에서 일자리와 복지도 찾아낼 것입니다. 앞으로 따복마을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도지사 직속의 TF를 꾸리고 따복사랑방, 따복서당, 따복놀이터, 따복동아리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 도지사 당선 후 경차를 직접 몰고 출근을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신선한 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남 지사께서 대권을 염두에 두고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쇼'라며 비판하시는 분도 계시고 초심을 잃지 말라고 격려해 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 주시면 저의 진정성을 알게 되실 것입니다. 지금도 먼곳을 현장방문 할 때는 불가피하게 관용차를 이용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집에서 가까운 도청에 출퇴근하는 일까지 관용차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해당 경차는 제가 구입한 개인차량입니다. 저는 정치에 입문한 후 끊임없이 혁신을 이야기해 왔습니다. 저는 '혁신하지 않으면 혁명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12일간 머물면서 우리 사회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런데 혁신은 남을 비판해서 되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바뀔 때 시작됩니다. 경기도지사가 됐으니 제가 주장한 혁신을 실천으로 옮기려고 하는 것입니다.

취임 후 경차 몰고 출근하자 '허걱'
"혁신행보가 쇼라고? 지켜봐 달라"

- 경기도지사 당선 이후 정치권에선 남 지사를 이미 대권주자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기분이 어떠신지요? 대권에 도전할 생각은 없으십니까?
▲ 황송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기분이 좋긴 하지만 지금 제게는 어울리지 않는 과분한 옷을 입은 느낌입니다. 대권은 아직 제게는 먼 일입니다. 우선 급한 것은 지난 선거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절반의 마음을 얻는 일입니다. 아직은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앞으로 도정을 잘 이끌어 인정을 받게 되면 대권은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습니다.

- 사실 남 지사께서는 당초 당 지도부의 요청에도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버티다 선거에 나서게 됐습니다. 때문에 향후 도정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 경기도지사는 제가 8년 전부터 품어왔던 꿈입니다. 지난 2006년 경기도지사 당내 경선에 참여해 김문수 전 지사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저는 김문수 캠프의 선대본부장으로 경기도의 구석구석을 누볐습니다. 김 전 지사가 당선되고 나서는 인수위원장을 맡아 경기도정을 세밀하게 살피기도 했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경기도의 과거와 현재를 잘 알고 있고, 경기도의 미래 비전과 발전 방안에 대한 준비도 잘되어 있다고 자부합니다.

- 경기도에서 연정을 시도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어느 한 정당을 선택한 것은 그 정당이 추구하는 노선과 정책을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연정을 위해 이를 대폭 수정한다면 유권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 저는 겨우 0.8%라는 적은 표차이로 승리했습니다. 그런데 승자가 100%를 독식하는 지금 같은 구도에서는 정치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승자독식 상황을 '윈윈게임'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나서서 기득권을 버리겠다고 한 것입니다.

연정은 도지사가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도민 행복'이란 지향점에는 이념이나 정파가 따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양당이 제시한 공약을 보면 80% 이상이 유사합니다.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지향점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 그렇다면 기존 새누리당의 입장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 중 하나인 생활임금조례를 통과시킬 생각도 있으신지요? 야권에서는 연정의 조건으로 해당 조례안의 통과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 연정의 출발인 여야정책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책협의의 아젠다는 크게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지방선거에서 저와 김진표 후보가 걸었던 양당의 공약이고, 두 번째는 민선 5기 마지막 도의회에서 통과된 생활임금조례를 포함한 4개 조례안에 대한 입장입니다. 여야가 진지하게 열린 자세로 논의 중인만큼 저 역시 열린 마음으로 협의에서 도출해 낸 결과에 따르겠습니다.

- 현재 도민들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는 현안은 출퇴근 대중교통 문제입니다. 지난 선거 기간 김상곤 후보의 '앉아가는 아침'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는데 김 후보의 공약을 적극 반영할 계획은 없으신지요?
▲ 경기도 교통문제의 심각성은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김 후보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도민들의 실제 목소리를 들어보면 도민들이 원하는 버스 정책의 핵심은 '무상'이 아니라 '서비스 개선'입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들은 오랫동안 버스를 기다리고, 또 타서도 콩나물버스에서 힘들게 통근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타서 앉아가는 '굿모닝 버스'를 구상했습니다. 굿모닝 버스를 통해 서울로 가려는 경기도민은 터미널까지만 오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버스를 탈 수 있게 됩니다. 또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좌석예약도 할 수 있어 앉아가는 아침이 가능해 질 것입니다.


- 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하셨습니다. 하지만 도민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일자리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너무 숫자에만 집착하는 공약은 아닌지요?
▲ 7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약속에는 약 25만 개 정도의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들어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식기반 일자리, 문화 콘텐트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할 것입니다. 일례로 서울에 근접한 판교·광교 테크노밸리 등에 지식집약산업, 바이오·의료·관광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유치할 생각입니다. 특히 투자와 멘토링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G-슈퍼맨 펀드를 800억원 규모로 조성해 청년 기업에 투자할 것입니다. 저는 경기도를 창조경제의 메카로 만들겠습니다.

- 경기도는 북부와 남부 간 격차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오죽하면 경기북부 발전을 위해 '경기북도'를 신설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낙후된 경기북부의 발전을 위한 복안은 무엇입니까?
▲ 우선 경기북부를 옭아매고 있는 이중삼중의 규제를 합리화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먼저 경기도가 가지고 있는 권한과 규제를 시·군으로 분산하겠습니다. 그 후 중앙정부에 수도권 규제 합리화를 촉구할 생각입니다.

또 (가칭) 경기북부 지역발전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경기북부발전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겠습니다. 구리~포천·서울~문산 민자도로, 국지도 39호선, 국도3호선 우회도로, GTX 파주 연장, KTX 의정부 연장, 교외선 복선전철화 등 교통, 철도 인프라 확충에도 힘쓰겠습니다. 이외에도 지역경제 발전의 마중물이 될 경기도민은행을 경기북부에 설립하려고 추진 중입니다.

기득권 내려놓기, 도지사부터 
연정으로 '윈윈(win-win)정치'

- 최근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직자들의 비리 문제가 연이어 불거져 나오면서 국민들의 실망감이 큽니다. 깨끗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 저는 데이터에 기반해 과학적이면서도 투명한 행정을 펼치겠습니다. 행정을 펼치며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도민들에게 최대한 모두 공개하겠습니다. 행정의 투명성이 확보된다면 비리 문제가 불거질 소지는 애초부터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깨끗한 경기도를 만드는 본질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경기교육감으로 진보성향인 이재정 교육감님이 취임하셨습니다. 과거 김문수 전 지사와 김상곤 전 교육감은 교육재정 분담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기도 했는데 걱정은 없으신지요?
▲ 아이들의 교육문제에는 이념과 정파가 없습니다. 당선 후 이재정 교육감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 문제에 이념과 정파를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정책의 목표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정해지면 방법론은 맞출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이재정 교육감이 공약한 초등체험학습·수학여행 무상화, 혁신학교 확대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최근 경기도와 경기도 교육청은 정책협의를 위한 상시 창구를 구성하는데 합의했습니다. 앞으로 양 기관이 정책 책임자를 두 명씩 파견해 상시 운영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문제는 도지사와 교육감이 포함된 3+3 회의체를 통해 논의하고 결정하겠습니다. 경기도와 경기도 교육청이 다소 의견이 다른 부분도 있지만 일단 공통점부터 찾아서 협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경기도는 산업단지가 많아 그만큼 산업재해에 대한 우려도 높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는데 도내 산업 재해율을 낮출 방안은 무엇입니까?
▲ 안전은 시대정신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경기도 내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가 428명이나 됩니다. 원인을 살펴보니 각 사업체마다 안전관리사가 있지만 대부분 회사의 총무부장, 경리부장이 안전관리사직을 겸하고 있어 유명무실한 실정이었습니다.

50인 이하 소기업에는 안전관리사를 배치할 의무 규정조차 없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경기도가 안전관리사를 직접 채용해 지역별로 배치하겠습니다. 또 경기도 전역의 안전 실태 점검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소방을 포함한 안전기술직 인력을 대폭 보강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해주시지요.
▲ 저는 현장에서 도민들과 소통하는 도지사가 될 것입니다. 경기도가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 시작한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대한민국 전체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습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길이라 합의 과정에서 시간도 걸리고 갈등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담=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남경필 경기도지사 프로필>


▲ <경인일보> 기자
▲ 제15~19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
▲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 한나라당 최고위원
▲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
▲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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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