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②안·김 정치생명 건 7·30 '단두대 매치'

"기껏 잘해야 본전…이겨도 죽 쒀서 개 줄 판"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걸고 또 한 번 '단두대 매치'를 치르게 됐다. 여야의 명운이 달려 있는 7·30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사실상 무승부로 끝난 지방선거의 연장전이다. 여야 간의 승패에 따라 양 대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일요시사>가 두 사람의 정치생명이 걸린 '7·30재보선 단두대 매치'를 분석해봤다.

여야의 명운이 달려 있는 7·30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 대한 정치권의 분석은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정치적 기반을 확고하게 다질 절호의 기회라는 의견이 있는가하면, 반대로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팽배하다.

다가오는 재보선
정치적 명운 걸다

이번 재보선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선거의 중요성을 반증하듯 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중진 이상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설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상 무승부로 끝난 지방선거의 연장전 격인 이번 선거는 전국적으로 모두 15곳에서 치러진다. 그야말로 '미니총선'이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 2002년 8월 재보선(13곳)의 기록도 이로써 갈아치우게 됐다.
특히 선거의 승패에 따라 새누리당의 과반의석이 깨질 수도 있다는 점이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10년 가까이 여권에 끌려 다니기만 했던 야권이 드디어 향후 정국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승리한다면 재보선을 진두지휘한 두 대표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안철수 vs 반안철수 연대 정면 대격돌
양 대표, 전략공천 덫에 빠져 '허우적'

지난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무공천 및 계파갈등으로 당내 입지가 좁아진 데다가 인천과 경기를 내주며 위상이 실추됐던 두 대표로선 누구보다 재보선 승리가 절실하다. 현재 147석인 새누리당은 4석 이상을 얻어야만 과반인 151석을 방어할 수 있다.


재보선 15곳 가운데 여야 모두 승부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수도권 재보선 지역은 6곳이고, 충청권은 3곳이다. 새누리당의 전통적 텃밭인 영남은 2곳에서 재보선이 실시된다. 새정치연합의 강세지역인 호남지역 재보선 4곳을 제외하면, 새누리당은 최소한 영남권 2곳과 수도권·충청권 2곳에서 승리를 해야 과반을 유지할 수 있다.

일단 재보선의 전체적인 판세는 새정치연합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3일~26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상승세다. 한때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 논란에 휩싸이며 20%대까지 하락했던 지지율은 지방선거 이후 30%대까지 치솟았다.

치솟은 지지율
최고의 호기

세월호 참사 정국,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 GOP 총기 사고 등은 분명 야권에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문창극 후보자 논란은 월드컵 열기조차 무색케 할 정도였다.

거기에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키면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지지율이 30%대까지 폭락한 상황이다. 지난 지방선거까지도 유효했던 새누리당의 '박심 마케팅'은 이번 재보선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반면 새정치연합의 호재는 아직도 줄줄이 남아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고 새로운 장관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세월호 국정조사에서는 정부의 무능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조사 도중 유가족과 기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잠을 자거나 유가족들에게 막말을 해 구설에 오르는 등 열심히 자책골을 넣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장관들에 대한 의혹들도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논문표절, 병역비리, 세금탈루 등 높아진 검증기준을 적용해 새롭게 임명한 장관후보자들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박 대통령의 '막장인사'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은 가운데 인사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커지면서 당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여권의 결집력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당초 컨벤션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던 새누리당 7·14전당대회는 연일 후보들 간 이전투구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표를 갉아 먹고 있다. 전대를 치르며 당 내분이 확산되면서 재보선에도 심각한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이전투구 끝에 새롭게 취임할 당 대표가 곧바로 치러질 재보선을 제대로 진두지휘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전당대회에 나온 인사들 중 여론조사 1위부터 5위까지 차지한 인사들이 모두 비리혐의에 휩싸였거나 과거 비리전력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어 전당대회가 새누리당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볼멘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일례로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무성 의원의 경우 최근 딸의 교수특채 대가로 사학비리를 비호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검찰 고발을 당한 상태다. 그야말로 새누리당은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대표와 김 대표가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새정치연합도 내부 공천 갈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새정치연합은 지난 3일 서울 동작을에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에 대해 동작을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당 대표실을 점거하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기동민 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측근으로 당초 광주 광산을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었다. 때문에 당 내에서도 "인지도도 없고 명분도 없는 인사를 가장 중요한 격전지에 꽂아 넣었다"는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

동작을은 이번 재보선에서 유일한 서울 지역구이며 여야의 승패를 판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꼽히는 곳이다. 이처럼 공천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간 갈등과 대립이 표면화될 경우엔 당 지지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재보선의 판세가 새정치연합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면서 당 내부의 공천 갈등과 그 후유증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모양새다.

심해진 공천 후유증
복잡해진 역학구도

새정치연합이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재보선은 여름 휴가철이 한창일 때 치러진다. 새누리당의 조직표를 무시할 수 없다. 7월 청문회와 세월호 국정조사 등도 새정치연합이 어떻게 세련되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다. 연이어 총리후보가 낙마한 상황에서 장관 청문회가 정치적 공세나 발목잡기로 대중들에게 비쳐질 경우엔 오히려 보수진영이 결집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또 지금까지 새정치연합의 지지율 상승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실정에 의한 반사이익의 성격이 강했는데, 이제는 새정치연합이 먼저 경제성장과 복지 등에 있어서 대안을 제시하고 정국을 주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두 공동대표가 이번 재보선을 승리로 이끈다고 해도 남 좋은 일만 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새정치연합의 지지율 상승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실정에 의한 반사이익의 성격이 강하다.

김·안 정치적 입지 넓힐 호기?
재보선, 김·안 정치적 무덤 될까?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두 사람은 새누리당에 일방적으로 밀리던 당을 살려냈지만 '세월호' 덕분이라는 냉혹한 평가만 받아야했다. 오히려 세월호 정국으로 유리한 판세에서도 수도권 광역단체장 2석을 빼앗긴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이 완승을 거두지 않는 이상 두 사람이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잘해야 본전'이란 뜻이다.

또 공천 과정에서 두 사람의 전략공천을 반대하는 구 민주계 세력이 강하게 뭉치고 있는 현상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동작을에선 당초 안철수계 인물인 금태섭 대변인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거론됐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현역의원 31명이 이에 반발하며 공동성명을 냈다.

그들이 지지한 것은 문재인계로 분류되는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었다. 31명에 달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지역공천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대부분은 친노 또는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인물들로 구 민주계가 두 공동대표에게 정식으로 반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측근 챙기기
딜레마 빠져

이러한 당내 분위기를 고려할 때 두 공동대표가 지난 지방선거 때처럼 자신의 측근을 전략공천하는 무리수를 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따라서 이겨도 다른 계파 수장의 측근들만 국회에 입성하는 꼴이 되고, 지게 된다면 공천 작업을 주도한 두 대표의 책임론만 부각될 것이란 예측이다.

게다가 이번 재보선을 통해 당내 거물들이 복귀하게 되면 두 대표의 입지가 더욱 흔들릴 위험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원래 자신을 챙겨줄 수 있는 힘 있는 사람 옆에 모이게 되어 있다. 그런데 안 대표가 이번에도 자기 사람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다면 정치적 입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측근을 챙길 수도 없고, 안 챙길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두 사람이다. 이번 재보선이 두 공동대표의 무덤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두 사람은 재보선을 통해 더 멀리 도약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대로 추락하게 될까? 두 사람의 정치생명이 걸린 '7·30재보선 단두대 매치'가 다가오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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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