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정부 2기 내각 청문시리즈의 막이 올랐다. 지난달 29일 열린 한민구 국방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10일까지 9명의 2기 내각 후보자들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릴레이로 열리게 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후보자의 도덕성과 업무수행능력 등을 철저히 검증해 이미 각종 의혹이 불거질 대로 불거진 2명의 후보자는 반드시 낙마시키는 한편, 추가로 2~3명의 부적격 후보자를 추가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2+α 낙마' 전략을 살펴봤다.
박근혜정부 2기 내각 후보자 9명의 릴레이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스타트를 끊은 것은 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가 열린 한민구 국방부장관. 한 장관에 대한 청문회는 여야 모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무사히 넘어갔다. 또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도발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대 등 급박한 한반도 상황을 감안해 다음날 곧바로 임명 절차까지 마쳤다.
청와대 부실검증
문제후보 수두룩
문제는 남은 8명의 후보자들이다. 7~10일에 나눠 열리는 이들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는 한 장관의 사례와 달리 여야 간의 불꽃 튀는 공방전이 예상된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필두로, 대부분의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청문회 전 이미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청문회 4대 쟁점'인 부동산·세금·논문·병역 관련 의혹 외에도 음주운전, 자녀 특혜 취업, 편향적 이념논란 등 다양한 의혹들을 받고 있다. 당장 야권에서는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 이미 김명수·이병기 후보자는 반드시 낙마시키기로 하고, 추가로 2~3명의 후보를 상황에 따라 낙마시키겠다는 이른바 '2+α 낙마' 전략을 수립하고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여권은 앞서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도 밟지 못하고 언론검증 단계에서 잇달아 낙마한 상황에서 추가 낙마자가 발생할 경우 국정혼란은 물론 다가오는 7·30재보선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 '9명 전원 생존'을 기본방침으로 정했다.
자고나면 커지는 의혹…'점입가경' 후보자들
청문회 4대 쟁점 외에도 다양한 의혹 쏟아져
야권이 낙마 1순위로 꼽고 있는 후보자는 김명수 후보자다. 논문 표절, 제자논문 가로채기, 연구비 부당 취득, 칼럼 대필 등 현재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이 30여건이 넘을 정도로 역대급 의혹을 받고 있는 김 후보자는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지난달 25~30일 전국 학부모와 시민 232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6%인 2232명이 김 후보자를 '부적격' 인사로 생각한다고 답할 정도로 여론도 좋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한 관계자는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만 30여건이 넘는다"며 "자고 나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정도인 그는 이미 부적격자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 위원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도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김 후보자를 겨냥해 "지금 청문회 후보자로 내보낸 분들 중 국민이 생각하기에 미흡한 분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역대급 의혹 김명수
다른 후보 방패막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를 이병기 후보자를 비롯한 다른 후보자들을 지키기 위한 '방패막이'로 삼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 후보자에게 언론과 야권의 시선이 쏠린 사이 의혹이 제기되는 다른 후보자들 청문회를 대충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잇단 총리 낙마에 사회부총리 후보자까지 중도 낙마하는 것은 정권에 치명적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전원 청문회 통과'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청문회에서 본인의 진지하고 솔직한 해명을 들어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후보자 전원을 인사청문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여당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야권도 김 후보자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차떼기' '북풍조작' 사건 등에 연루됐던 이병기 후보자도 현미경 검증을 통해 반드시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이 후보자의 경우 최근 재산 형성 관련 의혹에 대해 거짓해명을 한 것도 드러났다.
이 후보자 측은 아들 유학자금, 골프회원권 등 씀씀이가 큰 와중에도 1997년 1억8000만원에서 현재 5억2000만원의 예금통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수상하다는 지적에 대해 "기존 예금에 국정원 2차장 퇴직금, LIG손해보험 급여 일부와 여기에 붙은 이자로 예금이 늘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국민건강보험 납부 내역에 따르면 이미 알려진 사돈기업 LIG손해보험 근무 외에 사위가 감사를 맡았던 ㈜그린샵에서도 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소득원이 있었지만 이를 밝히지 않고 거짓해명을 한 셈이다.
야권 관계자는 "논문 표절, 제자논문 가로채기, 칼럼 대필 등 무려 30여건 이상의 의혹을 받고 있는 김 후보자와 차떼기, 북풍조작, 거짓해명을 한 이 후보자는 도덕성은 물론이고 기본적 자질에 문제가 있는 후보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플러스알파
낙마 노린다
야권 내부적으로는 이들 외에도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정종섭 안전행정부장관 후보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등도 이른바 '낙마 리스트'에 올려놓고 날선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한 명씩 살펴보면 정종섭 후보자의 경우에는 군복무 중 박사학위 취득, 논문 중복게재, 위장전입 의혹 외에 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특혜 취업 의혹도 받고 있다.
최양희 후보자는 군복무 중 프랑스 유학과 미국 연수, 서울대 교수 재직 중 정치후원금을 낸(국가공무원법 위반) 것과 관련한 논란, 농지법 위반, 다운계약서 작성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농지법 위반과 관련해 최 후보자 측은 "'농지취득 자격증명'을 발급받아 주말체험영농 목적으로 구입한 뒤 해당 필지에서 채소 등을 재배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잔디밭에 고추묘목 10여개를 심은 듯한 현장 사진이 공개되면서 '급조 고추밭'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방배동 아파트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관행에 따랐지만 잘못을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정성근 후보자는 2차례 음주운전, 이념 편향적 발언 논란에 이어 지난 2일에는 부동산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새정치연합 조정식 의원이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정 후보자는 2000년 5월 배우자 명의로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대우아파트 86㎡(약 26평)를 3억4000만원에 매입한 후 3년7개월 뒤 5억원에 되팔아 1억6000만원의 단기 시세차익을 올렸다. 양도세 3200만원을 제외해도 1억2800만원의 차익을 남긴 셈이다.
조 의원은 "정 후보자는 거주목적이 아닌 전형적인 투기를 위해 용산구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이 아파트는 90년대 말 서울 아파트 재건축 열풍이 일던 당시 조성된 것으로, 분양 당시부터 주목할 만한 투기처로 언론의 각광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야, 김명수·이병기 + 2~3명 추가 낙마
여, '낙마 공세' 차단…'전원 생존' 목표
이외에도 야권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등 정치인 출신 후보자들에 대해선 각각 금융권 관계자, 지방선거 출마자들로부터 고액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에 대한 대가성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 야권의 대대적 공세를 받지 않고 있는 인사는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대다수의 2기 내각 후보자들이 도덕성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은 2+α 낙마를 목표로 청문회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의원은 "예전 같았으면 청문회 대상에 오르지도 못했을 후보자들이 수두룩하다"며 "부상병 집합소처럼 이런 후보자들만 골라 추천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여권 핵심 당직자는 "야권이 내각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 두 명과 플러스알파를 낙마시키겠다며 각종 의혹을 생산하고 있는데, 청문회를 해보기도 전에 낙마 대상을 정하는 것은 인사청문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격"이라며 "청문회에서 차분하게 본인의 해명을 들어보고 그 해명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를 숙고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자 임명 강행
국정 파행 불가피
한편 국무총리와 달리 장관급 후보자에 대해선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부적격 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박 대통령이 강행할 경우 야권과 여론의 거센 반발로 인한 국정운영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권의 거센 2+α 낙마 공세와 여권의 전원 생존 수성전이 맞붙을 청문회에서 어느 쪽이 승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carpediem@ilyosisa.co.kr>
<박근혜정부 2기 내각 릴레이 청문회 일정>
▲ 7월7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 7월8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 정종섭 안전행정부장관 후보자,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 7월9일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 7월10일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