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미완의 대권플랜' 엿보기

국민 속에서 '성찰의 시간' 득 될까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8년간의 도정을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왔다. 주변에서 새누리당 7·14전당대회, 7·30재보선 출마 권유가 끊이지 않았지만 이를 뿌리치고 야인으로 돌아가 그간의 정치생활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김 전 지사의 이번 선택은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로 분석된다. 그러나 그의 선택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김 전 지사의 미완의 대권플랜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30일 별도의 퇴임식 없이 경기 의정부에서 무료 급식봉사를 하는 것으로 지난 8년간의 도정을 마무리했다. 김 전 지사가 재선에 성공한 지난 2010년 7월1일 열악한 경기북부의 발전에 힘쓰겠다고 다짐하면서 새 임기를 시작한 곳에서 마침표도 찍은 것이다.

야심찬 승부수

당초 정치권에서는 김 전 지사의 도백 퇴임 후 행보를 놓고 새누리당 7·14전당대회, 서울 동작을 7·30재보선 중 한 곳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당내 세력이 약한 김 전 지사가 당 지도부 입성 또는 수도 서울의 국회의원으로 원내에 재진입해 당내 세력 확장에 힘을 쓰는 것이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한 최적의 행보라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전 지사 퇴임을 앞두고 주변과 당 안팎에서는 전대, 재보선 출마 요청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화려한 퇴임식, 퇴임사도 없이 국민 곁에서 8년간의 도백 업무를 마친 김 전 지사는 전대나 재보선에 불출마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야인으로 돌아가 국민들 속에서 지난 18년간의 정치인으로서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성찰의 시간'을 가질 뜻을 내비쳤다.

지난달 27일 충남 아산 현충사를 방문해서 '백의종군'이라는 글귀를 남겼고, 지난달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정치라는 것이 100% 이것이라고 말은 못 하지만 저는 정말 민심을 듣고 미래를 구상하겠다"고 전대나 재보선에 출마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김 전 지사의 한 측근인사는 "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김 전 지사는) 지금 당장 여의도 정치권에 복귀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기 쇄신과 혁신을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김 전 지사는 3선 의원과 재선 경기지사를 하는 18년 동안 쉼 없이 일해 왔다"며 "당분간은 국민 속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여의도의 찌든 때든, 공직사회의 찌든 때든 그런 때를 벗기 위한 자기 혁신 노력을 경주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당내 일각에서는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김 전 지사가 전대, 재보선 불출마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서청원·김무성 의원이 굳건한 양강체제를 형성한 전대에서 김 전 지사가 설 공간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서울 동작을 재보선 출마는 경기지사 재선을 지낸 김 전 지사에게는 명분도 약할뿐더러, 최근 야 성향이 눈에 띄게 강해지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당선 가능성도 장담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이에 대해 앞서의 측근인사는 "김 전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거주지나 본거지도 아닌 서울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치적 상황 때문에 (김 전 지사가) 경기도를 떠나 보궐선거에 참여하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보선, 전당대회 불출마 가닥"
열악한 당내 기반 보완책 있나?
특유의 방식으로 차기 대선 준비

하지만 아직도 당 안팎에서는 김 전 지사의 서울 동작을 재보선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잇단 인사 참사로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급락하며 재보선 참패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차기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거물인 그를 내세워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상현 사무총장은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고초려가 아니라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김 전 지사의 (서울 동작을) 출마를 요청할 것"이라며 끈질긴 재보선 출마 요청을 예고했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출마를 거듭해서 요청할 경우 결국 김 전 지사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자칫 '선당후사'를 않는 중진 정치인으로 낙인이 찍힐 경우 가뜩이나 당내 세가 약한 김 전 지사로서는 차기 대선 경선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당의 강력한 요청과 당내 기반 확보라는 과제에도 불구하고 전대, 재보선을 포함해 당분간 정치권과의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일 측근들에게 "당의 요청이 있다고 해도 내 생각은 전혀 변함이 없다"며 "지금 내가 할 일은 국민을 위한 마지막 한 번의 봉사를 위해서라도 잠시 멈추어 나를 되돌아보고 자기 쇄신과 혁신의 시간을 갖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며칠 동안 한 게 아니라 경기지사를 마무리하며 숱한 시간을 보내면서 내린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당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국민 곁에서 차기 대선 준비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권과 거리

결국 김 전 지사는 퇴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지난 4일 전남 고흥 소록도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그는 재보선 후보등록이 마감되는 11일 이후 돌아와 그간 꾸준히 해왔던 택시운전 등을 하며 민심을 살피고 성찰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최근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마련한 사무실을 중심으로 통일문제 등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한 정책적 준비도 차근차근 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곁에서 차기 대권을 준비하겠다는 김 전 지사의 다소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미완의 도전이 차기 대권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지 지켜볼 일이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문수, 여권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


새누리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여권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지난달 23~27일 여론조사에서 김 전 지사는 전주 대비 3.0%포인트 상승한 12.1%를 기록, 정몽준 전 의원(11.1%)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김 전 지사의 여권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는 지난해 7월말 이후 약 1년 만이다.

이어 3위는 김무성 의원(8.4%), 4위는 남경필 신임 경기지사(7.8%), 5위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6.3%), 6위는 홍준표 경남지사(6.0%), 7위는 원희룡 제주지사(3.9%)가 차지했다. (조사대상 : 전국 유권자 2500명, 조사방식 : 유·무선 병행 RDD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전화 방식,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 2.0%포인트)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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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