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냉장고 화재 비하인드 스토리

가전제품서 불나면 누가 보상?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지난 2009년 LG전자 냉장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한 어린이 작가의 작품 144점이 소실되는 사건이 있었다. 작가는 LG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재판부는 LG전자의 잘못을 일부 인정, 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LG전자는 이에 불복, 항소를 진행 중이다. LG전자가 가난한 예술가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어린이 그림책 작가 이현주씨는 지난 2009년 겨울, 10여년 간 작업한 작품 144점을 고스란히 잃었다. 그해 12월14일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광전리 425번지 일원 '이시영 비닐하우스 농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65m² 규모의 비닐하우스 1동과 27m²규모의 컨테이너 1동이 사라졌다. 이와 함께 비닐하우스에 보관 중이던 이씨의 작품 144점이 소실됐다.

타버린 꿈

화재 발생 원인은 냉장고였다. 냉장고 제조사인 LG전자는 이씨의 부친에게 비닐하우스와 농기계 등에 대한 보상으로 1000만원을 지급했다. 불타 버린 이씨 작품에 대한 보상은 지지부진했다. 당시 손해보험사는 이씨 작품가를 62만원으로 감정했다.

1작품 당 5000원 꼴도 되지 않았다. 이씨가 그간 갤러리 등과의 작품거래 계산서를 명목으로 이의를 제기하자 62만원이던 보상액은 500만원, 1000만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씨는 "화재 원인은 냉장고 기동릴레이 단자판에 있다"는 소방관의 말을 듣고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2010년 5월 선임한 첫 번째 변호사는 2년6개월 뒤 공직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2년 6월 두 번째 변호사와 다시 계약, 한 달 뒤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씨는 "화재는 냉장고의 과부하보호장치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것이고, 화재로 인해 비닐하우스 내에 있던 작품이 전부 소실되었으므로, LG전자는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144점 작품의 가치 상당액인 1억4755만원 및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5000만원, 합계 1억9755만원의 지급을 구했다.


반면 LG전자는 "냉장고가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기 전인 1998년경 제작·판매된 것이므로 제조물책임법에 기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화재가 이 냉장고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제조물책임법 부칙에 의하면, 제조물책임법은 2002년 7월1일부로 시행됐으며 시행 후 제조업자가 최초로 공급한 제조물부터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씨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고, 일부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11일 1심 판결에서 LG전자에게 "5000만원 및 이에 대해 2009년 12월14일부터 2013년 10월11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지급하라"고 선고했으며 이씨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화재는 냉장고 내부 장치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것이고 이씨 측 과실이 경합되어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LG전자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냉장고를 제작해 판매해야 하는 의무를 게을리 해 결함이 있는 냉장고를 제작·판매했다"며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화재로 10년간 작업한 작품 144점 소실
1심 재판부 LG전자 5000만원 배상 주문

다만 재판부는 "예술작품을 냉장고 부근에 보관했고 냉장고에 문제가 발생하면 작품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이씨가 인지했어야 한다"며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재판부의 결정에 불복 항소를 준비했다. 손해배상액 5000만원은 이씨가 평가한 가치 상당액에 크게 미치지 못할 뿐만아니라 서울미술품감정협회의 감정결과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서울미술품감정협회는 이씨의 작품에 대한 작품성, 작가의 이력 및 경력, 사회적 인지도, 작품 보관상태, 현 미술시장에서의 유통가격 등을 기준으로 감정해 144점의 작품에 대해 9055만원의 감정평가액을 내놨다.
 


하지만 항소는 LG전자가 먼저였다. LG전자는 이씨의 작품 존재와 냉장고 결함을 부정하면서 항소를 했고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건의 요점은 LG전자의 책임 여부다. 남양주소방서는 재판부에 제출한 '사실조회 및 문서송부 촉탁 신청에 따른 회신' 자료에서 "화재는 비닐하우스 농막의 냉장고 기동릴레이에서 트래킹이 발생, 기동릴레이 단자판과 접점이 용융, 용단되면서 냉장고 내부에서 발화, 주변에 보관된 물품으로 연소가 진행되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 조사됨"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소방서의 조사결과도 냉장고를 화재 발생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서라도 화재 발생 후 LG전자와 손해보험사가 현장 조사를 실시, 부친에게 손해배상으로 1000만원을 지급한 사실 자체가 LG전자가 냉장고 결함을 인정했다는 얘기가 된다"며 "소송으로 시간을 끄는 LG전자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이 땅에 사는 대부분의 예술가는 최저 임금보다 못한 생활을 하며 창작자로 살아간다"며 "삶이 궁핍하고 유명하지 않다 하여, 작품의 가치를 문방구에 파는 장난감 가격에 합의할 수 없었다. LG전자가 예술가를 돈 밝히고 거짓말하는 예술가로 벼랑 끝에 몰고 있다"고 토로했다.

항소…시간끌기?

LG전자 측은 화재 원인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피해 보상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비닐하우스 내에 이씨 작품들이 보관 중이었다는 사실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며 "소방서에서 발급한 화재증명원에도 이 사건 화재로 인한 피해 내역으로 세탁기, 냉장고, 정수기, 전기밥솥, 선풍기, 의자 등이 소실되어 있다고만 기재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재원인은 추정일 뿐 원인 불상이고 냉장고 결함도 명확히 밝혀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LG전자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1년 간 정상 사용했고 비닐하우스에서 사용한 점을 미뤄 볼 때 제품적 결함으로 보기 어렵고 정상적 사용환경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사용상 부주의로 인해 화재가 야기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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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