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악한 '시피아' 실체 대해부

"감투 쓰니 NGO 출신이 더 하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이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서울시에서는 이른바 '시피아(시민단체+마피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괴롭혔던 '농약급식' 논란도 근본적인 원인은 시피아에 있었다는 지적이다. <일요시사>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점령한 시피아의 실태를 집중해부 해봤다.

"시피아(시민단체+마피아)가 서울시를 점령했다?"

최근 일부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서울시가 시민들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1년 당선된 이후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서울시 공직에 대거 입성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박 시장은 시민단체(NGO) 출신이다.

시피아 서울 장악
눈치 보는 공무원

인권변호사로 출발한 박 시장은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정치 입문 후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은 그의 든든한 정치기반이 됐다. 박 시장의 최측근인 서왕진 전 비서실장도 4대강개발저지운동을 주요활동으로 했던 환경정의연구소 소장 출신이다. 서 전 실장은 이번에 서울시 정책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시장이 임명한 시피아들 중 가장 최근에 문제가 됐던 인사는 배옥병 전 친환경유통센터 학교급식자문위원장이다. 박 시장은 지난 선거과정에서 '농약급식' 논란으로 큰 곤욕을 치렀는데, 농약급식 논란이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으로 배옥병 전 위원장의 전횡이 지적되고 있다.

박원순 이후 시민단체 입김 강화
전문성 없는 낙하산, 부작용 심각


배 전 위원장은 무상급식네트워크 대표와 나쁜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중도 낙마시키고 박 시장을 당선시키는 데 나름의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현재 친환경유통센터는 특정 4개 업체에 총 1500억원에 달하는 납품 계약을 밀어준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 교육청 행정감사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이 기준에 미달하는 납품업체를 선정한 것에 대해 항의하자 배 전 위원장은 "서울시의 감사가 나오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배 전 위원장의 주도로 특정업체에 납품 계약을 밀어주는 과정에서 질 낮은 급식재료가 공급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농약급식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와 배 전 위원장 측은 이에 대해 "최종적인 납품업체 선정은 서울시 산하의 공급업체선정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며 "학교급식자문위원회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자체 감사를 통해 자문위원회가 자문 역할을 넘어 업체 선정에 개입하는 등 월권을 행사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비리 복마전
커지는 실망감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센터가 배 전 위원장이 속했던 특정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데다 공급하는 농수산물의 가격이 시중보다 비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자 올해부터 친환경급식센터의 이용을 권장하는 정책을 취소하고 각 학교들의 자율권을 확대했다.

그 결과 친환경유통센터에 식자재 위탁을 맡기던 학교 수는 지난해 867개교(전체의 66%)에 달했으나 현재는(지난 5월 기준) 단 한 곳도 없는 상태다. 친환경유통센터의 실패로 건축비 172억원이 투입된 친환경유통센터 시설은 텅텅 비어 쓸모없게 됐고, 150억을 투자해 추가로 건축 중이던 가락센터는 이미 공사가 80%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모든 작업이 중단됐다.

박 시장이 지난해 4월 임명한 안영노 서울대공원장도 문제의 인물로 꼽힌다. 안 원장은 한때 언더그라운드밴드의 보컬로 활동하다 이후에는 클럽문화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997년에는 '개클련(개방적인 클럽연대)'이라는 모임 결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후 안 원장은 '기분 좋은 QX 주식회사' 대표를 역임하며 문화기획전문가로 활동했다. 지난 2007년에는 안 원장의 기분 좋은QX 주식회사와 박 시장의 희망제작소가 공동으로 충청남도 문화발전 계획을 세우는 작업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박 시장과 인연을 맺어 서울대공원장으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안 원장이 취임한 이후 서울대공원에서는 우리를 탈출한 호랑이가 사육사를 물어 죽이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자칫 일반 관람객의 인명피해도 발생할 수 있었던 아찔한 대형사고였다.

사고로 사망한 사육사 심모씨는 사고가 발생하기 3개월 전부터 이미 안 원장에게 "호랑이가 탈주할 우려가 있다"고 건의했지만 안 원장은 이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박 시장이 비전문가를 서울대공원장에 임명한 탓이라는 책임론이 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원장은 여전히 유임 중이다.

서울시에서 연이어 크고 작은 지하철 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박 시장이 지난 2012년 임명한 석치순 도시철도공사 기술본부장도 논란의 대상이다.

석 본부장은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지난 1999년 4월 서울메트로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지하철 파업을 주도하다 업무방해와 폭력행위 등으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해고된 바 있다. 석 본부장은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 시장의 노동특보를 맡기도 했다.

석 본부장이 기술본부장으로 내정되자 서울시의회 교통위 위원들은 박 시장을 직접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었다. 기술본부장은 전동차·철도·토목 등 지하철 기술분야의 총책임을 지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다. 석 본부장처럼 현직을 떠난 지 13년이나 된 인물이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박 시장은 석 본부장의 임명을 강행했다.

박 시장이 지난 2012년 1월 임명한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세종문화회관 35년 역사상 처음으로 시의회로부터 해임건의안이 제출된 인물이다. 서울시의회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7월 박 사장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게다가 해임건의안을 주도한 인물은 민주당(현 새정치연합) 김태희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건의안을 제출하며 "서울시 행정을 견제해야 할 시의원이 소속 정당이 같다는 이유로 서울시 출자기관의 비효율적 운영과 대표 이사의 무능 경영을 방관한다면 시 의원으로서의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취임 후 세종문화회관이 운영 중인 삼청각이 납품비리 의혹에 휘말렸으며, 이외에도 불공정거래, 인사비리, 경영적자 문제 등이 불거져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무능의 끝
종북 논란까지

박 사장은 서울노동자문화예술단체협의회 대표, 전국민족극운동협의회 부회장,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운영위원장,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민예총) 상임이사 등을 역임한 국내 문화예술계의 대표적 진보성향 인사다.

박 사장은 또 국보법 폐지론자로 80년대부터 북한의 공연물을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민예총 상임이사 시절인 지난 2005년에는 북한에서 들여온 <아리랑> <꽃 파는 처녀 실황녹화> <조선의 무용> 등이 적발돼 세관에 유치 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시장이 임명한 시피아들이 서울시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박 시장은 지난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 산하 기관장으로) 비정부기구(NGO) 출신이 몇 명 있는 건 사실인데,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같은 사람은 정말 살림을 잘하는 사람"이라며 '시민단체 출신을 임명한 것이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서울시 곳곳에 숨어있는 시피아
제도권 행정 진입했지만 '낙제점'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박 시장이 정말 일을 잘 하는 사람으로 지목한 오성규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의 경우 취임 직후부터 시설관리공단의 조직적인 채용 비리가 적발돼 잡음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공단 직원들은 주차관리 기간제 직원으로 취직시켜 주겠다며 구직자들로부터 500만원씩 총 2억5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박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설관리공단의 평가 등급도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지난 2010년에는 '가' 등급을 받았지만 2011년에는 '나' 등급, 2012년에는 '다' 등급으로 한 등급씩 강등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발생한 '상암벌 논바닥 축구장' 논란은 서울시설관리공단의 무능의 끝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당시 서울시관리공단이 관리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가 벌어졌다. 하지만 그라운드는 국제경기를 치르기에 부끄러운 지경이었다.

곳곳이 맨땅이었고 선수들은 경기를 하면서도 틈만 나면 패인 잔디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경기가 끝난 후엔 국제 망신을 당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 오 이사장은 환경정의 등에서 환경운동을 해온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사건에 대해 일각에서는 환경운동가 출신인 오 이사장이 환경을 생각해 경기장을 방치해온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들려왔다.

감시 사각지대
관피아와 닮은 꼴

이처럼 박 시장의 정치입문과 함께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대거 제도권 행정에 진입하게 됐지만 아직까지는 시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성이 결여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무차별적으로 낙하산 인사되면서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당초 감시 역할을 해야 할 시민단체 인사들이 사실상 현실정치에 뛰어들면서 본연의 역할이 소홀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관피아 논란의 맥락과 정확하게 일치되는 부분이다. 이는 박 시장이 민선 6기 임기를 시작하며 꼭 한 번 되짚어봐야 할 점이다. 그러나 서울시 측은 이 같은 시피아 논란에 대해 "몇몇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서울시 산하 조직에 임명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을 시피아로 분류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일요시사>에 밝혀왔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원순 시정 2기

호남 출신이 장악 "시피아 이어 호피아?"

서울시 민선6기를 이끌어갈 '박원순호'의 윤곽이 드러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행정1부시장에 정효성 기획조정실장을, 행정2부시장에 이건기 전 주택정책실장을 각각 내정했다.

또 국가직 1급인 기획조정실장에는 류경기 행정국장이 내정됐다. 임종석 정무부시장 내정자에 이어 고위직 인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후속 인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서울시 고위직이 모두 호남 인사로 채워지면서 '호피아(호남+마피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효성 내정자는 전북 전주, 이건기 내정자는 전남 장성 출생이다. 류경기 국장과 백호 정책관도 각각 전남 담양과 전남 해남이 고향이다. 또 새 정무부시장에 내정된 임종석 전 의원과 김원이 정무수석, 서왕진 정책수석도 모두 호남 출신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역 편중 인사로 비춰질 수 있지만 최대한 능력 위주로 한 인사"라고 해명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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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