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악한 '시피아' 실체 대해부

"감투 쓰니 NGO 출신이 더 하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이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서울시에서는 이른바 '시피아(시민단체+마피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괴롭혔던 '농약급식' 논란도 근본적인 원인은 시피아에 있었다는 지적이다. <일요시사>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점령한 시피아의 실태를 집중해부 해봤다.

"시피아(시민단체+마피아)가 서울시를 점령했다?"

최근 일부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서울시가 시민들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1년 당선된 이후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서울시 공직에 대거 입성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박 시장은 시민단체(NGO) 출신이다.

시피아 서울 장악
눈치 보는 공무원

인권변호사로 출발한 박 시장은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정치 입문 후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은 그의 든든한 정치기반이 됐다. 박 시장의 최측근인 서왕진 전 비서실장도 4대강개발저지운동을 주요활동으로 했던 환경정의연구소 소장 출신이다. 서 전 실장은 이번에 서울시 정책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시장이 임명한 시피아들 중 가장 최근에 문제가 됐던 인사는 배옥병 전 친환경유통센터 학교급식자문위원장이다. 박 시장은 지난 선거과정에서 '농약급식' 논란으로 큰 곤욕을 치렀는데, 농약급식 논란이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으로 배옥병 전 위원장의 전횡이 지적되고 있다.

박원순 이후 시민단체 입김 강화
전문성 없는 낙하산, 부작용 심각


배 전 위원장은 무상급식네트워크 대표와 나쁜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중도 낙마시키고 박 시장을 당선시키는 데 나름의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현재 친환경유통센터는 특정 4개 업체에 총 1500억원에 달하는 납품 계약을 밀어준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 교육청 행정감사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이 기준에 미달하는 납품업체를 선정한 것에 대해 항의하자 배 전 위원장은 "서울시의 감사가 나오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배 전 위원장의 주도로 특정업체에 납품 계약을 밀어주는 과정에서 질 낮은 급식재료가 공급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농약급식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와 배 전 위원장 측은 이에 대해 "최종적인 납품업체 선정은 서울시 산하의 공급업체선정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며 "학교급식자문위원회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자체 감사를 통해 자문위원회가 자문 역할을 넘어 업체 선정에 개입하는 등 월권을 행사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비리 복마전
커지는 실망감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센터가 배 전 위원장이 속했던 특정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데다 공급하는 농수산물의 가격이 시중보다 비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자 올해부터 친환경급식센터의 이용을 권장하는 정책을 취소하고 각 학교들의 자율권을 확대했다.

그 결과 친환경유통센터에 식자재 위탁을 맡기던 학교 수는 지난해 867개교(전체의 66%)에 달했으나 현재는(지난 5월 기준) 단 한 곳도 없는 상태다. 친환경유통센터의 실패로 건축비 172억원이 투입된 친환경유통센터 시설은 텅텅 비어 쓸모없게 됐고, 150억을 투자해 추가로 건축 중이던 가락센터는 이미 공사가 80%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모든 작업이 중단됐다.

박 시장이 지난해 4월 임명한 안영노 서울대공원장도 문제의 인물로 꼽힌다. 안 원장은 한때 언더그라운드밴드의 보컬로 활동하다 이후에는 클럽문화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997년에는 '개클련(개방적인 클럽연대)'이라는 모임 결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후 안 원장은 '기분 좋은 QX 주식회사' 대표를 역임하며 문화기획전문가로 활동했다. 지난 2007년에는 안 원장의 기분 좋은QX 주식회사와 박 시장의 희망제작소가 공동으로 충청남도 문화발전 계획을 세우는 작업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박 시장과 인연을 맺어 서울대공원장으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안 원장이 취임한 이후 서울대공원에서는 우리를 탈출한 호랑이가 사육사를 물어 죽이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자칫 일반 관람객의 인명피해도 발생할 수 있었던 아찔한 대형사고였다.

사고로 사망한 사육사 심모씨는 사고가 발생하기 3개월 전부터 이미 안 원장에게 "호랑이가 탈주할 우려가 있다"고 건의했지만 안 원장은 이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박 시장이 비전문가를 서울대공원장에 임명한 탓이라는 책임론이 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원장은 여전히 유임 중이다.

서울시에서 연이어 크고 작은 지하철 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박 시장이 지난 2012년 임명한 석치순 도시철도공사 기술본부장도 논란의 대상이다.

석 본부장은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지난 1999년 4월 서울메트로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지하철 파업을 주도하다 업무방해와 폭력행위 등으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해고된 바 있다. 석 본부장은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 시장의 노동특보를 맡기도 했다.

석 본부장이 기술본부장으로 내정되자 서울시의회 교통위 위원들은 박 시장을 직접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었다. 기술본부장은 전동차·철도·토목 등 지하철 기술분야의 총책임을 지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다. 석 본부장처럼 현직을 떠난 지 13년이나 된 인물이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박 시장은 석 본부장의 임명을 강행했다.

박 시장이 지난 2012년 1월 임명한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세종문화회관 35년 역사상 처음으로 시의회로부터 해임건의안이 제출된 인물이다. 서울시의회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7월 박 사장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게다가 해임건의안을 주도한 인물은 민주당(현 새정치연합) 김태희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건의안을 제출하며 "서울시 행정을 견제해야 할 시의원이 소속 정당이 같다는 이유로 서울시 출자기관의 비효율적 운영과 대표 이사의 무능 경영을 방관한다면 시 의원으로서의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취임 후 세종문화회관이 운영 중인 삼청각이 납품비리 의혹에 휘말렸으며, 이외에도 불공정거래, 인사비리, 경영적자 문제 등이 불거져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무능의 끝
종북 논란까지

박 사장은 서울노동자문화예술단체협의회 대표, 전국민족극운동협의회 부회장,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운영위원장,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민예총) 상임이사 등을 역임한 국내 문화예술계의 대표적 진보성향 인사다.

박 사장은 또 국보법 폐지론자로 80년대부터 북한의 공연물을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민예총 상임이사 시절인 지난 2005년에는 북한에서 들여온 <아리랑> <꽃 파는 처녀 실황녹화> <조선의 무용> 등이 적발돼 세관에 유치 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시장이 임명한 시피아들이 서울시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박 시장은 지난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 산하 기관장으로) 비정부기구(NGO) 출신이 몇 명 있는 건 사실인데,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같은 사람은 정말 살림을 잘하는 사람"이라며 '시민단체 출신을 임명한 것이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서울시 곳곳에 숨어있는 시피아
제도권 행정 진입했지만 '낙제점'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박 시장이 정말 일을 잘 하는 사람으로 지목한 오성규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의 경우 취임 직후부터 시설관리공단의 조직적인 채용 비리가 적발돼 잡음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공단 직원들은 주차관리 기간제 직원으로 취직시켜 주겠다며 구직자들로부터 500만원씩 총 2억5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박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설관리공단의 평가 등급도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지난 2010년에는 '가' 등급을 받았지만 2011년에는 '나' 등급, 2012년에는 '다' 등급으로 한 등급씩 강등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발생한 '상암벌 논바닥 축구장' 논란은 서울시설관리공단의 무능의 끝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당시 서울시관리공단이 관리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가 벌어졌다. 하지만 그라운드는 국제경기를 치르기에 부끄러운 지경이었다.

곳곳이 맨땅이었고 선수들은 경기를 하면서도 틈만 나면 패인 잔디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경기가 끝난 후엔 국제 망신을 당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 오 이사장은 환경정의 등에서 환경운동을 해온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사건에 대해 일각에서는 환경운동가 출신인 오 이사장이 환경을 생각해 경기장을 방치해온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들려왔다.

감시 사각지대
관피아와 닮은 꼴

이처럼 박 시장의 정치입문과 함께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대거 제도권 행정에 진입하게 됐지만 아직까지는 시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성이 결여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무차별적으로 낙하산 인사되면서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당초 감시 역할을 해야 할 시민단체 인사들이 사실상 현실정치에 뛰어들면서 본연의 역할이 소홀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관피아 논란의 맥락과 정확하게 일치되는 부분이다. 이는 박 시장이 민선 6기 임기를 시작하며 꼭 한 번 되짚어봐야 할 점이다. 그러나 서울시 측은 이 같은 시피아 논란에 대해 "몇몇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서울시 산하 조직에 임명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을 시피아로 분류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일요시사>에 밝혀왔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원순 시정 2기

호남 출신이 장악 "시피아 이어 호피아?"

서울시 민선6기를 이끌어갈 '박원순호'의 윤곽이 드러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행정1부시장에 정효성 기획조정실장을, 행정2부시장에 이건기 전 주택정책실장을 각각 내정했다.

또 국가직 1급인 기획조정실장에는 류경기 행정국장이 내정됐다. 임종석 정무부시장 내정자에 이어 고위직 인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후속 인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서울시 고위직이 모두 호남 인사로 채워지면서 '호피아(호남+마피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효성 내정자는 전북 전주, 이건기 내정자는 전남 장성 출생이다. 류경기 국장과 백호 정책관도 각각 전남 담양과 전남 해남이 고향이다. 또 새 정무부시장에 내정된 임종석 전 의원과 김원이 정무수석, 서왕진 정책수석도 모두 호남 출신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역 편중 인사로 비춰질 수 있지만 최대한 능력 위주로 한 인사"라고 해명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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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