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악한 '시피아' 실체 대해부

"감투 쓰니 NGO 출신이 더 하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이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서울시에서는 이른바 '시피아(시민단체+마피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괴롭혔던 '농약급식' 논란도 근본적인 원인은 시피아에 있었다는 지적이다. <일요시사>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점령한 시피아의 실태를 집중해부 해봤다.

"시피아(시민단체+마피아)가 서울시를 점령했다?"

최근 일부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서울시가 시민들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1년 당선된 이후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서울시 공직에 대거 입성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박 시장은 시민단체(NGO) 출신이다.

시피아 서울 장악
눈치 보는 공무원

인권변호사로 출발한 박 시장은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정치 입문 후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은 그의 든든한 정치기반이 됐다. 박 시장의 최측근인 서왕진 전 비서실장도 4대강개발저지운동을 주요활동으로 했던 환경정의연구소 소장 출신이다. 서 전 실장은 이번에 서울시 정책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시장이 임명한 시피아들 중 가장 최근에 문제가 됐던 인사는 배옥병 전 친환경유통센터 학교급식자문위원장이다. 박 시장은 지난 선거과정에서 '농약급식' 논란으로 큰 곤욕을 치렀는데, 농약급식 논란이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으로 배옥병 전 위원장의 전횡이 지적되고 있다.

박원순 이후 시민단체 입김 강화
전문성 없는 낙하산, 부작용 심각


배 전 위원장은 무상급식네트워크 대표와 나쁜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중도 낙마시키고 박 시장을 당선시키는 데 나름의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현재 친환경유통센터는 특정 4개 업체에 총 1500억원에 달하는 납품 계약을 밀어준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 교육청 행정감사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이 기준에 미달하는 납품업체를 선정한 것에 대해 항의하자 배 전 위원장은 "서울시의 감사가 나오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배 전 위원장의 주도로 특정업체에 납품 계약을 밀어주는 과정에서 질 낮은 급식재료가 공급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농약급식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와 배 전 위원장 측은 이에 대해 "최종적인 납품업체 선정은 서울시 산하의 공급업체선정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며 "학교급식자문위원회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자체 감사를 통해 자문위원회가 자문 역할을 넘어 업체 선정에 개입하는 등 월권을 행사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비리 복마전
커지는 실망감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센터가 배 전 위원장이 속했던 특정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데다 공급하는 농수산물의 가격이 시중보다 비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자 올해부터 친환경급식센터의 이용을 권장하는 정책을 취소하고 각 학교들의 자율권을 확대했다.

그 결과 친환경유통센터에 식자재 위탁을 맡기던 학교 수는 지난해 867개교(전체의 66%)에 달했으나 현재는(지난 5월 기준) 단 한 곳도 없는 상태다. 친환경유통센터의 실패로 건축비 172억원이 투입된 친환경유통센터 시설은 텅텅 비어 쓸모없게 됐고, 150억을 투자해 추가로 건축 중이던 가락센터는 이미 공사가 80%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모든 작업이 중단됐다.

박 시장이 지난해 4월 임명한 안영노 서울대공원장도 문제의 인물로 꼽힌다. 안 원장은 한때 언더그라운드밴드의 보컬로 활동하다 이후에는 클럽문화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997년에는 '개클련(개방적인 클럽연대)'이라는 모임 결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후 안 원장은 '기분 좋은 QX 주식회사' 대표를 역임하며 문화기획전문가로 활동했다. 지난 2007년에는 안 원장의 기분 좋은QX 주식회사와 박 시장의 희망제작소가 공동으로 충청남도 문화발전 계획을 세우는 작업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박 시장과 인연을 맺어 서울대공원장으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안 원장이 취임한 이후 서울대공원에서는 우리를 탈출한 호랑이가 사육사를 물어 죽이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자칫 일반 관람객의 인명피해도 발생할 수 있었던 아찔한 대형사고였다.

사고로 사망한 사육사 심모씨는 사고가 발생하기 3개월 전부터 이미 안 원장에게 "호랑이가 탈주할 우려가 있다"고 건의했지만 안 원장은 이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박 시장이 비전문가를 서울대공원장에 임명한 탓이라는 책임론이 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원장은 여전히 유임 중이다.

서울시에서 연이어 크고 작은 지하철 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박 시장이 지난 2012년 임명한 석치순 도시철도공사 기술본부장도 논란의 대상이다.

석 본부장은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지난 1999년 4월 서울메트로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지하철 파업을 주도하다 업무방해와 폭력행위 등으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해고된 바 있다. 석 본부장은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 시장의 노동특보를 맡기도 했다.

석 본부장이 기술본부장으로 내정되자 서울시의회 교통위 위원들은 박 시장을 직접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었다. 기술본부장은 전동차·철도·토목 등 지하철 기술분야의 총책임을 지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다. 석 본부장처럼 현직을 떠난 지 13년이나 된 인물이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박 시장은 석 본부장의 임명을 강행했다.

박 시장이 지난 2012년 1월 임명한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세종문화회관 35년 역사상 처음으로 시의회로부터 해임건의안이 제출된 인물이다. 서울시의회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7월 박 사장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게다가 해임건의안을 주도한 인물은 민주당(현 새정치연합) 김태희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건의안을 제출하며 "서울시 행정을 견제해야 할 시의원이 소속 정당이 같다는 이유로 서울시 출자기관의 비효율적 운영과 대표 이사의 무능 경영을 방관한다면 시 의원으로서의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취임 후 세종문화회관이 운영 중인 삼청각이 납품비리 의혹에 휘말렸으며, 이외에도 불공정거래, 인사비리, 경영적자 문제 등이 불거져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무능의 끝
종북 논란까지

박 사장은 서울노동자문화예술단체협의회 대표, 전국민족극운동협의회 부회장,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운영위원장,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민예총) 상임이사 등을 역임한 국내 문화예술계의 대표적 진보성향 인사다.

박 사장은 또 국보법 폐지론자로 80년대부터 북한의 공연물을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민예총 상임이사 시절인 지난 2005년에는 북한에서 들여온 <아리랑> <꽃 파는 처녀 실황녹화> <조선의 무용> 등이 적발돼 세관에 유치 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시장이 임명한 시피아들이 서울시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박 시장은 지난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 산하 기관장으로) 비정부기구(NGO) 출신이 몇 명 있는 건 사실인데,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같은 사람은 정말 살림을 잘하는 사람"이라며 '시민단체 출신을 임명한 것이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서울시 곳곳에 숨어있는 시피아
제도권 행정 진입했지만 '낙제점'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박 시장이 정말 일을 잘 하는 사람으로 지목한 오성규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의 경우 취임 직후부터 시설관리공단의 조직적인 채용 비리가 적발돼 잡음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공단 직원들은 주차관리 기간제 직원으로 취직시켜 주겠다며 구직자들로부터 500만원씩 총 2억5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박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설관리공단의 평가 등급도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지난 2010년에는 '가' 등급을 받았지만 2011년에는 '나' 등급, 2012년에는 '다' 등급으로 한 등급씩 강등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발생한 '상암벌 논바닥 축구장' 논란은 서울시설관리공단의 무능의 끝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당시 서울시관리공단이 관리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가 벌어졌다. 하지만 그라운드는 국제경기를 치르기에 부끄러운 지경이었다.

곳곳이 맨땅이었고 선수들은 경기를 하면서도 틈만 나면 패인 잔디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경기가 끝난 후엔 국제 망신을 당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 오 이사장은 환경정의 등에서 환경운동을 해온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사건에 대해 일각에서는 환경운동가 출신인 오 이사장이 환경을 생각해 경기장을 방치해온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들려왔다.

감시 사각지대
관피아와 닮은 꼴

이처럼 박 시장의 정치입문과 함께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대거 제도권 행정에 진입하게 됐지만 아직까지는 시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성이 결여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무차별적으로 낙하산 인사되면서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당초 감시 역할을 해야 할 시민단체 인사들이 사실상 현실정치에 뛰어들면서 본연의 역할이 소홀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관피아 논란의 맥락과 정확하게 일치되는 부분이다. 이는 박 시장이 민선 6기 임기를 시작하며 꼭 한 번 되짚어봐야 할 점이다. 그러나 서울시 측은 이 같은 시피아 논란에 대해 "몇몇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서울시 산하 조직에 임명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을 시피아로 분류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일요시사>에 밝혀왔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원순 시정 2기

호남 출신이 장악 "시피아 이어 호피아?"

서울시 민선6기를 이끌어갈 '박원순호'의 윤곽이 드러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행정1부시장에 정효성 기획조정실장을, 행정2부시장에 이건기 전 주택정책실장을 각각 내정했다.

또 국가직 1급인 기획조정실장에는 류경기 행정국장이 내정됐다. 임종석 정무부시장 내정자에 이어 고위직 인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후속 인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서울시 고위직이 모두 호남 인사로 채워지면서 '호피아(호남+마피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효성 내정자는 전북 전주, 이건기 내정자는 전남 장성 출생이다. 류경기 국장과 백호 정책관도 각각 전남 담양과 전남 해남이 고향이다. 또 새 정무부시장에 내정된 임종석 전 의원과 김원이 정무수석, 서왕진 정책수석도 모두 호남 출신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역 편중 인사로 비춰질 수 있지만 최대한 능력 위주로 한 인사"라고 해명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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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