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특집> 파란의 6·4지방선거 후폭풍 ③야권 지형도

<안철수-김한길> 발등의 불 껐지만 발걸음 마다 '지뢰밭'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여야 간 격전 끝에 6·4지방선거가 사실상 '무승부'로 끝났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이 한 석을 더 얻어내기는 했지만 승리라고 말하기엔 민망하다. 일각에선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는 공식이 16년 만에 깨진 만큼 오히려 야권의 패배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6·4지방선거의 후폭풍은 곧바로 야권의 정치지형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명운이 걸린 선거였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012년 대선 이후 모든 선거에서 새누리당에게 참패해왔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도 패했다면 야권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찝찝한 결과
사실상 무승부

그 여파는 곧바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선거 결과는 여야 모두 승리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특히 지난 3월초 전격적인 합당 선언과 기초선거 무공천 번복, 지방선거 공천잡음 등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로서는 당내 리더십 논란을 말끔하게 회복하기엔 다소 부족한 결과였다.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인 광역단체장선거의 경우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보다 한석을 더 얻어내긴 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9곳, 야권이 8곳을 차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8대9'로 역전됐다.

새정치연합은 호남 텃밭과 서울과 충청권·강원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중 서울에서의 압도적인 승리와 충청권을 싹쓸이한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현역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강원도에서 최문순 당선인이 재선에 성공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무소속 후보의 위협을 받던 텃밭 광주도 지켜냈다.

세월호 앞세우고도 겨우 체면치레 그쳐
진검승부는 7월 재보선으로 미뤄져


하지만 민심의 바로미터격인 수도권 3곳 가운데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자리를 내준 것은 두고두고 뼈아픈 대목이다. 게다가 기초단체장 선거의 경우는 총 226곳 가운데 새누리당이 117곳을 차지하고, 새정치연합은 80곳을 차지하는 데 그치면서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82석에 그쳤던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에 확실한 설욕을 했다.

이처럼 지방선거의 결과가 여야 모두 승리라고 말할 수 없는 절묘한 균형을 이루면서 새정치연합 내에선 "그저 급한 불만 껐다"는 아쉬움 짙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여섯 번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의 참패 징크스가 깨진 것은 16년 만이라는 점에서 지도부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998년 제2회 지방선거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모든 지방선거는 야당이 완승했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으로 여겨지는 지방선거에서는 통상 야권의 '정권 심판론'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세월호가 살린 야권
텃밭도 흔들흔들

또 이번 선거의 결과를 두고 여권은 물론이고 야권 내부에서도 '세월호가 야권을 살렸다'는 비아냥이 들려온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이전까지는 야권의 패색이 짙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은 일방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에게 완벽하게 패배한 정몽준 후보조차도 세월호 참사 이전까지는 박 당선인에게 근소하게 앞서는 지지율을 보였었다.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정부의 총체적인 무능이 부각되며 대중적인 정권 심판론 기류가 형성됐음에도 새정치연합이 압승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상 패배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번 선거결과는 국민들이 새누리당의 대안으로 새정치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세월호 참사로 직격탄을 맞은 경기 안산시장선거에서 새정치연합 제종길 후보가 고작 1.6% 차이로 새누리당 후보에게 신승을 거둔 것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안산은 반월공단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이 많고 호남 출신 인구비율도 높아 지난 2002년 이후부터는 야당후보가 연이어 당선된 대표적인 야권 텃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안산이라는 상징적인 도시에서 압승을 거두지 못하면서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야권의 구호는 크게 퇴색되고 말았다. 제종길 안산시장 당선인이 김한길 대표와 가까운 인물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지역에서는 "김 대표가 무리한 전략공천으로 진보진영의 표를 분산시켜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야권 대권주자들의 명암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우선 안철수 대표의 경우는 광주시장선거에서 전략공천한 윤장현 당선인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살아 돌아오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게 됐다. 윤 당선인은 개표결과 총 57.85%를 얻어 31.77%에 그친 무소속 강운태 후보를 압도했다.

이날 개표 결과는 그간의 여론조사를 무색하게 만든 압승이다. 광주에서는 경선 없이 윤 당선인이 전략공천되자 현직 시장인 강운태 후보와 이용섭 후보가 거세게 반발하며 각각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었다. 이후 강 후보는 이 후보와의 단일화에도 성공하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지지율은 안철수 대표가 여러 차례 광주를 찾아 성난 민심을 달래면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안 대표는 광주 방문 과정에서 일부 후보 지지자들에게 계란 세례를 맞고 감금을 당하는 등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선거기간 여러 차례 광주를 찾았다. 

광주에서 안철수 사람인 윤 당선인이 살아 돌아오면서 안 대표의 당내 입지는 다소 넓어질 전망이다.

윤 당선인의 승리는 야권의 심장인 광주시민들이 안 대표를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도 낳고 있다. 따라서 끝없이 추락하던 안 대표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도 이번 선거 결과를 계기로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주시장 후보 공천에 앞서 윤 당선인 지지를 선언해 정치적 파장을 일으켰던 광주 국회의원들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일각에서는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안 대표와 같이 마음고생을 했던 만큼 앞으로 이들이 안 대표의 든든한 당내 지지세력으로 거듭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안철수는 부활
손학규는 추락?

반면 문재인 의원과 손학규 전 대표 등 광주시장선거에 관망했던 대선주자들에게는 이번 결과가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광주시장선거에 대해 "누가 돼도 우리 식구"라는 발언을 해 당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손 전 대표는 이번 결과로 무척 멋쩍게 됐다.

손 전 대표 측은 논란이 일자 당 차원에서 낸 해명내용까지도 정면부인하는 등 안 대표와 끝까지 대립각을 세웠다. 때문에 과거 연대설까지 돌았던 두 사람이 지방선거를 계기로 관계를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계기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안 대표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광주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내준 원인이 안 대표의 '광주 올인' 탓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광주 전략공천으로 당력을 광주에 집중하면서 경기, 인천 등을 효과적으로 지원 못한 게 패인이고, 광주 무소속연대 바람이 전·남북을 강타해 36개 기초단체장 중 15개 기초단체장을 무소속에 헌납했다"며 안 대표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비록 광주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이런 비판여론은 안 대표에게 부담이다.

차기 대권 잠룡들의 엇갈린 명암
지방정부 입김은 전보다 강화될 듯


당장 친노를 비롯한 당내 여러 계파 의원들이 7·30재보선을 앞두고 이러한 틈새를 파고들며 목소리를 키워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친노진영의 좌장 격인 문재인 의원도 향후 이어질 세월호 정국에서 선명성 있는 야당을 강조하며 김·안 대표와 차별화를 꾀하고 정치적 입지확대를 모색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명실상부 유력 대권주자로 발돋움한 일부 잠룡들도 눈에 띤다. 제일 먼저 수도 서울에서 상대후보를 압도하는 득표율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가 꺾은 정몽준 후보는 이전까지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해왔던 인물이다.

박 당선인은 당선 확정 이후에도 대권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서울시장이 갖는 정치적 상징성은 크다. 서울시장은 지금까지 대통령과 대통령 직무대행을 4명이나 배출한 ‘대권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지금까지 제2대 윤보선 시장과 제32대 이명박 시장이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역시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인도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충청권의 인구수가 호남권의 인구수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충청 대통령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지사의 존재감이 충북과 대전 등 충청권 전체의 승리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안 당선인의 주가는 더욱 치솟고 있다.

단숨에 대권주자
아직은 시기상조?

물론 아직까진 두 사람의 대권도전이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많다. 시도지사들은 당선되는 순간부터 중앙언론에서 멀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지금의 높은 관심은 '반짝효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박 당선인의 경우에는 세월호 참사 이전까진 정몽준 후보에게 고전했다는 점에서 이번 승리가 박 당선인 개인이 잘해서라기보다는 ‘국민 미개 발언’ 논란 등 정 후보 스스로 자멸한 성격이 더 짙다는 평가도 있다.

안 당선인의 경우에도 차기 대권지지율이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하지만 어찌됐던 앞으로 야권에서 지방정부의 입김이 더욱 세질 것이란 점만큼은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한편 이번 선거가 무승부로 끝나면서 야권의 정치지형 변화를 예측하기란 더욱 어렵게 됐다. 당장 김·안 공동대표는 한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7·30재보선 시험대에 서야만 한다. 진짜 진검승부는 7·30재보선으로 미뤄졌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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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