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노무현 부관참시' 논란 막전막후

"의도적 세월호 물타기?" vs "오비이락 우연한 유탄?"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청와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말이다. 특히 청와대가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했던 우병우 변호사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내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이미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을 노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모든 것은 노무현 탓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유행처럼 번진 말이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의 서거 5주기를 맞은 지금까지도 최소한 여권에선 '모든 것은 노무현 탓'이라는 말이 유효하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안대희 전 대법관을 국무총리로 임명하고, 우병우 변호사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내정한 것이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노무현과 악연
다시 반복된다?

비록 중도 사퇴하긴 했지만 안 전 대법관은 노무현정권 당시 불법 대선자금을 파헤치며 정권 실세인 안희정과 최도술을 구속했던 전력이 있고, 우 변호사는 대검찰청 중수부1과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9년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에 출석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인물이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지 23일 만인 지난 2009년 5월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안 전 대법관과 우 변호사의 인선에 대해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이 "남북정상회담회의록 왜곡으로 시작된 박근혜정권의 '노무현 죽이기'가 끝나지 않고 있다"고 꼬집은 이유다.

안 전 대법관이야 박 대통령의 선거캠프에도 참여했던 인물이지만 우 변호사의 민정수석실 내정은 특히 의외였다. 당장 야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인물을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앞두고 내정한 것은 야당과 정쟁하자는 얘기"라며 단체성명까지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같은 야권의 반발을 청와대가 예상 못했을 리는 없다. 우 변호사는 당초 검사장 승진이 유력했으나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따른 책임론이 일면서 검사장 승진에서도 연거푸 탈락해 지난해 4월 퇴직한 뒤 변호사로 활동해온 인물이다.

노무현 수사했던 인물 민정비서관으로 내정
노무현정권 시절 펼쳤던 사업 대대적 수사


박근혜정부가 검사장 승진에서도 탈락시킨 인물을 이제 와서 청와대 요직인 민정비서관에 앉힌다는 건 어딘가 어색하다.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세월호 사태로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위해 또 다시 노 전 대통령의 치부를 국민들에게 상기시켜 노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부관참시는 '관을 열어 시신을 참한다'는 뜻으로 여기서 언급된 부관참시는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다시 죽이려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퇴임 후에도 여권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희생양이 되어 왔다.

광우병 사태 직후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졌고, 대선을 전후에서는 NLL논란과 사초실종 사태로 곤혹을 치렀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로 궁지에 몰리자 박근혜정부가 노무현 카드를 다시 빼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 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야권의 반발이 뻔히 예측되는 상황에서도 우 변호사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내정한 만큼 단순히 이미 밝혀진 노 전 대통령의 치부를 들추는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준비된 카드는?
치부 있을까?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다양한 해양정책을 펼쳤는데 우 변호사는 과거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친노진영의 해양업계 유착 가능성까지 파고들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청와대는 우 변호사를 통해 참여정부의 해양관련 사업을 전반적으로 뒤지면서 이번 세월호 사태와 연관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노무현정부의 마지막 해양수산부 장관인 강무현 전 장관은 퇴임 후 불과 5개월 만에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강 전 장관은 관련업계에서 두루 뒷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강 전 장관은 차관 재임 시절인 2005년부터 자신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회사 또는 단체들로부터 수시로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객선 운항 및 항만 준설공사 수주 편의, 부두 사용권 제공, 노무문제 해결 등 수뢰명목도 다양했다.

강 전 장관은 퇴임 직전에는 장관실에서도 뇌물을 받을 정도로 대담했다. 돈을 건넨 사람들은 검찰 조사에서 "선박의 운항 횟수·시간, 여객정원 증원, 여객선 증선 등이 모두 해수부 신고사안인 데다 선박 안전관리 감사 권한과 근로감독권도 해수부에 있다 보니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때문에 검찰 수사 당시 강 전 장관의 뇌물 범죄는 빙산의 일각이고 해운업계 전반에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따라서 이 같은 비리를 다시 한 번 캐내 노 전 대통령과 친노진영을 공격하려 한다는 것이다.

비리 한 두건만 건져도 '대박'
또 다시 희생양 된 노무현?

해수부는 김영삼정권 말 시작돼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강 전 장관의 사례처럼 해수부가 비리 청탁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사실을 복기하면 세월호 수사과정에서 역대 해수부의 비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개연성도 적지 않다. 노 전 대통령 자신도 김대중정부에서 해수부 장관을 지냈고, 야권 단일후보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오거돈 후보도 해수부 장관 출신이다.

이 같은 정치권의 이야기를 방증하듯 세월호 참사로 촉발된 검찰의 해운업계 비리 수사는 최근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수사 대상도 여객선사 뿐 아니라 지방해양항만청, 항만공사, 해운조합 등 해운업계 전체로 커졌다. 검찰은 해운업체들이 비자금을 조성해 해경과 해양항만청 등에 로비한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 감사관은 부산항만공사 현장조사를 했고, 울산검찰청은 울산항만청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감사원도 인천항만공사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또 제주검찰청은 부산항만청 제주해양관리단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부산신항,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항만 투포트 정책 등 고강도 해양 업그레이드 사업을 하며 특히 항만과 연관이 깊다. 정치권이 이번 수사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편파수사
억울한 노무현

또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이 정관계 인사 등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된 검찰 수사는 지나치게 노 전 대통령의 일가와 주변인물에만 집중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박연차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함께 거론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은 검찰이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수사를 종결한 바 있다.

결국 이번 항만비리 수사도 당시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여권에서는 고작 1급 비서관 인사를 두고 정치적인 노림수가 있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우 변호사의 경우 검찰 내에서 평가가 좋았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비서관 내정이 결코 무리한 인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지금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이나 그 측근들을 대상으로 비리수사를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한다. 항만 업계 등이 수사의 대상이 된 것도 노 전 대통령을 겨냥 했다기보다는 세월호 수사의 유탄이 우연히 튄 것뿐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황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작품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시 한 번 공안정국의 불을 지펴 세월호 정국을 정면돌파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평소 같으면 이해할 수도 있는 인사지만 세월호 참사로 내각 총사퇴와 청와대 비서진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려는 마당에 나온 인사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인 부담을 감수하고 우 변호사를 임명한 것은 일개 비서관을 인사한 문제라고 볼 수 없다. 분명히 숨겨둔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기춘 작품?
수상한 인사

이 관계자는 또 "세월호 참사 이후 야권에서 너무 강경하게 (청와대를) 흔들었다는 말이 있다. 특히 문재인 의원의 광주사태 발언(세월호 사태는 또 하나의 광주사태와 같다는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무척 심기 불편해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에선 같은 야권이라도 당 지도부는 사태수습에 먼저 무게를 둔 온건파인 반면, 친노로 분류되는 강경파들은 정권 흔들기에만 몰두하고 있어 눈엣가시 같을 것"이라며 "어디 너희는 얼마나 깨끗한지 같이 털어보자는 심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의 관계자도 "특히 여권에는 학습효과가 있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으로 정국이 한창 시끄러울 때 여권에선 NLL 논란으로 맞불을 놔서 위기를 잘 넘긴 적 있다. 현재 청와대와 여권을 공격하는 야권 인사들의 뿌리가 노 전 대통령인 만큼 노무현을 걸고 넘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라며 "야권이 세월호 국정조사 대상에 청와대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 본인이 아니더라도 주변인물과 관련한 비리 한 두건만 발견해도 청와대는 시쳇말로 '대박'"이라고 분석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광주 발언이 뭐기에?
박주선 의원 "문재인 발언 동의 못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처를 놓고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오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의 발언에 대해 같은 당 박주선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는 또 하나의 광주"라며 "죽지 않아도 될 소중한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몬 점에서 '광주의 국가'와 '세월호의 국가'가 본질적으로 얼마나 다를런지요?"라고 썼다.

이에 대해 박주선 의원은 지난달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세월호 사태와 5·18민주화운동은 전혀 다르다"며 "이번 경우엔 미필적 고의도 있겠지만 제도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권력의 직무유기나 의도적인 살인 행위는 아니지 않느냐 하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광주 동구가 지역구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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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