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셀프 낙마' 진짜 이유 "뭔가 있다"

세월호 사태 구원투수…화려한 등장 씁쓸한 퇴장 "왜?"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세월호 참사 여파로 위기에 빠진 박근혜정부를 구하기 위해 혜성같이 등장했던 '구원투수' 안대희(59)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엿새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른바 '셀프 낙마'다. 총리 지명 직후 전관예우 의혹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사퇴 발표 5시간 전까지만 해도 "모든 의혹들을 청문회장에서 밝히겠다"며 자신감을 표했던 그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전격 사퇴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안 전 총리후보자의 입장변화에 이런저런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안 전 총리후보자가 사퇴를 결심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총리 지명 엿새 만인 지난달 28일 전격 자진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궁지에 몰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등 공직사회 개혁을 추진할 간판 인사로 야심차게 내세운 '안대희 총리카드'가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셀프 낙마'로 실패한 것이다.

안대희 총리카드
'셀프 낙마' 실패

안 전 총리 후보자는 이날 오후 서울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후보로 지명된 이후 전관예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의혹들로 인해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죄송하다"며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더 이상 총리후보로 남아있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늘 제 버팀목과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주었던 가족들과 저를 믿고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는 것도 너무 버겁다"고 밝혔다. 또 "저를 믿고 총리후보로 지명한 대통령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평범한 한 시민으로 돌아가 조용히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께 가감 없이 진언하겠다"며 책임총리의 적임자임을 자처했던 안 전 후보자가 지명 일주일도 채 버티지 못하고 언론 검증 단계에서 난타를 당하며 무릎을 꿇은 것이다.

실제로 안 전 후보자는 지명 이튿날부터 재산증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한 몸에 받았다. 우선 지난해 7월 '안대희 법률사무소'를 개업하며 불과 5개월 만에 변호사 활동으로 16억원의 막대한 수입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됐다. 변호사가 월 3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린 것은 역대급 전관예우 덕분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평가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달 26일 논평을 통해 "안 후보자가 벌어들인 수임료는 일반 변호사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거액"이라며 "이는 전관예우의 풍조가 만연한 가운데 사법질서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과거의 사례와 비교해 봐도 안 전 후보자의 전관예우는 비교가 불가능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정동기 전 감사원장후보자는 지난 2007년 대검차장에서 물러난 뒤 법무법인에서 일하며 7개월간 7억7000만원을 받은 것이 논란이 돼 내정 12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박근혜정부 초대 국무총리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도 법무법인에서 7개월간 7억원을 받는 전관예우 등을 문제로 지명 닷새 만에 자진사퇴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안 전 후보자도 역대급 전관예우를 받았던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갑작스런 입장변화
다른 약점 있었나?

그러나 사퇴 기자회견 당일까지도 안 전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안 전 후보자는 전날 오후 자신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잘 부탁한다"며 읍소하기도 했다. 심지어 검사 시절 구속 및 기소로 악연을 맺은 일부 의원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사퇴 당일 오전에도 집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면서 각종 의혹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청문회 때 충분히 이야기하겠다. 모두가 다 제가 부족한 탓"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 5시간쯤 전에도 점심식사를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사퇴요구에 대해 "임명동의안이 제출됐는데 무슨 사퇴냐"라고 웃으며 말한 뒤 "표결하면 되지"란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실제로 전관예우 의혹 등에 휩싸이며 여론과 야당의 뭇매를 맞고 있었지만 청문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었다. 청와대가 낙점했고, 여대야소의 현 국회 사정을 감안하면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표결로 갈 경우 통과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법관의 수상한 변호사생활 의혹 확산
드러난 월3억원 '역대급' 전관예우 결국 발목


하지만 갑자기 그가 입장을 바꿔 전격 사퇴를 결심한 것은 전관예우 문제 외에 다른 약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정을 낳게 한다. 무엇보다 안 전 후보자가 전관예우 의혹 등에 휩싸인 이후 그의 가족, 사건 의뢰인들도 후폭풍에 휩싸이며 함께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했던 총리실 한 관계자는 "(야당과 언론에서) 가족들과 의뢰인들을 샅샅이 훑고 다녀 안 전 후보자의 가족과 의뢰인들을 힘들게 해 인간적 고뇌가 컸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관예우 이어
현직예우 의혹

전관예우뿐 아니라 '현직예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던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안 전 후보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국세청 산하기구인 세무조사감독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세무조사감독위원회는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감독하는 곳인데, 안 전 후보자는 세무조사감독위원장을 맡으며 한 기업의 법인세 취소소송 변론을 맡았다.

세무조사를 감독해야 할 인사가 조세사건을 맡아 수임료를 받은 것은 박 대통령이 척결을 외친 '관피아'의 전형적 예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 후보자가 세무조사감독위원장을 맡으면서 법인세 취소 사건을 수임했다면 현직예우를 받은 것"이라며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회는 세무조사의 기본운영에 관한 사안, 조사대상, 선정기준, 방식, 절차 모든 문제에 대해 자문과 심의를 받는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재직하며 법인세 취소 사건 수임을 맡았던 안 후보자는 '슈퍼 관피아'다"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대법관 재임 시절 재산증식에 대한 의혹도 나오고 있었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의원이 안 전 후보자의 소득증빙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그가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2009년 말부터 2011년 말까지 2년 동안 예금은 9507만원 늘어난 반면, 순수입 증가분은 69만원에 불가했다. 약 9450만원의 출처가 불분명한 소득이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 의원은 "안 후보자는 이 기간 총 2억9357만원의 급여(세후 기준)를 받았고 지출액(국세청신고분)은 2억9288만원"이라며 "급여 가운데 69만원을 제외한 모든 돈을 지출한 셈이지만 오히려 예금액에 있어서는 9000만원 이상의 '수상한 증가'가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월급을 거의 생활비로 지출한 셈인데, 예금이 1억원 가까이 늘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안 후보자의 대법관 재직 당시 대법관들에게 지급된 특정업무경비가 연간 4500여만원, 2년간 9000여만원으로 확인됐다"면서 "안 후보자의 출처가 불분명한 소득증가와 특정업무경비 액수가 일치하는 것을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과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낙마사유가 됐던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기부 승부수…'정치적 기부' '기부금 총리' 오명
아들 병역특혜 논란 등 가족검증 부담도 컸던 듯

고액 변호사 수임료에 따른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은 '기부 승부수'가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자는 16억원의 변호사 수입 중 기부금으로 무려 4억7000만원을 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억7000만원 상당의 기부금을 서울대, 건국대에 장학금으로 냈고 은평천사원 등 아동보호시설과 나눔의 집 등 사회복지시설에도 기부했다. 하지만 가장 큰 금액인 3억원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날이자 청와대로부터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 제출 연락을 받았을 시기인 지난달 19일 납부했다. 기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전관예우 논란을 타개하기 위해 변호사로 활동한 10개월 동안 늘어난 재산 가운데 남은 11억원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도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다지기는 늦은 승부수였다는 점에서 '정치적 기부' '기부금 총리'라는 비판을 야기했다.

이처럼 안 전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쌓이고 돌파구로 내놓은 승부수도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서스스로 견디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역풍만 부른
기부 승부수

결국 '국민검사' '대법관' 출신 후보자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안 전 후보자는 셀프 낙마 형식으로 씁쓸히 퇴장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이 '안대희 카드'에 대해 언급한 "법치와 소신의 아이콘"이라는 평가가 일주일도 채 안돼 일그러진 것이다.

이에 대해 그와 악연으로 맺어진 한 중진의원은 "그의 총리 지명이 달갑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각종 의혹제기에 대다수의 총리, 장관후보자들이 버티기로 일관한 것과는 다르게 버티지 않고 총리후보직을 던진 것은 ‘안대희다운'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정부 국무총리 후보 수난사
김용준·안대희, 청문회도 가기 전 '셀프 낙마'

박근혜정부가 집권 2년도 채 안돼 국무총리후보자 2명이 낙마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해 1월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전관예우, 부동산 투기 등 도덕성 논란 속 지명 닷새 만에 '셀프 낙마'한 데 이어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마저 지명 엿새 만에 전관예우 의혹 등에 발목이 잡혀 셀프 낙마한 것이다.

각각 헌법재판소장과 대법관을 지낸 고위 법관 출신 총리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가지도 못하고 언론 검증단계에서 낙마하며 박근혜정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박근혜정부가 지명했다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차관급 이상 고위직 후보자만 8명에 이른다"며 "더 이상의 인사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수첩인사' '밀실인사'의 잘못된 관행을 깨고 투명한 인사검증 시스템에 의한 인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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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