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위장전입 뺨치는 수상한 국회의원 실태

지역구 외면하고 강남 사랑한 의원님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외면하고 있다. 본지가 <단독>으로 취재한 바에 따르면 상당수의 의원들이 지역구에 따로 주택(전세 포함)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돈이 없어서라면 이해하겠지만 정작 강남 등지에는 수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이 과정에서 위장전입 뺨치는 꼼수까지 쓰고 있었다. 그 실태를 파헤쳤다.

비례대표를 제외한 우리나라의 모든 국회의원들은 소선거구제(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제도)를 통해 선출된다. 따라서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해당 지역의 얼굴이다. 지역의 현안을 가장 잘 알고, 지역을 대표할 수 인물이 선출되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과거부터 해당 지역과 관련 없는 인물이 낙하산 공천되는 사례는 많았지만 아무리 낙하산이라고 해도 국회의원이 되고나면 해당 지역에 터를 잡고 지역과 융화되려 노력하는 것이 최소한의 의무였고 관례였다.

그런데 현재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에 따로 주택(전세 포함)조차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신 이들은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동원해 주소지만 살짝 얹어놓고 있었다. 돈이 없어서라면 이해하겠지만 정작 강남 등지에는 수억 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거의 외지인이나 다름없는 지역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낙하산?
아예 외지인

우선 경기북부 지역 재선 의원인 새누리당 K의원의 경우는 배우자 명의로 서울 송파구에 5억원가량의 전세 아파트가 있었지만 정작 지역구에는 따로 주택이 없었다. 배우자와 자녀들도 모두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K의원은 공천 당시부터 낙하산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K의원은 지역구에 살고 있는 모친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부산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L의원의 경우는 서울 서초구에 7억68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정작 지역구에는 따로 주택을 마련하지 않았다. L의원은 부친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재선의 새누리당 P의원도 역시 지역구에는 따로 살 집을 마련하지 않고 모친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P의원 측은 오랫동안 타지에서 검사 생활을 해서 고향인 지역구에 따로 주택을 마련할 기회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강남엔 수십억 아파트, 지역구엔 주소만
표심 때문에…"어쩔 수 없는 선택" 해명


P의원은 현재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성남 지역에 아파트를 두 개나 소유하고 있다. 재선인 새누리당 K의원 역시 부모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K의원의 경우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마포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남편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고 어린 두 자녀들이 서울에서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어 서울에 우선 집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경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새누리당 K의원은 부친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지만 자신의 경우 가족 모두가 부친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어 다른 의원들과는 다르다고 적극 항변하기도 했다.

K의원은 배우자와 자녀가 셋이나 있는데 부친이 소유하고 있는 집은 22평 정도에 불과했다. 상식적으로 22평 주택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반면 동작구에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는 약 34평형이었다. 또 충남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L의원은 강남에 15억 상당의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지역구에선 본가인 큰 형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나이 60이지만
아직도 부모 집에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에서는 전북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K의원이 모친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K의원은 본인과 배우자가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에 각각 아파트와 아파트 전세권을 가지고 있었다. 해당 의원은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전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새민련 L의원은 큰 형님 댁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L의원은 여의도에 8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지역구에서 월세로 살고 있는 의원도 있었다. 광주가 지역구인 새민련 P의원은 수도권 지역에 12억 가량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지역구에서는 월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P의원은 강남에도 배우자와 장남의 공동명의로 9억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P의원 측은 현재 광주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임기 내내 지역구에서 출퇴근하겠다고 선언해 지역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던 새민련 P의원은 현재 누님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P의원은 경기도 광주에 배우자 명의로 1억9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대해 모 의원의 보좌관은 "지역구를 사랑하지 않는 의원이 어디 있겠나? 서울이나 수도권 의원은 국회로 출퇴근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불가능하다. 지방 의원들은 거주해야 할 곳이 두 군데 있어야 하는데 애매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보좌관의 변명이 무색하게 서울이나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도 다른 지역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의원들도 꽤 있었다.

새누리당 재선 K의원의 경우는 서울에 지역구를 두고 있었지만 지역구에는 아무런 주택도 소유하지 않고 있었다. 해당 의원은 서울 다른 지역에는 7억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해당 의원은 바쁘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해명조차 거부했다. 또 새민련 Y의원은 서울 모 지역구 국회의원이지만 다른 구에 본인과 배우자가 각각 다세대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서울 모 지역에서 구청장을 역임하고 해당 지역에서 국회의원이 된 새누리당 S의원은 강남구 논현동에 7억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정작 지역구에서는 아파트 전세권만 설정해 놓고 있었다. 또 새민련 P의원은 서울 모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하고도 지역구에는 오피스텔 전세권만 설정해놓고 서울 모처에 7억4000만원 상당의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거의 위장전입에 버금가는 더 황당한 사례도 있었다. 경북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새누리당 K의원은 해당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했다. K의원은 지역구에서 자신이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모 학교 관사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관사에 대해 "관사는 지역주민 민요교실로도 사용하고 학생들 예절 교실로도 사용하고 있다. K의원님이 이 지역에 내려오시면 한 번씩 이용하시는 거지 계속 이용하시는 건 아니다. 주목적이 K의원님 숙소로 이용되는 건 아니다. 생활은 못하고 가끔씩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의 관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K의원 측은 "학교 측이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의 예절 교실로 사용하는 관사는 옛날 관사고 바로 옆에 신축 관사가 있다. 해당 관사에 K의원의 개인 침대도 있고 짐도 다 있다.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곳이 맞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역구는 특히 K의원 형제가 지역구를 대물림해가며 도합 7선을 한 곳인데 K의원의 친형인 K 전 의원 역시 현역 의원 시절 해당 관사를 지역구 주소지로 이용해왔다. K의원은 현재 서초구 방배동에 5억5000만 원 상당의 연립주택 전세권을 가지고 있다.

지역 공천
외지인 손에

경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새누리당 Y의원의 경우는 동생이 소유하고 있는 본가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Y의원 측은 "사실 지역구에 가족들도 주소지를 두는 게 상례지만 주민등록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있어 의원님만 주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위장전입 수준이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또 경북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재선인 새누리당 J의원의 경우는 친형이 사망한 후 형수님이 혼자 살고 있는 아파트에 방 한 칸을 얻어 월세를 내며 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형수님 혼자 사는 집에 함께 사는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고 묻자 70이 넘은 형수님이라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의원은 서초구 방배동에 5억3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최근 비례대표 의원들을 대거 지역 조직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있는데 현재 임명된 비례대표 출신 조직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 6명 중 절반이 해당지역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경기도 모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P의원의 경우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은 지가 벌써 1년이 넘었지만 해당 지역구로 주소지를 옮기지 않고 있었다.

형수 혼자 사는 집에 함께 산다?
모 학교 관사에 주소지 두기도


P의원은 당협위원장을 맡은 이후 각종 지역구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일부 주민들은 P의원을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까지 있었다. 물론 당협위원장의 경우 주소지를 꼭 지역구에 두어야 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지역구에 살지도 않는 사람에게 당협위원장을 맡기는 것은 지역주민들을 무시하는 행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지역주민은 "토박이는 바라지도 않고 낙하산까지도 이해했지만 1년 넘게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도 지역에 살지 않는 것은 너무 한 것 같다"며 "당협위원장은 지역 공천 등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인데 사실상 외지인이 지역을 좌지우지 한다면 지역주민으로서는 기분이 나쁘다"고 일갈했다.

해당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외지인에게 지역 공천을 맡긴 셈이다. 나머지 의원들도 대부분 임명을 받은 후 최근에야 부랴부랴 주소지를 이전했다.

호남 몫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J의원은 서초구에 6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호남 지역에는 따로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고 있었다. 다만 호남에 살고 있는 아들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J의원의 아들은 지난 재산공개 당시 재산고지를 거부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신고기준일 이전 6개월간 거주를 달리한 자녀에게만 고지거부를 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따라서 J의원과 같은 주소지에 살고 있는 J의원의 아들이 재산고지를 거부한 것은 법을 위반한 것이다.

불법 의혹
꼼수 어디까지?

이에 대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J의원의 경우 다른 사유가 있어 아들의 재산고지 거부를 허락했다고 밝혔다. 어떤 사유인지는 개인정보에 해당돼 알려줄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본지가 4급 이상 고위 공무원들의 재산공개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6개월간 거주를 달리하지 않은 자녀의 경우 고지거부를 택할 수 없다. 예외사항은 없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국회의원과 4급 이상 공직자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이다. 왜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법 해석이 다른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인사는 이 같은 국회의원들의 행태에 대해 "아무래도 지역구와 서울에 각각 집을 마련하고 살면 돈이 많이 든다. 그러다보니 가족 집 등에 주소지만 올려놓는 꼼수를 부리는 의원이 많은 것"이라며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지역에 내려갈 때마다 들르기는 미안해서 지역에 내려갔다가도 행사가 끝나면 바로 서울로 올라오거나 너무 시간이 늦으면 차라리 숙박업소에서 잠을 자고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출신 토박이만 찍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지역구 의원이라 하면 주 생활권이 지역에 형성되어 있고 회기 때 서울에 올라간다는 개념이어야 하는데 앞뒤가 거꾸로 됐다"며 "(지역 국회의원들은)사실상 외지인이나 다름없다. 지역구 제도가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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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