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불법선거운동 사례 총정리

"일단 이기고 보자?" 세월호 애도정국 틈탄 '반칙의 제왕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6·4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전국에서 불법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유세용 마이크조차 잡을 수 없는 선거 분위기가 조성되며 조급해진 후보자들이 불법·편법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전화홍보원 활용, 돈봉투 살포, 음식물 제공 등 지방선거를 앞두고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불법선거운동 사례를 <일요시사>가 모아봤다.

지난 6일 <JTBC>가 입수해 보도한 녹취록에 따르면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나선 김황식 예비후보 측 선거운동원은 선거인단으로 선정된 사람에게 전화해 김 후보를 일방적으로 홍보했다. 김 후보 측이 전화홍보원을 활용해 "국정경험이 많다" "대법관 출신에 국무총리까지 지내 행정능력이 뛰어나다" "현명한 지지 부탁드린다" 등의 불법선거운동을 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불법 홍보 기승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예비후보자는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제3자의 선거운동은 금지하고 있어 전화홍보원을 활용한 특정후보 홍보는 불법이다. 특히 발신지가 김 후보 측 사무실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한 선거운동원의 '개인적 일탈'로 선을 긋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상대후보인 정몽준 예비후보 측은 공식 논평을 통해 "김 후보 측 캠프관계자가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전화홍보로 사전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당원 명부를 불법 입수해 ARS여론조사를 가장한 불법선거운동을 하더니 당선 무효가 될 정도로 중대한 범죄인 사전선거운동까지 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경선에서도 불법선거운동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안동권씨 종친회 청장년회'가 대구시장 경선을 앞두고 "종친이 시장선거에 나갔다. 지지해 달라"는 등의 전화홍보를 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대구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권씨 성을 가진 후보가 최종 후보로 확정된 권영진 전 의원뿐이라는 점에서 선관위 조사 결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인천 강화군수 경선에서는 '불법선거의 완결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각종 불·편법이 난무했다. 지난달 초 새누리당은 강화군수 선거 컷오프에서 유천호 군수를 사기와 공갈혐의로 금고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부적절한 과거를 이유로 탈락시켰으나, 인천지역 공천관리위원회 간부가 바뀌면서 유 군수는 다시 후보경선에 참여하게 됐다. '경선에 참여할 기회만이라도 달라'는 유 군수 측의 요청을 새로 임명된 공천관리위원장이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유 군수와 관련이 있는 인사로 알려진 임모씨가 경선을 앞두고 강화지역 13개 읍면 새마을지도자들과 릴레이 오찬회동을 가지며 지지세 확산을 꾀하는 과정에서 돈봉투를 살포한 것이 드러나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무원칙·봐주기식 경선관리, 돈봉투 살포 등의 불법행위가 한 곳에서 발생한 셈이다. 

전화홍보, 돈봉투 살포, 음식물 제공 만연
'선거운동 없는 선거' 분위기에 편법 기승

새누리당 충북지사 후보경선에 나서며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윤진식 후보는 세월호 애도 정국 속 일부 지역에 불법 현수막을 게재한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샀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충북도당에 따르면 윤 후보는 행정당국의 단속이 뜸한 5월3~6일 연휴기간 제천·단양 등 일부지역 도로가에 윤 후보의 이름이 크게 적힌 사전투표 독려 안내 현수막을 내걸었다.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내용의 현수막은 과거에는 불법선거운동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일부 개정된 공직선거법에는 현수막 등 시설물을 이용한 정당이나 후보자의 투표참여 권유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안전행정부도 지난달 지정 게시대 이외에 부착된 사전투표 독려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에 위반된다'며 관할 자치단체의 철저한 단속지침을 내려 보낸 바 있다.


새누리당 의정부시장 경선에서는 김남성 예비후보가 전화홍보원을 활용해 일반인들과 당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지지를 호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또 새누리당 포항시장 경선에서는 경선을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공원식 예비후보의 선거운동원 박모씨가 포항지역 대의원 20여명에게 10만~200만원씩 총 1000만원의 금품을 살포한 것이 드러나 긴급 체포되자 공 후보가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주민에게 선물, 음식물을 제공하거나 상대후보의 홍보물을 훼손하는 불법행위 등은 전국 곳곳에서 포착돼 지역 선관위·경찰 등이 조사에 나섰다.

물론 새민련 측 후보 일부도 불법선거운동 혐의가 포착돼 조사를 받고 있다. 새민련 천안시장 후보경선에서는 구본영 예비후보가 다수의 여성들을 동원해 새민련 당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했다는 제보가 들어와 지역 선관위가 조사에 착수했고, 광주전남 경선에서는 이낙연·주승용 예비후보가 구 민주당 시절 당비를 대납한 의혹이 선관위에 포착됐다.

그러나 불법선거운동 혐의가 있는 후보 대다수가 새누리당 후보여서 세월호 참사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 새누리당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불법의 유혹

이와 같이 부정선거가 판을 치게 된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며 조급한 후보들이 불법선거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못하게 된 상황에서 불법선거운동은 앞으로 더 많이 발생될 가능성이 높다"며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더불어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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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