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문제의 후보들' 집중해부

살인미수범도 컷오프 통과…"범죄자 대표 뽑나?"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중단됐던 지방선거가 본격 재개되면서 여야의 공천 작업도 속도가 붙고 있다. 그런데 공천 신청자들 중에는 무슨 염치와 배짱으로 공천을 신청한 것인지 궁금한 '문제의 후보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공천심사까지 통과한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시민들의 대표를 뽑는 게 아니라 범죄자들의 대표를 뽑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일요시사>가 문제의 후보들을 살펴봤다.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던 여야는 이번 지방선거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제시하고 철저한 개혁공천을 실시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런데 공천 신청자들 중에는 시민의 대표를 하고 싶은 건지, 범죄자들의 대표를 하고 싶은 건지 헷갈릴 정도의 후보자들도 난립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각 정당의 공천심사까지 통과한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은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고무줄 공천

우선 호남의 한 군 지역에서는 전과 4범의 군수 예비후보자가 전과자 원천 배제 원칙을 내세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중앙당 후보자격심사를 통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상습도박판을 벌인 혐의로 상당액의 벌금을 냈고, 5년 전에는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를 뇌사상태에 빠뜨렸다.

또 지난 2010년에는 술집에서 난동을 피워 기물파손 등으로 벌금형을 받았고, 2년 전에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그러나 새민련 측은 전과가 모두 ‘벌금형’이라 공천 배제 기준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인천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침통해하는 가운데 새민련 광역의원 후보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후보자는 민주당 인천시당에서 특별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지방선거 경선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해당 후보자의 후보직은 유지됐다. 새민련 측은 음주운전은 3회 이상 적발돼야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후보직을 박탈당한다고 해명했다.

음주운전과 관련해서는 새누리당도 할 말이 없다. 새누리당은 당초 음주운전 경력 후보자를 경선에서 원천 배제하고자 했으나 황당하게도 공천신청자 상당수가 음주운전 경력이 있어 음주운전 3진 아웃을 제외하고는 구제하는 쪽으로 최근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광역의원에 출마한 모 후보자는 공천심사 과정에서 음주운전과 관련된 면접관의 질문에 공천신청서에 작성한 과거 음주운전 기록이 아닌 최근에 단속된 내용에 대해 해명을 해 상습 음주운전이 들통 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새누리당 경북도당에서는 도덕적 흠결이 있는 후보들이 대거 1차 컷오프를 통과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도의원에 출마한 모 후보는 최근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나 단속되고 폭행으로 벌금 300만원을 냈지만 공천 심사를 통과했다.

포항 시의원에 출마한 모 후보도 사기혐의로 300만원의 벌금을 낸 경력이 있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 다른 후보자도 지난 2010년 새누리당 경선에 불복해 탈당했다가 지난 2012년에 다시 입당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도박으로 벌금 100만원을 냈지만 컷오프를 통과했다.

이처럼 포항지역은 출마자들의 상당수가 도박 전과, 사기 전과 등의 전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무난히 컷오프를 통과해 최악의 공천 심사로 손꼽히고 있다.

"무슨 염치로 공천 신청까지?"
음주운전은 기본, 전과는 옵션


새누리당 부산시당의 경우는 지방선거 후보로 지원한 400여명 중 벌금 100만원 이상의 전과를 가진 후보자가 100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들은 음주운전은 기본이고 사기, 폭력 전과 5범에 많게는 전과 10범의 후보자도 있었다.

새누리당의 한 후보자는 지난해 현직 구의원 재임 시절 아내가 운영하던 사회복지시설이 국고보조금 횡령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아내의 일이라고 선을 그을 수도 있는 사안이지만 이 시설은 이후 해당 후보자의 친여동생 명의로 다시 개업됐고, 부인은 종사원으로 등록했다.

새누리당 대구시의원 출마자는 현직 시의원 재임 시 구청 우편물을 자신의 사설우체국을 통해 발송해 도덕성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모 지역에서는 살인미수 전력이 있는 후보가 컷오프를 통과해 논란이 일었다. 모 시의원 예비후보는 방화 및 살인미수, 모 구청장 후보는 폭력 및 다수의 전과기록이 있었지만 컷오프에 통과했다. 심지어 충남 서산시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모 후보자가 자신을 성추행했다며 피해여성이 직접 기자회견을 여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해당 후보자는 최종 공천됐다.

새누리당 경선 관리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는 강화군수 후보경선이다. 4월 초 강화군수선거 컷오프에서 새누리당은 현역 강화군수를 탈락시켰다. 해당 군수는 사기와 공갈혐의로 금고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경선 참여 기회라도 달라는 군수 측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이후 돈봉투 살포사건이 터졌다. 새누리당의 봐주기식 경선관리가 더 불미스런 사고로 이어진 셈이다.

새민련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주시장 출마에 나선 한 후보는 지난 1982년 폭력행위로 징역 1년6개월의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사실이 새롭게 알려졌고, 익산시장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 역시 폭력 전과가 뒤늦게 드러났다. 또 다른 후보는 회사 운영 과정에서 사기죄로 거액의 추징금과 함께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전력이 드러났다.

경기 안산에서는 도의원 출마를 준비하던 한 후보자가 전과기록을 조회하다 재물 손괴와 상해 등의 벌금을 미납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해당 후보자는 벌금을 미납해 수배된 상태였다. 해당 후보자는 체포 직후에야 벌금을 완납해 석방됐다.

뻔뻔한 후보

한편 이처럼 문제 후보들이 속출하자 당초 공천과정에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던 여야는 슬그머니 약속을 철회하려는 모양새다. 새민련 대전시당은 '부적격 기준에 해당하는 후보 중 공천관리위원회의 출석 2/3 이상의 찬성으로 사유를 인정하는 때에는 예외로 함'이라는 단서조항을 마련했고, 새누리당 인천시당도 전과자라고 해서 모두 공천하지 않게 되면 당선 가능성에서 야당 후보에 뒤질 수도 있다면서 일부 후보자에 대해서는 선별 처리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각 정당들의 고무줄 공천 기준"이라며 "지역 의원이나 중앙당의 입맛에 따라 문제 후보들도 공천 심사를 통과하고 있다. 무공천으로 이러한 폐해를 없애겠다던 다짐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