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6·4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여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총체적 무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누리당 소속 전·현직 의원들은 잇달아 '자살골'을 넣으며 가뜩이나 좋지 않은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접전 또는 근소한 우세가 예상되던 지역에서 여권이 모두 패하며 야권의 승리로 지방선거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6·4지방선거가 한 달 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정부·여당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견고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동반하락하며 사라지는 듯했던 '정권심판론'마저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여론 악화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팩트TV>와 함께 지난달 25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방선거에서 '박근혜정부 심판론에 중점을 두고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43.0%에 달했다.
반면 '박근혜정부 안정론'을 꼽은 응답자는 34.3%에 그쳤다. 특히 지역별 조사내역을 보면 영남권을 제외한 다른 모든 지역에서 심판론이 더 높게 나타났다. 새누리당이 접전 또는 근소한 우세를 보이던 지역에서 모두 패배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던 서울에서는 안정론(34.8%)보다 심판론(45.5%)이 10.7%p 더 높았고, 경기·인천도 안정론(36.6%)보다 심판론(42.5%)이 5.9%p 더 높았다.
심판의 분위기가 높아지며 자연스레 박 대통령의 직무 평가도 직전 조사(4월4~5일) 대비 9.9%p 급락한 39.8%에 그쳤다. 반면 부정평가는 15.3%p 급등해 과반 수준에(49.3%)에 이르렀다(조사방식: 공개조사시스템 이용한 휴대전화 RDD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p).
'리얼미터'의 지난달 21~25일 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6.8%p 하락한 57.9%로 조사됐고, 부정 평가는 6.6%p 상승한 33.8%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정당지지율도 새누리당은 전주 대비 4.7%p 하락한 48.7%를 기록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은 1.2%p 상승한 26.9% 기록했다(조사대상 : 전국 유권자 2500명, 조사방식 : 유·무선 전화 RDD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2.0%p).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반사이익을 얻은 새민련은 소폭 반등한 셈이다.
이러한 변화기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이는 지역은 서울이다. 당초 이 지역 새누리당 후보로 나섰던 정몽준 의원은 세월호 참사 직전까지만 해도 당내 경쟁자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을 여유 있는 격차로 따돌리면서 본선을 가상한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맞대결에서도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같은 기류가 완전히 변했다. 가뜩이나 불리해진 상황에서 막내아들이 SNS를 통해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느냐"라는 글을 올린 것이 알려지며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지만 지지율을 많이 까먹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월호 침몰로 정부·여당 동반 몰락 조짐
다시 부는 정권심판론…개각으로 반전 모색?
이에 새누리당은 정 의원이 경선을 통과하더라도 본선에서 이 같은 아들의 실수로 인해 야권의 집중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다른 후보들은 경쟁력에서 박 시장에 비해 밀리고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근소한 우세가 점쳐졌던 경기도도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지역으로 변했다. 세월호 참사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단원고가 경기도 안산에 위치하고 있어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직접적으로 닿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경기지역 유권자들에게 서서히 일고 있는 반여바람이 거세질 경우 가장 앞서나가고 있던 새누리당 남경필 예비후보가 출전하더라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인천의 경우에도 당초 송영길 인천시장과 새누리당 유정복 예비후보가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세월호 참사 여파로 야권이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외에도 접전지역이었던 충북도 야권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특히 여권의 우세지역으로 분류됐던 세종시도 새누리당 유한식 후보가 세월호 애도 정국 와중에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어 상황이 바뀔지도 모르는 지역이 됐다.
일각에선 이번 참사로 정치에 무관심했던 무당파층이 반여정서를 가지게 될 경우 새누리당은 텃밭인 영남 외에 확신할 수 있는 지역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새누리당 후보의 본선 지지율이 크게 하락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박 대통령과 정당지지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후보들만 멀쩡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 여파가 지방선거 투표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완전한 선거 국면으로 전환할 수도 없다. '선거의 귀신'이라 불리는 새누리당이라도 선거 운동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현 상황에서 반전을 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한 개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전에 문제가 된 인사들뿐 아니라 내각이 총사퇴해야 그나마 반전을 모색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개각 요구
새누리당 고위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드러난 정부의 무능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개각도 없이 지방선거를 치른다면 필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세월호 침몰 전 접전 지역으로 분류됐던 지역, 근소한 우세가 예상됐던 지역 등은 모두 열세로 보고 선거를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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