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추대론' 복잡해진 새누리 '당권 방정식' 해부

서청원, 청와대 교통정리 무시하고 직진?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누리당의 차기 원내대표로 이완구 의원이 사실상 추대되는 분위기다. 당초 원내대표 출마의사를 밝혔던 의원들은 당내 화합을 강조하며 출마의사를 접고 있다. 충남 출신의 이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로 결정되면서 새누리당의 '당권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충남지사를 지낸 3선의 이완구(충남 부여·청양) 의원이 사실상 새누리당의 차기 원내대표로 내정됐다. 새누리당의 원내대표 경선은 오는 8일 치러질 예정이지만 이 의원을 제외한 원내대표 후보군들이 잇달아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충청권 원내대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4선의 정갑윤 의원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국민적 근심이 많은 상황에서 당내 분란이나 계파 경쟁을 벌이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출마를 선언했고, 유기준·심재철 의원도 당내 화합을 강조하며 출마의사를 접었다. 충남지사를 지낸 이 의원이 단독 출마해 당선되면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까지 포함해 첫 충청권 출신 원내대표가 된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그동안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지방선거 승리에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완구 원내대표 추대론'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당의 역동성을 걱정하며 '무투표 추대'를 강하게 반대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로 여야 모두 정치일정을 전면중단하면서 이완구 추대론이 기정사실화 되어 버린 것이다.

여전히 무투표 추대를 반대하고 있는 의원들도 "남은 시간이 워낙 촉박하고 정치일정이 모두 중단된 마당에 경선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니냐"며 원내대표 추대 수순을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로 사실상 결정이 되면서 새누리당의 당권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졌다. 충청권 출신인 이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 자리에 오르면서 지역 안배론에 의해 같은 충청권 출신인 서청원 의원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서 의원은 가장 강력한 당권 후보 중 한 명이었다.

당 권력의 핵심인 원내대표와 당대표는 누구보다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관계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지역 안배 등을 고려해 다양한 당대표-원내대표 시나리오를 만들어 냈었다. '서청원 대표-정갑윤 원내대표'나 '김무성 대표-이완구 원내대표', '최경환 대표-이완구 원내대표론'이 그것이다. 이러한 짝짓기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완구 원내대표 체제에서 서 의원의 당권 도전은 한층 어려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완구 추대론이 힘을 얻자 새누리당 내에서는 서 의원의 경쟁상대인 최경환 원내대표나 김무성 의원 측에서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올 정도로 이완구 원내대표 카드는 상대 후보들이 가장 원하던 것이었다. 특히 이 의원이 사실상 원내대표로 추대된 것이 청와대의 의중이 실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새누리당의 당권 방정식은 꼬일 대로 꼬여가고 있다.

차기 총선 공천권 달린 빅매치
친박, 서청원 빼고 최경환 띄우나?


당초 새누리당은 서 의원의 당권 도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양새였다. 현 황우여 대표의 임기가 오는 5월15일에 끝나지만 전당대회를 7월 중순으로 미룬 것도 원외에 있던 서 의원이 당내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 준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원내대표직을 마치면 당분간 쉴 것”이라고 말해오던 최 원내대표가 당권 도전에 대해 “좀 두고 보자"는 쪽으로 갑자기 입장을 바꾸면서 정치권에서는 친박계 내에서 최경환 당대표-이완구 원내대표-서청원 국회의장으로 교통정리가 된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서 의원과 최 원내대표가 동시에 당권에 나설 경우 친박계의 표가 분산돼 자칫 비박계의 가장 강력한 당권주자인 김무성 의원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최 원내대표가 당권 출마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서 의원과의 교통정리가 끝났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되는 최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뜻을 거역하면서까지 당대표 출마를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당내에선 서 의원과 김 의원의 당권 경쟁이 과열될 경우 계파 갈등에 따른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며 대표직을 김 의원에게 양보하는 대신 최고위원들을 친박계로 포진해 김 의원을 견제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서 의원은 여전히 당대표 경선 출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당 안팎의 사정은 서 의원에게 점점 더 불리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서 의원이 당권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우선 서 의원의 당권 도전 의지가 너무나도 강하다.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서 의원이 쉽게 포기할 리가 없다"며 "최 원내대표 카드는 김무성 의원과 맞대결하기엔 다소 약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 의원 측도 "비록 서 의원의 고향은 충청이지만 서울 동작구에서 6선을 했고 현재 지역구는 경기도다. (이완구 의원과) 지역이 겹치지 않는다"며 지역 안배론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 의원이 청와대의 교통정리를 무시하고 청와대와 각을 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2월 말 지역 조직위원장에 민주당을 탈당한 지 열흘도 안된 인물이 임명됐는데 해당인사를 꽂은 사람이 서 의원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며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서 의원이 이런 소문에 자주 휘말리니까 청와대에서 말 잘 듣는 최 원내대표를 당 대표로 앉히고 서 의원을 사실상 명예직인 국회의장에 앉히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팽 당한 서청원?


한편 차기 전당대회는 새누리당 의원들에겐 지방선거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선거다. 누가 당권을 거머쥐느냐에 따라 향후 당내 역학구도뿐만 아니라 당·청관계, 나아가 정국의 흐름이 뒤바뀔 수 있다. 또 새누리당의 차기 당 대표는 다가오는 20대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난 후에는 별다른 큰 선거가 없기 때문에 차기 당 대표는 결정적인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2년의 임기를 끝까지 지켜내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자리보전에 목을 매는 국회의원들이 당권 경쟁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과연 이완구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로 복잡해진 새누리당의 당권 방정식은 어떻게 풀리게 될까?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완구는 누구?
충남지사 내던지고 친박 입성

충남지사를 지낸 이 의원이 단독 출마해 당선되면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포함해 충청 출신 첫 원내대표로 기록된다. 2007년(안상수 원내대표·이한구 정책위의장), 2008년(홍준표 원내대표·임태희 정책위의장), 2010년(김무성 원내대표·고흥길 정책위의장)에 이어 네 번째 추대 형식의 원내대표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김종필 전 총리의 자민련에서 활동했지만 충남지사 시절이던 2009년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자진 사퇴하면서 ‘신박’으로 분류돼왔다. 정책위의장엔 대구 출신의 3선 주호영 의원이 내정된 상태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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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