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전국이 비탄에 빠져 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이 때 아닌 '당비 대납' 의혹에 휘말려 시름하고 있다. 새민련 간판을 달고 6·4지방선거에 나서려던 일부 예비후보들이 당비 대납이라는 낡은 편법을 이용, 경선을 유리하게 만들려던 꼼수가 선거관리위원회에 덜미를 잡혔기 때문이다. 야권의 텃밭인 전남에서 촉발된 이번 의혹은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며 만만찮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3일 전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당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새민련 전남지사 경선후보인 이낙연 의원의 지역사무소 직원 4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같은 지역 경선후보인 주승용 의원의 지역사무소 직원 4명도 같은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선관위에 덜미
전남도선관위에 따르면 이 의원 측 직원 4명은 지난 1월2일~2월28일 당원 2만6117명의 당비 3178만원가량을 대신 납부했다. 주 의원 측 직원 4명도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당원 1310명의 당비 786만원을 대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선관위는 구 민주당 전남지사 후보경선에 대비해 유력후보들이 권리당원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당원 1인당 6000원씩의 당비를 대납했다는 정황을 잡고 조사해왔다. 일반당원의 당비는 월 1000원으로,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하면 권리당원이 된다.
구 민주당 경선에서는 권리당원 비중이 30%에 달해 경선판도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었는데, 선관위는 이들 예비후보가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당비 대납이라는 편법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당비 대납 의혹은 깨끗하고 공정한 지방선거를 바라는 도민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은 중대한 선거범죄"라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선관위 조사에 앞서 새민련 중앙당에도 이와 같은 내용의 진정서가 전달됐지만 당 지도부는 야권통합 이전 구 민주당의 경선을 대비한 행위로, 새민련 출범 이후 공론조사와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하기로 룰이 바뀌어 경선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당비 대납은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위반 등 불법성 논란이 있는 범죄행위지만 바뀐 경선 룰 하에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그대로 덮으려 했던 셈이다. 여기에는 당비 대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의원들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선관위, 이낙연·주승용 고발 및 수사 의뢰
"지방선거 역풍 거셀라…" 당 지도부 전전긍긍
이에 상대후보인 이석형 예비후보 측에선 성명서를 통해 "정당의 당내 경선제도를 무의미하게 하고 당내 민주화를 퇴보시키는 당비 대납은 있을 수 없는 범법행위이자 구태정치의 표본"이라며 "중앙당 차원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 후보의 후보자격 박탈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선관위에 덜미가 잡혀 검찰에 고발까지 된 이번 사건은 새정치를 외쳤던 새민련의 구태정치 답습 행보로 비춰져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역풍을 불러올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전남에서 촉발된 당비 대납 의혹은 전북·광주 등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민련 전북지사 예비후보인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7일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에게 '전북도지사 후보 경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 측에서 착신전화와 당비 대납 당원을 조직적으로 동원,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며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이외에도 광주, 수도권 등에서도 당비 대납 의심 제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당비 대납 의혹이 검찰에 고발까지 된 데 이어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되자 새정치에 걸맞는 '개혁 공천'을 강조해왔던 당 지도부는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양새다.
새민련 핵심관계자는 "호남에서는 예선이 곧 본선과 마찬가지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새정치와 개혁 공천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문제가 전체 지방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검찰이 이번 일을 지방선거에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개혁 공천의 명분을 살리기 위해 문제가 되는 예비후보들의 후보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당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들이 구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에서 안철수 공동대표 측에서 이와 같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상대적으로 안 대표 측 후보들이 경선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당비 대납은 없어져야 할 구정치의 유산"이라며 "현재의 경선 방식은 당비를 대납 받은 권리당원들이 투표에 나와도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는 구조지만 도덕적,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안 대표 측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권자에게 결코 좋게 보일 수 없는 새민련의 당비 대납 의혹 조기 수습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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