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무공천 철회에 울고 웃는 선거현장

중앙당 '오락가락' 후보들 '갈팡질팡'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10일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 철회를 발표했다. 야권 후보들은 또 한번 '멘붕'에 빠졌다. 일부에선 환호성을 질렀지만, 다른 한쪽에선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선거가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야권 후보들은 여전히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일요시사>가 무공천 철회 결정 이후의 지방선거현장을 찾아봤다.

취재기자와 만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의 한 예비후보는 "이제는 선거운동 할 맛이 난다"고 했다. 그는 "무공천 할 때는 당선 확률이 제로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이젠 희망이 보이는 것 아니냐?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송구스럽지만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싹튼 희망

그는 "무공천이 강행됐다면 선거를 앞두고 저는 물론이고 저를 지지하는 분들도 원활한 선거운동을 위해 탈당해야 했는데 마치 수십 년간 몸담아 온 당에서 쫓겨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공천 철회 결정은 백번 잘한 일"이라며 "어차피 우리만 무공천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선거법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무공천 후 당선되면 줄줄이 복당할 것이 뻔한데 그럼 달라지는 것이 없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실제로 새민련이 무공천 결정을 강행했다면 기초선거 후보들은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5월15일 이전에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했다.

또 다른 후보자도 무공천 철회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물론 선거운동을 하다보면 무공천 철회 결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 분들은 사실 원래부터 보수성향을 가지신 분들로 우리가 무공천을 하든 안 하든 표로 직결되는 상황은 아니었다"며 "갑자기 공천이 결정되면서 한창 유권자들을 만나 스킨십을 해야 할 시기에 공천 관련 서류 준비에만 몰두하고 있다. 새누리당보다 여러모로 뒤처지는 것 같아 아쉬움은 있지만 무공천 철회 결정은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물론 무공천 철회 결정에 불만을 가진 후보들도 있었다. 새정치연합계 한 후보는 "민주당을 탈당하고 새정치연합으로 당적을 옮겼는데 얼마 후 안철수 대표가 무공천 한다고 해서 물을 먹었다. 그런데 당적을 옮긴 후 한 달도 안 돼 민주당과 합당을 해 머쓱해졌다. 그러더니 이번엔 다시 공천을 한다고 한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선거일정이 다 꼬여버렸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일부 후보는 선거운동기간 벌써 명함을 세 번이나 바꾸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민주당 후보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는데 합당이 됐다. 민주당 로고가 적힌 명함을 들고 선거운동을 하니 유권자들이 '민주당은 해체된 거 아니냐'며 물어보더라. 그런데 어차피 무공천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표식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공천을 한다고 해서 다시 명함을 팠다. 나도 정신이 없는데 유권자들은 얼마나 혼란스럽겠냐"며 걱정 했다.

가장 큰 걱정은 무공천 철회 결정 이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새민련의 지지율이다. 한 후보자는 "선거운동을 나가보면 이번 결정에 실망한 분들이 꽤 많다. 과연 공천을 받는다고 해도 이런 분위기에서 새누리당 후보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희망 보인다. 무공천 철회는 잘 한 것"
"명함만 세 번 파, 유권자 혼란은 우려스러워"


공천 심사기준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면서 공천 과정이 자칫 이전투구로 변해 새민련이 전국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무소속 간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던 지역은 그간의 논의가 백지화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공천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다시 커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민련의 무공천 방침을 믿고 지역구 국회의원들과의 관계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던 후보들은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역은 현역대로 새로 도전하는 신인은 신인대로 공천에 대한 불안감도 보이고 있다. 한 현역 단체장 측 관계자는 "당에서 새롭고 참신한 인물을 뽑겠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당이 새정치를 앞세우면서 괜히 기존 현역들만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신인격인 후보들은 "공천을 실시하면 조직력에서나 인지도 면에서나 현역이 유리한 것 아니냐"며 후보자 등록일(5월15~16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다보니 아무래도 현직에 유리한 공천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또 경선방식에 대한 새정치연합계와 민주당계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시작되고 있다. 대체로 조직이 탄탄한 옛 민주당 출신들은 당원투표를, 새정치연합쪽은 여론조사를 선호하고 있다. 무공천 철회 결정에 대해 새정치연합 출신 후보들의 반발은 거세다. 공천과정에서의 불리함이 예상되는 데다 새정치라는 브랜드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일부 후보는 무공천 철회 결정에 반발하며 이미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기초선거 무공천을 명분으로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무공천 약속을 철회하면서 기존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소망대로 드디어 '도로 민주당'이 되었다"며 "이로 인해 새정치는 죽고 기존의 정치가 다시 부활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잡음은 우려

무공천 철회를 비판하는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최소한 호남권만큼은 무공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민련의 텃밭인 호남의 경우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돼 본선보다 경선이 치열한 곳이다.

당연히 매 선거 공천과정 때마다 뒷말이 무성했다. 어차피 승리가 보장된 곳인데 굳이 공천을 실시해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기라도 하면 전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호남권만큼이라도 무공천을 실시했다면 최소한의 명분은 지킬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끝으로 한 후보자는 "합당이냐 창당이냐, 공천이냐 무공천이냐에 따라 선거전략이 180도 달라지는데 당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아무래도 현장에서 발로 뛰는 후보들만 괴로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새정치를 위한 작은 통과의례라고 보지만 이제는 중앙당이 확실히 중심을 잡고 남은 선거를 잘 치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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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