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민련 '안철수 사람심기' 파문 전말

"갈 길 바쁜데…" '안심(安心)' 논란에 자중지란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이라는 커다란 장애물을 어렵게 넘은 뒤 이번엔 공천 갈등이라는 새로운 장애물에 부딪혔다. 당 지도부가 무공천 약속 철회 후폭풍 수습을 위해 내놓은 회심의 카드 '개혁공천'이 때 아닌 '안심(안철수 공동대표의 의중)' 논란을 야기해 당내에서 공천 파열음이 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구 민주당계 일부 인사들은 "안철수 공동대표 측이 개혁공천을 명분으로 '안철수 사람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에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있다면 새민련에는 '안심'이 작동하고 있다."
최근 새민련 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공천 갈등에 대한 야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 11일 중앙선거대책위원장단 첫 회의에서 "6·4지방선거의 승패는 개혁공천 성공여부에 달렸다"며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 철회 역풍을 개혁공천으로 뚫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실제 상황은 '개혁공천=안철수 사람심기'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안철수 세 불리기?

안심 논란은 지난 13일 광주지역 국회의원 5명(임내현·강기정·김동철·박혜자·장병완)의 기자회견이 불을 지폈다. 이들은 이날 공개적으로 안 대표의 최측근인 윤장현 광주시장 예비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광주에서는 강운태 현 시장, 이용섭 의원,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 등 3인이 공천권을 두고 경쟁을 하고 있는데, 공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 국회의원들이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즉각 이용섭 예비후보는 서울로 올라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만나 "시민에게 선택권을 넘겨야 한다"며 공정하게 경선을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지난 16일 윤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한 광주 의원 5명 모두를 광주시당 공천관리위원으로 선정했다. 특히 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던 임내현 의원은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이에 이 예비후보와 그의 지지자들은 성명을 내고 "특정후보 지지로 지역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광주지역 국회의원 5명이 위원장 및 위원으로 들어가 있어 공천관리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며 "5명의 의원들이 공천심사 과정에서 기초단체장뿐만 아니라 시·구의원 후보들까지 윤 예비후보 지지를 위해 줄 세우기 하려는 저의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중앙당이 직접 기초단체장 '솎아내기'에 나서기로 하면서 광주 외 다른 시·도당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중앙당 자격심사위는 3회 이상 음주운전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을 때 지방선거 공천 대상에서 배제키로 하는 등 엄벌주의를 적용해 중앙당에서 1차 심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 민주적 절차나 새정치의 가치를 해치는 후보자 ▲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행위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후보자 등과 같이 자의적 기준도 포함돼 있어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구 민주당계 출신 비주류들은 당 지도부가 개혁공천을 명분으로 현역 기초단체장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노(친노무현)계 인사들을 쳐내고 안 대표 쪽 인사들로 채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광주 의원 5명, 윤장현 지지선언 거센 역풍
개혁공천 명분…친노 기초단체장 솎아내기?

구 민주당 출신 오영식 서울시당 공동위원장은 "중앙당이 기초단체장 자격심사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개혁공천을 내세워 세력 간 담합을 통한 자기사람 심기로 비쳐질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성 의원은 "공동대표가 기초단체장 및 의원의 후보자 추천 권한을 가지도록 하는 지금의 공천방식은 지역의 일꾼을 시민과 당원의 손으로 뽑는다는 풀뿌리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기초단체장과 의원에 대한 후보 추천 권한을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역 물갈이의 집중 타깃으로 지목되는 호남 쪽에서는 반발이 더욱 큰 상황이다. 박지원 의원은 "호남이 새민련의 '봉'은 아니다”라고 했고, 한 중진의원은 “개혁공천을 빌미로 결국 안 대표에게 지분을 나눠주려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안 대표 측 인사들에게 일부 지역을 양보하기로 이면합의를 한 것 아니냐는 '김-안 밀약설'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온 안 대표 측 인사는 윤장현 광주시장 예비후보를 비롯해, 강봉균(전북지사 예비후보), 김상곤(경기지사 예비후보), 이석형(전남지사 예비후보) 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여론조사에서 구 민주당계 출신 경쟁자들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상적인 경쟁으로는 안 대표 측 인사들이 한 명도 공천을 못 받을 수도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안 대표 측의 활동에 구 민주당에서 합류한 지도부가 동조해주고 있는 것은 합당할 당시 합의했던 '5대5 원칙'을 지키기 위해 안 대표 측 후보들에 대한 편의를 봐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경기도지사 경선 룰이 안 대표의 요청으로 합류한 김상곤 예비후보의 반발 직후 바뀌었던 것도 이와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후문이다.

결국 새민련이 무공천 약속 철회를 수습하기 위해 내놓은 개혁공천은 안심 논란이라는 또 다른 함정에 빠지며 당을 자중지란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시작부터 갈등에 직면한 개혁공천이 국민적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안심' 논란 역풍

이러한 논란에 대해 김한길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천정배 자격심사위원장은 “일부 후보자들에게는 좁은 문이 되겠지만 국민과 당에는 개혁정치로 가는 크고 넓은 문이 되리라고 확신한다”며 그대로 밀어붙일 뜻을 밝혔다.

한편, 새누리당은 새민련의 안심 논란을 더욱 크게 확산시키려 애쓰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지난 14일 국회 브리핑에서 광주 의원 5명의 특정후보 지지를 거론하며 "역대 선거사상 처음 보는 '의원공천단'"이라며 "새민련은 개혁공천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혹시라도 안 대표의 사람심기를 위한 꼼수를 부르는 게 아닌지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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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