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차기 권력구도 이상기류 대해부

비주류 급부상…서청원·김무성 '양강구도' 깨지나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서청원·김무성 의원 간 양강구도로 흐르던 여권의 차기 당권 경쟁이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다. 비주류의 부상, 친박(친박근혜)계의 분화 등 다양한 정치적 변수들이 겹치며 고착화되는 듯했던 양강구도가 깨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구도에 직접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최경환 원내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7·14전당대회 출마설까지 불거지며 여권 차기 권력의 향방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새누리당은 5월초 원내대표 경선, 5월 말 국회의장 선출, 7월14일 전당대회 등 6·4지방선거를 전후한 시기에 내부적으로 굵직한 정치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다. 외견상 독립적 형태의 정치일정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가 어떤 자리로 가느냐에 따라 다른 자리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얽혀있다.

김문수 당권 도전
대권 위한 빅카드

이 중에서도 백미는 단연 7·14전당대회다. 이날 선출될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는 7·30재보선을 시작으로 2016년 20대 총선까지 공천권을 행사하는 막중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특히 대권잠룡이 당권을 쥘 경우에는 단숨에 유력주자로 발돋움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초 차기 당권구도는 일찍이 도전의 뜻을 밝힌 '빅2(서청원·김무성 의원)'에 충청권의 맹주를 꿈꾸는 이인제 의원이 가세한 3파전으로 짜여졌다.

그런데 최근 새누리당 지방선거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비주류의 강세가 이어지며 김문수 도지사도 전대 출마를 진지하게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권 도전을 위해 경기지사 3선 도전을 포기한 김 지사가 도지사 임기가 끝난 이후(6월 말) 다음 대선까지 잊혀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던 상황에서 차기 당권은 가장 매력적인 카드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김 지사가 7·14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놓고 당내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방선거 후보경선에서 친박 주류가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에서 김 지사가 마음먹고 출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도 "김 지사가 차기 대권주자로서 '미래권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만 있다면 '양강'이라 불리는 서청원·김무성 의원보다 전당대회에서 당심을 더 얻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현재 경선레이스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비주류 후보들이 본선에서도 선전할 경우에는 이를 계기로 여권의 차기 권력구도 자체가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권력을 잡은 비주류를 중심으로 당 권력이 재편되며 구심점을 잃은 친박계가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비주류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혁신연대 모임도 '당 쇄신'을 외치며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방선거 비주류 초강세…맥없이 밀린 친박계
겹치는 정치적 변수에 차기 권력 향방 안갯속

이미 지방선거 후보자 경선 과정에서는 '박심(박근혜 대통령 의중)' 논란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오며 친박계가 맥을 못 추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서울시장 경선에서 친박 주류가 지원하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비주류인 정몽준 의원에게 밀리며 박근혜 대통령이 당을 떠난 친박계 결집력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경남지사 경선도 친박 주류가 밀었던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비주류인 홍준표 현 지사에게 무릎을 꿇었다.
친박계가 경선에서 이처럼 힘을 못 쓰는 이유는 그간 친박계 인사들은 박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에서 주로 참모형으로 성장을 한 반면, 비주류는 나름대로 각자도생하며 정치력을 키워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권의 한 재선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비주류가 급부상한 것은 친박 내에는 전국구급 인물이 드물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비주류 후보가 중심이 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선거 직후 열리는 7·14전대에서 당내 역학구도가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지사가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서청원·김무성 양강구도가 깨지고 3자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셈이다. 다만 비주류 측 후보가 김무성 의원과 김 지사로 나뉘면서 친박계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일각에선 친박계가 김 지사에게 일정부분 힘을 보태는 조건으로 원내대표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지사나 김 의원이 당대표 이후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친박계가 굳이 선택한다면 세가 강한 김 의원보다 김 지사를 선택하는 것이 힘의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권파 실세 최경환
서청원 대신 나오나

차기 당권구도를 흔들고 있는 또 다른 변수는 최경환 원내대표의 출전 가능성이다. 최근 친박계 일각에서는 서청원 의원 외에 최 원내대표를 내세우자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친박계 분화와 맞닿은 주장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지 2년째에 접어들며 구심점을 잃은 당내 친박계는 서 의원을 중심으로 한 원로그룹과 최경환·윤상현·홍문종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당권파, 이한구·강석훈·이종범 의원 등 전문가그룹으로 분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같은 친박이지만 결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룹 간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최 원내대표가 급부상한 것은 5월 초 선출되는 차기 원내대표 경선을 코앞에 두고 '이완구 낙점설'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 한몫하고 있다. 이완구 의원은 충남 홍성 출신으로 서 의원(충남 천안)과 출신지가 겹친다.

새누리당은 관례상 당의 투톱인 ‘당대표-원내대표’ 출신을 의도적으로 다르게 선출해왔기 때문에 이 의원이 원내대표로 먼저 선출될 경우 서 의원보다는 최 원내대표로 가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 원내대표는 경북 경산 출신으로 이 의원과의 지역안배 면에서 적절하다는 평가가 많다.

최 원내대표 측 한 관계자는 "최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면서도 "당 안팎에서 출마를 권유하는 목소리가 있고, 따라서 지인들에게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원내대표는 3선 의원으로 당대표를 맡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지난 12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 원내대표가 3선으로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견해도 있지만, 원내대표직을 무난히 수행한 데다 유력 당권주자들과 달리 자기정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청와대가 믿고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당권주자"라고 말했다.

김문수·최경환, 당권 경쟁 가세?
서청원·김무성, 여전히 막강 전력

그러나 그가 나설 경우 서 의원과 지지세가 겹친다는 점에서 비주류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 있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어떤 식으로든 '교통정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제주도에서부터 시작된 새누리당 '6·4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모두 얼굴을 내비쳤으나 서 의원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서 의원 측에 따르면 광역단체장 후보자 선출대회에 서 의원은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경기도 선출대회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참석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연초에 서 의원이 전국 곳곳의 당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며 전국을 무대로 광폭행보를 보였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에 일각에선 '서청원=국회의장' '최경환=당대표'로 친박 내 교통정리가 벌써 이뤄진 것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친박계-비주류
교통정리 필요

그러나 서 의원은 전국을 무대로 당원교육 등 '순회정치'는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 아직 당권 도전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서 의원 본인도 당권을 잡아 박근혜정부 국정 운영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청원·김무성' 양자구도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양 진영을 대표하는 또 다른 거물급 인사들이 경쟁에 뛰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최종 구도와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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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