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황당 공약' 백태

일단 무조건 당선만 되고 보자니까요!

[일요시사=정치팀] 6·4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성큼 다가오면서 전국 각지 후보자들의 ‘황당 공약’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산 마련 방안이 불투명한 선심성 묻지마 공약은 물론이고, 다른 후보자의 공약을 베끼거나 지난 선거에서 등장했던 공약들을 재탕, 삼탕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알면 알수록 속 터지는 지방선거 황당 공약 백태를 살펴봤다.

6·4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하지만 여야 모두 정쟁에만 몰두하면서 공약다운 공약은 찾아보기가 힘든 실정이다. 거물급 후보자들의 공약조차 선심성, 부실 공약 논란에 시달리고 있을 정도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의 '무상버스' 공약이 대표적이다. 무상버스 공약은 초·중학생과 어르신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경기도민들이 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를 시행하는 데 임기 4년 동안 4천억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해 당 내부에서조차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포퓰리즘

김상곤 후보 측은 "처음 무상급식을 제시했을 때도 언론에서 '그걸 하려면 재정이 많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며 적극 반박하고 있지만 포퓰리즘 논란이 거세지며 무상버스 공약은 오히려 김 후보의 지지율을 갉아먹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무상버스 공약과 관련해 김 후보 측이 경기개발연구원의 비공개 내부 연구자료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게다가 일부자료는 김 후보 측이 입맛대로 가공한 의혹도 받고 있다.

무상교통수단 공약은 다른 지역에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전남 화순군수 선거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는 화순지역 노선버스를 없애고 '화순 대중교통 자치특구 신개념 무상버스' 공약을 내놨다. 이 후보의 공약은 단순히 무상버스를 도입하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우등버스 수준의 고급버스를 도입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교통난에 허덕이는 유권자들을 위해 콜택시와 같은 '맞춤버스'를 도입하겠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경기 광주시장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는 출퇴근 시간 외에는 대기하고 있다가 주민의 요청을 받으면 배차하는 '맞춤버스'를 운영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전북도지사 선거에선 각기 다른 후보들이 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곳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 100원만 내면 승객을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주는 '100원 택시' 공약을 발표하고 원조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특히 '무상' '공짜'를 앞세운 공약들이 판을 치고 있다. 전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는 '전기세 제로' 공약을 내걸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도내 전역에 도입해 도민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소요예산은 나 몰라라 '포퓰리즘 공약'
재·삼탕에 베끼기까지…부실은 필연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는 한 술 더 떠 전기뿐 아니라 물과 가스까지 무상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수도·전기·가스와 관련해서는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가 아동학대자에 대해서는 수도·전기·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그야말로 황당한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선심성 공약은 또 있다. 광양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자는 '하위소득 노인 70%에 월 25만원씩의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놔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초노령연금을 25만원으로 인상하려면 최소 180억원 가량이 소요되는데 시 재정형편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비판이다. 그러나 공약을 제시한 당사자는 실현 가능한 공약이라며 공약 철회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광주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무상공약 경쟁이 점입가경 수준이다. A후보는 중고교생에게 교복을 무상으로 지급하겠다고 했고, B후보는 아침밥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에 질세라 C후보는 무상 등하교와 무상 방과 후 학교 공약을 내놨다. 



중앙당 차원에서도 무상공약을 무차별적으로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노인층을 겨냥해 민간병원에서도 무료로 독감 예방접종 받을 수 있도록 하고, 20~30대 전업주부들에게는 건강검진을 무료로 실시하는 방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통신3사 와이파이 무료 사용과 대학 입학금 폐지, 책값 100만원 소득공제 등을 내놨다. 하지만 양당 모두 재원마련 방법은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재탕, 베끼기 공약도 문제다. 최근 인천지역에서는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로 출마한 후보자들이 지난 총선 당시 국회의원 후보들이 내놓았던 공약들을 대거 재탕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공약이 경인고속도로 간선화, 지하화, 무료화에 대한 공약이다.

이 공약들은 지난 총선 당시 인천 지역구에 출마한 대부분의 국회의원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건 공약들이지만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들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사업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게다가 기초단체장이 해당 사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도 전무해 사실상 시민들을 우롱하는 공약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또 일부 후보자들은 인천시에서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을 자신의 공약으로 끼워 넣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남도지사 선거에서는 경남도 평양사무소 설치 공약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해당 후보자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하며 통일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평양사무소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하지만 현재 냉각상태인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성사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현실성 부족


지역발전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이른바 '박심' 마케팅도 극성이다. 일례로 경남 사천시장에 출마한 모 예비후보는 ‘박정희고등학교 설립’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사천시의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박 전 대통령이 2개월 가량 사남보통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한 것이 전부다.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다른 후보는 아예 구미시를 박정희시로, 김천구미역을 박정희역으로 이름을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 야권 후보는 '박정희 컨벤션센터' 설립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경남 김해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다수가 공통적으로 내놓은 '부산시 강서구의 김해시 반환' 공약 역시 현실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는 부산시 의견이 절대적이라 지자체 차원에서 실현할 수 없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수많은 공약을 쏟아내지만 시민들의 삶이 항상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이유는 모두 부실공약 때문"이라며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공약들을 꼼꼼하게 살펴본 후 투표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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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