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공천 덫'에 걸린 내막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일요시사=정치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안철수 공동대표가 무공천 덫에 걸려 사면초가에 빠졌다. 새민련은 연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해 무공천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이대로라면 기초선거의 참패가 불 보듯 훤하지만 약속을 뒤집으면 합당의 명분이 뿌리째 흔들린다. '무공천의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안철수 대표를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의 6·4지방선거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에 대한 당내 반발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새민련 신경민 최고위원은 지난 3일 "무공천에 반대한다"며 "무공천을 하려면 차라리 정당을 해산하는 것이 맞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거세지는 반발

선거현장의 볼멘소리는 더욱 크다. 야세가 강한 지역에서도 "후보가 난립하는데 어떻게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냐"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새민련과는 전혀 관련도 없는 무소속 후보자들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공천탈락자까지 전부 파란점퍼를 입고 나오면서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새민련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한 명만 나오는데 야권은 10명까지도 나온다. 누가 진짜 새민련 후보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어떻게 선거를 치르라는 것이냐"고 일갈했다.

실제로 야권 강세 지역에다 현역 프리미엄으로 승리가 확실시되던 지역에서도 무공천을 가정한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한다는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새민련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최근 새민련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무공천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80%를 넘어섰다.

하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무공천 약속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당하게 된 명분이었다. 이제 와서 이를 뒤집는다면 합당의 명분이 뿌리째 흔들린다. 합당은 그야말로 '야합'이 되고 새민련의 대표브랜드인 '새정치' 역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공천 약속을 뒤집는다고 해도 과연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무공천 약속을 뒤집는다면 기초선거 몇 석은 더 건지겠지만 오히려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광역단체장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새민련이 현재 새누리당이 무공천 약속을 지키도록 압박하는 일에 온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기초선거 공천철회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고강도 대여투쟁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전략은 전혀 먹혀들고 있지 않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기초선거에 출마해봤던 정치인들 빼고 무공천 이슈에 공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런데 새민련은 지방선거 제1이슈가 무공천이다. 어딜 가나 무공천, 무공천이다. 국민들이 공감하나? 지지율만 더 떨어지고 있다. 우리는 오히려 고마울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야권 내부에서도 김·안 대표의 무공천 행보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무공천 이슈는) 민생 현실과 너무 거리가 먼 주제이고, 박 대통령의 셀 수 없이 많은 약속 위반을 두고 이 문제에만 유독 몰두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생이슈도 아닌데 무공천 올인
지방선거 참패 시 책임론 불 보듯

무공천 공약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다. 소수정당들에서는 기초선거 무공천은 여성과 소수자들의 정계진출을 막는 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무공천 결정이 정당의 책임정치를 가로막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무공천 공약 자체에 대한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김·안 대표의 무공천 대여투쟁은 점점 더 힘이 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새누리당도 민주당과 안철수 대표도 여러 차례 말 바꾸기를 했다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과 안철수는 공약을 모두 지켰는가? 역대 민주당 정권에서는 공약을 모두 지켰나? 세비 30% 삭감 공약의 경우는 민주당 의원들이 자진해서 반납하면 당장 지킬 수 있는 것인데도 안 지키고 있는 것 아니냐? 그런 것도 지키지 못하면서 우리를 욕할 자격이 있나?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공천으로 인한 내부갈등은 친노 강경세력의 결집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기초선거 공천을 요구하며 김·안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본격적인 내전이 시작되는 양상이다. 선거를 앞두고 들려오는 당내 파열음은 표심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이에 대해 친노진영의 행보가 '기초선거 공천 관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차기 당권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새민련이 새누리당에 참패한다면 현 지도부는 그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만약 김·안 대표가 이끄는 현 지도부가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친노진영이 당내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공천 카드를 끝까지 고수한 현 지도부에 책임을 물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지도부 퇴진압박으로 이어져 어렵게 합당한 새민련을 통째로 친노에게 헌납하게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지방선거에서 대패하게 된다면 지역 기초조직은 궤멸하게 된다. 여파는 곧바로 다음 총·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현재 새민련 내에선 무공천 시 기초선거 전패론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마지막 승부수는?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기초단체에 현역 정치인이 있어야 조직을 관리하기 쉽고 정당정책과 지역정책을 연계하기도 쉽다. 지역을 잃는다는 것은 다음 총·대선에선 홈그라운드 경기 없이 원정경기만 뛰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다음 총·대선을 노리고 있는 안 대표로서는 스스로 발목을 잡게 되는 셈이다.


무공천을 매개로 민주당과의 합당을 선언하면서 스스로 무공천의 덫에 걸려버린 안철수 대표. 안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을까?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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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