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후보 빅4 '아킬레스건' 집중해부

약점 물고 뜯는 살벌한 '수도 쟁탈전' 열렸다

[일요시사=정치팀] 6·4지방선거 최대승부처인 서울시장선거 후보군이 4명으로 좁혀졌다. 야권에서는 박원순 현 시장이 사실상 확정됐고, 여권에서는 '빅3(이혜훈·정몽준·김황식)' 동시 출격이 현실화됐다. 이와 함께 '여 vs 야' '여 vs 여' 복합구도 속 상대 후보의 약점을 들춰내 물어뜯는 진흙탕 선거전도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기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빅4의 '아킬레스건'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 2011년 10·26서울시장 재·보궐선거는 네거티브 선거전 양상으로 전개되며 범야권의 박원순 후보에 비해 1억 피부과, 부친 사학재단 논란 등 치명적 의혹이 더 많았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의 패배로 마무리됐다. 승리한 박원순 시장도 병역기피, 아름다운재단 공금 횡령 등 각종 의혹 공세에 시달렸지만 더 센 의혹이 제기된 나 후보가 결국 패한 것이다.

치명적 약점이
승패 가른다?

이외에도 약점을 공략하는 네거티브 선거전략은 역대 선거에서 숱하게 사용됐고, 때로는 잘나가던 후보를 한 방에 주저앉히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후보들의 약점은 성패를 가르는 주요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초 야권은 안철수 의원의 '지방선거 전 신당 창당' 선언으로 분열된 채 지방선거를 치를 뻔했지만, 지난 2일 현실정치의 벽을 뼈저리게 절감한 안 의원과 새로운 동력이 절실했던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전격 합의로 통합을 이뤘다. 이와 함께 야권 서울시장후보도 박 시장으로 단번에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박 시장은 현역 프리미엄, 소통의 리더십 등을 바탕으로 확정된 후보군 중 현재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지난 17일 <국민일보>와 글로벌리서치가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시장은 여권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에게 49.4% 대 43.8%로 5.6%p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조사방식 : 유·무선 전화 RDD 전화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 17.5%).


하지만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정도여서 사소한 네거티브 공세에도 지지율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여권후보들은 아직 후보가 확정이 안돼 견제구를 날리는 선에서 박 시장에 대한 비판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경선이 끝나고 본선이 시작되면 박 시장의 모든 것을 탈탈 털어 약점을 찾아 공세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박원순 vs 이혜훈·정몽준·김황식' 대진표
'야 vs 여' '여 vs 여' 복합구도 속 진흙탕

다만 보수 일각에서는 박 시장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재차 제기하며 '박원순 흔들기'에 이미 나섰다. 인터넷 <민족신문> 김기백 대표는 지난 10일 "박 시장이 서울시장 지위를 이용해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말을 꺼내지 못하도록) 서울시민과 국민들을 협박했다"며 박 시장을 '협박죄'로 고소했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한 보수인사가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재차 제기하는 청원서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은 이미 수차례의 검·경 수사에서 무혐의로 밝혀진 상황이다. 이와 같은 무차별적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박 시장 측은 선거전이 시작된 만큼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이혜훈·정몽준·김황식
내부경쟁부터 넘어야

여권 서울시장후보는 지난 15일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마지막으로 합류하며 앞서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 최고위원, 정몽준 의원 간 3파전이 확정됐다. 이와 함께 상대후보는 깎아내리고 자신은 돋보이게 하기 위한 치열한 내부 비방전도 시작됐다.  

이들의 약점을 한 명씩 들춰보면 우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서울시장후보 적합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정 의원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부자이미지'가 가장 큰 약점이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 의원은 지난 2월 기준 1조6979억원 상당의 지분(10.15%)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갑부다.


지난 2008년에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버스 기본요금을 묻는 질문에 "한 번 탈 때 70원 하나요?"라고 답해 '서민의 삶을 전혀 모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유력한 내부 경쟁자인 김 전 총리도 "(정 의원이) 돈이 많다는 게 흠은 아니지 않냐"면서도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어 약점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행정경험이 전무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목된다.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행정을 담당하는데 정 의원은 7선 의원, 여당 대표 등 여의도 정치경험은 풍부하지만 행정경험은 일절 없다. 또 출마의 계기가 중진차출론에 의한 등 떠밀린 결과라는 점도 약점이 될 수 있다. 차기 대권을 노리다 급하게 서울시장후보로 등판한 만큼 지역맞춤정책 등 공약 선정에서 허점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만 정 의원은 선거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인 병역과 관련해선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재학 시절 ROTC 후보생이 돼 학군13기로 병역을 이행했고, 장남 기선씨 역시 학군43기로 임관해 장교로 병역의 의무를 마쳐 문제가 없다.

부자, MB맨, 인지도…
약점은 누구나 있다

김황식 전 총리는 이명박정부 시절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명박정부 공동운명체라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이다. 특히 '4대강 책임론' 등은 선거전 내내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김 전 총리는 "4대강 사업은 가뭄·홍수에 대비하고 수질을 개선하고 주변 환경을 정비해 발전시킬 수 있는 사업"이라며 "일부 지적이 타당한 부분도 있지만, 총체적 부실이라거나 부적절한 사업이라는 내용에 대해서는 납득하지 못한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여론은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또한 후보 가운데 가장 고령(만 65세)이라는 점과 정 의원과 마찬가지로 새누리당의 권유로 뒤늦게 출마를 선언한 만큼 준비가 부족하다는 약점도 있다. 실제로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출마 기자회견에서 그는 "서울은 희망의 도시가 아니라 절망의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며 "사람이 죽어가는 서울을 사람을 살리는 서울로 만들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지만 구체적 방안은 아무것도 내놓지 못했다.

여권 경선 과열…상처투성이 승자 배출
자신 약점은 감추고 상대방 약점 공략?

박심(박근혜 대통령 의중)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도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선에서 당원의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만큼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3월15일 새누리당 입당) 그에게 박심은 이를 메워줄 훌륭한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비박계의 반발이 이미 상당한 상황이고, 지방선거에 내려진 박심은 여론의 역풍을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법관, 행정경험 등 40년간의 공직 경험은 풍부하지만 선출직 정치인은 이번이 첫 도전인 만큼 정치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을 60대 후반까지 하신 분이 자기주도적 결정을 새로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말 바꾸기 전례가 많다는 점도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법관→감사원장→국무총리' 등을 역임하며 3차례의 인사청문회를 거친 그는 병역, 재산관계 등의 의혹에 대해 그때그때 다른 해명을 내놔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005년 대법관 인사청문회 당시 판사 시절 자녀 유학비 등 지출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자녀 유학기간 재산이 증가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누나와 장모의 지원'이라는 해명을 했다가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때는 '자기부담'으로 말을 바꿨다.


대법관 임기를 3년4개월여 남기고 감사원장직을 수락하며 사법부 안팎의 비판에 시달릴 때에는 "총리 제안을 받았으면 안 간다. 감사원장이기 때문에 간다. 마지막 임명직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지만, 2년 뒤 국무총리로 자리를 옮겼다.

병역 미필도 다시 한 번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972년 군 신체검사에서 양쪽 시력이 5디옵터 가량 차이가 나면서 부동시 판정을 받아 병역을 면제 받았다. 그런데 앞선 두 차례의 신검에서는 갑상선 이상으로 재검 판정을 받았다가 1971년 법이 개정돼 부동시가 면제사유에 포함되자 세 번째 신검에서 갑자기 부동시 진단서를 제출해 결국 병역면제 처분을 받아 '고의로 병역면제를 받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과거부터 받아왔다.

여권후보 중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이 최고위원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이다. 때문에 본인도 다양한 언론 인터뷰, 대학 강연 등으로 대중과의 접촉면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효과는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차기 서울시장
약점을 감춰라

또 '원조 친박'으로 지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2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될 정도로 당내에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잦은 쓴소리로 박 대통령에게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여권 일각에서는 '빅3' 경선이 과열될 경우 흥행이라는 기대효과 외 후보 간 비방 등 네거티브 경선으로 인한 본선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 핵심관계자는 "경선 승자가 치열한 내부 전투 과정에서 상처를 너무 많이 입어 정작 박원순 시장과의 본선 게임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근심이 커지고 있다"며 "본선에서 박 시장을 이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선 이후 후유증 없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여권의 후보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만큼 본격적인 네거티브 선거전은 여권 내부를 중심으로 조심스레 시작된 상황이다. 하지만 내달 25일 여권 경선이 마무리되고 '박원순 대항마'가 정해지면 역대 선거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살벌한 네거티브 선거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자신의 약점을 최소화하고 강점을 최대화하는 선거 전략을 짜야 한다"며 "네거티브 공세에 약점이 크게 부각될 경우 어려운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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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