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뿔이 흩어진 범현대가 '정씨들' 현주소

한두 군데만 멀쩡…나머진 벼랑끝

[일요시사=경제1팀] 범 현대가의 '왕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3년이 지났다. 그의 동생들과 자식들은 현대그룹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현대그룹에서 분가해 기업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현재 회장님들의 표정은 다르다.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회장들이 있는가 하면 울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회장들도 있다. 범 현대가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현대그룹은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2000년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그룹은 쪼개졌고 옛 현대그룹을 이룬 기업들을 뭉뚱그려 '범 현대가'로 부르고 있다. 현대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성우그룹, 한라그룹, KCC그룹, 현대산업개발그룹, 현대해상화재보험그룹, 한국프랜지공업 등이 범 현대가로 분류되는 그룹들이다.

2000년 3월 현대그룹은 작고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아들들인 정몽구 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정면충돌로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당시 정 창업주가 5남인 정몽헌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하려던 것에 대해 차남인 정몽구 회장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정 창업주는 2001년 3월 별세했다. 그리고 재계1위 현대그룹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잘나가는 아들
죽 쑤는 동생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그룹만 옛 '현대' 명성을 되찾았다. 삼성에 이어 재계 서열 2위로 올라섰고 2010년에는 시가총액 10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으며 지난해에만 매출 132조4000억원, 영업이익 9조7000억원을 올렸다.

3남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은 정 창업주 아들들 중 처음으로 ‘명예회장’ 타이틀을 달았다. 현대백화점 전신인 금강산업개발 때부터 줄곧 백화점 사업에 몰두해 왔으며 1999년 현대그룹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을 떼어내 분가했다. 현대백화점은 장남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이끌고 있다. 차남은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다.


현대백화점그룹도 범 현대가에서 나름 잘나가는 그룹에 속한다. 정지선 회장이 경영을 맡은 2003년 당시 매출은 5조1148억원, 10년이 지난 2012년에는 11조2200억원으로 100% 가까이 성장했다. 150%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46.4%까지 끌어내렸다. 점포는 경인지역 8개 점포를 포함, 전국에 13개를 운영 중이다.
 

정 창업주의 6남이자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의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주주다. 현대중공업은 2002년 2월 현대미포조선과 함께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됐다. 현대상선이던 최대주주는 정몽준 의원으로 바뀌었다. 1987년 30대의 나이에 현대중공업 회장에 오른 정몽준 의원은 88년 13대 총선 때 무소속으로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 동구에서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고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로만 이름을 올린 채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후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룹은 정몽준 의원의 최측근 인사인 이재성 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 회장은 2012년 말 정 창업주의 동생인 고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의 차남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과 사돈이 됐으며 정몽준 의원과 중앙고 및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황이 악화되면서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선박 가격은 하락했고 수주물량도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32조1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8% 줄어들었으며 영업이익은 8020억원으로 무려 60%나 급감했다. 2010년 영업이익은 5조6223억원이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871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순손실 규모는 2300억원에 달했다.

'왕회장' 세상 떠난 지 13년째
가족들은 힘겨운 각개전투 중

7남 정몽윤 회장은 손해보험업계 2위인 현대해상화재보험그룹의 수장이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55년 3월 현대그룹이 설립한 해상보험 회사다. 99년 1월 현대그룹에서 분리해 나갔다. 정몽윤 회장은 96년 9월 분식회계혐의로 금융당국의 해임권고를 받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2004년 10년 만에 등기이사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현대해상화재보험그룹의 현재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계속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기 때문인데 현대해상은 2013회계년도(2013년 4∼12월) 기준 순이익이 210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 줄었다. 이는 손해보험업계 최대 수준이다.
 


8남 정몽일 회장은 현대기업금융을 이끌고 있다. 현대기업금융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일원으로 2002년 2월 현대중공업과 함께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여신 금융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며 어음채권금융 및 매출채권금융 업무에 종사한다. 국제투자금융 부문 업무도 실시하고 있다.

유일한 딸인 정경희씨는 바깥 활동은 잘 하지 않는다. 남편은 정희영 선진종합 회장이다. 정희영 회장은 1965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현대건설 공채로 입사, 조선 수주에서 수완을 보이면서 현대그룹에서 선진해운을 갖고 독립했다. 선진종합은 스타힐리조트(전 천마산스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정 창업주의 장남과 4남, 5남은 세상을 떠났다. 장남 정몽필 전 동서산업·인천제철 회장은 82년 4월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운전기사와 함께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인천제철은 2001년 4월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된 뒤 INI스틸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2006년 3월 현재의 상호인 현대제철로 변경했다. 

톱 중의 톱은
현대자동차그룹

정몽필 전 회장의 장녀 은희씨는 95년 8월 주현 현대IHL 대표이사와 결혼했다. 현재는 현대IHL의 2대주주(9%)에 올라있다. 차녀 유희씨는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장남 김지용 전 용평리조트 상무와 결혼했다.

4남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은 지병에 시달리다 90년 4월 45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아들들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비엔지스틸에 입사했다. 장남 일선씨는 구자엽 LS산전 회장의 딸 은희씨와 결혼하고 비엔지스틸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차남인 문선씨는 김영무 김&장 법무법인 대표변호사의 딸 선희(제주 본태박물관 관장)씨와 결혼하고 비엔지스틸 전무로 일하고 있다.

막내 대선씨는 KBS 전 아나운서 노현정씨와 결혼했다. 대선씨는 현대BS&C 대표이사를 맡아오다가 최근 돌연 퇴진을 선언했다. 정몽우 전 회장의 부인은 이행자 본태박물관 고문이다. 이 고문의 오빠는 이진호 전 고려산업개발 회장이다.

세상등진 형제들
남은 가족들은?

5남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은 2003년 8월 타계한 '비운의 황태자'다. 정몽헌 회장은 정 창업주가 명예회장이 되면서 현대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아버지 사후에는 금강산 관광개발 사업을 주관했다. 그러나 2002년 9월 5억달러 규모의 대북 불법송금 사건이 터졌고 2003년부터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같은 해 8월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 사옥 12층 화장실에서 유서를 남기고 명운을 달리했다. 이후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에 뛰어들었다.
 

현 회장은 선대 경영자들의 유지를 받들어 대북 사업을 지속했다. 그러나 2008년 금강산 피격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사업 차질을 빚었고 2010년에는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정몽구 회장과 벌인 경쟁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고난은 이어졌다. 주력계열사 현대상선은 해운업 불황이 이어지면서 적자상태가 이어지고 있고 현대증권은 주식시장의 침체로 쓴맛을 보고 있다.

정 창업주의 동생들도 범 현대가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이들 대부분은 '현대'라는 글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범 현대가 그룹을 이끌고 있다.

첫째 동생인 고 정인영 전 한라그룹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유학, 귀국해 언론인의 길을 잠시 걷다가 정 창업주의 요청으로 현대양행 전무이사를 맡으며 현대와 인연을 맺었다. 53년 현대건설 부사장, 61년 사장으로 승진한 정인영 전 명예회장은 76년 현대건설 대표를 맡아 현대건설을 국내 굴지의 건설사로 키웠다.


정인영 전 명예회장은 현대양행의 기계사업 분야를 만도기계로, 건설 분야를 한라자원으로 독립시켰다. 한라그룹의 탄생이다. 97년 정인영 전 명예회장이 물러나고 장남인 정몽원 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섰다. 같은 해 한라그룹이 부도를 냈고 지급보증을 섰던 한라건설도 함께 부도 처리됐다. 같은 해 한라건설의 기업 회생을 위한 화의 절차가 시작됐고 99년 경영이 정상화됐다.

최근 한라그룹은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주력 계열사 ㈜한라가 부동산 경기침체로 2011년부터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는 것. 한라그룹이 공시한 지난해 잠정경영실적을 보면 매출 1조9992억원과 영업손실 2507억원, 당기순손실 4281억원 등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 상승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4%, 79.1% 줄었다.

이런 한라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친 곳이 현대백화점과 KCC다. KCC는 정 창업주 막내동생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정몽진 회장이 오너로 있는 회사다. ㈜한라는 지난 7일 재무개선을 위한 자구책으로 1000억원 가량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던 서울 금천구 가산동 '하이힐' 복합쇼핑몰을 KTB자산운용이 조성한 펀드에 팔았다.

이 펀드에는 한라가 500억원을 댔고 현대백화점과 KCC도 각각 400억원씩 자금을 모아 인수에 참여했다. 현대백화점은 향후 이 쇼핑몰을 도심형 아울렛으로 위탁운영해 힘을 실어주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다른 그룹과는 달리 독자노선을 걸었다. 58년 직접 금강스레트공업을 창업했으며 74년 고려화학, 89년 건설 부문을 따로 분리해 금강종합건설, 89년 금강레저, 90년 고려시리카, 96년 금강화학을 신설했다.

2000년 금강스레트공업과 고려화학을 합병해 사명을 금강고려화학으로 정했다. 금강고려화학은 2005년 회사 이름을 ㈜KCC로 바꿨다. KCC는 국내 최대 종합건자재 업체로 성장했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2000년 초반 경영권을 정몽진 회장에게 물려줬다.


위기 맞은 한라 'SOS'
도와주는 현대백·KCC

KCC는 지난해 양호한 영업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31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늘었고 매출액은 3조2330억원으로 전년 대비 0.4%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둘째 동생은 고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이다. 정순영 명예회장은 현대건설 부사장으로 일하다 70년 현대시멘트 사장을 맡으며 분가했다. 75년 현대종합금속을, 87년에는 성우오토모티브를 세웠다.

90년 성우리조트를 설립하면서 성우그룹이라는 사명을 쓰기 시작했다. 92년에는 성우종합건설, 96년 성우전자를 계열사로 편입하며 덩치를 키웠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며 사세가 크게 축소됐다.

성우그룹의 오너는 장남 정몽선 회장. 주력계열사인 현대시멘트는 전액자본잠식 상태에 처해 있다. 현대시멘트는 100% 자회사인 성우종합건설에 대한 보증채무,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재고누적 등으로 경영난을 겪어왔다. 현대시멘트가 성우종합건설에게 지급보증을 서준 금액은 지난해 9월 기준 총 4863억원이다.

셋째 동생이자 유일한 여동생 정희영 여사는 고 김영주 전 한국프랜지공업 명예회장과 결혼했다. 김영주 전 명예회장은 40년대 초 정 창업주를 만나 정 여사를 소개받았으며 50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부사장까지 지냈다.

이후 금강개발 사장, 현대중공업 사장, 현대엔진공업 회장 등을 역임했고 74년 자동차 부품 생산 업체인 울산철공을 창업해 76년 사명을 한국프랜지공업으로 변경했다. 2000년 장남인 김윤수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명예회장직으로 물러났다.

한국프랜지공업은 지난해 매출 9692억원, 영업이익 174억원, 당기순이익 102억원으로 매출액은 전년대비 1.6% 증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4.3%, 20.7% 감소했다.

정 창업주의 넷째 동생은 '포니정'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그룹 명예회장이다. 정세영 전 명예회장은 67년 현대자동차 설립 당시 초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74년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 승용차인 현대 포니를 개발, 세계 시장에 수출하면서 포니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95년까지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낸 뒤 99년 자동차 업계를 떠나 현대산업개발의 명예회장으로 활동하다가 2005년 5월 폐렴으로 사망했다.
 

정세영 명예회장의 장남 정몽규 회장은 99년 4월 회장에 취임해 현대산업개발을 경영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토목 건축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08년 5위였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지난해 9위로 하락했으며 2004년부터 2012년까지 흑자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장기 미착공 사업지 분양에 따른 공사손실 등으로 적자 전환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매출액 4조2169억원, 영업손실 1479억원, 당기순손실 2012억원의 잠정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뒤로 물러나 앉은
창업주 동생들

다섯째 동생 고 정신영씨는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의 아버지다. 정신영씨는 동아일보 기자와 유럽특파원, 한국일보 유럽통신원으로 일한 뒤 62년 32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현대종합상사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다. 76년 설립되어 현대그룹 수출을 전담하다가 2003년 워크아웃 후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 2010년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됐다.

현대종합상사는 최근 몇 년간 실적 악화에 시달려 왔다. 2000년대 후반까지 이어진 공격적인 투자 때문이다.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던 중국 청도현대조선 지분 66.25%를 신규투자자인 산동산푸·국정홀딩스 컨소시엄에 부채를 떠맡기는 조건으로 단돈 '1달러'에 매각하면서 인수대금과 유상증자 지원금 등으로 1855억원을 허공에 날렸다.

2012년 244억원의 순손실, 지난해 상반기에만 8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2년 자본총계는 -666억원, 지난해 상반기에는 -812억원을 기록했다.

정신영씨의 부인인 장정자씨는 현대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현대학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비영리법인이다. 딸인 일경씨는 미국 펜실베니아주 블룸버그 대학 교수인 임광수씨와 결혼해 미국에서 살고 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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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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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