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골프장을 위한 필수조건 무엇

자연을 잘 살리거나 혹은 코스에 공들이거나…

최근 미국의 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베스트코스로 부상하는 골프장엔 세 가지 특징이 두드러졌다. 장엄한 자연을 잘 살렸거나, 코스에 공들인 흔적이 뚜렷하거나, 골프계에 공헌도가 높은 코스들이다.

2013 톱50 중 제주도·강원도가 각 7곳
‘관광자원 개발’ 논리, 링크스 코스 등장

국내에서 바다에 가장 가까이 접한 코스는 1989년 개장한 제주도의 중문컨트리클럽이었다. 14번 홀(파4)과 이어진 15번 홀(파5)에서는 오른쪽 페어웨이 옆으로 중문 앞바다 절벽에서 바다를 조망했다. 15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뒤로 돌아 ‘바다를 향해 볼을 한 개씩은 치고 가야 제 맛’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절벽 밑에서 물질하는 해녀의 민원이 심해지자 골프장은 급기야 캐디로 하여금 바다로 샷하는 골퍼를 단속했다.

자연에 묻히는 이율배반적 코스

그 당시엔 국내 해안가에 코스가 들어선다는 건 꿈도 못 꿨다. 심지어 ‘북한군이 침투할 수 있으니 안 된다’는 안보논리까지 작용했다. 대부분의 국내 코스는 일본 정원처럼 숲속에 앉혀진 파크랜드이거나 산허리를 뭉텅 깎아낸 마운틴 스타일이었다. 자연을 파괴하면서 들어가 자연에 묻히는, 이율배반적인 코스 조성이 당시엔 주류였다.
하지만 외국에서 골프를 경험한 골퍼가 늘면서 캘리포니아의 태평양에 면한 페블비치나 사이프러스포인트처럼 그린 옆으로 파도가 출렁이는 코스가 주는 장엄함이 코스의 이상향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물론 <골프다이제스트>가 외국의 수많은 링크스와 시사이드 코스를 골퍼에게 꾸준히 소개하면서, 코스를 보는 수준과 안목을 높여놓은 점도 부정할 수 없다.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해안선에 다가간 코스가 국내에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시뷰(Sea View)이거나 오션뷰(Ocean View)로, 멀찍이 바다가 보인다는 정도였다. 태안비치나 힐튼남해처럼 시사이드(Sea Side)라 해도 수직 콘크리트 제방을 따라 한두 개 홀이 바다와 접하는 게 전부였다.
천연의 해안선을 따라 코스를 조성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수많은 여론의 역풍과 현실성의 장벽에 부닥쳤다. 코스 조성 과정에서 환경 평가, 도시계획위원회 등 인허가를 관장하는 기관에서 ‘수산자원 보호구역에서는 해안선 200미터’ ‘동식물 보호구역에서는 해안선 50미터’라는 기준을 강제했다. 또한 환경단체가 ‘코스에 뿌릴 농약이 바다로 흘러가면 어찌할 것인가’라는 논리를 들이대면 해안선코스 구상은 언제 그랬냐 싶게 사그라졌다. 국내에 링크스, 혹은 시사이드는 이래저래 불가능했다. 실체가 불분명한 ‘해안선 근처엔 코스를 못 만든다’라는 논리는 거세져만 갔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에는 다도해는 물론 리아스식 해안에 뛰어난 자연환경을 가진 곳이 많다. 첨단의 코스 조성 노하우가 도입되면서 코스는 다시 바다 쪽으로 전진하고 있다. 동시에 ‘환경 보존’보다는 ‘관광자원 개발’ 논리가 우세하면서 해안가를 낀 코스가 최근 등장하기 시작했다. 해남 파인비치와 거제 드비치에서 보듯, 다도해와 어우러진 한국적 자연환경을 잘 살린 코스가 등장하는 것이다.
파인비치는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홀이 들고난다. 바다 건너 샷을 해야 하는 홀이 나온다. 캘리포니아 해안가 바위섬을 향해 샷을 하고, 바다 절벽을 건너 치는 사이프러스포인트와 같은 스타일의 코스다. 제주도 중문에서 먼 바다를 향해 볼을 날리고 아쉬움을 달래던 골퍼의 열망이 여기서는 코스 안에서 실현되는 것이다.


좋은 코스는 ‘경험과 공들임’ 공통분모
거스르지 말고 잘 어우러지면 높은 평가

드비치에서는 코스 앞바다에 김 양식장이 펼쳐진다. 클럽하우스에서 조망하자면 통영, 마산, 창원이 뱃길로 내다보인다. 툭 튀어나온 반도를 따라 18홀이 오밀조밀 들어앉았다. 세 개의 파3홀이 모두 바다를 향해 내리꽂듯 샷 하는 구조다. 통통배를 타고 드나드는 어부를 보면서 샷을 하고, 임시 선착장까지 내려가 활어 횟감을 흥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드비치에서는 아쉬움도 있다. 바다 끝까지 홀이 뻗어나가지 못한 건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발견되어 해안선과 50미터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환경영향평가 때문이었다.
국내에선 파인비치와 드비치가 대표적이지만,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코스의 핫 트렌드를 들여다보면 바다라는 웅장한 자연 환경에다 코스를 조성한 골프장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미국 제외 세계 100대 코스’에서 높은 순위에 오른 뉴질랜드의 케이프 키드내퍼스(Cape Kidnappers), 카우리 클리프스(Kauri Cliffs), 호주 태즈매니아의 반부글 듄스(Barnbougle Dunes), UAE 아부다비의 야스링크스(Yas Links), 멕시코 디아만테(Diamante) 등이 모두 천연 해안선이라는 자연을 코스에 끌어들이고 필드와 녹여낸 데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들 모두 개장 10년 미만의 코스다. 역사성이나 전통으로 높은 순위에 오른 게 아니라 해안선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다양한 설계 노하우 모두 담아낸 코스


그러한 자연을 코스에 활용한 것이 바다뿐일까. 산도 자연환경의 요소다. 올해 베스트 코스에 든 제주도의 클럽나인브릿지, 핀크스, 롯데스카이힐은 한라산과 산방산, 그리고 제주 앞바다의 자연을 가장 잘 아우르고 있는 코스들이다. 새롭게 베스트코스에 진입한 롯데스카이힐 스카이-오션 코스는 거의 대부분의 홀에서 백록담의 장관을 보거나, 제주 앞바다의 햇볕에 반사되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2013년 톱50 코스 중에 7곳이 제주도에서 나왔고, 7곳이 강원도에서 배출됐다. 코스 설계자는 ‘좋은 코스가 나오기 위한 최고의 조건이 입지’라고 입을 모은다. 산과 바다라는 자연 속에 코스가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앉혀졌을 때 골퍼는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베스트로 뽑힌 코스에서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어우러진 곳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천혜의 자연 환경을 타고나지는 않았지만, 주어진 부지 면적에서 최고의 레이아웃과 정성이 깃든 웰메이드 코스가 또 하나의 트렌드다.
올해 베스트코스에 새로 진입한 곳 중에는 유독 새로 문을 연 코스가 많다. 이중에는 여주와 이천의 트리오인 해슬리나인브릿지, 블랙스톤이천, 휘닉스스프링스와 송도의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를 꼽을 수 있다.
전 세계에 250여 곳의 코스를 설계한 잭 니클라우스는 송도에 본인의 다양한 설계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은 코스를 만들어냈다. 직사각형의 네모나고 평평한 매립지라는 극도로 제한된 조건 아래, 그는 좁으면서 난이도 높은 그린 에리어, 마운드와 수림, 인조 암반을 최대로 이용해 홀 간 독립성과 난이도를 높인 토너먼트 코스를 창조해냈다.
자연 속에 휴식터를 조성하는 기존의 코스 조성 방식과는 달리, 마천루를 배경으로, 옆 도로와의 차폐(遮蔽)와 안전까지 고려하면서 홀이 이어지는 점 등 ‘도심 속 골프장’의 모델을 제시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제주 클럽나인브릿지의 후광을 입은 골프플랜의 데이비드 데일은 해슬리나인브릿지에서도 다양하고 전략성 높은 홀을 창조했다. 다소 좁은 듯한 코스 부지지만 인공 암반을 활용하면서 시각적인 장대함을 주려했다. 자연스러움을 높은 가치로 여기는 골프 코스에 인공 암반을 활용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지만, 이제는 세월이라는 옷이 도드라짐을 충분히 감싸면서 자연스럽게 안착되어가고 있다.
거기에다 골프장의 섬세한 공들임이 더해졌다. 카트 길에도 인조 잔디를 심어 불규칙 바운스를 없애고 시각적인 자연 환경을 만들려 한 점과, 18개 홀의 그린 밑으로 서브에어와 하이드로닉 시스템을 설치해 한 겨울이나 장마에도 최상의 플레이 조건을 제공한다는 점 등 코스에 대한 아끼지 않는 투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높은 안목과 정교한 공들임

블랙스톤이천은 블랙스톤제주의 설계가인 브라이언 코스텔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만하다. 계단식 그린은 핀 포지션에 따라 티 샷과 어프로치를 달리해야 하는 다양성을 제공하고, 커다란 벙커가 확실한 상과 벌의 요소로 작용한다. 또 억지스러운 홀 흐름이나 뭉텅 깎아낸 법면이라곤 찾을 수 없다. 제주가 천혜의 자연 환경의 덕을 보았다면, 이천은 오로지 코스 조형만으로 자연 속에 편안하게 묻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설계부터 공사, 조형(셰이핑·Shaping), 마 무 리 작 업 (매니큐어링·Manicuring), 그리고 조경까지 이어지는 눈썰미 높은 안목과 정교한 공들임의 산물이다.
평창의 휘닉스파크에 이어 보광이 선보인 휘닉스스프링스는 짐 파지오가 한국에서 작업한 첫 번째 코스다. 다양한 오르막 내리막에 다이내믹한 벙커 조성이 뛰어나다. 마운드와 나무와 홀 레이아웃이 차폐 기능을 훌륭하게 하고 있어 독립적이다. 이곳 역시 조형과 마무리 손질이 뛰어난 점은 ‘파지오’ 가문의 특징이자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을 지낸 오너 홍석규 회장의 안목이 만난 합작품이라 할 만하다.
베스트 코스에 새로 진입한 여주와 이천의 트리오 모두 제주도와 강원도에서 베스트 코스를 조성해본 모기업이 자신들의 축적된 노하우를 끌어올린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이전의 코스가 모두 좋은 자연 환경 속에서 탄생했다면, 이후의 코스는 경험과 공들임이라는 공통분모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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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