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간첩조작사건 충격 미스터리 셋

증거조작부터 자살시도까지…보기 드문 '막장 드라마'

[일요시사=정치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정원이 간첩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이다. 사실로 밝혀진다면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충격적인 일이다. 국정원의 협력자로 알려진 김모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돈을 받고 위조문서를 만들었다"고 진술한 후 자살까지 시도했다. 당초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으로 대중에게 충격을 줬던 이 사건은 지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월 탈북자 출신 1호 공무원으로 서울시청에서 근무하고 있던 유우성씨가 간첩혐의로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사건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으로 불리며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현직 공무원 중에 간첩이 있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경악할 사건

공안당국에 따르면 유씨는 화교 출신 탈북자로 지난 2001년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에 오기 전까진 북한의 한 병원에서 의사로 일했다. 그러다 지난 2004년 탈북해 한국에 왔다. 하지만 입국하면서 자신이 화교라는 사실은 숨겼다. 화교는 탈북자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화교라는 사실을 숨기고 정착지원금 등 2500만원 가량을 챙긴 부분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유씨는 한국에 온 지 2년 만인 지난 2006년 북한에 남아있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밀입북을 한다. 화교라 가능했던 일이었다. 공안당국은 이 시기에 유씨가 북한에 포섭돼 간첩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유씨는 2006년 이후 대외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유씨는 서울의 한 명문대에 편입한 것을 시작으로 탈북자들로 구성된 모임이나 대북 관련 사업에 열중했다. 국정원은 이 같은 활동이 탈북자 정보를 모아 북한에 넘기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유씨에게는 유가려라는 이름의 여동생이 한 명 있었는데, 그는 지난 2012년 여동생을 한국으로 데려왔다. 그런데 유씨의 여동생인 가려씨가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잠시 머무는 합동신문센터에서 난데없이 오빠가 간첩이라는 증언을 한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사건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국정원과 검찰은 유씨의 간첩 혐의를 9가지로 정리해 재판에 넘겼지만 1심에서 9가지 모두 무죄가 나왔다. 거의 유일한 증거인 여동생의 자백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심지어 가려씨는 재판과정에서 국정원의 가혹행위로 허위진술을 했다고 폭로한다. 또 재판과정에서 공안당국이 제출한 자료와 변호인 측이 제출한 자료의 내용이 달라 진실공방이 벌어졌는데, 공안당국이 증거로 제출한 유씨의 출입국 기록과 그 출입국 기록에 대한 회신문 등에 대해 중국 당국은 위조된 것이라고 밝혀왔다.

게다가 국정원 협력자 김모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위조된 문서를 전달했다"고 진술한 뒤 자살까지 시도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지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국정원이 증인에게 가혹행위를 해 허위진술을 받아내고, 증거를 조작해 간첩혐의를 뒤집어 씌웠다는 것이다. 이후 검찰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를 '수사' 체제로 공식 전환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세 가지 미스터리가 남아있다. 우선 '진짜로 증거가 조작된 것이냐' 하는 의문이다. 여러 가지 정황상 증거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여전히 국정원 측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민주당 의원 5명이 국정원을 규탄방문한 자리에서 서천호 국정원 제2차장은 "문서를 입수한 직원이 진본이라 하고 있고 우리(국정원)는 그 직원을 믿기 때문에 위조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국정원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국정원이 사과문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서도 "업무처리 과정에서의 미숙함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사과다. 위조이기 때문에 사과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방선거 앞두고 과잉충성하다 역효과?
유우성, 간첩인가? 무고한 피해자인가?


여권에서도 국정원 협력자 김모씨의 오락가락 진술 한마디로 위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검찰 수사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일부 여당 의원은 "중국과 북한이 형제국가"라며 "중국이 어떠한 다른 의도를 가지고 서로 다른 문서를 제출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까지 했다.

여동생 가려씨에 대한 가혹행위 여부도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가려씨는 합동신문센터에서 179일간 독방에 갇힌 채 여러 가지 가혹행위와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정원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두 번째는 만약 공안당국이 정말 증거를 위조했다면 '왜 위험을 무릅쓰고 증거를 조작했느냐' 하는 점이다. 이번 사건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용민 변호사는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문건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차적으로는 국정원 직원들의 개인적 영달이나 승진이 기본적인 욕구였겠으나 큰 틀에서 보자면 정치적으로 이용됐다고 판단된다"고 추측했다.

김 변호사는 또 "유씨가 체포된 지난해 1월10일과 기소됐던 지난해 2월23일까지는 원세훈 국정원장 재직시절로, 국정원 댓글사건이 한창 크게 문제되고 있을 때였다"며 "탈북자 출신의 서울시 공무원을 겨냥한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흠집내기성이 아니었겠느냐"고 분석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유씨가 서울시 공무원으로 채용된 것은 오세훈 전 시장 때였으나 공안당국은 유씨의 '간첩행위'(탈북자 명단 대북 전송) 시점을 지난 2012년 7월로 특정함으로써 비난의 화살은 현 박원순 시장에게 쏠렸다.

마지막 미스터리는 '유우성씨의 정체'다. 국정원 협력자 김모씨는 자살을 기도하며 남긴 유서에서 "유우성은 간첩이 분명하다. 증거가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면 추방이라도 하라"고 당부했다. 1심에서 무죄판결을 내린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유씨가 간첩활동을 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의심의 여지를 남겼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증거조작사건과 간첩사건은 따로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지난 9일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생중계 기자회견 직전 현수막에 적힌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이란 문구를 종이로 덧대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으로 급하게 고치느라 기자회견이 잠시 늦어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실제로 유우성씨는 그동안 수상한 행적을 보여왔다. 지난 2008년엔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하는가 하면, 지금까지 유가강·유광일·조광일·유우성 등 4개의 이름을 사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공안당국은 이외에도 탈북 뒤 발급된 주민등록번호 변경 등을 거론하며 유씨의 정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재판과정에서 공안당국이 유씨에게 "여동생과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탈북자 명단을 주고받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유씨는 처음에는 "메신저 프로그램을 쓴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가 공안당국이 유씨 남매가 PC방에서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화상통화하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보여주자 그제서야 메신저 프로그램을 쓴 사실을 실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들에 유씨와 변호인들은 모두 해명을 내놓긴 했지만 여전히 논란은 진행형이다.

미궁에 빠진 진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이 사건으로 언론들에서 난리가 났지만 사실 아직도 부족하다. 9시 뉴스에서 한 시간 내내 떠들어도 모자라지 않을 사건"이라며 "과거 독재정권에서 입맛에 안 맞는 인사들은 강제로 종북혐의를 씌워 숙청하지 않았나? 그런 일이 2014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는 누구라도 간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증거조작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공안당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땅 바닥에 떨어지고 우리나라의 사법체계는 근간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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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