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6·4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일제히 지방선거 체제로 돌입했다. 여야가 각각 필승의 각오를 다지며 당의 조직과 기능을 선거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각 지역에 나서는 후보군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며 지방선거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이에 <일요시사>에서는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주요 지역 후보군 면면과 판세를 기획연재로 독자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2편은 통합신당 출현 이후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한 경기도다.
경기도는 전국 광역단체 중 가장 많은 인구(약 1250만명)가 살고 있는 수도 서울 못지않은 지방선거의 요충지다. 면적도 서울의 17배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1만171㎢)을 자랑하는 경기도는 역사적으로 '경기'라는 지명을 사용한 지난 1000년 동안 우리나라의 중심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 같은 이유로 경기도는 역대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사활을 거는 대표적 격전지로 꼽혀왔다. 특히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김문수 지사의 불출마로 현역 프리미엄이 사라진 데 이어 통합신당까지 출현해 여야의 나올 만한 에이스들이 총출동한 빅매치가 펼쳐질 전망이다.
여, 거물 총동원
지방선거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새누리당에선 일찍이 원유철·정병국 의원(4선), 김영선 전 의원(4선)이 경기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중진 차출론'의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되던 남경필 의원(5선)도 통합신당 출현 이후 마침내 경기지사 선거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동원할 수 있는 인사는 모두 동원한다는 지도부의 총동원령에 따라 나올 만한 인사가 다 나온 셈이다.
이에 따라 만만찮은 4인방의 치열한 당내 경선이 불가피해졌다. 경선 방식은 경기지역 '순회경선'을 펼쳐 '대의원 20%+당원 30%+국민선거인단 30%+여론조사 20%'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최종 후보가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원 의원이 경기도를 4개의 권역(동서남북)으로 나눠 순회경선을 치르자고 제안했는데, 이에 대해 정 의원과 남 의원도 의견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황우여 대표도 당내 경기지사 후보들과 잇달아 면담을 하며 공정한 순회경선이 열릴 것이라고 후보들을 다독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지지율은 남 의원이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지난 6일 <중앙일보>와 한국갤럽이 공동으로 경기도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남 의원은 36.6%의 지지율을 기록, 당내 타 후보들을 압도했다. 2위는 김 전 의원(4.9%), 3위는 원 의원(3.8%), 4위는 정 의원(3.4%) 순이었다.
아울러 남 의원은 야권 후보들과의 가상대결에서도 모두 우위를 점했다. 남 의원은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과의 가상대결에서는 47.1% 대 33.4%로 13.7%p 앞섰다. 김진표 의원이 나올 경우에는 45.0% 대 31.1%로 13.9%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혜영 의원이 나올 경우에도 그는 49.7% 대 24.6%로 25.1%p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조사방식 : 집전화·휴대전화 RDD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3.5%p, 응답률 : 25.6%).
여, 원유철·정병국·김영선·남경필 4파전 확정
야, 원혜영·김진표·김창호·김상곤 4파전 윤곽
경기지사 선거에 대비하는 야권의 상황 역시 새누리당의 상황과 비슷하다. 본선에 나서기 위해 우선적으로 만만찮은 당내 경쟁자들부터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통합신당에서 출사표를 던진 이들은 원혜영(4선)·김진표(3선) 의원,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등 4명이다. 당초 원혜영·김진표 양강구도가 형성됐으나, 지난 4일 김 전 교육감의 가세로 상황이 급변했다.
현재 지지율은 김 전 교육감과 김 의원이 각각 21.7%와 19.6%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어 원 의원(10.3%), 김 전 국정홍보처장(1.7%)이 뒤를 잇고 있다. 같은 기관의 지난해 12월 조사에선 김 의원(18.1%)과 원 의원(9.9%)이 각각 1, 2위였으나 김 전 교육감의 가세로 순위가 바뀐 것이다.
문제는 '경선 룰'이다. 통합신당이 창당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보군들은 룰을 놓고 상당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당원 50% + 일반국민 50%' 경선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당원조직이 미약한 새정치연합이 이 방식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양측은 "지분 나눠먹기는 없다" 최적의 방법으로 최선의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조직·인물이 취약한 새정치연합 측에선 일부 공천 후보 할애와 조직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경선 룰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해 원 의원은 '국민참여경선 2.0'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시민참여와 공론조사를 결합한 방식으로 권위있는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패널, 즉 배심원을 선출해 2~3차례 TV토론을 지켜보게 한 뒤 지지도, 적합도, 경쟁력 등을 조사해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도 "조직력이 약한 새정치연합의 입장을 고려해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와 패널 대상의 공론조사를 적절히 반영해 후보를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 놨다.
김 의원은 새정치연합 측 인사로 볼 수 있는 김 전 교육감의 전략공천 가능성을 경계하며 투명한 경선 룰을 만들어 중앙선관위에 위탁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또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지역 순회' 토론회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 '경선 룰' 변수
이처럼 여야 모두 내부 경선부터 빅매치가 예고되며 선거 열기는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남 의원은 지난 6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김 전 교육감을 겨냥해 "새정치는 양당제 구조를 깨는 다당제를 통한 정치 갈등의 해소"라며 "통합신당을 보면서 안철수 의원이 추구하던 새정치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야권이 승리를 위해 하나로 뭉쳐가야 하는데, 그 과정이 아름다울까 싶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전 교육감은 "새누리당이 그동안 맡아온 경기도가 얼마나 개선됐느냐를 생각하면 경기도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며 "진정한 새정치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어깨를 걸고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벌써 여야 후보 간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모두 에이스들을 다수 투입하며 달아오르고 있는 경기 지방선거의 최종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그 결과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