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통합신당 꺾을 필승비책 막전막후

계산 못한 민주당-안철수 핵펀치에 "음메 기죽어"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 선언 후폭풍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미 예견했던 일이라며 애써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6월 지방선거에 대한 걱정이 크기 때문이다.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온 통합신당에 맞서 새누리당이 내놓을 지방선거 필승비책은 과연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새정치연합의 충격적인 통합 선언에 새누리당이 흔들리고 있다. 당초 정치권은 오는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었다. 최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 온데다 새정치연합의 등장으로 야권이 분열 양상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 선언으로 지방선거의 판세가 양자구도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새누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판 짜기 분주
압승 다짐

합당 소식이 전해진 이후 각종 여론조사의 추이를 살펴보면 통합신당의 지지율은 어느새 새누리당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이 구상해온 지방선거 전략은 한 순간에 휴지조각이 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압승을 다짐해왔던 새누리당은 지금 지방선거 새판 짜기로 분주하다.

이번 지방선거는 여권으로서는 결코 질 수 없는 선거다. 역대 정권들도 지방선거를 매우 중요한 선거로 여겨왔지만, 박근혜정권은 이번 지방선거를 정권에 대한 '재신임'과 연결시키며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해왔다. 야권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의혹 등을 이유로 현 정권의 정통성에 문제를 제기해온 상황에서 박근혜정권은 이번 선거에서 압승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재신임을 받고 논란들을 자연스럽게 정리할 계획이었다.

통합신당 깎아내리기로 시너지효과 차단
과반수 포기, 중진 총동원 빅매치 성사

또 이번 지방선거 이후에는 오는 2016년 4월 총선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큰 선거가 없어 향후 박근혜정권의 순항을 위해서도 승리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온 통합신당에 맞서 새누리당이 내놓을 지방선거 필승비책은 무엇일까?

일단 새누리당은 신당 흠집내기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또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이번 합당 결정으로 내부 균열조짐이 일자 틈 벌리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는 신당을 견제하기 위한 가장 1차원적이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통합신당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을 단순히 더한 것 이상으로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다. 이는 신당창당이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신당창당의 전시효과가 이후로도 지속된다면 자칫 부동층이 대거 신당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신당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 재신임
판 커진 지방선거

합당이라는 깜짝 발표가 있은 직후부터 지금까지 새누리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신당을 공격하고 있다. 새누리당 내 각종 공개회의장은 이미 신당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지난 5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가 대표적이다.

이날 최경환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정치공학적 기 싸움과 나눠먹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했고, 서청원 의원은 "안 의원이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 '민주당과의 연대는 국민이 용납 않는다'고 했던 얘기가 아직도 귓전에 쟁쟁하다"며 "안철수는 국민과 새정치를 바랐던 많은 지지자에게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사과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의원도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의 제휴가 우리 정치에 나쁜 사례를 만들어 실망스럽고, 또 우리 정치사에 하나의 경박한 정치문화를 보여줘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또 최대한 민생정치를 강조하면서 신당창당이 민생과는 거리가 먼 정치공학적 연대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알리는 데 당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가 그동안 민생을 외면한 채 대선개입 이슈 등을 내세워 현 정부 발목잡기에 치중한 결과라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민생 프레임을 적극 활용해 통합신당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새누리당에 내려진 지방선거 총동원령도 통합신당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이다. 당초 새누리당은 현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지방선거 출마 움직임을 보이자 과반 의석이 무너질 것을 우려해 자제를 당부해왔다. 중진차출론에 대한 당내 여론도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다자구도가 양자구도로 개편되며 선거 판세가 급박해지자 새누리당은 핵심 장관이나 중진의원 등을 가리지 않고 경쟁력 있는 인사들이라면 후보군으로 총동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방선거 출마 후보군에 현역 의원만 10여명이 거론되면서 이로 인해 과반의석이 붕괴될 가능성도 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그야말로 총력전이다.

평소 지방선거 출마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던 후보군들도 당의 끈질긴 설득에 속속 마음을 바꾸고 있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고 남경필 의원은 경기도지사 출마를 결심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도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한다. 제주지사 출마 요청을 강하게 거부해오던 원희룡 전 의원 역시 최근에는 출마 쪽으로 생각이 기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유 장관은 지난 4일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김포시민회관에서 당협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인천시장 출마에 관한 입장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마치 억지로 전쟁터에 끌려 나가는 사람과도 같았다. 인천시장 출마를 요구하는 당내 압박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남경필 의원은 오랫동안 원내대표를 노려온 사람이고, 유 장관은 김포군수와 김포시장에 이어 김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이다. 장관직은 물론이고 20년 동안 지켜온 지역구까지 버리고 인천시장에 출마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설득해서 선거에 내보냈으니 새누리당이 현재 얼마나 급박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새누리당은 합당 결정에 반발하며 통합신당에 합류하지 않기로 한 김성식 전 의원 등에 대한 영입작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우리가 새누리당으로 바뀔 때 단초를 열어준 분들이 김성식, 정태근 전 의원이다"라며 "어떤 계기가 됐든 두 분을 다시 모셔와야 당의 변화와 쇄신의 여정이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을 만드는 데 깊게 관여해왔던 김 전 의원이 새누리당에 합류하게 된다면 통합신당으로서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를 계기로 합당 결정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신당 흠집내기
이탈자 노려

아울러 새누리당이 실제 출마할 생각은 없더라도 당내 유력인사들을 대거 경선에 참가시켜 선거 분위기를 띄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새누리당은 신당에 대항할 맞불카드로 지역별 순회 경선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경선이 너무 일방적일 경우엔 분위기를 띄우기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때문에 당내 유력인사들을 대거 경선에 참여시켜 분위기 띄우기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다. 경선과정에서는 의원직을 사퇴할 필요도 없으니 분위기를 띄우는 본연의 역할을 마친 후엔 국회로 복귀하면 그만이다.

신당 창당 이슈에 맞서기 위해 조기전대론이 힘을 얻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의 요충지가 수도권과 충청권인 만큼 지방선거 전에 이 지역을 대표하는 지도체제가 들어설 수 있도록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진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추후 지방선거의 판세가 불리해진다면 여론의 환기를 위해서라도 조기전대가 치러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성식 등 합당 반대파 영입도 가속화
효과적인 대응전략 없다는 내부 비판도


이처럼 당 지도부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는 전체적으로 당 지도부가 통합신당에 대응할 마땅한 전략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전략은 없고 통합신당 비판하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으로는 결코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자성론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야권이 워낙 갑작스럽고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져 새누리당이 마땅한 대응책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대응책 부실
불안한 선두

하지만 아직까지 지방선거의 판세는 새누리당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통합신당의 지지율이 새누리당의 턱밑까지 치솟긴 했지만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으로 17개 광역시도지사 선거를 제외하고는 이에 대한 혜택을 볼 수 없게 됐다.

새누리당은 기호 1번의 프리미엄을 가지는 반면 야권은 후보군이 난립하며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호남지역과 일부 인기 높은 현역 민주당 자치단체장들이 있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새누리당이 기초선거를 싹쓸이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후보군이 난립할 경우 재선이 확실시 되던 야권 현역 기초단체장들이 낙선하고, 최악의 경우 호남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자가 당선되는 일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새누리당의 우세가 점쳐지던 전국 17개 광역시도지사 선거는 치열한 접전 양상이 됐다. 민주당 출신 광역시도지사들이 현역 프리미엄과 함께 통합된 야권의 지지를 받을 경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과연 새누리당은 통합신당의 거센 도전을 이겨내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