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6·4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일제히 지방선거 체제로 돌입했다. 여야가 각각 필승의 각오를 다지며 당의 조직과 기능을 선거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각 지역에 나서는 후보군의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며 지방선거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이에 <일요시사>에서는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주요 지역 광역단체장 후보군 면면과 판세를 기획연재로 독자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제1편은 지방선거의 꽃이라 불리는 수도 서울이다.
인구 1000만명이 거주하는 수도 서울의 시장이 가지는 정치적 무게감은 상당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가 서울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장은 '소통령'이라고도 불리며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의 리더격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의 판세가 인접한 경기, 인천 및 전국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방선거 전체 승패를 가름할 서울시장선거 판세는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소리 없는 강자
지난 2011년 10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에 당선된 민주당 소속 박원순 시장은 일찍이 재선 의지를 드러냈고, 현재 현역프리미엄을 바탕으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주자다. '소리 없이 강하다'는 것이 강점인 박 시장은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까지 지낸 '이명박의 청계천'과 같이 킬러 콘텐츠는 없지만 시민과 소통하고, 시민의 소소한 일상을 챙기는 '눈높이 시장'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60%가 넘는 시정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박 시장도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취임 때 사회복지비용이 전체 예산의 26%였는데 32%까지 늘렸다"며 "서울이 소리 없이 바뀌고 좋아지고 활력이 생긴 것"이라고 자신의 치적을 소개했다.
박 시장의 개인기에 힘입어 전문가들은 낮은 정당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의 유이한 우세지역으로 강원과 함께 서울을 꼽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 다른 주자들은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4선 중진 신계륜 의원의 도전을 점치는 시각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현실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서울시장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새누리당에서는 재선의원(17·18대) 출신의 이혜훈 최고위원이 지난 2월11일 여권후보로서는 처음으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최고위원은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 출신의 경제통으로 여성후보라는 점과 지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2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될 정도로 넓은 당내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다만 당내 경쟁자로 꼽히는 7선의 중진 정몽준 의원이나 김황식 전 국무총리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는 점은 단점이다.
'중진차출론'의 대상으로 끊임없이 거론되며 장고를 거듭한 정 의원은 지난 2월26일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3월2일 출마선언을 하겠다"며 "이제 고민 끝 행복 시작"이라고 출마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정 의원은 대기업(현대중공업) CEO, 7선 의원, 여당 대표 등 풍부한 경제·정치 경험이 장점이다. 다만 정 의원은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주식의 처분 문제가 걸림돌이다. 정 의원이 서울시장에 나서기 위해선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경영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정 의원은 "제가 이번 결정을 하는 데 제도적인 걸림돌은 없다"며 법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 이혜훈·정몽준·김황식 경선 효과 기대
야, 안철수 시너지효과 + 박원순 개인기 기대
김 전 총리는 아직 출마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박심을 등에 업고 있다"는 말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여권의 유력 후보군이다. 김 전 총리는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지냈고, 2년 4개월간 이명박정부의 총리로 재직하며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또 전남 장성 출신으로 호남 출신 서울시민들에게 가까운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에서 총리로 재직한 경력은 4대강 사업 등 이명박정부의 실정에 대한 책임론을 부를 수 있어 장점이면서도 약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김 전 총리는 3월10일께 스탠퍼드대에서 남북관계 등 동북아시아 정세에 관한 특강을 한 후 귀국해 출마 관련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에서는 이 최고위원과 정 의원, 김 전 총리 등 유력인사 '빅3'의 당내 경선이 이뤄지면 흥행몰이를 통해 견고한 박원순의 지지율도 허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휴일 새정치연합 안철수 위원장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전격 통합신당 창당 선언을 하면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군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새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치가 높아 새정치연합에서 후보를 낼 경우 10~20%의 지지율은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새누리당보다 새정치연합의 후보 배출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만약 새정치연합 후보까지 나와 서울시장 선거가 3자구도로 치러질 경우 박 시장의 재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포커스컴퍼니에 의뢰해 지난 2월22일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박 시장은 양자, 3자 구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지만 3자 구도에서는 상대후보와의 격차가 상당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박 시장은 여권 후보와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박원순(51.9%) 대 정몽준(31.3%), 박원순(56.0%) 대 김황식(24.6%), 박원순(58.6%) 대 이혜훈(16.7%) 등으로 타 후보들을 압도했다.
3자 구도 변수
그러나 3자 구도에서는 새누리당에서 정 의원이 나설 경우에는 박원순(36.9%)>정몽준(24.3%)>새정치연합 후보(22.0%) 순으로 조사됐고, 김 전 총리가 나설 경우에는 박원순(37.3%)>새정치연합 후보(23.4%)>김황식(21.3%) 순으로 나타났다.
이 최고위원이 나설 경우에도 박원순(41.0%)>새정치연합(24.1%)>이혜훈(13.7%) 순으로 조사돼 모두 우위를 점했지만 양자 구도에 비해 지지율 격차가 5~15% 정도 감소했다(조사대상-서울지역 유권자 700명, 조사방식-유무선 RDD 전화면접 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에 ±3.70%p).
이외에도 소수 정당에선 정의당 천호선 대표와 이정미 부대표, 정호진 서울시당위원장 등이 후보로 거론되지만, 낮은 정당 지지도를 감안할 때 이들이 나서더라도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