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새누리당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일정이 구체적으로 나오며 차기 당권을 향해 뛰는 주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양강으로 꼽히는 '서청원-김무성' 의원은 물밑 세몰이에 이미 나섰고, 이인제 의원도 출마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보폭을 넓히고 있다. 벌써부터 각 주자 간 충돌 조짐도 감지된다. 시작된 새누리당의 당권레이스를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새누리당의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오는 7월14일로 확정됐다. 전당대회 일자가 결정되면서 차기 당권에 뜻을 가진 예비 주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현재까지는 친박(친박근혜) 원로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서청원 의원(7선·경기 화성갑)이 앞서 나가는 모양새지만, '돌박'(돌아온 친박) 김무성 의원(5선·부산 영도)의 세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여기에 충청권의 중진 이인제 의원(6선·충남 논산·계룡·금산)도 당권에 도전할 뜻을 밝히며 구도가 점점 복잡해지는 형국이다.
3파전 윤곽
현재까지 차기 당권에 도전할 의사를 명확히 밝힌 후보는 김무성·이인제 의원뿐이다. 특히 김 의원은 올해 들어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 강연 등에서 공공연하게 "당대표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근현대사 역사교실, 퓨처라이프 포럼, 새누리당 통일경제교실 등 각종 국회 모임을 주도하며 세 불리기에 나선 상태다. 또 각종 단체의 요청으로 이뤄지는 있는 강연 정치를 통해 외연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특히 '친박→탈박→돌박'의 과정을 거치며 소원해진 박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월14일 김 의원은 한 토론회에 참석해 5·16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적화통일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무능하고 부패했던 우리 정치권을 뒤집어엎어 혁명을 했다"며 "우리 국민이 좀 억압을 당한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박정희 대통령) 덕분에 우리 경제가 북한 경제를 따라잡아서 오늘날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미 역사·정치·법적으로 쿠데타로 규정된 5·16을 '혁명'이라 칭한 것은 '박심'을 얻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도 그는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해 "내가 원조 친박, 친박 1번으로 친박을 다 만들었다"며 박 대통령과의 거리를 좁히려 애썼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한결같다고 밝히고 있지만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인 김 의원이 당대표가 될 경우 쓴소리하는 인사를 주변에 두지 않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 상 당·청 관계가 서먹해질 수 있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 의원은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도 부상한 상태라, 그가 당권까지 거머질 경우 청와대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청와대에서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재·보궐선거에서 원로 친박 서청원 의원을 밀었다는 후문이다.
서청원·김무성·이인제 3파전 윤곽
5월 원내대표 6월 지방선거가 변수
한동안 정중동 행보를 보이던 서 의원도 최근에는 친박 원로그룹을 중심으로 급격히 세를 넓히고 있다. 원내에선 노철래·이우현 의원 등 친박연대 때부터 함께 해온 의원들이 굳건히 뒷받침하고 있고, 원외에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필두로 한 박 대통령의 후견인 그룹 '7인회'도 서 의원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서 의원이 당권에 뜻을 두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친박계 중진의원들도 그의 곁으로 모여들고 있다.
서 의원 세몰이의 특징은 '순회 정치'로 요약된다. 그는 지방 워크숍 강연에 이어 지방에서 열리는 동료 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당권 도전에 대해 말을 아껴온 서 의원은 최근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대권에 나올 사람은 당권에 나오면 안 된다"며 김 의원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충청권의 맹주를 자처하고 있는 이인제 의원은 지난 2월21일 언론 인터뷰에서 "당내 복잡한 이해관계를 초월해 당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내가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전당대회에 나설 생각"이라고 당대표 출마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차기 당권은 김무성·서청원 양강 체제에 이인제 의원이 가세한 3파전 구도로 윤곽이 드러났다. 여기에 김문수 경기도지사, 최경환 원내대표도 조심스레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본인들은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수는 5월에 열리는 원내대표 경선과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결과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각 지역 간 견제를 위해 같은 지역에서 당대표-원내대표가 나오는 것을 관행적으로 피해왔다.
이에 따라 현재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이완구(충남 부여·청양) 의원이 당선될 경우에는 같은 충청이 고향인 서 의원보다 김 의원에게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정갑윤 의원(울산 중구)이 당선될 경우에는 같은 영남권인 김 의원보다 서 의원에게 힘이 더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울산에서 가장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것으로 정평이 나 있던 정 의원이 최근 돌연 울산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며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급선회한 것이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서 의원의 작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선거 결과도 관건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 관리형인 서 의원에게, 패배하거나 결과가 시원치 않으면 당내 주류 세력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며 김 의원에게 힘이 쏠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이들 3인의 유력 주자들에게 지방선거 구도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길 것으로 알려져 지역 선거에 대한 기여도가 향후 당권 경쟁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묘한 신경전
진영 간 미묘한 신경전은 이미 벌어진 모양새다. 최근 친박 주류가 장악한 지도부가 수도권 지역구 조직위원장에 서 의원 측 사람을 심으려 한다는 소문이 돌며 김 의원은 불쾌한 감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지난 2월26일 취재진과 만나 "내가 정당을 오래 했지만 이런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사실이라면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오늘 최고중진·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황우여 대표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해보고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당대회는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여권 내부 역학구도의 지각변동을 야기할 전망이다. 여권 한 당직자는 "대부분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소속 의원들이 두 실세 의원(서청원·김무성)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자연스레 친박의 분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