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안철수 '휴일 기습 대야합' 노림수

뭉치면 '공생' 흩어지면 '공멸'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통합신당 창당'을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또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가 공통으로 약속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도 공동으로 실천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폭탄 선언'에 정치권은 순식간에 대격변기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6·4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미묘한 시점에서 김 대표와 안 의원이 '통합 카드'를 빼내든 진짜 이유를 <일요시사>가 파헤쳐봤다.

 

 

지난 2일 오전 9시20분께 민주당 출입기자들에게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40분 뒤에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위원장이 국회에서 긴급 공동기자회견을 가진다’는 내용이 담겼다. 뒤이어 9시30분께는 새정치연합 측에서 같은 내용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가 공통으로 약속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약속을 공동으로 실천하겠다는 발표를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막상 시작된 기자회견에서는 뜻밖의 충격적 내용이 발표됐다. 
 
통합신당 추진
신의 한수?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 때 약속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을 사실상 폐기한 것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대선 때의 거짓말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고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 차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안철수-김한길'은 거짓의 정치를 심판하고 약속의 정치를 정초하기 위해 양측의 힘을 합쳐, 신당을 창당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 합의 내용에 대해선 ▲이른 시일 내 통합을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7년 정권교체 실현 ▲(통합)신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약속을 이행하고,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를 타파하기 위한 정치개혁 지속적 추진 ▲지난 대선의 불법 선거개입 등에 대한 진상규명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실현이라는 민생중심주의 노선 견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고 통일 지향 등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 메가톤급 충격을 가한 두 사람의 이와 같은 선언은 3·1절 휴일을 전후한 3일 간 양측 내부에서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를 정도로 극비리에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이번 합의와 관련해 "오늘 새벽에 최종적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되는 '통합'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전날인 1일 오전 8시30분~11시, 오후8시30분~2일 새벽 0시40분께 두 차례에 걸쳐서 긴급하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당 통합'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두 사람이 이처럼 극비리에 신속하게 논의해 전격 발표한 것은 그간 안 의원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구태 정당'이라고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의 등장으로) 3자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 차기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총·대선에서도 새누리당에 전패할 수도 있다는 양측의 위기감에서 나온 합의"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지방선거→차기 총·대선'에서 통합신당으로 여권에 싹쓸이 승리를 노리겠다는 의미다.

민주당·새정치연합 통합신당 창당 전격 합의
기초선거 '정당 무공천' 공약 실현으로 의기투합

반면 일각에서는 정치생명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김 대표와 안 위원장 간의 정치적 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자고로 홀아비의 사정은 과부가 알아주는 법"이라며 "새정치를 선언하며 야심차게 정계에 뛰어든 안 의원이 구인난 등 현실정치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던 상황에서, 김 대표도 친노(친노무현계) 세력의 역공, 무기력한 제1야당 비판 등 안팎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어 두 사람이 정치적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끝에 나온 '신의 한수'다”라고 말했다.
당장 지방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두고 나온 이번 폭탄 선언으로 야권발 정계재편이 현실화되면서 정치권 전체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아울러 기초선거 무공천을 택한 야권과 무공천 대신 상향식 공천을 선택한 새누리당 간 '대선공약 이행' '정치 개혁' 등을 놓고 치열한 프레임 싸움도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부 동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불거질 우려가 있어 화학적 결합이 순조로울 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기자회견을 1시간여 앞두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만장일치 동의를 받았을 뿐 지도부외 소속 의원들과 권리당원, 대의원들에게는 회견을 불과 5분여 남기고 문자 등을 통해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도 회견 1시간 전 여의도 신동해빌딩에 위치한 새정치연합 사무실에서 회의를 열고 신당 창당 결정에 대한 동의를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과 대선후보로 경쟁했던 문재인 의원은 "양측이 통합에 합의하고 선언한 것을 환영한다"고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안철수 세력의 민주당 진입은 당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친노세력에게 직접적인 견제와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친노세력이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차기 대선에서 문 의원과 안 의원이 불가피하게 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도가 만들어진 만큼 통합신당 내 두 진영 간 세력다툼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친노 성향의 한 초선의원은 "언제부터 민주당이 당대표 1인에게 당 해산, 합당, 신당 창당의 권한을 모두줬나"라며 "이런 중차대한 일을 당원과 의원단과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미리 상의하지 못해 양해를 구한다'는 문자만 보내고 끝낸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안 세력
내부 반발?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번 발표가 나오게 된 배경이나 향후 정치적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야권 후보들과 함께 공통공약으로 내걸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 속 새누리당이 공천을 실시하기로 함에 따라 약속을 지키기 않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질 것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지방선거에서의 야권연대를 경계해왔던 새누리당은 통합신당 추진 파장을 축소시키려 애쓰는 기색이 역력하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50℃의 물을 섞으면 100℃가 될 것 같은가"라며 "지극히 어불성설이자 자가당착적 논리"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또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대해선 "민주당은 불과 얼마 전까지 공천 유지로 회귀하더니 안 의원의 협박에 다시 무공천으로 유턴했다"며 "안 의원의 협박에 굴복한 것으로, 이는 민주당이 국민 기만을 시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생명 위기 '김·안' 공감대 형성?
야권발 정계재편 현실화…정국 혼돈

이에 대해 새누리당 내 비주류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이 기초선거 무공천을 선언했는데 여당만 공천한다는 것은 대선공약을 스스로 파기하는 것"이라며 "새누리당도 무공천을 실시해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대의"라고 일침을 가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한길-안철수 통합과정 주요일지

▲ 1/24
-김한길·안철수 오찬 회동
: "두 사람은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하고 구태정치를 반복하는 현 집권세력에 대해 국민들이 심판하실 것이라는데 공감"
▲ 2/20
-양측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초선거 공천폐지 촉구 공동기자회견
▲ 2/24
-새정치연합 기초선거 무공천 발표
▲ 2/26
-안철수 의원, 민주당 김한길 대표 방문해 기초선거 무공천 동참 촉구
▲ 2/28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절대다수가 무공천 의견 제시
▲ 2/28 밤
-민주당 김한길 대표, 안철수 의원에게 전화해서 무공천 원칙 통보하며 통합제의
▲ 3/1 아침 8:30
-김한길·안철수 회동
▲ 3/1 밤 8:30~새벽
-김한길·안철수 2차 회동
▲ 3/2 새벽 0시40분
-양측 통합에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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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