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금기어로 본 재벌가 비사 ①현대산업개발 'BW'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4.01.21 11: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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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9…수상한 주테크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혼맥, 대박 브랜드 비밀,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기업 내부거래 등을 시사지 최초로 연속 기획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2014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 직원들이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금기어'를 통해 기업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비사'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기업으로선 숨기고픈 비밀, 그 첫 번째는 현대산업개발의 'BW'다.




IMF 칼바람이 한창 불던 1999년. 현대산업개발에겐 남다른 한 해였다. 그해 8월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했기 때문이다. 정몽규 회장이 '현산호'키를 잡은 것도 그때.

고려대 경영학과와 옥스퍼드대학원 정치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1988년 11월 현대차에 입사한 정 회장은 1996∼1998년 현대차 회장을 역임하다 분가 직전인 1999년 3월 현대산업개발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가 37세 때 일이다. 이후 1998년 말만 해도 주식이 없던 정 회장은 1999년 무려 23번의 CB전환, 유상증자, BW전환 등을 통해 부친 고 정세영 명예회장과 함께 약 20%의 지분을 확보,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 경영권을 쥘 수 있었다.

헐값 매입 의혹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결단을 내린다. 바로 BW(신주인수권부사채) 거래다. BW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해당 기업이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우선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 대주주나 특수관계인들이 회사 지분을 유지 또는 높이거나 차익을 챙기려는 목적으로 BW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위험한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현대그룹에서 분가한 현대산업개발은 우선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첫 번째 자회사가 사업시설 유지관리 업체인 아이서비스다. 상황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이 회사의 원래 주인인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은 아이서비스(당시 퍼실리티매니지먼트코리아)를 현대산업개발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BW를 발행했고, 정 회장은 20만주를 사들였다.


이상한 점은 BW 가격이다. 주당 '10원'이었다. 정 회장은 20만주를 배정받는 데 200만원 밖에 들지 않았다. 당시 이 회사의 주식 가치는 주당 1만5000∼1만8000원이었다는 게 외부 전문기관의 평가다. 헐값 의혹이 제기된다.

1999년 10월4일 기준으로 삼성증권이 평가한 아이서비스 주식가치는 주당 1만5325원. 2001년 3월 한누리투자증권(현 KB투자증권)의 평가금액은 1만8865원이었다. 정 회장은 2001년 12월 투자목적으로 아이서비스 보통주 25만주를 73억1575만원에 매수한 적이 있다. 이를 매매단가로 따져도 주당 2만9263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독립 전후 '경영 장악' 위험한 선택
1999년 23번 CB·BW 발행·전환

다만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아이서비스 지분을 매각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긴 조 전 회장과 달리 정 회장은 아직 BW를 현금화하지 않았다. 신주인수권 행사한 주식을 그대로 갖고 있다. 정 회장은 2000년 3월 전환사채 전환과 2001년 10월 신주인수권 행사 등을 통해 아이서비스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수차례 증자와 감자를 거쳐 현재 10.61%(15만주)를 소유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56.55%(79만9700주)를,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은 32.84%(46만43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서비스는 정 회장에게 없어선 안 될 '효자회사'가 됐다. 먼저 '정 회장→현대산업개발→아이서비스→아이콘트롤스→현대산업개발'로 이어지는 현대산업개발 지배구조에서 중간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아이파크몰(5.54%), 아이콘트롤스(9.86%), 현대EP(2%), 아이시어스(46.67%) 등의 계열사 지분을 소유 중이다.




2012년 1711억원을 기록한 매출도 쏠쏠하다. 2001년 400억원대 매출은 매년 늘어 2004년 800억원이 넘더니 2008년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꾸준히 30억∼50억원을 올렸다. 이를 토대로 해마다 배당도 실시하고 있다. 2001년 15억원, 2002년 7억원, 2003년 9억원, 2004년 7억원, 2005년 11억원, 2006년 18억원을 배당했다. 2007∼2011년 각각 18억원씩, 2012년엔 28억원을 지급했다. 정 회장은 매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챙겨왔다.

아이서비스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실적 향상이 기대된다. 든든한 지원군들을 등에 업고 있어서다. 그도 그럴 게 매출의 절반가량이 내부거래인 계열사 일감이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정 회장의 아이서비스 BW 인수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적법한 조치와 절차를 거쳤다"며  "(정 회장이) 주당 10원에 배정받은 것은 맞지만 신주인수권 행사 가격은 주당 10원이 아닌 1만원으로 총 20억원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BW로 웃기만 한 게 아니다. 곤혹을 치른 적도 있다. 공교롭게도 시계추는 다시 1999년으로 되돌아간다. 정 회장은 독립하면서 현대산업개발의 해외 BW 1358만주를 배당받았다. 이는 전체 물량의 90%가 넘는 것이었다.

'주당 10원' 계열사 논란
시민단체 지적에 백기도

당초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지배력이 약했던 정 회장은 해외 BW를 행사하려고 했다. 이때 BW를 행사했다면 정 회장의 지분이 32%로 크게 올라 대주주로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현대산업개발이 회사 지배권 유지수단으로 BW를 발행했다. 대주주가 보유한 BW를 완전 소각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고, 결국 정 회장은 백기를 들었다. 그는 2003년 7월과 12월 각각 5000만달러, 8500만달러 규모의 BW를 전량 무상소각해 BW 문제를 잠재웠다.

현재 정 회장의 현대산업개발 지분은 13.63%. 우호지분까지 18.83%에 이른다. 경영권을 위협하는 템플턴자산운용은 16.98%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우호 지분'이라 믿고 있지만, 업계엔 템플턴이 '이빨'을 숨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 회장 입장에선 '그때 해외 BW를 버리지 않았더라면…'이란 미련이 충분히 들 만하다.

뿐만 아니다. 정 회장은 BW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법정에 서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이 된 시기 역시 1999년. 그해 4월 정 회장은 권력형 금융스캔들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진승현 게이트'의 장본인 진승현씨에게 고려산업개발 BW 550만주를 헐값에 넘기고, 진씨가 이를 리젠트증권에 비싸게 되팔아 발생한 차액 56억원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비자금 조성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정 회장은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정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것은 맞지만 조성된 비자금 대부분을 부하 직원이 빼돌려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정 회장 횡령액이 3억원에 불과하고, 직원한테 속아 피해자 측면이 있는 점, 피해액을 회사에 변제해 실질적으로 피해가 회복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벌금형 이유를 밝혔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건설사 임원 자격을 잃게 된다. 벌금형만 받아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정 회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후문이다. 1999년, 그때 그 시절 '왕창'발행한 BW 때문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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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