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커피' 맥심의 불편한 진실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12.03 1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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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만 팔아 외국인 살찌운다

[일요시사=경제팀] 동서식품의 '맥심'은 국내 커피시장의 절대강자다. 커피믹스 시장점유율이 무려 80%에 달한다. 이쯤 되면 독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나가는 제품을 해외에 팔 수 없단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돈을 퍼주고 있다. 무슨 이유일까.




'오리지널, 아라비카, 모카골드, 디카페인, 화이트골드…'
맥심 브랜드로 판매되는 제품들이다. 이른바 '봉지커피'로 불리는 인스턴트커피는 원두 열풍에도 여전히 인기다.

반잔값 헌납

국내 전체 커피시장에서 커피믹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금액으론 1조8000억원가량. 이중 80%를 점유하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맥심이다. 나머지는 '테이스터스 초이스' 한국네슬레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남양유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쯤 되면 커피시장에서 동서식품은 사실상 독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효자상품은 '맥심 모카골드'다. 1987년 처음 선보인 이 제품은 부드럽고 깔끔한 맛과 향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초당 200개, 하루 평균 1900만개가 팔린다고 한다. '국민 커피'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맥심 커피믹스가 동서식품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며 "맥심이 없으면 동서식품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동서식품은 커피믹스를 등에 업고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우선 매출이 증가 추세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6000억원대였던 매출은 2004년 7000억원이 넘더니 2005년 8000억원, 2007년 1조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매년 늘어 지난해 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 단 한해도 적자 없이 1000억∼2000억원의 영업이익과 700억∼18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총자산은 2001년 5000억원에서 지난해 9000억원으로 불었다. 같은 기간 3000억원이던 총자본은 7000억원으로 늘었다.

맥심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정기적으로 고향에 배송하는 외국인이 있는가 하면 국내 여행을 왔다가 한보따리씩 챙겨가는 외국인도 있다고 한다.

비결은 맛이다. '아라비카'를 원료로 사용해서란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아라비카 원두는 다른 원두에 비해 맛과 향이 뛰어나다. 카페인 함유량도 적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맥심 모카골드의 경우 아라비카 함유량이 80%가 넘는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동서식품의 맥심이 해외에선 얼마나 팔릴까 하는 것이다. 언뜻 엄청난 수출고를 올릴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동서식품의 맥심 수출실적은 '0원'이다. 어찌된 일일까. 한국인들을 '중독'시킨 맥심을 동서식품이 수출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기 때문이다.

동서식품 커피믹스 수출실적 '0원'
미국업체 등록상표…국외 사용금지
상표료 200억에 배당 500억 해외로

동서식품은 모회사인 ㈜동서와 미국 크래프트푸즈사가 각각 50%씩 지분을 갖고 있는 합작회사다. 문제는 맥심 브랜드 '주인'이 크래프트푸즈사란 점이다. 동서식품이 맥심을 수출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맥심은 크래프트푸즈사의 등록상표다. 다시 말해 동서식품이 맥심 브랜드를 빌려 쓰고 있다는 얘기다. 크래프트푸즈사와 맺은 계약에 따라 맥심 브랜드를 한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동서식품의 캔커피 맥스웰하우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맥심과 달리 '형제상품'인 프리마는 해외에서 종횡무진 중이다. 수출 첫해인 1993년 110만 달러에서 2012년 5500만 달러로 19년 만에 수출 실적이 50배 성장했다. 올해 7000만 달러, 2015년까지 1억 달러 수출이 목표다. 동남아시아부터 수출을 시작, 현재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에 진출해 총 27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거액의 상표권 사용료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동서식품은 2008년 7월 크래프트푸즈사와 커피(맥심·맥스웰하우스), 시리얼(포스트) 제품에 대한 상표권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동서식품은 지난해 상표권 사용료로 263억원을 지불했다. 그전에도 ▲2008년 96억원 ▲2009년 222억원 ▲2010년 239억원 ▲2011년 252억원을 크래프트푸즈사에 보냈다.

동서식품은 거액의 배당까지 실시하고 있다. 지분 50%를 소유한 크래프트푸즈사가 배당의 절반을 챙기고 있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112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크래프트푸즈사는 560억원을 가져갔다.

동서식품은 ▲2002∼2008년 각각 946억원 ▲2009년 980억원 ▲2010,2011년 각각 1100억원 등 매년 1000억원대를 배당해 왔다. 물론 절반은 미국으로 송금했다. 2004년(배당성향 105.66%)과 2008년(123.88%)의 경우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주주들에게 나눠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트푸즈사의 동의 없이 동서식품 단독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없는 구조"라며 "더구나 맥심 커피믹스로 벌어들이는 매출의 상당 부분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남양과 비교

2010년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 남양유업은 이미 중국, 미국, 호주, 카자흐스탄 등 10여개국에 커피믹스 수출을 위한 판로를 확보한 상태다. 중국과 러시아의 커피믹스 시장은 매년 1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남양유업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경우 큰 폭의 매출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서식품은 아예 이 길이 막혀 있다. 아킬레스건이 아닐 수 없다. 커피믹스 국내 1위 동서식품이 부정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남양유업 이상한 커피마케팅

꼼수 부리려다…누워서 침 뱉기

"인산염을 넣지 않아 품격을…" 남양유업이 최근 첨가물을 뺐다는 새 커피믹스를 출시했다. 첨가물 '인산염'을 넣지 않아 과다 섭취되는 '인'의 성분을 줄였고, 그만큼 칼슘 배출을 막아 뼈의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자사 분유나 우유 제품에는 이 첨가물이 그대로 들어있어서 꼼수 마케팅 논란이 일고 있다.


첨가물 인산염은 남양유업에서 만든 분유는 물론 우유와 치즈 등 유제품에도 다량 함유돼 있다. 또 지난달 남양은 자사 치즈 제품에 있는 인산염에 대해서는 "인체에 무해하다"며 "어린이들이 섭취해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꼼수 마케팅은 남양유업의 해묵은 전통(?)이기도 하다. 2010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카제인나트륨' 논란이 대표적이다.

인산염 뺀 커피믹스 대대적 광고
기존 분유·유제품엔 다량 함유

남양유업은 당시 매일유업에 이어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업계 1위인 동서식품을 겨냥해, 커피믹스에 들어간 카제인나트륨 성분이 몸에 좋지 않은 유해 성분인 것처럼 광고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우유를 넣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결과로 첫 시장 진입에 시장 점유율을 20% 이상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과거 남양유업도 대표 상품인 임페리얼 분유와 떠먹는 불가리스, 짜먹는 이오 등에 카제인나트륨 화합물을 첨가한 적이 있음에도 이를 숨기고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이중 플레이를 자행한 것이다.

1991년에는 파스퇴르가 "남양유업의 분유 제품에 양잿물을 사용해 만든 카제인 성분이 들어 있다"고 주장했을 때 남양유업은 이 성분은 아기에게 매우 유익한 영양 성분이란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며 적극 해명한 적도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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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