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잃은 스타들 슬픈 가족사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10.22 10: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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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딸 가슴에 묻은…그들도 부모다

[일요시사=사회팀] 예부터 ‘부모는 산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 않던가. 연예인이기 전에 한 아이의 부모로서 사랑하는 자식을 가슴에 묻을 수 밖에 없었던 그들. 절망적이었던 과거를 딛고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연예인들이 있다.




배우 이광기는 신종플루에 의한 폐렴 호흡곤란 증후군으로 아들을 잃었다. 2009년 이광기의 외아들인 이석규군은 감기 증상을 보여 개인 이비인후과에서 목감기 처방을 받았다. 다음 날 탈진증세와 구토가 지속돼 찾은 병원에서 폐렴판정을 받았다. 당시 함께 실시한 신종플루 검사에서 음성반응이 나왔으나 이군은 격리 병실에 입원됐다. 이후 호흡곤란이 심해지면서 중환자실에 이송된 이군은 심장마비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입원한 지 이틀 만에 사망했다.

한푼 두푼 모아
환아 진료비로

이군은 SBS <스타 주니어 쇼 붕어빵> 가족특집에 출연하며 관심을 모았다. 당시 기러기 아빠로 알려진 이광기는 외국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가족들과 캠핑을 가는 등 행복한 생활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아들 이군을 떠나 보낸 후에도 지속적으로 미니홈피에 아들 사진을 올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더욱 안타깝게 했다.

신앙생활을 하며 슬픔을 달래던 그는 아들을 잃은 지 한 달여 만에  SBS <절친 노트>에 출연해 “사실 내가 웃으면서 방송할 수 있을까 (아들에게)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았다”며 “하지만 내가 괴로워하는 것보다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아들이 진정 바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지난 1월에는 MBC <기분 좋은 날>에 출연해 100일을 맞은 늦둥이 이준서군을 공개했다. 방송에 출연한 그는 “(아들 석규) 생각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다. 그 아이를 통해서 소중한 막내아들 준서가 태어났다고 생각 한다”며 “이 아이가 석규의 몫을 다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잘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70년대 미녀 자매 듀엣으로 이름을 날렸던 펄시스터즈의 멤버 배인순은 차남을 잃었다. 지난 7월 그의 둘째 아들 최은혁씨는 처가 식구들과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 별장을 찾았다. 경기 가평군 설악면 미사리에 있는 별장 근처의 홍천강에서 수영을 하던 중 물에 빠진 그는 정신을 잃었다. 119 구조요원에 의해 구조되어 인근 병원에 후송됐으나 치료 4시간 만에 사망했다.

브라운관 뒤에 숨겨진 슬픔
각종 사고로 자식 먼저 보내

사고현장에 함께 있던 장인은 “최씨가 수영하러 들어간 뒤 곧바로 허우적거려 일행이 들어가 구조했다”며 “물에 들어가려는데 전기가 흐른다는 것을 알고 차단기를 내리고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사고의 원인이 고압전류에 의한 감전사라고 보고 정확한 경위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갑작스런 아들의 사망소식에 충격을 받은 아버지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은 응급실에 실려갔고 어머니 배인순은 장례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동생 배인숙이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슬픔에 빠져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커피 한 잔> 등의 히트곡으로 인기를 누린 배인순은 76년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과 결혼해 22년의 결혼생활을 하며 세 아들을 낳았다. 숨진 아들 최씨는 최원석 전 회장과 배인순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아들로 한미TV에서 기자생활을 한 후, 2011년부터 학교법인 공산학원 이사를 맡아 최원석 전 회장과 함께 동아방송예술대학을 이끌어왔다. 지난해에는 체납처분 면탈 방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중견 탤런트 박원숙도 불의의 사고로 외아들을 잃었다. TV 외주제작사인 ‘Mcity 프로덕션'의 PD였던 그의 아들 서범구씨는 2003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충격적인 죽음
개명하고 새삶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서씨는 점심식사를 하러 동료들과 회사 밖으로 나왔다. 이 때 경사진 한 골목길에는 사이드브레이크가 채워지지 않은 1톤 생수배달트럭이 주차 중이었다. 트럭 운전사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경사길에서 미끌어진 화물차는 지나가던 서씨를 치었다. 당시 드라마 촬영 중이던 박원숙은 아들의 사고 소식에 급히 병원으로 향했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세 번의 이혼으로 순탄치 못했던 결혼생활 속에서 얻은 아들 서 씨는 박원숙에게 큰 위안이자 남편과 같은 존재였다. 아들이 사고를 당하기 전 박원숙의 자서전에는 “엄마가 일생 동안 진정으로 사랑한 남자는 너 하나뿐”이라고 언급하며 아들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박원숙은 KBS 드라마 <어여쁜 당신>에서 극중 아들인 기준(김승수)이 트럭에 치이는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는 장면에서 실제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오열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탤런트 김태형은 지난해 끔찍한 사고로 세 아들을 잃었다.

KBS 공채 탤런트 출신의 그는 KBS 드라마 <산 넘어 남촌에는> <대왕의 꿈>등에서 조연과 단역으로 얼굴을 알렸다.

그의 세 아들은 사건 당시 3살, 5살, 8살로 전 부인 김 씨에 의해 살해됐다. 김 씨는 김태형과 다툰 후 세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갔다.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간 아내가 이틀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김태형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김 씨가 아이들의 유치원 선생님에게 전화를 해 10만원을 송금받았다는 사실을 토대로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의 한 모텔에 있는 그를 체포했다. 경찰은 당시 “담배 연기와 소주병이 놓여진 방에 세 아이들은 이불을 덮고 숨져 있었고 김 씨는 멍하니 앉아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세 아이를 베개로 눌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는 현재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세 아들을 잃은 김태형은 아내와 이혼한 후 ‘김나사’로 개명해 무료 연기지도로 재능기부를 하는 등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힘들고 힘들어
순간 자살시도도

맥도날드 아저씨로 불리며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신돈> 등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준 탤런트 김명국은 백혈병으로 아들을 잃었다. 9살이던 그의 아들 김영길 군은 2000년 감기로 찾은 병원에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치료를 통해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2003년 다시 재발하며 2004년 제대혈을 기증받아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5 년 동안 항암치료를 받아 면역력이 약화된 영길 군은 폐에 자리 잡은 곰팡이균으로 인해 호흡곤란이 왔고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아들을 잃고 난 후, “아이가 투병을 할 때는 아무나 붙잡고 골수 검사를 부탁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골수 검사는 일반 혈액검사나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너무 기피하는 게 마음 아파요”라고 말한 김명국은 그의 아내 박귀자 씨와 골수 검사에 대한 부정적인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다. 2005년 장기기증운동단체인 ‘한국생명나눔운동본부’의 명예홍보대사로 활동했던 그는 현재 ‘생명을 나누는 사람들’의 홍보대사로 대학로에서 골수기증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부인 박 씨도 <내 아이는 천국의 아이입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 받은 인세를 모아 백혈병 환아의 진료비로 기부하기로 했다.
유재석을 앞서는 최고령 국민MC 송해 또한 아들을 잃은 가슴 아픈 사연을 갖고 있다.

33년 동안 그가 진행한 대한민국 최장수 프로그램, KBS <전국노래자랑>은 ‘하늘로 먼저 간 아들이 준 선물’이다.


너무 힘들어 극단적 선택도
우울한 과거 딛고 다시 우뚝

84년 대학교 2학년이던 그의 아들은 평소 오토바이를 좋아했다. 어머니를 설득해 받은 오토바이를 타고 한남대교를 지나던 아들은 빗길에 미끄러져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수술실 문틈 사이로 보인 아들은 ‘아버지 살려줘’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을 잃은 충격에 그는 74년부터 진행해 온 인기 절정의 교통방송 <가로수를 누비며>를 하차했다.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으려 했지만 바위 틈에 있는 소나무에 걸려 살아나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이러한 송해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한 PD는 “바람이나 쐬러 다니자”며 그에게 <전국노래자랑> MC를 제안했다. 2010년 KBS <승승장구>에 출연한 그는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아들을 잃은 아픔을 치유했다. 아들이 마지막 선물로 <전국노래자랑>을 보내준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아들을 잃은 후 사고 장소였던 한남대교를 절대 지나다니지 않는다며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80년대 미녀 배우 정윤희. 그는 2011년 의문사로 막내아들을 떠나 보냈다. 21세의 나이로 영화계에 데뷔한 정윤희는 여우주연상을 싹쓸이하며 영화계의 기대주로 성장했으나 중앙건설 대표이사 조규영 회장과 결혼을 하며 연예계를 은퇴했다.

숨진 막내아들 조씨는 2남 1녀 중 막내로, 조 회장과 전처 사이에서 얻은 1남 1녀를 키우던 정윤희가 결혼 5년 만에 얻은 아들이다.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그의 막내아들의 사망소식은 미국의 한인 인터넷 신문인 <유코피아>를 통해 보도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사립 명문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 재학 중이던 한인 학생의 의문사가 보도된 이후 숨진 학생이 정윤희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외아들의 의문사
온갖 소문 돌아

사건 당시 조군은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급성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한인 타운 근처 할리우드장로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당일 밤 숨을 거뒀다.

의문사로 숨진 조군의 부검결과가 “약물과 관련이 있다. (숨진 조군이) 약물 복용으로 심장마비 증세를 일으킨 것 같다”며 “타살이나 자살의 흔적은 없었다”고 나오자 일각에서는 마약 복용설이 돌았다.

국내 유명 영재학교를 거쳐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명문 사립 고등학교인 하버드-웨스트레이크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조군은 아버지인 조 회장을 따라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 진학한 수재로 알려져 안타까움이 더했다.


최현경 기자<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녀 주위 항상 맴도는
‘헬리콥터 부모’를 아십니까

자녀 주위를 항상 맴돌고 있다는 의미의 신조어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 이는 교육 관계자들 사이에 흔히 쓰이는 말로 항상 자식들 주위를 맴돌며 지켜보다가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면 언제 어디서든 헬리콥터처럼 쉽게 내려앉아 참견하는 부모들을 의미한다. 자녀의 학교생활에 간섭하던 ‘헬리콥터 부모’들이 최근에는 학교생활을 넘어 직장까지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기도 부천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병원 근무자 공고를 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면접을 보러 온 지원자가 어머니와 함께 온 것. 김모씨는 지원자의 어머니로부터 “잘 부탁드려요”라는 말을 들었다. 김씨는 “20살이 넘는 성인이 면접을 보러 온 자리에 어머니가 함께 오다니 황당하다”며 “다른 병원에서 일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어머니가 퇴근시간부터 병가까지 모두 간섭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런 부모들의 지나친 간섭에 서울대 아동심리학 곽금주 교수는 “과거에 비해 경제력이 신장되고 양육하는 자녀수가 감소함에 따라 최근 부모들의 과보호 현상이 많이 나타나게 됐다”며 “특히 사회에 진출하지 못한 고학력자 출신의 어머니들은 자아실현을 위해 자녀에게 모든 열정을 쏟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가정은 자녀가 성인이 되면 우울증에 빠지는 부모도 있고 자녀들의 결혼 연령이 늦어지기도 한다”며 “부모와 자녀는 그들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둘 다 심리적인 독립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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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