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100)100회 특집 '배당잔치' 총수들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6.10 09: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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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회사' 등골 빼먹는 간큰 회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들의 '오너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는다. 정부의 으름장도 소용없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보란 듯이 배당까지 챙겨주는 실정. <일요시사>는 연속기획 100회를 맞아 그동안 지적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로 오너일가의 금고를 채워준 '간큰'기업들을 솎아내봤다.

 

2011년 4월부터 매주 연재한 '기업 내부거래 실태' 연속기획이 100회를 맞았다. <일요시사>가 지난 99회를 통해 내부거래 실태를 지적한 기업은 모두 191곳. 이들 기업은 계열사에 빌어먹는 '절름발이'회사들이다. 지면에 오른 기업은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을 비롯해 코스닥 상장사와 중견·중소기업, 그리고 프랜차이즈업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아(내부거래율 50% 이상·내부거래 금액 100억원 이상) 유지되는 회사가 가장 많은 곳은 GS그룹으로 나타났다. 무려 13개사가 그룹 물량으로 운영되고 있다. GS그룹 계열사는 총 77개. 이중 20%에 이르는 자회사가 이른바 '좀비 회사'인 셈이다. 이어 ▲롯데그룹(9개) ▲하림그룹(6개) ▲태광그룹·BYC(5개) ▲코오롱그룹·영풍그룹·부영그룹·한미약품·보람상조(4개) 순이었다.

신도리코 246억
GS네오텍 120억

그동안 이들 기업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큰 변화가 없다. 변칙적인 '오너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칼을 빼 들었지만 소용없는 분위기다.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과세 등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일감을 몰아준 자회사를 다른 계열사에 합병시킨 꼼수는 그나마 낫다.


보란 듯이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회사에서 '배당 잔치'를 벌인 오너일가가 한둘이 아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00억원대에 이르는 거액을 챙겼다. 심지어 순이익보다 많거나 적자가 난 회사에서 보너스를 챙긴 '철면피'도 있다. 재벌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 <일요시사>가 지적한 191개 기업이 지난 3∼4월 공시한 사업·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수 일가들이 43개(23%) 기업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많은 금액을 배당한 곳은 신도리코(90회차)다. 신도리코는 주당 2500원씩 총 246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줬다. 신도리코 지분 11.7%(117만9705주)를 보유한 우석형 회장은 29억원을 챙겼다. 그의 동생 우자형 부회장(6.33%·63만8104주)과 모친 최순영씨(0.32%·3만2699주), 부인 장순희씨(0.06%·5647주)와 장남 승협씨(0.18%·1만7650주), 장차녀 소현·지원씨(각각 0.13%·1만2707주) 등 친인척 13명도 각각 수천만원에서 십수억원을 가져갔다.

지난해 신도리코의 매출(7374억원) 대비 관계사 의존도는 19%로 다른 기업들의 내부거래율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거래 금액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도리코는 신도리코중앙판매(526억원), 신도리코DS판매(521억원), 신도에이스(213억원) 등 계열사들과 거래한 금액이 1387억원에 이른다.

GS그룹 계열사들의 일감이 몰리는 GS네오텍(32회차)은 120억원을 배당했다. 이 돈은 모두 지분 100%(400만주)를 소유한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챙겼다. 오너 개인회사인 GS네오텍은 지난해 매출 6047억원 가운데 3922억원(65%)을 GS건설(3145억원) 등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2011년 4월부터 연재…191개 기업 지적
GS·롯데그룹 '짬짜미' 가장 심각해
총수일가 43개 기업서 거액 배당금 챙겨

내부거래가 많은 GS아이티엠과 옥산유통도 각각 20억원, 30억원을 배당했다. 배당금은 대부분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 윤홍씨,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서홍씨,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 준홍씨,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세홍씨 등 GS일가 4세들 주머니로 들어갔다. GS아이티엠은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어려운 처지다. 지난해 매출 1823억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1312억원(72%)에 달했다. 옥산유통은 GS25편의점과 GS슈퍼마켓에 담배를 공급해 15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G그룹 방계회사인 범한판토스(28회차)도 100억원을 배당했다. 고 구자헌 창업주의 부인 조금숙씨(50.86%·101만7140주)와 아들 구본호씨(46.14%·92만2860주)가 몽땅 챙겼다. 지난해 1조3244억원의 매출을 올린 범한판토스는 LG그룹의 물류부문을 전담, 대부분의 매출이 LG그룹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모자는 LG그룹을 등에 업고 거둔 실적으로 '배당잔치'를 벌인 셈이다.


롯데그룹 '식구'들이 달라붙어 지원하고 있는 롯데정보통신(92회차)은 86억원을 배당했다. 이에 따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7.5%·6만4148주)은 6억원을,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4%·3만4148주)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3.5%·3만주)은 각각 3억원을 받았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매출 5124억원 중 4165억원(81%)을 계열사에서 채웠다.

이어 ▲레드캡투어(80회차) 46억원 ▲현대백화점그룹-현대그린푸드(29회차) 44억원 ▲미래에셋그룹-미래에셋캐피탈(78회차) 31억원 ▲현대산업개발-아이서비스(44회차) 28억원 ▲쿠쿠전자-엔탑(58회차) 25억원 ▲한국철강-대유코아(48회차) 25억원 ▲삼표그룹-삼표로지스틱스(60회차) 21억원 ▲동부그룹-동부씨엔아이(38회차) 17억원 ▲화승그룹-화승R&A(56회차) 15억원 ▲OCI그룹-이테크건설(18회차) 14억원 ▲하이트진로그룹-서영이앤티(40회차) 10억원 ▲동아원그룹-한국제분(88회차) 10억원 등의 순으로 배당금이 많았다.

동국제강-디케이유엔씨(6회차), 세아그룹-세아네트웍스(14회차), LS그룹-파운텍(17회차), 현대그룹-현대유엔아이(21회차), 대교그룹-타라티피에스(23회차), 보령그룹-㈜보령(57회차), 녹십자-녹십자엠에스(79회차) 등은 각각 3억∼7억원을 배당했다. 물론 내부거래 비중이 매출의 절반 이상에서 100%인 이들 기업에서 나온 배당금은 오너 또는 그 일가의 몫이었다. 이들 중엔 일부 미성년자도 끼어있어 일반인이 보기엔 씁쓸할 수밖에 없다.

요즘 한창 말 많고 탈 많은 남양유업(51회차)의 경우 <일요시사>가 최초로 내부거래 실태를 공개한 바 있다. 서울광고의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 이중 99%가 남양유업과의 거래로 발생한 것이다. 남양유업은 자사의 광고물 제작(58억원)과 광고대행(42억원)을 서울광고에 몰아줬다.

서울광고는 남양유업의 지원으로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금 13억원을 지급했다. 배당금은 서울광고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는 홍씨일가에게 모두 돌아갔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동생 홍우식 서울광고 사장은 89.9%(8만9900주)의 지분을 소유한 최대주주. 나머지 지분 10.1%(1만100주)도 홍 사장의 딸 서현씨 등 특수관계인들이 갖고 있다.

서울광고의 남양유업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3년까지만 해도 총매출 대비 거래율은 평균 50%대 수준에 머물다 오너일가의 지분 확대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서울광고는 당초 미국 투자기업인 더맥매너스그룹이 지분 40%를 소유하다 2003년 홍 사장 등 오너일가가 이 지분을 양수했다. 이후 남양유업 거래율은 ▲2004년 83%(92억원-76억원) ▲2005년 90%(88억원-79억원) ▲2006년 93%(86억원-80억원)로 오르더니 ▲2007년 98%(81억원-79억원) ▲2008년 97%(70억원-68억원) ▲2009년 99%(80억원-79억원) ▲2010년 99%(81억원-80억원) ▲2011년 99%(84억원-83억원)까지 치솟았다.

수천만∼100억대…일부 미성년자도 포함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 챙긴 철면피도
'오너곳간'채워 결국 오너 주머니로

더 큰 문제는 서울광고가 오너일가에 배당한 13억원은 당기순이익(12억8600만원)보다 많다는 점이다. 배당성향(배당금액/당기순이익)이 101%나 되는 고배당이다. 서울광고는 2011년에도 17억원을 배당했는데, 이 역시 당기순이익(9억9400만원)의 거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당시 배당성향은 171%나 됐다.

남양유업에 기생하는 서울광고처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당금 파티를 벌인 기업은 또 있다. 오리온그룹의 아이팩과 천재교육의 천재상사다.

'담철곤 꿀단지'로 알려진 아이팩(62회차)은 200억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이중 106억원을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53.33%·18만4000주)이 챙겼다. 순이익 9억원에 불과해 배당성향이 무려 2121%의 초고배당이었다. 담 회장이 다른 사람의 명의로 차명지분을 소유해온 사실이 드러났던 아이팩은 오리온에 과자 봉지와 박스 등을 납품하고 있다.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70∼90%에 이른다.

업계에선 담 회장을 위한 배당이란 뒷말이 나왔다. 담 회장은 비자금 재판 과정에서 아이팩에서 횡령·배임한 160억원을 개인 재산으로 변제했다. 때문에 변제금을 배당금으로 되돌려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이팩은 2000∼2005년 매년 11억원씩 배당한데 이어 2006년과 2007년 각각 8억원, 3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천재교육의 일감으로 유지되는 천재상사(82회차)는 15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당기순이익은 13억9300만원이라 배당성향이 108%에 육박했다. 이 돈은 모두 오너일가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는 천재상사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용준 천재교육 회장의 아들과 딸 정민·유정씨가 각각 60%(6000주), 40%(4000주)씩 지분을 갖고 있는 천재상사는 관계사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천재상사의 내부거래율은 ▲2010년 96%(637억원-609억원) ▲2011년 95%(657억원-623억원) ▲지난해 99%(677억원-669억원)였다.

회사 사정과 무관한 ‘딴주머니’를 찬 기업인도 있다. 팬택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거의 모든 실적이 '안방'에서 나오는 팬택씨앤아이(63회차)는 30억원을 배당했는데, 고스란히 박병엽 팬택 부회장(100%·500만주) 통장에 꽂혔다. 2011년 배당금 29억원도 마찬가지였다. 박 부회장은 2006년 워크아웃 당시 팬택씨앤아이 지분만 남기고 팬택 지분을 채권단에 넘겼다. 채권단의 신임으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CEO)으로 팬택 경영을 맡은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에서 졸업했지만 뼈를 깎는 정상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배당성향 2121%도

박 부회장의 개인회사인 팬택씨앤아이는 지난해 매출 976억원 가운데 959억원(98%)을 관계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그전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팬택씨앤아이의 내부거래율은 ▲2005년 91%(1590억원-1445억원) ▲2006년 91%(1955억원-1774억원) ▲2007년 99%(1308억원-1306억원) ▲2008년 99%(1464억원-1451억원) ▲2009년 94%(1575억원-1474억원) ▲2010년 98%(1728억원-1688억원) ▲2011년 97%(2563억원-2478억원)로 드러났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내부거래로 돈방석 앉은 오너

3억 베팅…4년 만에 200억 '먹튀'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회사에서 '배당잔치'를 벌인 오너일가가 있는가 하면 보유했던 지분을 계열사에 팔아 한몫 단단히 챙긴 오너일가도 있다. 영풍그룹과 대명그룹이 대표적이다.

영풍그룹(93회차)은 내부거래로 먹고사는 계열사가 적지 않다. 무려 4개씩이나 된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으로 거론되자 이중 3개 계열사를 정리했다. 오너일가가 보유지분을 처분한 것. 문제는 '웃돈'을 얹어 팔았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변화를 보인 곳은 엑스메텍이다. 엑스메텍은 2011년 매출 335억원 가운데 94억원(28%)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그전엔 더 심했다. 영풍그룹 계열사들은 2010년 엑스메텍의 매출 81억원 중 49억원(60%)에 달하는 일감을 퍼줬다.

엑스메텍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장남 세준씨 12%(4만8000주), 차남 세환씨와 외동딸 혜선씨 각각 11%(4만4000주) 등 총 34%(13만6000주)를 오너일가가 보유하다 2011년 9월 지분 전량을 ㈜영풍에 매각했다. 매매가는 주당 1만9500원씩 총 26억5500만원이었다. ㈜영풍 측은 "외부 평가를 거친 적정한 가격"이라고 밝혔지만, 엑스메텍 설립 당시 주당 5000원씩 출자한 것을 감안하면 영풍 2세들은 불과 2년 만에 출자금의 4배에 달하는 약 20억원을 차익으로 남긴 셈이다.

케이지그린텍도 사정은 같다. 2011년 매출 27억원이 전부 고려아연에서 나왔다. 2010년엔 15억원이 그랬다. 케이지그린텍은 세환씨와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동생 최창규 고려아연 부회장이 각각 지분 10%(8000주)씩 소유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지분 전량을 고려아연에 팔았다. 매매가는 각각 주당 1만1000원으로 총 9070만원씩이다. 케이지그린텍 자본금이 4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세환씨와 최 부회장은 개인당 4000만원을 투자해 2배로 불린 셈이다.

정부 압박에 오너일가 지분 정리
제값 처분…웃돈 얹어 챙기기도

케이지인터내셔날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2010년 매출 196억원에서 119억원(61%)을 계열사에서 채웠다. 이듬해의 경우 매출 229억원 중 121억원(53%)이 '집안'에서 나왔다. 케이지인터내셔날은 세준·세환 형제가 각각 16.67%(3만주)씩 총 33.34%(6만주)를 보유하다가 지난 1월 서린상사에 합병됐다. 합병비율(1:0.060260)에 따라 세준·세환씨는 각각 서린상사 지분 0.55%(1694주)를 갖게 됐다. 형제는 개인당 1억5000만원씩 케이지인터내셔날에 투자해 2년 만에 10억원이 넘는 가치의 지분을 쥐게 됐다.

대명그룹(83회차) 계열사들은 기안코퍼레이션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기안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 1468억원 가운데 1011억원(69%)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대명레저산업(631억원)과 대명건설(359억원), 디엠에스(12억원) 등이다. 그전에도 내부거래율은 2010년 63%(828억원-522억원), 2011년 62%(996억원-613억원)에 달했다. 2009년의 경우 311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모두 대명레저산업과 거래한 금액이다. 내부거래율이 100%인 셈이다.

이 회사는 오너일가가 100%(6만주) 소유한 사실상 개인회사였다. 고 서홍송 창업주의 외아들 서준혁 대표가 70%(4만2000주)를, 두 딸 경선·지영씨가 각각 15%(9000주)씩 보유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갑자기 지분을 매각한 것. 매수인은 다름 아닌 계열사다.

대명그룹 주력사인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11월 기안코퍼레이션 지분 100%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매매가는 198억원. 대명그룹 2세들은 '돈방석'에 앉았다. 4년 전 자본금 3억원을 출자한 회사를 통해 서 대표는 139억원, 경선·지영 자매는 각각 30억원을 챙겼다.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주당 5000원이었던 기안코퍼레이션의 주식가치를 66배나 많은 33만원으로 평가했다. 기안코퍼레이션 장부상 자산가치도 주당 15만원 선밖에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과 대명 오너일가는 적은 돈으로 차린 회사를 계열사 물량으로 몸집을 키운 뒤 문제가 될 만하니까 배를 불리고 팔아치웠다"며 "기업의 내부거래가 왜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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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