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100)100회 특집 '배당잔치' 총수들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6.10 09: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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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회사' 등골 빼먹는 간큰 회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들의 '오너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는다. 정부의 으름장도 소용없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보란 듯이 배당까지 챙겨주는 실정. <일요시사>는 연속기획 100회를 맞아 그동안 지적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로 오너일가의 금고를 채워준 '간큰'기업들을 솎아내봤다.

 

2011년 4월부터 매주 연재한 '기업 내부거래 실태' 연속기획이 100회를 맞았다. <일요시사>가 지난 99회를 통해 내부거래 실태를 지적한 기업은 모두 191곳. 이들 기업은 계열사에 빌어먹는 '절름발이'회사들이다. 지면에 오른 기업은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을 비롯해 코스닥 상장사와 중견·중소기업, 그리고 프랜차이즈업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아(내부거래율 50% 이상·내부거래 금액 100억원 이상) 유지되는 회사가 가장 많은 곳은 GS그룹으로 나타났다. 무려 13개사가 그룹 물량으로 운영되고 있다. GS그룹 계열사는 총 77개. 이중 20%에 이르는 자회사가 이른바 '좀비 회사'인 셈이다. 이어 ▲롯데그룹(9개) ▲하림그룹(6개) ▲태광그룹·BYC(5개) ▲코오롱그룹·영풍그룹·부영그룹·한미약품·보람상조(4개) 순이었다.

신도리코 246억
GS네오텍 120억

그동안 이들 기업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큰 변화가 없다. 변칙적인 '오너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칼을 빼 들었지만 소용없는 분위기다.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과세 등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일감을 몰아준 자회사를 다른 계열사에 합병시킨 꼼수는 그나마 낫다.


보란 듯이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회사에서 '배당 잔치'를 벌인 오너일가가 한둘이 아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00억원대에 이르는 거액을 챙겼다. 심지어 순이익보다 많거나 적자가 난 회사에서 보너스를 챙긴 '철면피'도 있다. 재벌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 <일요시사>가 지적한 191개 기업이 지난 3∼4월 공시한 사업·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수 일가들이 43개(23%) 기업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많은 금액을 배당한 곳은 신도리코(90회차)다. 신도리코는 주당 2500원씩 총 246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줬다. 신도리코 지분 11.7%(117만9705주)를 보유한 우석형 회장은 29억원을 챙겼다. 그의 동생 우자형 부회장(6.33%·63만8104주)과 모친 최순영씨(0.32%·3만2699주), 부인 장순희씨(0.06%·5647주)와 장남 승협씨(0.18%·1만7650주), 장차녀 소현·지원씨(각각 0.13%·1만2707주) 등 친인척 13명도 각각 수천만원에서 십수억원을 가져갔다.

지난해 신도리코의 매출(7374억원) 대비 관계사 의존도는 19%로 다른 기업들의 내부거래율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거래 금액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도리코는 신도리코중앙판매(526억원), 신도리코DS판매(521억원), 신도에이스(213억원) 등 계열사들과 거래한 금액이 1387억원에 이른다.

GS그룹 계열사들의 일감이 몰리는 GS네오텍(32회차)은 120억원을 배당했다. 이 돈은 모두 지분 100%(400만주)를 소유한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챙겼다. 오너 개인회사인 GS네오텍은 지난해 매출 6047억원 가운데 3922억원(65%)을 GS건설(3145억원) 등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2011년 4월부터 연재…191개 기업 지적
GS·롯데그룹 '짬짜미' 가장 심각해
총수일가 43개 기업서 거액 배당금 챙겨

내부거래가 많은 GS아이티엠과 옥산유통도 각각 20억원, 30억원을 배당했다. 배당금은 대부분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 윤홍씨,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서홍씨,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 준홍씨,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세홍씨 등 GS일가 4세들 주머니로 들어갔다. GS아이티엠은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어려운 처지다. 지난해 매출 1823억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1312억원(72%)에 달했다. 옥산유통은 GS25편의점과 GS슈퍼마켓에 담배를 공급해 15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G그룹 방계회사인 범한판토스(28회차)도 100억원을 배당했다. 고 구자헌 창업주의 부인 조금숙씨(50.86%·101만7140주)와 아들 구본호씨(46.14%·92만2860주)가 몽땅 챙겼다. 지난해 1조3244억원의 매출을 올린 범한판토스는 LG그룹의 물류부문을 전담, 대부분의 매출이 LG그룹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모자는 LG그룹을 등에 업고 거둔 실적으로 '배당잔치'를 벌인 셈이다.


롯데그룹 '식구'들이 달라붙어 지원하고 있는 롯데정보통신(92회차)은 86억원을 배당했다. 이에 따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7.5%·6만4148주)은 6억원을,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4%·3만4148주)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3.5%·3만주)은 각각 3억원을 받았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매출 5124억원 중 4165억원(81%)을 계열사에서 채웠다.

이어 ▲레드캡투어(80회차) 46억원 ▲현대백화점그룹-현대그린푸드(29회차) 44억원 ▲미래에셋그룹-미래에셋캐피탈(78회차) 31억원 ▲현대산업개발-아이서비스(44회차) 28억원 ▲쿠쿠전자-엔탑(58회차) 25억원 ▲한국철강-대유코아(48회차) 25억원 ▲삼표그룹-삼표로지스틱스(60회차) 21억원 ▲동부그룹-동부씨엔아이(38회차) 17억원 ▲화승그룹-화승R&A(56회차) 15억원 ▲OCI그룹-이테크건설(18회차) 14억원 ▲하이트진로그룹-서영이앤티(40회차) 10억원 ▲동아원그룹-한국제분(88회차) 10억원 등의 순으로 배당금이 많았다.

동국제강-디케이유엔씨(6회차), 세아그룹-세아네트웍스(14회차), LS그룹-파운텍(17회차), 현대그룹-현대유엔아이(21회차), 대교그룹-타라티피에스(23회차), 보령그룹-㈜보령(57회차), 녹십자-녹십자엠에스(79회차) 등은 각각 3억∼7억원을 배당했다. 물론 내부거래 비중이 매출의 절반 이상에서 100%인 이들 기업에서 나온 배당금은 오너 또는 그 일가의 몫이었다. 이들 중엔 일부 미성년자도 끼어있어 일반인이 보기엔 씁쓸할 수밖에 없다.

요즘 한창 말 많고 탈 많은 남양유업(51회차)의 경우 <일요시사>가 최초로 내부거래 실태를 공개한 바 있다. 서울광고의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 이중 99%가 남양유업과의 거래로 발생한 것이다. 남양유업은 자사의 광고물 제작(58억원)과 광고대행(42억원)을 서울광고에 몰아줬다.

서울광고는 남양유업의 지원으로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금 13억원을 지급했다. 배당금은 서울광고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는 홍씨일가에게 모두 돌아갔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동생 홍우식 서울광고 사장은 89.9%(8만9900주)의 지분을 소유한 최대주주. 나머지 지분 10.1%(1만100주)도 홍 사장의 딸 서현씨 등 특수관계인들이 갖고 있다.

서울광고의 남양유업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3년까지만 해도 총매출 대비 거래율은 평균 50%대 수준에 머물다 오너일가의 지분 확대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서울광고는 당초 미국 투자기업인 더맥매너스그룹이 지분 40%를 소유하다 2003년 홍 사장 등 오너일가가 이 지분을 양수했다. 이후 남양유업 거래율은 ▲2004년 83%(92억원-76억원) ▲2005년 90%(88억원-79억원) ▲2006년 93%(86억원-80억원)로 오르더니 ▲2007년 98%(81억원-79억원) ▲2008년 97%(70억원-68억원) ▲2009년 99%(80억원-79억원) ▲2010년 99%(81억원-80억원) ▲2011년 99%(84억원-83억원)까지 치솟았다.

수천만∼100억대…일부 미성년자도 포함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 챙긴 철면피도
'오너곳간'채워 결국 오너 주머니로

더 큰 문제는 서울광고가 오너일가에 배당한 13억원은 당기순이익(12억8600만원)보다 많다는 점이다. 배당성향(배당금액/당기순이익)이 101%나 되는 고배당이다. 서울광고는 2011년에도 17억원을 배당했는데, 이 역시 당기순이익(9억9400만원)의 거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당시 배당성향은 171%나 됐다.

남양유업에 기생하는 서울광고처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당금 파티를 벌인 기업은 또 있다. 오리온그룹의 아이팩과 천재교육의 천재상사다.

'담철곤 꿀단지'로 알려진 아이팩(62회차)은 200억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이중 106억원을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53.33%·18만4000주)이 챙겼다. 순이익 9억원에 불과해 배당성향이 무려 2121%의 초고배당이었다. 담 회장이 다른 사람의 명의로 차명지분을 소유해온 사실이 드러났던 아이팩은 오리온에 과자 봉지와 박스 등을 납품하고 있다.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70∼90%에 이른다.

업계에선 담 회장을 위한 배당이란 뒷말이 나왔다. 담 회장은 비자금 재판 과정에서 아이팩에서 횡령·배임한 160억원을 개인 재산으로 변제했다. 때문에 변제금을 배당금으로 되돌려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이팩은 2000∼2005년 매년 11억원씩 배당한데 이어 2006년과 2007년 각각 8억원, 3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천재교육의 일감으로 유지되는 천재상사(82회차)는 15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당기순이익은 13억9300만원이라 배당성향이 108%에 육박했다. 이 돈은 모두 오너일가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는 천재상사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용준 천재교육 회장의 아들과 딸 정민·유정씨가 각각 60%(6000주), 40%(4000주)씩 지분을 갖고 있는 천재상사는 관계사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천재상사의 내부거래율은 ▲2010년 96%(637억원-609억원) ▲2011년 95%(657억원-623억원) ▲지난해 99%(677억원-669억원)였다.

회사 사정과 무관한 ‘딴주머니’를 찬 기업인도 있다. 팬택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거의 모든 실적이 '안방'에서 나오는 팬택씨앤아이(63회차)는 30억원을 배당했는데, 고스란히 박병엽 팬택 부회장(100%·500만주) 통장에 꽂혔다. 2011년 배당금 29억원도 마찬가지였다. 박 부회장은 2006년 워크아웃 당시 팬택씨앤아이 지분만 남기고 팬택 지분을 채권단에 넘겼다. 채권단의 신임으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CEO)으로 팬택 경영을 맡은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에서 졸업했지만 뼈를 깎는 정상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배당성향 2121%도

박 부회장의 개인회사인 팬택씨앤아이는 지난해 매출 976억원 가운데 959억원(98%)을 관계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그전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팬택씨앤아이의 내부거래율은 ▲2005년 91%(1590억원-1445억원) ▲2006년 91%(1955억원-1774억원) ▲2007년 99%(1308억원-1306억원) ▲2008년 99%(1464억원-1451억원) ▲2009년 94%(1575억원-1474억원) ▲2010년 98%(1728억원-1688억원) ▲2011년 97%(2563억원-2478억원)로 드러났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내부거래로 돈방석 앉은 오너

3억 베팅…4년 만에 200억 '먹튀'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회사에서 '배당잔치'를 벌인 오너일가가 있는가 하면 보유했던 지분을 계열사에 팔아 한몫 단단히 챙긴 오너일가도 있다. 영풍그룹과 대명그룹이 대표적이다.

영풍그룹(93회차)은 내부거래로 먹고사는 계열사가 적지 않다. 무려 4개씩이나 된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으로 거론되자 이중 3개 계열사를 정리했다. 오너일가가 보유지분을 처분한 것. 문제는 '웃돈'을 얹어 팔았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변화를 보인 곳은 엑스메텍이다. 엑스메텍은 2011년 매출 335억원 가운데 94억원(28%)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그전엔 더 심했다. 영풍그룹 계열사들은 2010년 엑스메텍의 매출 81억원 중 49억원(60%)에 달하는 일감을 퍼줬다.

엑스메텍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장남 세준씨 12%(4만8000주), 차남 세환씨와 외동딸 혜선씨 각각 11%(4만4000주) 등 총 34%(13만6000주)를 오너일가가 보유하다 2011년 9월 지분 전량을 ㈜영풍에 매각했다. 매매가는 주당 1만9500원씩 총 26억5500만원이었다. ㈜영풍 측은 "외부 평가를 거친 적정한 가격"이라고 밝혔지만, 엑스메텍 설립 당시 주당 5000원씩 출자한 것을 감안하면 영풍 2세들은 불과 2년 만에 출자금의 4배에 달하는 약 20억원을 차익으로 남긴 셈이다.

케이지그린텍도 사정은 같다. 2011년 매출 27억원이 전부 고려아연에서 나왔다. 2010년엔 15억원이 그랬다. 케이지그린텍은 세환씨와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동생 최창규 고려아연 부회장이 각각 지분 10%(8000주)씩 소유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지분 전량을 고려아연에 팔았다. 매매가는 각각 주당 1만1000원으로 총 9070만원씩이다. 케이지그린텍 자본금이 4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세환씨와 최 부회장은 개인당 4000만원을 투자해 2배로 불린 셈이다.

정부 압박에 오너일가 지분 정리
제값 처분…웃돈 얹어 챙기기도

케이지인터내셔날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2010년 매출 196억원에서 119억원(61%)을 계열사에서 채웠다. 이듬해의 경우 매출 229억원 중 121억원(53%)이 '집안'에서 나왔다. 케이지인터내셔날은 세준·세환 형제가 각각 16.67%(3만주)씩 총 33.34%(6만주)를 보유하다가 지난 1월 서린상사에 합병됐다. 합병비율(1:0.060260)에 따라 세준·세환씨는 각각 서린상사 지분 0.55%(1694주)를 갖게 됐다. 형제는 개인당 1억5000만원씩 케이지인터내셔날에 투자해 2년 만에 10억원이 넘는 가치의 지분을 쥐게 됐다.

대명그룹(83회차) 계열사들은 기안코퍼레이션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기안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 1468억원 가운데 1011억원(69%)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대명레저산업(631억원)과 대명건설(359억원), 디엠에스(12억원) 등이다. 그전에도 내부거래율은 2010년 63%(828억원-522억원), 2011년 62%(996억원-613억원)에 달했다. 2009년의 경우 311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모두 대명레저산업과 거래한 금액이다. 내부거래율이 100%인 셈이다.

이 회사는 오너일가가 100%(6만주) 소유한 사실상 개인회사였다. 고 서홍송 창업주의 외아들 서준혁 대표가 70%(4만2000주)를, 두 딸 경선·지영씨가 각각 15%(9000주)씩 보유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갑자기 지분을 매각한 것. 매수인은 다름 아닌 계열사다.

대명그룹 주력사인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11월 기안코퍼레이션 지분 100%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매매가는 198억원. 대명그룹 2세들은 '돈방석'에 앉았다. 4년 전 자본금 3억원을 출자한 회사를 통해 서 대표는 139억원, 경선·지영 자매는 각각 30억원을 챙겼다.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주당 5000원이었던 기안코퍼레이션의 주식가치를 66배나 많은 33만원으로 평가했다. 기안코퍼레이션 장부상 자산가치도 주당 15만원 선밖에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과 대명 오너일가는 적은 돈으로 차린 회사를 계열사 물량으로 몸집을 키운 뒤 문제가 될 만하니까 배를 불리고 팔아치웠다"며 "기업의 내부거래가 왜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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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