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100)100회 특집 '배당잔치' 총수들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6.10 09: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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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회사' 등골 빼먹는 간큰 회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들의 '오너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는다. 정부의 으름장도 소용없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보란 듯이 배당까지 챙겨주는 실정. <일요시사>는 연속기획 100회를 맞아 그동안 지적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로 오너일가의 금고를 채워준 '간큰'기업들을 솎아내봤다.

 

2011년 4월부터 매주 연재한 '기업 내부거래 실태' 연속기획이 100회를 맞았다. <일요시사>가 지난 99회를 통해 내부거래 실태를 지적한 기업은 모두 191곳. 이들 기업은 계열사에 빌어먹는 '절름발이'회사들이다. 지면에 오른 기업은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을 비롯해 코스닥 상장사와 중견·중소기업, 그리고 프랜차이즈업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아(내부거래율 50% 이상·내부거래 금액 100억원 이상) 유지되는 회사가 가장 많은 곳은 GS그룹으로 나타났다. 무려 13개사가 그룹 물량으로 운영되고 있다. GS그룹 계열사는 총 77개. 이중 20%에 이르는 자회사가 이른바 '좀비 회사'인 셈이다. 이어 ▲롯데그룹(9개) ▲하림그룹(6개) ▲태광그룹·BYC(5개) ▲코오롱그룹·영풍그룹·부영그룹·한미약품·보람상조(4개) 순이었다.

신도리코 246억
GS네오텍 120억

그동안 이들 기업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큰 변화가 없다. 변칙적인 '오너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칼을 빼 들었지만 소용없는 분위기다.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과세 등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일감을 몰아준 자회사를 다른 계열사에 합병시킨 꼼수는 그나마 낫다.


보란 듯이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회사에서 '배당 잔치'를 벌인 오너일가가 한둘이 아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00억원대에 이르는 거액을 챙겼다. 심지어 순이익보다 많거나 적자가 난 회사에서 보너스를 챙긴 '철면피'도 있다. 재벌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 <일요시사>가 지적한 191개 기업이 지난 3∼4월 공시한 사업·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수 일가들이 43개(23%) 기업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많은 금액을 배당한 곳은 신도리코(90회차)다. 신도리코는 주당 2500원씩 총 246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줬다. 신도리코 지분 11.7%(117만9705주)를 보유한 우석형 회장은 29억원을 챙겼다. 그의 동생 우자형 부회장(6.33%·63만8104주)과 모친 최순영씨(0.32%·3만2699주), 부인 장순희씨(0.06%·5647주)와 장남 승협씨(0.18%·1만7650주), 장차녀 소현·지원씨(각각 0.13%·1만2707주) 등 친인척 13명도 각각 수천만원에서 십수억원을 가져갔다.

지난해 신도리코의 매출(7374억원) 대비 관계사 의존도는 19%로 다른 기업들의 내부거래율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거래 금액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도리코는 신도리코중앙판매(526억원), 신도리코DS판매(521억원), 신도에이스(213억원) 등 계열사들과 거래한 금액이 1387억원에 이른다.

GS그룹 계열사들의 일감이 몰리는 GS네오텍(32회차)은 120억원을 배당했다. 이 돈은 모두 지분 100%(400만주)를 소유한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챙겼다. 오너 개인회사인 GS네오텍은 지난해 매출 6047억원 가운데 3922억원(65%)을 GS건설(3145억원) 등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2011년 4월부터 연재…191개 기업 지적
GS·롯데그룹 '짬짜미' 가장 심각해
총수일가 43개 기업서 거액 배당금 챙겨

내부거래가 많은 GS아이티엠과 옥산유통도 각각 20억원, 30억원을 배당했다. 배당금은 대부분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 윤홍씨,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서홍씨,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 준홍씨,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세홍씨 등 GS일가 4세들 주머니로 들어갔다. GS아이티엠은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어려운 처지다. 지난해 매출 1823억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1312억원(72%)에 달했다. 옥산유통은 GS25편의점과 GS슈퍼마켓에 담배를 공급해 15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G그룹 방계회사인 범한판토스(28회차)도 100억원을 배당했다. 고 구자헌 창업주의 부인 조금숙씨(50.86%·101만7140주)와 아들 구본호씨(46.14%·92만2860주)가 몽땅 챙겼다. 지난해 1조3244억원의 매출을 올린 범한판토스는 LG그룹의 물류부문을 전담, 대부분의 매출이 LG그룹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모자는 LG그룹을 등에 업고 거둔 실적으로 '배당잔치'를 벌인 셈이다.


롯데그룹 '식구'들이 달라붙어 지원하고 있는 롯데정보통신(92회차)은 86억원을 배당했다. 이에 따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7.5%·6만4148주)은 6억원을,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4%·3만4148주)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3.5%·3만주)은 각각 3억원을 받았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매출 5124억원 중 4165억원(81%)을 계열사에서 채웠다.

이어 ▲레드캡투어(80회차) 46억원 ▲현대백화점그룹-현대그린푸드(29회차) 44억원 ▲미래에셋그룹-미래에셋캐피탈(78회차) 31억원 ▲현대산업개발-아이서비스(44회차) 28억원 ▲쿠쿠전자-엔탑(58회차) 25억원 ▲한국철강-대유코아(48회차) 25억원 ▲삼표그룹-삼표로지스틱스(60회차) 21억원 ▲동부그룹-동부씨엔아이(38회차) 17억원 ▲화승그룹-화승R&A(56회차) 15억원 ▲OCI그룹-이테크건설(18회차) 14억원 ▲하이트진로그룹-서영이앤티(40회차) 10억원 ▲동아원그룹-한국제분(88회차) 10억원 등의 순으로 배당금이 많았다.

동국제강-디케이유엔씨(6회차), 세아그룹-세아네트웍스(14회차), LS그룹-파운텍(17회차), 현대그룹-현대유엔아이(21회차), 대교그룹-타라티피에스(23회차), 보령그룹-㈜보령(57회차), 녹십자-녹십자엠에스(79회차) 등은 각각 3억∼7억원을 배당했다. 물론 내부거래 비중이 매출의 절반 이상에서 100%인 이들 기업에서 나온 배당금은 오너 또는 그 일가의 몫이었다. 이들 중엔 일부 미성년자도 끼어있어 일반인이 보기엔 씁쓸할 수밖에 없다.

요즘 한창 말 많고 탈 많은 남양유업(51회차)의 경우 <일요시사>가 최초로 내부거래 실태를 공개한 바 있다. 서울광고의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 이중 99%가 남양유업과의 거래로 발생한 것이다. 남양유업은 자사의 광고물 제작(58억원)과 광고대행(42억원)을 서울광고에 몰아줬다.

서울광고는 남양유업의 지원으로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금 13억원을 지급했다. 배당금은 서울광고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는 홍씨일가에게 모두 돌아갔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동생 홍우식 서울광고 사장은 89.9%(8만9900주)의 지분을 소유한 최대주주. 나머지 지분 10.1%(1만100주)도 홍 사장의 딸 서현씨 등 특수관계인들이 갖고 있다.

서울광고의 남양유업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3년까지만 해도 총매출 대비 거래율은 평균 50%대 수준에 머물다 오너일가의 지분 확대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서울광고는 당초 미국 투자기업인 더맥매너스그룹이 지분 40%를 소유하다 2003년 홍 사장 등 오너일가가 이 지분을 양수했다. 이후 남양유업 거래율은 ▲2004년 83%(92억원-76억원) ▲2005년 90%(88억원-79억원) ▲2006년 93%(86억원-80억원)로 오르더니 ▲2007년 98%(81억원-79억원) ▲2008년 97%(70억원-68억원) ▲2009년 99%(80억원-79억원) ▲2010년 99%(81억원-80억원) ▲2011년 99%(84억원-83억원)까지 치솟았다.

수천만∼100억대…일부 미성년자도 포함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 챙긴 철면피도
'오너곳간'채워 결국 오너 주머니로

더 큰 문제는 서울광고가 오너일가에 배당한 13억원은 당기순이익(12억8600만원)보다 많다는 점이다. 배당성향(배당금액/당기순이익)이 101%나 되는 고배당이다. 서울광고는 2011년에도 17억원을 배당했는데, 이 역시 당기순이익(9억9400만원)의 거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당시 배당성향은 171%나 됐다.

남양유업에 기생하는 서울광고처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당금 파티를 벌인 기업은 또 있다. 오리온그룹의 아이팩과 천재교육의 천재상사다.

'담철곤 꿀단지'로 알려진 아이팩(62회차)은 200억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이중 106억원을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53.33%·18만4000주)이 챙겼다. 순이익 9억원에 불과해 배당성향이 무려 2121%의 초고배당이었다. 담 회장이 다른 사람의 명의로 차명지분을 소유해온 사실이 드러났던 아이팩은 오리온에 과자 봉지와 박스 등을 납품하고 있다.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70∼90%에 이른다.

업계에선 담 회장을 위한 배당이란 뒷말이 나왔다. 담 회장은 비자금 재판 과정에서 아이팩에서 횡령·배임한 160억원을 개인 재산으로 변제했다. 때문에 변제금을 배당금으로 되돌려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이팩은 2000∼2005년 매년 11억원씩 배당한데 이어 2006년과 2007년 각각 8억원, 3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천재교육의 일감으로 유지되는 천재상사(82회차)는 15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당기순이익은 13억9300만원이라 배당성향이 108%에 육박했다. 이 돈은 모두 오너일가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는 천재상사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용준 천재교육 회장의 아들과 딸 정민·유정씨가 각각 60%(6000주), 40%(4000주)씩 지분을 갖고 있는 천재상사는 관계사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천재상사의 내부거래율은 ▲2010년 96%(637억원-609억원) ▲2011년 95%(657억원-623억원) ▲지난해 99%(677억원-669억원)였다.

회사 사정과 무관한 ‘딴주머니’를 찬 기업인도 있다. 팬택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거의 모든 실적이 '안방'에서 나오는 팬택씨앤아이(63회차)는 30억원을 배당했는데, 고스란히 박병엽 팬택 부회장(100%·500만주) 통장에 꽂혔다. 2011년 배당금 29억원도 마찬가지였다. 박 부회장은 2006년 워크아웃 당시 팬택씨앤아이 지분만 남기고 팬택 지분을 채권단에 넘겼다. 채권단의 신임으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CEO)으로 팬택 경영을 맡은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에서 졸업했지만 뼈를 깎는 정상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배당성향 2121%도

박 부회장의 개인회사인 팬택씨앤아이는 지난해 매출 976억원 가운데 959억원(98%)을 관계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그전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팬택씨앤아이의 내부거래율은 ▲2005년 91%(1590억원-1445억원) ▲2006년 91%(1955억원-1774억원) ▲2007년 99%(1308억원-1306억원) ▲2008년 99%(1464억원-1451억원) ▲2009년 94%(1575억원-1474억원) ▲2010년 98%(1728억원-1688억원) ▲2011년 97%(2563억원-2478억원)로 드러났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내부거래로 돈방석 앉은 오너

3억 베팅…4년 만에 200억 '먹튀'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회사에서 '배당잔치'를 벌인 오너일가가 있는가 하면 보유했던 지분을 계열사에 팔아 한몫 단단히 챙긴 오너일가도 있다. 영풍그룹과 대명그룹이 대표적이다.

영풍그룹(93회차)은 내부거래로 먹고사는 계열사가 적지 않다. 무려 4개씩이나 된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으로 거론되자 이중 3개 계열사를 정리했다. 오너일가가 보유지분을 처분한 것. 문제는 '웃돈'을 얹어 팔았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변화를 보인 곳은 엑스메텍이다. 엑스메텍은 2011년 매출 335억원 가운데 94억원(28%)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그전엔 더 심했다. 영풍그룹 계열사들은 2010년 엑스메텍의 매출 81억원 중 49억원(60%)에 달하는 일감을 퍼줬다.

엑스메텍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장남 세준씨 12%(4만8000주), 차남 세환씨와 외동딸 혜선씨 각각 11%(4만4000주) 등 총 34%(13만6000주)를 오너일가가 보유하다 2011년 9월 지분 전량을 ㈜영풍에 매각했다. 매매가는 주당 1만9500원씩 총 26억5500만원이었다. ㈜영풍 측은 "외부 평가를 거친 적정한 가격"이라고 밝혔지만, 엑스메텍 설립 당시 주당 5000원씩 출자한 것을 감안하면 영풍 2세들은 불과 2년 만에 출자금의 4배에 달하는 약 20억원을 차익으로 남긴 셈이다.

케이지그린텍도 사정은 같다. 2011년 매출 27억원이 전부 고려아연에서 나왔다. 2010년엔 15억원이 그랬다. 케이지그린텍은 세환씨와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동생 최창규 고려아연 부회장이 각각 지분 10%(8000주)씩 소유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지분 전량을 고려아연에 팔았다. 매매가는 각각 주당 1만1000원으로 총 9070만원씩이다. 케이지그린텍 자본금이 4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세환씨와 최 부회장은 개인당 4000만원을 투자해 2배로 불린 셈이다.

정부 압박에 오너일가 지분 정리
제값 처분…웃돈 얹어 챙기기도

케이지인터내셔날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2010년 매출 196억원에서 119억원(61%)을 계열사에서 채웠다. 이듬해의 경우 매출 229억원 중 121억원(53%)이 '집안'에서 나왔다. 케이지인터내셔날은 세준·세환 형제가 각각 16.67%(3만주)씩 총 33.34%(6만주)를 보유하다가 지난 1월 서린상사에 합병됐다. 합병비율(1:0.060260)에 따라 세준·세환씨는 각각 서린상사 지분 0.55%(1694주)를 갖게 됐다. 형제는 개인당 1억5000만원씩 케이지인터내셔날에 투자해 2년 만에 10억원이 넘는 가치의 지분을 쥐게 됐다.

대명그룹(83회차) 계열사들은 기안코퍼레이션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기안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 1468억원 가운데 1011억원(69%)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대명레저산업(631억원)과 대명건설(359억원), 디엠에스(12억원) 등이다. 그전에도 내부거래율은 2010년 63%(828억원-522억원), 2011년 62%(996억원-613억원)에 달했다. 2009년의 경우 311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모두 대명레저산업과 거래한 금액이다. 내부거래율이 100%인 셈이다.

이 회사는 오너일가가 100%(6만주) 소유한 사실상 개인회사였다. 고 서홍송 창업주의 외아들 서준혁 대표가 70%(4만2000주)를, 두 딸 경선·지영씨가 각각 15%(9000주)씩 보유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갑자기 지분을 매각한 것. 매수인은 다름 아닌 계열사다.

대명그룹 주력사인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11월 기안코퍼레이션 지분 100%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매매가는 198억원. 대명그룹 2세들은 '돈방석'에 앉았다. 4년 전 자본금 3억원을 출자한 회사를 통해 서 대표는 139억원, 경선·지영 자매는 각각 30억원을 챙겼다.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주당 5000원이었던 기안코퍼레이션의 주식가치를 66배나 많은 33만원으로 평가했다. 기안코퍼레이션 장부상 자산가치도 주당 15만원 선밖에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과 대명 오너일가는 적은 돈으로 차린 회사를 계열사 물량으로 몸집을 키운 뒤 문제가 될 만하니까 배를 불리고 팔아치웠다"며 "기업의 내부거래가 왜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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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