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MB훈장 숨기는 총수들 사연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1.22 11: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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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소나 다 받는 그까이꺼 뭐∼"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 총수들이 훈장을 받았다. 한둘이 아니다. 떼거지로 가슴에 달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쉬쉬'한다. 옛날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문의 영광이라 잔치를 벌여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훈장을 받고도 냉가슴을 앓고 있는 총수들의 속사정을 알아봤다.

 

행정안전부가 2012년 서훈자 명단을 공개했다. 처음이다. 그전까지 공개하지 않다가 상훈법 개정을 통해 지난해부터 인터넷 사이트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클릭해보면 낯설지 않은 이름들을 확인할 수 있다. MB정부가 2012년 1년 동안 훈포장을 수여한 사람은 모두 1만2601명. 여기엔 이재오, 주호영, 김해진, 현인택, 김하중, 한덕수, 정운찬, 김대식, 이상직, 권철현, 박정하 등 MB 측근들이 포함돼 있다.

국가행사 유치 공로

특히 재벌 총수들도 훈장을 받았다.

'이건희, 정몽구, 최태원, 구본무, 조양호, 이석채….'

그 일가도 눈에 띈다.


'김재열, 정의선….'

이들에게 훈장을 수여한 이유는 비슷하다. 국가적인 행사 유치에 힘썼다는 것.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금관문화훈장을, 이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체육훈장맹호장을 받았다. 둘 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앞장섰다는 게 수여한 이유. 이 회장은 1984년 체육훈장맹호장과 1986년 체육훈장청룡장, 1991년 올림픽훈장, 2000년 국민훈장무궁화장 등을 받은 바 있다.

같은 이유로 2005년 국민훈장모란장을 수상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국민훈장무궁화장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체육훈장거상장을 받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2여수세계박람회 지원 공로로 국민훈장무궁화장을, 이석채 KT 회장은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에 기여한 공로로 체육훈장거상장을 받았다.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운 자에게 수여하는 문화훈장은 '금관-은관-보관-옥관-화관' 5등급으로 나뉜다. 이건희 회장이 받은 금관문화훈장은 가장 높은 1등급이다. 정치·경제·사회·교육·학술 분야에 공을 세운 자에게 수여하는 국민훈장은 '무궁화장-모란장-동백장-목련장-석류장' 5등급이 있다. 조양호 회장이 받은 국민훈장무궁화장도 1등급에 속한다.

체육발전에 공을 세운 자에게 수여하는 체육훈장은 '청룡장-맹호장-거상장-백마장-기린장' 5등급으로 구분된다. 김재열 사장이 받은 체육훈장맹호장은 2등급, 최태원 회장과 구본무 회장, 정의선 부회장, 이석채 회장이 받은 체육훈장거상장은 3등급이다.

뿐만 아니다. 정부는 'MB 야심작'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기업인도 무더기로 포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려 1000여명이 넘는다. 태영건설, GS건설, 한화건설, 한라건설, 삼안 등 건설사 임직원이 순차적으로 훈포장을 수상했다. 또 경인아라뱃길 사업에 참여한 삼성, SK, GS 등 대기업 건설사도 포상 받았다.

훈장을 탄 총수들과 그 일가는 가문의 영광이라 잔치를 벌여도 모자라다. 기업들은 수상 홍보에 열을 올려야 정상이다. 기업은 오너 등 경영진이 큰 상을 받으면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린다. 보도자료를 작성해 '사정사정'해서라도 언론에 기사를 내보내려 애를 쓴다.


그런데 하나같이 '쉬쉬'하는 분위기. 훈장을 받고도 냉가슴을 앓고 있다는 후문까지 들린다. 왜 일까. 기업들에 알아보니 나름대로 속사정이 있었다.

큰 잔치 벌여도 모자랄 판에 '쉬쉬' 분위기
너무 남발해 의미 없어…반정부 여론 부담도

훈포장의 종류가 많은데다 너무 남발한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희소성이 없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포상 대상자 선정 기준을 더욱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모 기업 관계자는 "나라에 기여한 공적이 인정돼 포상을 받은 사실은 충분히 자랑할 거리다. 하지만 너무 마구 뿌리는 경향이 있다"며 "1년 동안 1만2600명에 훈장을 줬다면 하루 평균 34개씩 수여한 꼴이다. 이중 한 사람일 뿐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어이없어 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다소 격한 표현으로 수상 남발을 꼬집었다. 그는 "개나 소나 다 떼거지로 받는 상을 뭐 하러 기를 쓰고 알리려 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오너가 해외에서 훈장을 받았을 때엔 언론에 내기 위해 기자들에게 부탁할 정도였다. 그런데 국내 훈장은 보도자료도 내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선 기업들이 반정부 여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실제 일부 기업은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

한 기업 홍보직원은 "MB정부가 잘 했으면 몰라도 전반적인 국민들의 평가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각 기업들은 MB정부 수혜기업이란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안달이다. 이 와중에 훈장까지 받았다고 떠들다간 괜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기업 직원은 "MB정부 훈장을 받은 게 뭐 자랑이라고 광고할 일 있냐. 안 그래도 MB정부 들어 잘 나갔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어 부담스럽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미 도마 위에 오른 수상도 있다. 단지 4대강 사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훈포장을 받은 건설사들이다. 당장 정당성 논란을 피할 수 없게 생겼다.

김관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의 부당한 포상을 강하게 질타했다. 또 문제가 있는 사람의 서훈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해양부가 국토해양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11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총 3차례에 걸쳐 4대강에 참여한 공무원, 유관기관·건설업체 관련자 등 총 1152명에게 포상했다. 국책사업에 대한 정부 포상으론 사상 최대 규모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물 확보나 홍수 예방 등의 문제 해소하고 방치됐던 수변공간을 자전거길·캠핑장 등 문화·여가레저공간으로 바꿨다"며 "특히 OECD에서 녹색성장으로 인정받아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고 포상 이유를 밝혔다.


4대강 포상 도마에

그러나 당시 사업비만 22조원에 달하는 4대강 사업은 끝나지 않은 상황. '샴페인을 미리 터뜨렸다'는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게다가 감사원이 실시한 감사 결과 건설사들의 담합과 그동안 제기됐던 안전성, 수질관리 등 부실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공사가 완공되기도 전에 포상한 수훈자 중엔 담합사 직원들도 포함돼 있다"며 "상훈법에 따라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수여한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수여한 서훈을 박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지만 그 뿐이었다. 4대강 입찰 담합자들에게 수여된 포상은 그대로 그들 품에 안겨있는 상태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입길 오른 'MB 셀프훈장'>

임기 중 결정, 임기 후 수여?


역대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관례적으로 대한민국이 부여하는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받았다. 이른바 '셀프훈장'. 이 훈장은 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 전·현직 우방국 원수 및 배우자에게 수여할 수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는 퇴임 직전인 2008년 1월 이 훈장을 받았다.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은 "집안 잔치 하냐"고 비꼬았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도 이 훈장을 받을까. 청와대는 훈장 수여 여부와 그 시기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이 좋지 않아서다. 일각에선 수여 결정은 임기 중에, 수여식은 임기 후 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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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