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박근혜 핵심공약 가이드

‘큰소리 떵떵’대국민 약속…이번엔 지킬까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당선인. 바야흐로 대한민국에도 여성 대통령의 시대가 왔다. 그는 과반을 넘는 지지율과 첫 여성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국민의 반 이상의 지지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책임질 그가 지지유세를 하며 대국민 약속을 선언했던 핵심 공약들을 공개한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세상을 바꾸는 10가지 약속’을 내걸었다. 그중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복지정책과 민생치안이다.

중산층 재건
공정거래 준수

박 당선인의 경제정책은 경제민주화 실현과 복지정책은 소득계층별 차등화 분배, 두 가지로 나뉜다. 성장과 복지를 균형 있게 추진해 새로운 경제개발에 힘쓰겠다는 취지다. 경제민주화의 경우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탈피하고 불공정거래 근절로 인해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복지정책에서 가장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반값등록금과 관련해서는 모든 대학생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저소득층 학생을 중심으로 한 차등화 등록금 지원으로 실현 가능한 공약을 꺼내들었다. 지난 정권으로부터 고스란히 떠안게 된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경감을 위해 18조원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하고, 신용불량자 322만명의 빚을 최대 70% 감축하겠다는 점도 시선을 끈다.

박 당선인이 표방한 경제민주화 공약의 핵심은 지배구조 개선보다는 ‘공정거래 확립’에 방점을 찍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형 유통업체와 골목상권, 기업과 소비자, 원청회사와 납품업체 등 경제적 강자와 약자 사이에 왜곡되고 흐트러진 경제 질서를 교정하고자 공정거래를 담보하는 법률을 개정하는 한편 이를 위반했을 시에는 엄격한 법 집행을 시행할 것으로 추측된다.

박 당선인이 제시한 구체적인 경제민주화 실행 방안으로는 대기업 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과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입 규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 폐지, 피해 집단의 대표당사자가 소송을 수행하고 판결 효력을 집단이 공유하는 집단소송제 도입, 대기업 내부의 불공정거래 규정 강화 등이 있다.


대기업 불공정거래 뿌리 뽑아 투자·일자리 창출
국회도 개혁 대상…의원 면책·불체포 특권 제한

다만 공정거래에 초점을 둔다고 해서 지배구조를 완전히 배제시키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고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9%에서 4%로 제한 및 연기금 주주권을 확대,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대기업집단의 기존 순환출자를 인정하는 대신 대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은 일석이조 정책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박 당선인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중산층 재건은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공약 중 하나다. 박 당선인은 당초 가계부채 해소를 통해 중산층 70% 육성을 실천하고자 했다. 이를 실천함에 있어서의 가장 큰 핵심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하는 것이다. ‘국민행복기금’은 부실채권정리기금, 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기금 등 재원 1조8700억여원을 종자돈으로 삼고 신용 보강을 통해 18조원의 기금을 만드는 형식이다.

금융채무 불이행자들이 채무를 장기적으로 분할상환토록하고, 신용불량자들을 위해 10% 대의 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했다. 또한 가계빚에 허덕이는 주택대출자와 세입자 대책도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지분매각제도 시행이 있다. 이는 소유한 집의 지분 일부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공기관이 매입하도록 해 이자 상환에 허덕이는 가구의 숨통을 틔우자는 것. 렌트푸어 구제책은 목돈이 들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집주인이 자신의 주택을 담보로 인상분을 대출받고 세입자가 그 이자를 부담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공약으로 인식돼 원성을 사기도 했다.

반값등록금 추진
청년실업 해소

일자리 창출. 이것은 지난 대선 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내세웠던 강력한 공약이다. 박 당선인 역시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박 당선인은 정보통신·소프트웨어 분야를 집중 육성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스마트 뉴딜정책’과 ‘창조경제론’을 내세웠다.

스마트 뉴딜정책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가진 정보통신기술을 농어업과 제조업에 활용해 성장 지렛대로 삼고 이를 위한 실행 플랜으로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 전체 근로자의 25%를 IT를 활용한 스마트워크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또 다른 중점적인 공약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대기업 고용형태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공시하도록 해 대기업이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관행을 뿌리 뽑고 비정규직 차별이 지속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한다. 공공기관의 경우 상시업무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을 아예 고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정년을 60세로 연장해 정리해고를 방지할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구성키로 했다.

청년실업 대책의 경우 일명 ‘스펙’이라는 이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직무능력 표준만 갖추면 학벌에 관계없이 대기업에 취업하게 된다. 직업마다 갖춰야 할 기본실력인 직무능력 표준은 현재 200개인데 900개로 세분화한 뒤 이를 익힌 취업준비생을 인재은행에 등록하고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셋째 아이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과 월 20만원의 노인연금 지급도 눈에 띄는 복지공약들이다. 박 당선인은 복지정책에 6조원을 추가 편성할 것으로 알려져 부녀자와 노년층에서는 새로운 복지제도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어 국공립 시설을 매년 50개씩 신축하고 민간 보육시설도 매년 1000개 선정,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으로 지원하는 0∼5세 무상보육, 정년 60세 연장, 장관직·정부위원회의 여성 비율 확대, 공공기관 여성 관리자 목표제 도입 및 비정규직 감축 등을 약속했다.

의료정책은 암·심혈관·뇌혈관·희귀난치성 4대 중증질환에 제한해서 건강보험 100%를 보장하기로 했다. 또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다양한 여성 복지 공약을 내세웠다. 한부모가정에 대해 자녀양육비 지원을 현재 매월 5만원에서 세 배 가량 인상하기로 했고 2017년까지 여성인재 10만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반값등록금 공약은 모든 대학생에게 반값등록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소득계층별로 차등화해 반값등록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인 소득 1∼2분위에는 100% 전액 장학금을 제공하고, 3∼4분위에는 75%, 5∼7분위에는 50%, 8분위에는 25% 등 선별적 지원방식을 시행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9∼10분위 학생들에게는 ‘든든학자금’ 대출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대학등록금 개혁을 꿈꾸고 있다.

비리·부패 근절
국회·의원 개혁

학자금 대출 이자율도 개선한다. 현재 약 3.9% 대인 학자금대출 이자율을 실질적으로 없애는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연간 대학 등록금 총액은 14조원 가량인데 반값등록금을 위해서는 약 7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재원조달의 경우 4조원은 정부 재정, 2조원은 대학의 자체 장학금, 1조원은 대학 자구노력 등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정책 또한 새롭게 개편된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공교육 정상화 촉진 특별법’을 제정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을 금지한다. 즉 사교육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특히 사교육 유발의 주축인 외고·자사고의 경우 폐지보다 보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특목고가 본 설립 취지에 맞게 적합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관리·감독 강화를 내세웠다. 대입 전형에 대해서는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 위주로 간소화하는 한편 대입 전형계획 3년 전 예고를 의무화시켰다.

박 당선인의 교육정책 중 이목을 끄는 것은 바로 ‘자유학기제’ 도입이다. 이는 중학교에서 한 학기를 시험 없이 독서나 진로 체험 등 자치활동 위주의 교육으로 구성해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의 기회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정치쇄신은 비리와 부패 근절이 최우선이다. 박 당선인은 당이 공천비리로 파국에 빠질 때마다 앞장서서 해결사 역할을 해온 터라 비리·부패 근절을 개선해야할 최우선적인 요소로 생각해왔다.

공천 금품수수에 대해서는 사실상 정치 재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처벌을 마련했다. 또한 당선자의 부정부패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하면 당사자가 선거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공천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하면 수수액의 30배 이상을 과태료로 물도록 했다. 금품 수수자는 선출직과 임명직을 포함해 공직에 취임할 권리도 20년간 박탈된다. 야권단일화 당시 후보가 늦게 확정돼 검증 기회가 줄었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국회의원 후보자는 총선 2개월 전에, 대선 후보자는 선거 4개월 전에 확정하도록 했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 근절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을 뒀다. 특별감찰관은 규제 대상자의 재산 변동 내역 등을 검증하기 위해 계좌 추적, 통신거래 내역 조회 등 실질적인 조사권을 갖는다. 감찰 대상은 대통령 친인척은 물론 측근·권력 실세까지 지정할 수 있다. 친인척의 경우 대통령 재임기간에 공직이나 공공기관 임직원으로 취임할 수 없는 점은 대통령 측근의 권력 남용 방지를 위한 공약이다.


검경 수사권 배분
정부조직 개선

대통령 권한도 분산된다. 새시대를 갈망하는 국민의 염원을 눈치라도 챈 듯 기존 정당의 횡포를 바로잡고 정치쇄신을 위해 대통령 권한도 분산하고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 제청권을 보장하는 이른바 ‘책임총리제’를 도입, 장관에게 부처와 산하기관의 인사권을 부여해 이름만 장관이 아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장관으로 거듭나도록 했다.

박 당선인이 정치쇄신과 함께 개혁 대상으로 주목하는 것이 바로 국회와 국회의원이다. 국회개혁의 핵심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에 제한을 둔다는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특권을 이용해 법 위에 군림하는 부조리와 폐단을 근절하겠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제한이 개헌까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 당선자의 국회 쇄신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국회의원의 도덕성 강화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국회윤리특별위원회 위원을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하는 등 기능을 확대하고 의원 징계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의원에게 동료 의원들이 ‘제 식구 감싸기’ 혹은 ‘봐주기 수사’ 차원에서 징계수위 감축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정당개혁도 눈에 띈다. 국회의원 후보를 여야가 동시에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으로 선출하는 것을 법제화하기로 했다. 특정 계파나 유력 정치인의 입김보다는 지역 유권자의 선택권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또 박 당선인은 비례대표 밀실공천을 없애고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을 폐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품 수수자의 공무담임권 제한기간을 20년으로 연장하고 정치자금 자료 공개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등 선거 관련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친인척 비리 특별반 감시
책임총리제로 권한 분산
노인연금 지급·정년연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도 폐지된다. 중수부 기능을 일선 지검 검찰청 특수부가 대신하도록 하고 일선 지검에서 맡기 어려운 대형 사건은 고검에 태스크포스를 꾸려 담당하도록 했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 등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를 적용한다. 특별감찰관에는 조사권을 부여하고 정치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입법화되는 특검법을 일반법으로 격상시켜 언제든 특검수사가 개시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검찰 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검찰시민위원회’를 강화시키고 중요사건의 구속영장 청구를 비롯한 기소 여부에 대해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해 검사의 기소권을 제한키로 했다. 위원회는 외국의 기소대배심과 참여재판의 배심원에 준해 구성하게 된다. 경찰 측에서 오랫동안 외쳐온 수사권 배분도 차기 정권부터는 실현 가능토록 조정했다. 민생치안과 관련해 늘어나는 강력범죄에 비해서 경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 경찰 인력을 2만명 이상 증원하기로 했다. 경찰의 보수와 수당을 현실화하기 위해 기본급을 공안직 수준으로 인상하고 휴일·야간 근무수당 급여도 인상하기로 했다.

또 최근 빈발하고 있는 성범죄 등 치안 관련 강력범죄를 근절하고 피해자 지원을 위해 무료 법률지원 확대와 진술전문가 양성, 성폭력상담소 지원 확충, 찾아가는 심리치료 서비스 실시 등 성범죄 근절에 무게를 뒀다.

안보와 국방력 강화에도 힘을 쏟는다.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할 수 있는 정책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제주 해군기지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장거리 미사일의 조기 전력화에도 나선다. 외교 분야에서는 한·미관계를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키고 한·중관계를 협력동반자 관계자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이 밖에 동아시아 역내 국가 간 핵안전 증진을 위한 새로운 협력 장치도 강구하기로 했다.

미·중 동맹 강화
기존부서 탈바꿈

대선 1호 공약이었던 ‘정부3.0’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각 부처가 보유한 정보를 클라우딩 컴퓨터 시스템(개인 컴퓨터에 담긴 프로그램과 정보를 하나의 대형 컴퓨터에 저장·공유하는 방식)을 통해 하나의 창고에 모으고 이를 국민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또 국정쇄신위원회, 국가미래교육위원회, 기회균등위원회 등의 위원회도 신설하거나 역할을 대폭 강화하게 된다. 금융감독기구 개편의 경우 박 당선인은 현행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기능에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 부문을 합쳐 포괄적 금융부를 개설하려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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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