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박근혜 핵심공약 가이드

‘큰소리 떵떵’대국민 약속…이번엔 지킬까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당선인. 바야흐로 대한민국에도 여성 대통령의 시대가 왔다. 그는 과반을 넘는 지지율과 첫 여성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국민의 반 이상의 지지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책임질 그가 지지유세를 하며 대국민 약속을 선언했던 핵심 공약들을 공개한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세상을 바꾸는 10가지 약속’을 내걸었다. 그중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복지정책과 민생치안이다.

중산층 재건
공정거래 준수

박 당선인의 경제정책은 경제민주화 실현과 복지정책은 소득계층별 차등화 분배, 두 가지로 나뉜다. 성장과 복지를 균형 있게 추진해 새로운 경제개발에 힘쓰겠다는 취지다. 경제민주화의 경우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탈피하고 불공정거래 근절로 인해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복지정책에서 가장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반값등록금과 관련해서는 모든 대학생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저소득층 학생을 중심으로 한 차등화 등록금 지원으로 실현 가능한 공약을 꺼내들었다. 지난 정권으로부터 고스란히 떠안게 된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경감을 위해 18조원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하고, 신용불량자 322만명의 빚을 최대 70% 감축하겠다는 점도 시선을 끈다.

박 당선인이 표방한 경제민주화 공약의 핵심은 지배구조 개선보다는 ‘공정거래 확립’에 방점을 찍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형 유통업체와 골목상권, 기업과 소비자, 원청회사와 납품업체 등 경제적 강자와 약자 사이에 왜곡되고 흐트러진 경제 질서를 교정하고자 공정거래를 담보하는 법률을 개정하는 한편 이를 위반했을 시에는 엄격한 법 집행을 시행할 것으로 추측된다.

박 당선인이 제시한 구체적인 경제민주화 실행 방안으로는 대기업 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과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입 규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 폐지, 피해 집단의 대표당사자가 소송을 수행하고 판결 효력을 집단이 공유하는 집단소송제 도입, 대기업 내부의 불공정거래 규정 강화 등이 있다.


대기업 불공정거래 뿌리 뽑아 투자·일자리 창출
국회도 개혁 대상…의원 면책·불체포 특권 제한

다만 공정거래에 초점을 둔다고 해서 지배구조를 완전히 배제시키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고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9%에서 4%로 제한 및 연기금 주주권을 확대,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대기업집단의 기존 순환출자를 인정하는 대신 대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은 일석이조 정책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박 당선인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중산층 재건은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공약 중 하나다. 박 당선인은 당초 가계부채 해소를 통해 중산층 70% 육성을 실천하고자 했다. 이를 실천함에 있어서의 가장 큰 핵심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하는 것이다. ‘국민행복기금’은 부실채권정리기금, 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기금 등 재원 1조8700억여원을 종자돈으로 삼고 신용 보강을 통해 18조원의 기금을 만드는 형식이다.

금융채무 불이행자들이 채무를 장기적으로 분할상환토록하고, 신용불량자들을 위해 10% 대의 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했다. 또한 가계빚에 허덕이는 주택대출자와 세입자 대책도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지분매각제도 시행이 있다. 이는 소유한 집의 지분 일부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공기관이 매입하도록 해 이자 상환에 허덕이는 가구의 숨통을 틔우자는 것. 렌트푸어 구제책은 목돈이 들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집주인이 자신의 주택을 담보로 인상분을 대출받고 세입자가 그 이자를 부담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공약으로 인식돼 원성을 사기도 했다.

반값등록금 추진
청년실업 해소

일자리 창출. 이것은 지난 대선 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내세웠던 강력한 공약이다. 박 당선인 역시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박 당선인은 정보통신·소프트웨어 분야를 집중 육성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스마트 뉴딜정책’과 ‘창조경제론’을 내세웠다.

스마트 뉴딜정책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가진 정보통신기술을 농어업과 제조업에 활용해 성장 지렛대로 삼고 이를 위한 실행 플랜으로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 전체 근로자의 25%를 IT를 활용한 스마트워크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또 다른 중점적인 공약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대기업 고용형태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공시하도록 해 대기업이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관행을 뿌리 뽑고 비정규직 차별이 지속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한다. 공공기관의 경우 상시업무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을 아예 고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정년을 60세로 연장해 정리해고를 방지할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구성키로 했다.

청년실업 대책의 경우 일명 ‘스펙’이라는 이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직무능력 표준만 갖추면 학벌에 관계없이 대기업에 취업하게 된다. 직업마다 갖춰야 할 기본실력인 직무능력 표준은 현재 200개인데 900개로 세분화한 뒤 이를 익힌 취업준비생을 인재은행에 등록하고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셋째 아이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과 월 20만원의 노인연금 지급도 눈에 띄는 복지공약들이다. 박 당선인은 복지정책에 6조원을 추가 편성할 것으로 알려져 부녀자와 노년층에서는 새로운 복지제도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어 국공립 시설을 매년 50개씩 신축하고 민간 보육시설도 매년 1000개 선정,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으로 지원하는 0∼5세 무상보육, 정년 60세 연장, 장관직·정부위원회의 여성 비율 확대, 공공기관 여성 관리자 목표제 도입 및 비정규직 감축 등을 약속했다.

의료정책은 암·심혈관·뇌혈관·희귀난치성 4대 중증질환에 제한해서 건강보험 100%를 보장하기로 했다. 또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다양한 여성 복지 공약을 내세웠다. 한부모가정에 대해 자녀양육비 지원을 현재 매월 5만원에서 세 배 가량 인상하기로 했고 2017년까지 여성인재 10만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반값등록금 공약은 모든 대학생에게 반값등록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소득계층별로 차등화해 반값등록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인 소득 1∼2분위에는 100% 전액 장학금을 제공하고, 3∼4분위에는 75%, 5∼7분위에는 50%, 8분위에는 25% 등 선별적 지원방식을 시행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9∼10분위 학생들에게는 ‘든든학자금’ 대출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대학등록금 개혁을 꿈꾸고 있다.

비리·부패 근절
국회·의원 개혁

학자금 대출 이자율도 개선한다. 현재 약 3.9% 대인 학자금대출 이자율을 실질적으로 없애는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연간 대학 등록금 총액은 14조원 가량인데 반값등록금을 위해서는 약 7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재원조달의 경우 4조원은 정부 재정, 2조원은 대학의 자체 장학금, 1조원은 대학 자구노력 등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정책 또한 새롭게 개편된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공교육 정상화 촉진 특별법’을 제정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을 금지한다. 즉 사교육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특히 사교육 유발의 주축인 외고·자사고의 경우 폐지보다 보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특목고가 본 설립 취지에 맞게 적합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관리·감독 강화를 내세웠다. 대입 전형에 대해서는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 위주로 간소화하는 한편 대입 전형계획 3년 전 예고를 의무화시켰다.

박 당선인의 교육정책 중 이목을 끄는 것은 바로 ‘자유학기제’ 도입이다. 이는 중학교에서 한 학기를 시험 없이 독서나 진로 체험 등 자치활동 위주의 교육으로 구성해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의 기회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정치쇄신은 비리와 부패 근절이 최우선이다. 박 당선인은 당이 공천비리로 파국에 빠질 때마다 앞장서서 해결사 역할을 해온 터라 비리·부패 근절을 개선해야할 최우선적인 요소로 생각해왔다.

공천 금품수수에 대해서는 사실상 정치 재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처벌을 마련했다. 또한 당선자의 부정부패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하면 당사자가 선거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공천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하면 수수액의 30배 이상을 과태료로 물도록 했다. 금품 수수자는 선출직과 임명직을 포함해 공직에 취임할 권리도 20년간 박탈된다. 야권단일화 당시 후보가 늦게 확정돼 검증 기회가 줄었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국회의원 후보자는 총선 2개월 전에, 대선 후보자는 선거 4개월 전에 확정하도록 했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 근절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을 뒀다. 특별감찰관은 규제 대상자의 재산 변동 내역 등을 검증하기 위해 계좌 추적, 통신거래 내역 조회 등 실질적인 조사권을 갖는다. 감찰 대상은 대통령 친인척은 물론 측근·권력 실세까지 지정할 수 있다. 친인척의 경우 대통령 재임기간에 공직이나 공공기관 임직원으로 취임할 수 없는 점은 대통령 측근의 권력 남용 방지를 위한 공약이다.


검경 수사권 배분
정부조직 개선

대통령 권한도 분산된다. 새시대를 갈망하는 국민의 염원을 눈치라도 챈 듯 기존 정당의 횡포를 바로잡고 정치쇄신을 위해 대통령 권한도 분산하고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 제청권을 보장하는 이른바 ‘책임총리제’를 도입, 장관에게 부처와 산하기관의 인사권을 부여해 이름만 장관이 아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장관으로 거듭나도록 했다.

박 당선인이 정치쇄신과 함께 개혁 대상으로 주목하는 것이 바로 국회와 국회의원이다. 국회개혁의 핵심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에 제한을 둔다는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특권을 이용해 법 위에 군림하는 부조리와 폐단을 근절하겠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제한이 개헌까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 당선자의 국회 쇄신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국회의원의 도덕성 강화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국회윤리특별위원회 위원을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하는 등 기능을 확대하고 의원 징계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의원에게 동료 의원들이 ‘제 식구 감싸기’ 혹은 ‘봐주기 수사’ 차원에서 징계수위 감축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정당개혁도 눈에 띈다. 국회의원 후보를 여야가 동시에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으로 선출하는 것을 법제화하기로 했다. 특정 계파나 유력 정치인의 입김보다는 지역 유권자의 선택권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또 박 당선인은 비례대표 밀실공천을 없애고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을 폐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품 수수자의 공무담임권 제한기간을 20년으로 연장하고 정치자금 자료 공개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등 선거 관련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친인척 비리 특별반 감시
책임총리제로 권한 분산
노인연금 지급·정년연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도 폐지된다. 중수부 기능을 일선 지검 검찰청 특수부가 대신하도록 하고 일선 지검에서 맡기 어려운 대형 사건은 고검에 태스크포스를 꾸려 담당하도록 했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 등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를 적용한다. 특별감찰관에는 조사권을 부여하고 정치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입법화되는 특검법을 일반법으로 격상시켜 언제든 특검수사가 개시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검찰 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검찰시민위원회’를 강화시키고 중요사건의 구속영장 청구를 비롯한 기소 여부에 대해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해 검사의 기소권을 제한키로 했다. 위원회는 외국의 기소대배심과 참여재판의 배심원에 준해 구성하게 된다. 경찰 측에서 오랫동안 외쳐온 수사권 배분도 차기 정권부터는 실현 가능토록 조정했다. 민생치안과 관련해 늘어나는 강력범죄에 비해서 경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 경찰 인력을 2만명 이상 증원하기로 했다. 경찰의 보수와 수당을 현실화하기 위해 기본급을 공안직 수준으로 인상하고 휴일·야간 근무수당 급여도 인상하기로 했다.

또 최근 빈발하고 있는 성범죄 등 치안 관련 강력범죄를 근절하고 피해자 지원을 위해 무료 법률지원 확대와 진술전문가 양성, 성폭력상담소 지원 확충, 찾아가는 심리치료 서비스 실시 등 성범죄 근절에 무게를 뒀다.

안보와 국방력 강화에도 힘을 쏟는다.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할 수 있는 정책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제주 해군기지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장거리 미사일의 조기 전력화에도 나선다. 외교 분야에서는 한·미관계를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키고 한·중관계를 협력동반자 관계자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이 밖에 동아시아 역내 국가 간 핵안전 증진을 위한 새로운 협력 장치도 강구하기로 했다.

미·중 동맹 강화
기존부서 탈바꿈

대선 1호 공약이었던 ‘정부3.0’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각 부처가 보유한 정보를 클라우딩 컴퓨터 시스템(개인 컴퓨터에 담긴 프로그램과 정보를 하나의 대형 컴퓨터에 저장·공유하는 방식)을 통해 하나의 창고에 모으고 이를 국민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또 국정쇄신위원회, 국가미래교육위원회, 기회균등위원회 등의 위원회도 신설하거나 역할을 대폭 강화하게 된다. 금융감독기구 개편의 경우 박 당선인은 현행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기능에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 부문을 합쳐 포괄적 금융부를 개설하려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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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