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직격인터뷰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05 11:52:47
  • 댓글 0개

"안철수, 폐암 걸렸는데 허리디스크 수술한 격"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10월29일 진보정의당은 심상정 후보를 대선에 내세웠다. 진보정의당은 '땀이 정의다'라는 슬로건으로 오랜 진통 끝에 새집을 마련했다. '빅3'의 접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진보 양당의 캐스팅보트는 이번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두 야권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진보정의당은 과연 선택을 할 것이며, 완주를 한다면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일요시사>가 사실상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를 만나봤다.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탓일까? 노회찬 대표와의 인터뷰는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았다. 통합진보당과 관련된 질문에는 대부분 "경쟁구도로 보지 말라"며 조심스러운 속내를 내비쳤다. 공약발표 내용, 대선출마 계획, 대선구도에 대한 질문에도 “우문이라 생각한다”고 다그치는가 하면, "점쟁이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정치쇄신과 단일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힘주어 역설했다. 야권단일화를 정권교체의 '절대적 숙명'으로 여기며, '정책협상안' 조율 필요성을 주장하는 노회찬 대표.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반갑습니다 대표님. 큰 산을 넘었습니다. 어느 정도 진보 정의당의 윤곽도 그려졌고 가닥도 잡혔는데요. 많이 바쁘시지요.

▲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창당을 잘 했기 때문에 창당 초기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도 많은 면이 있고, 대통령선거가 임박해 정치권에선 가장 바쁠 때죠.

- 창당준비와 동시에 대선준비, 살림마련까지 시간이 촉박하지 않나요.

▲ 촉박하면 촉박한대로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다 해서 부족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요. 큰 문제는 아닙니다. 모두 감안해서 일정을 정했어요. 다소 빠듯해 보이고 촉박한 점이 없지 않으나 기본적으로 할 건 할 수 있도록 시간적 안배를 하고 있어요.


- 창당 후 곧바로 대선에 합류하면서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와의 대치구도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 통합진보당과 이정희 후보를 경쟁적으로 의식하면서 매사를 보고 있지는 않구요. 모든 갈등은 다 잊었고, 앞만 보고 갈 것입니다.

- 하지만 유권자는 진보 양당, 그중에서도 '진보 여전사'의 대결구도를 궁금해 합니다.

▲ 그런가요.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 그런 걸 궁금해 하는 유권자를 못 만나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 '이정희-심상정'의 정책 대결도 중요한 대선 관전포인트로 거론되는데.

▲ 정책 때문에 헤어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잖아요. 사실과 다른 접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통합진보당이 아닌)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상대로 정책대결을 하는 거예요.

- 그렇다면 야권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안철수+민주당+진보정의당+통합진보당'의 구도에서 이 후보와 한배를 탈 가능성도 있나요? 유력대선후보는 지금 1%도 중요한 시긴데요.


▲ 모든 경우의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생각 안 해봤습니다.

- 그렇다면 야권후보단일화에 대한 견해를 밝혀주십시오.

▲ 단일화는 국민의 요구예요. 안 되면 큰일 나는 것이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재촉한다고 해서 금방 되는 일은 아니지만, 단일화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국민의 뜨거운, 절대적 요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 국민의 요구가 뜨겁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단일화가 되겠습니까.

▲ 만약 단일화에 실패하면 세 후보(문재인·안철수·심상정) 다 사퇴해야죠. 대통령후보 등록일이 한 달도 채 안 남았어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단일화 첫걸음을 떼고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을 연대하는 과정이 전제돼야 하고요.

"이정희 후보, 경쟁관계로 보지 않아"
"단일화 실패하면 세 명 모두 사퇴해야"

- 민주당과 문 후보에 비해 안 후보는 야권단일화에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단일화에 난항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데요.

▲ 그렇게 보지는 않고요. 단일화 논의는 각자 유·불리에 대한 판단으로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하겠지만 한쪽 후보가 강요한다고 단일화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니까….

- 그렇다면 안 후보가 완주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시나요.

▲ 세상일이라는 게 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단일화가) 안 될 경우 정치할 자격이 없는 거죠. 누구든 정치권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아픈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지난 2010년 7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노 후보를 향한 비판이 거셌는데요.

▲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사람도 있었어요.


- 당시 서울시장후보로서 완주를 선택했는데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명숙 민주당 후보의 개표결과는 단 0.65%p 차이. 노 대표는 3.4%의 득표를 기록해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지금과 상황이 비슷해 보입니다.

▲ 당시 선거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이고요, 선거 전 여론조사는 그보다 격차가 더 컸죠. 10% 이상이었으니까…. 그리고 한 후보 측에서 단일화하자는 말도 없었고, 연락 한번 없었어요.

- 당시 한나라당을 견제하는 유권자들의 노 대표에 대한 사퇴압박도 굉장했는데.

▲ 사퇴압박이라는 것도 말이 안돼요. 다른 후보를 어떻게 사퇴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나요. 무슨 권리와 자격으로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당시 저는 당 대표로서 다른 후보들이 지방선거에 동시 출마한 상태였습니다. 일방적으로 내가 사퇴하면 다른 후보들도 사퇴해야 하는 상황이었고요.

- 사퇴하지 않고 완주해 서울시장 자리를 오 후보에게 내줬다는 비판에 오해가 작용한 것이라는 말씀인가요.


▲ 그 당시 우리는 단일화를 추구하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었어요. 물론 대화와 조건이 맞으면 하는 것이고. 하지만 격차가 너무 많이 나서 단일화 필요성을 못 느꼈죠.

민주당이든 당시 진보신당이든 단일화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않았던 데 대한 책임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꼭 나 때문에 한 후보가 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 야권 패배의 화살이 쏟아져 심정적으로 힘들진 않으셨나요.

▲ 왜 맘고생이 없었겠어요. 하지만 그 정도는 각오해야죠. 정치권은 항상 말이 많아요.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이 땅에 진보정당의 뿌리를 내리게 하려는 마음과 또 정권교체라는 일념이 있어 이날까지 온 것입니다. 총선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해주셔서 그런 문제는 다 풀렸다고 생각합니다. 

- 당시 젊은층에 인기가 많아 진보정당의 대중화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으셨습니다. 서울시장 보선으로 인해 그러한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 그럴 때도 있는 거고…. 크게 연연하지 않아요. 처음 서울시장 출마할 때 15%의 지지율을 기록했어요. 나중에 4%로 떨어진 거죠.

11%는 저를 지지하지만 당시 한나라당을 꺾기 위해 한 후보를 지지했고요. 이처럼 단일화는 유권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거예요. 제가 사퇴했다면 나머지 4% 표는 어디로 갔겠습니까.

-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일 뿐, 선거 결과에 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봐야하나요.

▲ 정치·도의적 책임이 왜 없겠어요. 한나라당을 물리치기 위해 출마했기 때문에 제 목표가 관철이 안 된 결과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해요. 하지만 이길 선거를 저 때문에 졌다고는 보지 않죠.

- 유력 대선후보에 비해 많이 뒤처지는 지지율이지만, 진보 양당 대선후보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야권단일화 과정에 노 대표의 역할이 중요해 보이는데요.

▲ 단일화가 성사되도록 많은 노력을 할 것입니다.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놔야 정치쇄신"
"국민은 욕만 하지 말고 직접 나서야"

- 안 후보가 단일화 요건으로 '정당의 쇄신'과 '국민의 합의'라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 조건이 없습니다. 정치쇄신 이야기만 하고 무엇을 어떻게 쇄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내놓고 있어요.

- 정치쇄신의 중심에 '정당'이 있습니다. 국민의 불신은 커지고 있고 정치권의 '정당비호' 발언도 거세지고 있는데요.

 ▲ 정치권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입니다. 국민은 '너희(국회의원)가 알아서 잘 하라'는 거죠. 국민에게 (정치쇄신의) 방안까지 내놓으라고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선거제도 개혁은 사실 국민이 잘 몰라요. 그게 핵심인데 선거제도 논의하면 국민은 관심 없어 해요. 그렇다고 국민이 관심 있으면 중요하고 국민의 관심이 없으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는 거죠.

이것을 정치권이 풀어야 하는데 스스로 못 푸니까 국민이 정치에 불신을 갖는 거예요.

- 얼마 전 안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으셨습니다.

▲ (안 후보가) 문제를 잘 못 본 겁니다. 진단을 잘못하면 처방도 잘못되죠. 폐암인데 허리디스크라고 진단하고 수술을 해버리면 어떻게 됩니까. 몸만 망가지는 거예요. (안 후보는 국회의원) 수가 많은 점을 지적했어요. 저는 전혀 동의하지 않아요.

(국회의원수 줄이자는 국민의 의견은) 정치가 자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까 국민은 정치가 밉고, '미운놈 좀 적었으면 좋겠다'라는 분노의 표시인 거지, 수를 줄인다고 해서 좋은 정치가 된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어요.

그렇게 해서 쓸모없는 국회의원 솎아지고, 쓸모 있는 국회의원만 남게 되리라는 것은 무책임한 이야기예요. 안 후보를 향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요구라고 보면 됩니다.

- 그렇다면 노 대표께서 생각하시는 정치쇄신은 무엇입니까.

▲ 정치인들이 가장 내놓기 싫어하는 기득권을 내놓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들은 현 선거제도에 의해 뽑혔기 때문에 이걸 바꾸기 싫어해요. 이러한 선거제도를 바꿔야죠.

-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나요.

▲ 부산을 보면 새누리당 지지하는 사람은 46%인데 새누리당은 88% 뽑힙니다. 국민이 자기를 대변하는 사람을 국회에 못 보내고 있는 거예요.

국민과 정치가 다른 것, 이것이 불신의 배경입니다. 이것을 일치시켜야 합니다. 국민의 지지를 10% 받은 정당은 의석 10%를 갖고, 50%를 받으면 의석 50%를 갖도록 선거제도를 바꿔야 해요.

-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 그것이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입니다. 이걸 누가 제일 싫어하느냐. 지금 국회의원들이죠.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똑같습니다. 바로 이것이 기득권이에요.

여기서 수만 줄인다고 가정하면요. 부산에서 18석 뽑다가 10석 뽑으라는데, 지금 18석 뽑으니까 그나마 문재인 후보와 조경태 의원이 당선되는 겁니다.

10석 뽑아보세요. 민주당에서 단 한 석이라도 당선되나. 광주에선 민주당이 싹쓸이하는 거고, 그러면 양당의 기득권이 강화되는 거죠.

- 야권단일화 협상 테이블이 마련된다면 정책 조율과정에서 선거제도 개혁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 이제까지 수십 년 동안 학자와 정치권에서 수없이 논의했어요. 이것이 정답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죠. 하지만 (바꾸기) 싫으니까 안 하는 거예요.

자기한테 이롭지 않으니까. 자기 기득권을 손상시키니까. 이제 와서 정답이 딴 데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면 안 되죠. 국민도 국회에만 맡기지 말고 움직여야 해요.

- 그렇다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국민은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합니까.

▲ 국민은 왜 가만히 있습니까. 왜 앉아서 정치권 욕만 하나요. 고칠 생각은 안 하고. 그 전에 단일화 과정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민투표에 부쳐지면 국민은 반드시 동참해야 해요. 그러면 국민이 선거제도를 바꾸고, 국민과 정치가 일치할 수 있는 거죠. 그러면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노회찬 당 대표 프로필>
▲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 졸업
▲ 국민승리21 기획위원장
▲ 진보정치연합 대표
▲ 민주노동당 부대표
▲ 제17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 한국노동정책 정보센터 대표
▲ 통합진보당 공동대변인
▲ 제19대 진보정의당 국회의원(서울 노원병)
▲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