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직격인터뷰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05 11: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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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폐암 걸렸는데 허리디스크 수술한 격"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10월29일 진보정의당은 심상정 후보를 대선에 내세웠다. 진보정의당은 '땀이 정의다'라는 슬로건으로 오랜 진통 끝에 새집을 마련했다. '빅3'의 접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진보 양당의 캐스팅보트는 이번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두 야권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진보정의당은 과연 선택을 할 것이며, 완주를 한다면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일요시사>가 사실상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를 만나봤다.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탓일까? 노회찬 대표와의 인터뷰는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았다. 통합진보당과 관련된 질문에는 대부분 "경쟁구도로 보지 말라"며 조심스러운 속내를 내비쳤다. 공약발표 내용, 대선출마 계획, 대선구도에 대한 질문에도 “우문이라 생각한다”고 다그치는가 하면, "점쟁이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정치쇄신과 단일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힘주어 역설했다. 야권단일화를 정권교체의 '절대적 숙명'으로 여기며, '정책협상안' 조율 필요성을 주장하는 노회찬 대표.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반갑습니다 대표님. 큰 산을 넘었습니다. 어느 정도 진보 정의당의 윤곽도 그려졌고 가닥도 잡혔는데요. 많이 바쁘시지요.

▲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창당을 잘 했기 때문에 창당 초기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도 많은 면이 있고, 대통령선거가 임박해 정치권에선 가장 바쁠 때죠.

- 창당준비와 동시에 대선준비, 살림마련까지 시간이 촉박하지 않나요.

▲ 촉박하면 촉박한대로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다 해서 부족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요. 큰 문제는 아닙니다. 모두 감안해서 일정을 정했어요. 다소 빠듯해 보이고 촉박한 점이 없지 않으나 기본적으로 할 건 할 수 있도록 시간적 안배를 하고 있어요.


- 창당 후 곧바로 대선에 합류하면서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와의 대치구도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 통합진보당과 이정희 후보를 경쟁적으로 의식하면서 매사를 보고 있지는 않구요. 모든 갈등은 다 잊었고, 앞만 보고 갈 것입니다.

- 하지만 유권자는 진보 양당, 그중에서도 '진보 여전사'의 대결구도를 궁금해 합니다.

▲ 그런가요.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 그런 걸 궁금해 하는 유권자를 못 만나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 '이정희-심상정'의 정책 대결도 중요한 대선 관전포인트로 거론되는데.

▲ 정책 때문에 헤어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잖아요. 사실과 다른 접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통합진보당이 아닌)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상대로 정책대결을 하는 거예요.

- 그렇다면 야권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안철수+민주당+진보정의당+통합진보당'의 구도에서 이 후보와 한배를 탈 가능성도 있나요? 유력대선후보는 지금 1%도 중요한 시긴데요.


▲ 모든 경우의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생각 안 해봤습니다.

- 그렇다면 야권후보단일화에 대한 견해를 밝혀주십시오.

▲ 단일화는 국민의 요구예요. 안 되면 큰일 나는 것이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재촉한다고 해서 금방 되는 일은 아니지만, 단일화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국민의 뜨거운, 절대적 요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 국민의 요구가 뜨겁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단일화가 되겠습니까.

▲ 만약 단일화에 실패하면 세 후보(문재인·안철수·심상정) 다 사퇴해야죠. 대통령후보 등록일이 한 달도 채 안 남았어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단일화 첫걸음을 떼고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을 연대하는 과정이 전제돼야 하고요.

"이정희 후보, 경쟁관계로 보지 않아"
"단일화 실패하면 세 명 모두 사퇴해야"

- 민주당과 문 후보에 비해 안 후보는 야권단일화에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단일화에 난항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데요.

▲ 그렇게 보지는 않고요. 단일화 논의는 각자 유·불리에 대한 판단으로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하겠지만 한쪽 후보가 강요한다고 단일화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니까….

- 그렇다면 안 후보가 완주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시나요.

▲ 세상일이라는 게 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단일화가) 안 될 경우 정치할 자격이 없는 거죠. 누구든 정치권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아픈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지난 2010년 7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노 후보를 향한 비판이 거셌는데요.

▲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사람도 있었어요.


- 당시 서울시장후보로서 완주를 선택했는데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명숙 민주당 후보의 개표결과는 단 0.65%p 차이. 노 대표는 3.4%의 득표를 기록해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지금과 상황이 비슷해 보입니다.

▲ 당시 선거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이고요, 선거 전 여론조사는 그보다 격차가 더 컸죠. 10% 이상이었으니까…. 그리고 한 후보 측에서 단일화하자는 말도 없었고, 연락 한번 없었어요.

- 당시 한나라당을 견제하는 유권자들의 노 대표에 대한 사퇴압박도 굉장했는데.

▲ 사퇴압박이라는 것도 말이 안돼요. 다른 후보를 어떻게 사퇴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나요. 무슨 권리와 자격으로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당시 저는 당 대표로서 다른 후보들이 지방선거에 동시 출마한 상태였습니다. 일방적으로 내가 사퇴하면 다른 후보들도 사퇴해야 하는 상황이었고요.

- 사퇴하지 않고 완주해 서울시장 자리를 오 후보에게 내줬다는 비판에 오해가 작용한 것이라는 말씀인가요.


▲ 그 당시 우리는 단일화를 추구하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었어요. 물론 대화와 조건이 맞으면 하는 것이고. 하지만 격차가 너무 많이 나서 단일화 필요성을 못 느꼈죠.

민주당이든 당시 진보신당이든 단일화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않았던 데 대한 책임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꼭 나 때문에 한 후보가 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 야권 패배의 화살이 쏟아져 심정적으로 힘들진 않으셨나요.

▲ 왜 맘고생이 없었겠어요. 하지만 그 정도는 각오해야죠. 정치권은 항상 말이 많아요.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이 땅에 진보정당의 뿌리를 내리게 하려는 마음과 또 정권교체라는 일념이 있어 이날까지 온 것입니다. 총선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해주셔서 그런 문제는 다 풀렸다고 생각합니다. 

- 당시 젊은층에 인기가 많아 진보정당의 대중화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으셨습니다. 서울시장 보선으로 인해 그러한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 그럴 때도 있는 거고…. 크게 연연하지 않아요. 처음 서울시장 출마할 때 15%의 지지율을 기록했어요. 나중에 4%로 떨어진 거죠.

11%는 저를 지지하지만 당시 한나라당을 꺾기 위해 한 후보를 지지했고요. 이처럼 단일화는 유권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거예요. 제가 사퇴했다면 나머지 4% 표는 어디로 갔겠습니까.

-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일 뿐, 선거 결과에 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봐야하나요.

▲ 정치·도의적 책임이 왜 없겠어요. 한나라당을 물리치기 위해 출마했기 때문에 제 목표가 관철이 안 된 결과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해요. 하지만 이길 선거를 저 때문에 졌다고는 보지 않죠.

- 유력 대선후보에 비해 많이 뒤처지는 지지율이지만, 진보 양당 대선후보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야권단일화 과정에 노 대표의 역할이 중요해 보이는데요.

▲ 단일화가 성사되도록 많은 노력을 할 것입니다.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놔야 정치쇄신"
"국민은 욕만 하지 말고 직접 나서야"

- 안 후보가 단일화 요건으로 '정당의 쇄신'과 '국민의 합의'라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 조건이 없습니다. 정치쇄신 이야기만 하고 무엇을 어떻게 쇄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내놓고 있어요.

- 정치쇄신의 중심에 '정당'이 있습니다. 국민의 불신은 커지고 있고 정치권의 '정당비호' 발언도 거세지고 있는데요.

 ▲ 정치권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입니다. 국민은 '너희(국회의원)가 알아서 잘 하라'는 거죠. 국민에게 (정치쇄신의) 방안까지 내놓으라고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선거제도 개혁은 사실 국민이 잘 몰라요. 그게 핵심인데 선거제도 논의하면 국민은 관심 없어 해요. 그렇다고 국민이 관심 있으면 중요하고 국민의 관심이 없으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는 거죠.

이것을 정치권이 풀어야 하는데 스스로 못 푸니까 국민이 정치에 불신을 갖는 거예요.

- 얼마 전 안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으셨습니다.

▲ (안 후보가) 문제를 잘 못 본 겁니다. 진단을 잘못하면 처방도 잘못되죠. 폐암인데 허리디스크라고 진단하고 수술을 해버리면 어떻게 됩니까. 몸만 망가지는 거예요. (안 후보는 국회의원) 수가 많은 점을 지적했어요. 저는 전혀 동의하지 않아요.

(국회의원수 줄이자는 국민의 의견은) 정치가 자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까 국민은 정치가 밉고, '미운놈 좀 적었으면 좋겠다'라는 분노의 표시인 거지, 수를 줄인다고 해서 좋은 정치가 된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어요.

그렇게 해서 쓸모없는 국회의원 솎아지고, 쓸모 있는 국회의원만 남게 되리라는 것은 무책임한 이야기예요. 안 후보를 향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요구라고 보면 됩니다.

- 그렇다면 노 대표께서 생각하시는 정치쇄신은 무엇입니까.

▲ 정치인들이 가장 내놓기 싫어하는 기득권을 내놓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들은 현 선거제도에 의해 뽑혔기 때문에 이걸 바꾸기 싫어해요. 이러한 선거제도를 바꿔야죠.

-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나요.

▲ 부산을 보면 새누리당 지지하는 사람은 46%인데 새누리당은 88% 뽑힙니다. 국민이 자기를 대변하는 사람을 국회에 못 보내고 있는 거예요.

국민과 정치가 다른 것, 이것이 불신의 배경입니다. 이것을 일치시켜야 합니다. 국민의 지지를 10% 받은 정당은 의석 10%를 갖고, 50%를 받으면 의석 50%를 갖도록 선거제도를 바꿔야 해요.

-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 그것이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입니다. 이걸 누가 제일 싫어하느냐. 지금 국회의원들이죠.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똑같습니다. 바로 이것이 기득권이에요.

여기서 수만 줄인다고 가정하면요. 부산에서 18석 뽑다가 10석 뽑으라는데, 지금 18석 뽑으니까 그나마 문재인 후보와 조경태 의원이 당선되는 겁니다.

10석 뽑아보세요. 민주당에서 단 한 석이라도 당선되나. 광주에선 민주당이 싹쓸이하는 거고, 그러면 양당의 기득권이 강화되는 거죠.

- 야권단일화 협상 테이블이 마련된다면 정책 조율과정에서 선거제도 개혁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 이제까지 수십 년 동안 학자와 정치권에서 수없이 논의했어요. 이것이 정답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죠. 하지만 (바꾸기) 싫으니까 안 하는 거예요.

자기한테 이롭지 않으니까. 자기 기득권을 손상시키니까. 이제 와서 정답이 딴 데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면 안 되죠. 국민도 국회에만 맡기지 말고 움직여야 해요.

- 그렇다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국민은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합니까.

▲ 국민은 왜 가만히 있습니까. 왜 앉아서 정치권 욕만 하나요. 고칠 생각은 안 하고. 그 전에 단일화 과정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민투표에 부쳐지면 국민은 반드시 동참해야 해요. 그러면 국민이 선거제도를 바꾸고, 국민과 정치가 일치할 수 있는 거죠. 그러면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노회찬 당 대표 프로필>
▲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 졸업
▲ 국민승리21 기획위원장
▲ 진보정치연합 대표
▲ 민주노동당 부대표
▲ 제17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 한국노동정책 정보센터 대표
▲ 통합진보당 공동대변인
▲ 제19대 진보정의당 국회의원(서울 노원병)
▲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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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