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직격인터뷰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05 11: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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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폐암 걸렸는데 허리디스크 수술한 격"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10월29일 진보정의당은 심상정 후보를 대선에 내세웠다. 진보정의당은 '땀이 정의다'라는 슬로건으로 오랜 진통 끝에 새집을 마련했다. '빅3'의 접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진보 양당의 캐스팅보트는 이번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두 야권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진보정의당은 과연 선택을 할 것이며, 완주를 한다면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일요시사>가 사실상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를 만나봤다.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탓일까? 노회찬 대표와의 인터뷰는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았다. 통합진보당과 관련된 질문에는 대부분 "경쟁구도로 보지 말라"며 조심스러운 속내를 내비쳤다. 공약발표 내용, 대선출마 계획, 대선구도에 대한 질문에도 “우문이라 생각한다”고 다그치는가 하면, "점쟁이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정치쇄신과 단일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힘주어 역설했다. 야권단일화를 정권교체의 '절대적 숙명'으로 여기며, '정책협상안' 조율 필요성을 주장하는 노회찬 대표.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반갑습니다 대표님. 큰 산을 넘었습니다. 어느 정도 진보 정의당의 윤곽도 그려졌고 가닥도 잡혔는데요. 많이 바쁘시지요.

▲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창당을 잘 했기 때문에 창당 초기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도 많은 면이 있고, 대통령선거가 임박해 정치권에선 가장 바쁠 때죠.

- 창당준비와 동시에 대선준비, 살림마련까지 시간이 촉박하지 않나요.

▲ 촉박하면 촉박한대로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다 해서 부족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요. 큰 문제는 아닙니다. 모두 감안해서 일정을 정했어요. 다소 빠듯해 보이고 촉박한 점이 없지 않으나 기본적으로 할 건 할 수 있도록 시간적 안배를 하고 있어요.


- 창당 후 곧바로 대선에 합류하면서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와의 대치구도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 통합진보당과 이정희 후보를 경쟁적으로 의식하면서 매사를 보고 있지는 않구요. 모든 갈등은 다 잊었고, 앞만 보고 갈 것입니다.

- 하지만 유권자는 진보 양당, 그중에서도 '진보 여전사'의 대결구도를 궁금해 합니다.

▲ 그런가요.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 그런 걸 궁금해 하는 유권자를 못 만나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 '이정희-심상정'의 정책 대결도 중요한 대선 관전포인트로 거론되는데.

▲ 정책 때문에 헤어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잖아요. 사실과 다른 접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통합진보당이 아닌)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상대로 정책대결을 하는 거예요.

- 그렇다면 야권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안철수+민주당+진보정의당+통합진보당'의 구도에서 이 후보와 한배를 탈 가능성도 있나요? 유력대선후보는 지금 1%도 중요한 시긴데요.


▲ 모든 경우의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생각 안 해봤습니다.

- 그렇다면 야권후보단일화에 대한 견해를 밝혀주십시오.

▲ 단일화는 국민의 요구예요. 안 되면 큰일 나는 것이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재촉한다고 해서 금방 되는 일은 아니지만, 단일화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국민의 뜨거운, 절대적 요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 국민의 요구가 뜨겁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단일화가 되겠습니까.

▲ 만약 단일화에 실패하면 세 후보(문재인·안철수·심상정) 다 사퇴해야죠. 대통령후보 등록일이 한 달도 채 안 남았어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단일화 첫걸음을 떼고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을 연대하는 과정이 전제돼야 하고요.

"이정희 후보, 경쟁관계로 보지 않아"
"단일화 실패하면 세 명 모두 사퇴해야"

- 민주당과 문 후보에 비해 안 후보는 야권단일화에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단일화에 난항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데요.

▲ 그렇게 보지는 않고요. 단일화 논의는 각자 유·불리에 대한 판단으로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하겠지만 한쪽 후보가 강요한다고 단일화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니까….

- 그렇다면 안 후보가 완주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시나요.

▲ 세상일이라는 게 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단일화가) 안 될 경우 정치할 자격이 없는 거죠. 누구든 정치권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아픈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지난 2010년 7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노 후보를 향한 비판이 거셌는데요.

▲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사람도 있었어요.


- 당시 서울시장후보로서 완주를 선택했는데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명숙 민주당 후보의 개표결과는 단 0.65%p 차이. 노 대표는 3.4%의 득표를 기록해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지금과 상황이 비슷해 보입니다.

▲ 당시 선거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이고요, 선거 전 여론조사는 그보다 격차가 더 컸죠. 10% 이상이었으니까…. 그리고 한 후보 측에서 단일화하자는 말도 없었고, 연락 한번 없었어요.

- 당시 한나라당을 견제하는 유권자들의 노 대표에 대한 사퇴압박도 굉장했는데.

▲ 사퇴압박이라는 것도 말이 안돼요. 다른 후보를 어떻게 사퇴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나요. 무슨 권리와 자격으로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당시 저는 당 대표로서 다른 후보들이 지방선거에 동시 출마한 상태였습니다. 일방적으로 내가 사퇴하면 다른 후보들도 사퇴해야 하는 상황이었고요.

- 사퇴하지 않고 완주해 서울시장 자리를 오 후보에게 내줬다는 비판에 오해가 작용한 것이라는 말씀인가요.


▲ 그 당시 우리는 단일화를 추구하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었어요. 물론 대화와 조건이 맞으면 하는 것이고. 하지만 격차가 너무 많이 나서 단일화 필요성을 못 느꼈죠.

민주당이든 당시 진보신당이든 단일화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않았던 데 대한 책임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꼭 나 때문에 한 후보가 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 야권 패배의 화살이 쏟아져 심정적으로 힘들진 않으셨나요.

▲ 왜 맘고생이 없었겠어요. 하지만 그 정도는 각오해야죠. 정치권은 항상 말이 많아요.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이 땅에 진보정당의 뿌리를 내리게 하려는 마음과 또 정권교체라는 일념이 있어 이날까지 온 것입니다. 총선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해주셔서 그런 문제는 다 풀렸다고 생각합니다. 

- 당시 젊은층에 인기가 많아 진보정당의 대중화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으셨습니다. 서울시장 보선으로 인해 그러한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 그럴 때도 있는 거고…. 크게 연연하지 않아요. 처음 서울시장 출마할 때 15%의 지지율을 기록했어요. 나중에 4%로 떨어진 거죠.

11%는 저를 지지하지만 당시 한나라당을 꺾기 위해 한 후보를 지지했고요. 이처럼 단일화는 유권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거예요. 제가 사퇴했다면 나머지 4% 표는 어디로 갔겠습니까.

-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일 뿐, 선거 결과에 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봐야하나요.

▲ 정치·도의적 책임이 왜 없겠어요. 한나라당을 물리치기 위해 출마했기 때문에 제 목표가 관철이 안 된 결과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해요. 하지만 이길 선거를 저 때문에 졌다고는 보지 않죠.

- 유력 대선후보에 비해 많이 뒤처지는 지지율이지만, 진보 양당 대선후보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야권단일화 과정에 노 대표의 역할이 중요해 보이는데요.

▲ 단일화가 성사되도록 많은 노력을 할 것입니다.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놔야 정치쇄신"
"국민은 욕만 하지 말고 직접 나서야"

- 안 후보가 단일화 요건으로 '정당의 쇄신'과 '국민의 합의'라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 조건이 없습니다. 정치쇄신 이야기만 하고 무엇을 어떻게 쇄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내놓고 있어요.

- 정치쇄신의 중심에 '정당'이 있습니다. 국민의 불신은 커지고 있고 정치권의 '정당비호' 발언도 거세지고 있는데요.

 ▲ 정치권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입니다. 국민은 '너희(국회의원)가 알아서 잘 하라'는 거죠. 국민에게 (정치쇄신의) 방안까지 내놓으라고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선거제도 개혁은 사실 국민이 잘 몰라요. 그게 핵심인데 선거제도 논의하면 국민은 관심 없어 해요. 그렇다고 국민이 관심 있으면 중요하고 국민의 관심이 없으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는 거죠.

이것을 정치권이 풀어야 하는데 스스로 못 푸니까 국민이 정치에 불신을 갖는 거예요.

- 얼마 전 안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으셨습니다.

▲ (안 후보가) 문제를 잘 못 본 겁니다. 진단을 잘못하면 처방도 잘못되죠. 폐암인데 허리디스크라고 진단하고 수술을 해버리면 어떻게 됩니까. 몸만 망가지는 거예요. (안 후보는 국회의원) 수가 많은 점을 지적했어요. 저는 전혀 동의하지 않아요.

(국회의원수 줄이자는 국민의 의견은) 정치가 자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까 국민은 정치가 밉고, '미운놈 좀 적었으면 좋겠다'라는 분노의 표시인 거지, 수를 줄인다고 해서 좋은 정치가 된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어요.

그렇게 해서 쓸모없는 국회의원 솎아지고, 쓸모 있는 국회의원만 남게 되리라는 것은 무책임한 이야기예요. 안 후보를 향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요구라고 보면 됩니다.

- 그렇다면 노 대표께서 생각하시는 정치쇄신은 무엇입니까.

▲ 정치인들이 가장 내놓기 싫어하는 기득권을 내놓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들은 현 선거제도에 의해 뽑혔기 때문에 이걸 바꾸기 싫어해요. 이러한 선거제도를 바꿔야죠.

-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나요.

▲ 부산을 보면 새누리당 지지하는 사람은 46%인데 새누리당은 88% 뽑힙니다. 국민이 자기를 대변하는 사람을 국회에 못 보내고 있는 거예요.

국민과 정치가 다른 것, 이것이 불신의 배경입니다. 이것을 일치시켜야 합니다. 국민의 지지를 10% 받은 정당은 의석 10%를 갖고, 50%를 받으면 의석 50%를 갖도록 선거제도를 바꿔야 해요.

-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 그것이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입니다. 이걸 누가 제일 싫어하느냐. 지금 국회의원들이죠.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똑같습니다. 바로 이것이 기득권이에요.

여기서 수만 줄인다고 가정하면요. 부산에서 18석 뽑다가 10석 뽑으라는데, 지금 18석 뽑으니까 그나마 문재인 후보와 조경태 의원이 당선되는 겁니다.

10석 뽑아보세요. 민주당에서 단 한 석이라도 당선되나. 광주에선 민주당이 싹쓸이하는 거고, 그러면 양당의 기득권이 강화되는 거죠.

- 야권단일화 협상 테이블이 마련된다면 정책 조율과정에서 선거제도 개혁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 이제까지 수십 년 동안 학자와 정치권에서 수없이 논의했어요. 이것이 정답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죠. 하지만 (바꾸기) 싫으니까 안 하는 거예요.

자기한테 이롭지 않으니까. 자기 기득권을 손상시키니까. 이제 와서 정답이 딴 데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면 안 되죠. 국민도 국회에만 맡기지 말고 움직여야 해요.

- 그렇다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국민은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합니까.

▲ 국민은 왜 가만히 있습니까. 왜 앉아서 정치권 욕만 하나요. 고칠 생각은 안 하고. 그 전에 단일화 과정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민투표에 부쳐지면 국민은 반드시 동참해야 해요. 그러면 국민이 선거제도를 바꾸고, 국민과 정치가 일치할 수 있는 거죠. 그러면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노회찬 당 대표 프로필>
▲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 졸업
▲ 국민승리21 기획위원장
▲ 진보정치연합 대표
▲ 민주노동당 부대표
▲ 제17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 한국노동정책 정보센터 대표
▲ 통합진보당 공동대변인
▲ 제19대 진보정의당 국회의원(서울 노원병)
▲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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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