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진보정의당 강동원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02 19: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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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 민주당행 원했지만 정권교체가 우선"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열린 이번 국정감사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날선 공방이 펼쳐진 전쟁터였다. 하지만 초선의 강동원 진보정의당 의원(전북 남원·순창)은 연일 민생에 역점을 둔 다양하고 파격적인 질의들을 이어가 국민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19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일약 국감스타로 떠오른 강 의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다음은 강 의원과의 일문일답.

- 초선의원임에도 이번 국감에서 대활약을 펼친 비결은?

▲ 국정감사는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초선이기에 체계적으로 준비를 하지 못한 부분은 있다. 대신 의원실 전체가 힘을 모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분야에 대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직원 모두가 이번 국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벽 4~5시 경에 출근해 자정 넘어 퇴근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특히 질의내용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 이번 국감에서 통신비 인하를 강력히 주장해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강 의원이 통신비 인하의 근거로 제시한 원가보상율에 대해 단순히 원가보상율이 높다고 해서 초과이윤을 보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는데?

▲ 원가보상율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동통신사들의 여러 가지 연구비, 개발비, 원가 보조금 등을 책정하는데 사용하고 있는 공식적인 기준이다. 그럼에도 원가보상율이 통신사들의 초과이윤을 판단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원가보상율은 적정 투자보수율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원가보상율이 100%를 넘으면 적정이윤을 초과해서 이윤을 얻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5.4%, KT는 109.52%의 원가보상율을 기록했다. 따라서 각 통신사들은 충분히 요금인하 여력이 있음에도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 대기업의 상영관 독과점 심화로 영화의 다양성이 축소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 현재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개 복합상영관이 전국 스크린의 86.7%를 점유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의 영화산업 독과점이 심각해지면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저예산 독립예술영화들은 상영 기회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한국영화동반성장협의회가 구성됐다. 아직 구체적인 해결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협의회를 통해 앞으로 논의를 해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

- 문방위가 여야의 대치로 파행을 거듭했다. 새누리당은 야권이 국감을 정치공세에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는데.

▲ 내가 속한 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줄여서 문방위다. MB정권의 언론장악기도, 정수장학회의 MBC지분매각 추진 등은 우리 위원회에서 마땅히 다뤄야할 사항들이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이 같은 당연한 요구를 묵살하고 말도 못 꺼내게 했다. 이러한 기본적인 요구는 무시하고 새누리당이 고작 한다는 것은 경남 하동군의 지리산댐추진위원장을 불러 엉뚱한 질문을 해대는 것이었다. 보다 못한 내가 여기가 국토해양위원회냐고 따졌을 정도다. 국감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 과연 누구인가?

- 문방위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국민들에게 알리지 못한 아쉬운 내용은?

▲ 의원실 전체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수십 꼭지의 국감질의 내용들을 준비했는데 여야의 대치로 모두 사장될 처지에 놓였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MB정부가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정부광고를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들에게만 집중적으로 배분한 사실이나 무분별한 휴대폰 개설에 따른 연체자들의 증가 등의 문제도 지적하려 했다. 특히 도박사업과 관련 강원랜드 사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 도박중독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를 방지할 대책마련을 촉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문방위가 파행되면서 힘들게 국회까지 찾아온 분들이 그냥 돌아가시게 되어 너무 죄송했다.  ????

민주당 텃밭에서 3선 이강래 꺾은 비결은 '지역사랑'
"통신비 인하여력 충분, 연차휴가 30일로 확대돼야"

- 이번 국감을 계기로 강 의원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국민들이 많아졌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동기는 무엇인가?


▲ 28살 때 지역 선배인 이형배 전 국회의원과의 인연으로 우연히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처음엔 정치에 대해 잘 몰랐지만 국회 보좌관 등을 역임하며 정치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게 됐고 그렇게 익히고 배운 능력들을 국가를 위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직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고 전북도의원 등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됐다.

- 민주당 텃밭인 남원·순창에서 3선 이강래 의원을 꺾었다. 비결은?

▲ 이강래 전 의원은 민주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다. 하지만 정작 지역에서는 "이 전 의원이 3선을 지내는 동안 해놓은 일이 무엇인가?"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지역민을 홀대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었다. 따라서 나는 '지역을 위해 누가 진짜 열심히 일할 인물인가' '누가 지역주민을 하늘같이 받들 인물인가'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정면승부했다. 당 대 당이 아닌 인물 대 인물의 선거구도를 구축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후 새롭게 창당한 진보정의당의 원내대표를 맡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강 의원의 민주당 입당설이 여전히 거론되는데?

▲ 정치인에게 개인적 정치철학과 소신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민심이다. 우리 지역구의 민심은 90퍼센트 이상 내가 민주당에 입당하길 바란다. 그래야 지역이 안정되고 나를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나의 거취가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무엇보다 정권교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당을 떠나 야권이 연대해 단일후보를 내고 힘을 모아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 나의 거취는 그 이후에 고려할 일인 것 같다.

- 최근 직장인의 연차휴가를 두 배로 확대 추진하는 법안을 발의해 큰 화제를 모았다.

▲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OECD 국가 대부분은 연차휴가 30일이 보편적이다. 러시아의 경우는 무려 40일에 달한다. 이렇게 휴가를 늘리면 기업들이 망할 거라고 하는데 이들 나라는 긴 휴가로 인해 오히려 고용이 늘어났다. 또 소비가 촉진돼 경제에도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 향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의정활동은 무엇인가?

▲ 지난 1월 공정위에서 농기계와 농약 등 농업관련 회사들이 무려 16년간이나 가격 담합을 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내년 초 국정조사권을 발휘하고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파헤칠 것이다. 농민들은 대부분 힘없는 노인들이다. 이들을 보호하고 농업이 천대받지 않도록 하겠다.

- 앞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 정치에 입문한 지 어느새 30년이 넘었다. 정치후배들 중에도 벌써 4선 국회의원이 나왔을 정도다. 그들보다 늦게 기회를 얻은 만큼 그동안 정치 밑바닥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겠다. 지역주민들과 지역발전을 위해 사심 없이 헌신하고 봉사하는 정치인이 되겠다.  

 

<강동원 의원 프로필>


국회사무처 국회의원 보좌관
▲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위원장
▲ 평화민주당 재정국 국장

▲ 제4대 전라북도의회 의원
▲ 국민참여당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장
▲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전북지역위원회 시민사회위원회 위원
▲ 통합진보당 전북도당 부위원장
▲ 제19대 국회의원 (전북 남원·순창)
▲ 진보정의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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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