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조영무 NH금융연구소 소장 ‘중동 사태와 우리 경제’

“전쟁 더 길어지면 코로나 상황 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중동 지역의 혼란은 유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세계 경제가 출렁이는 사이 한국 경제도 영향권 안으로 들어왔다. 전쟁이라는, 국가 간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얽혀 있는 사안에서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달 28일 이란을 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날 공습으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사망했다.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한 지도부에 불만을 가진 일부 이란 국민은 환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민중 봉기’를 부추기며 이란의 체제 변화를 촉구했다.

한낮의
기습 공격

그때까지만 해도 금방 끝날 듯했던 전쟁이 이란의 거센 저항으로 길어지는 모양새다. 이란은 사망한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대신해 새 수장을 뽑고 무너진 지도부를 추슬렀다. 동시에 인근 중동 국가에 타격을 가했다. 특히 원유가 오가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볼모’로 잡고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NH금융연구소에서 만난 조영무 NH금융연구소 소장은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 소장은 자신이 국방이나 외교 전문가는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동안 다양한 인사들과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온 판단을 공유했다. 이란 전쟁을 장기화하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란 전쟁을 대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속내가 다르다”는 조 소장은 “영국의 시사․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11월 다음 해 경제 관련 주요 키워드를 10개 정도 뽑아 소개한다. 지난해 <이코노미스트>가 2026년 첫 키워드로 뽑은 게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이었다. 세계 경제에 대한 키워드인데 미국 독립이라는 조금 생뚱맞은 키워드를 1위로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잘 생각해 보면 그때 이후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라고 주장하거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잡아가고 이란을 공격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해는 역사적인 해인 셈이다. 뭔가 (역사에) 남을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란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 쌓기’용 이라는 뜻으로 풀이됐다.

반면 이스라엘은 다르다는 게 조 소장의 생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속내 달라
이란도 죽기 살기로 버티는 중

그는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목적은 이란이 자국에 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란이 가진 미사일을 소진하도록 하거나 핵 개발 능력을 없애는 걸로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란이 시리아처럼 내부가 분열되는 등 쪼개지기를 바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쟁을 길게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 소장은 “이란도 퇴로는 없는 상황이다. 최고지도자를 비롯해 전쟁을 수행하던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구성되기 무섭게 죽고 있다. 이란 지도부는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을 당시 국민을 3만명이나 죽였다. 지금 버티지 않으면 보복이 가해지지 않겠나. 그들 입장에서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저항밖에 남은 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이 ‘약한 연결고리’를 공격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원유 문제를 부각하거나 미군을 죽이고 걸프만 국가를 공격하는 등의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국 내 여론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동시에 세계 경제에 대한 압박, 걸프만 국가들의 불만 등이 제기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국 경제에 가해질 타격이다. 미국이나 이란 모두 출구전략이 요원한 상황에서 전쟁이 길어질수록 원유를 전량 수입해서 사용하는 한국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란의 경제 ‘젖줄’인 하르그섬 공습, 가스전 폭파 등 이른바 ‘레드라인’으로 여겨지던 선이 지워지면서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6일 NH금융연구소가 발간한 ‘이란 전쟁 전개 시나리오별 경영 환경 변화 및 대응 포인트’ 보고서는 이란 전쟁 시나리오를 ▲조기 종전 시나리오 ▲지속 시나리오 ▲장기 지속 시나리오 등 3가지로 구분했다. 그리고 시나리오에 따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과 정부 정책, 변수 등을 분석했다.

길어질수록
타격 커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정 가능한 가장 낙관적인 상황에서도 실질적인 경제 충격이 1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과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사례 등을 들어 상황이 진정된 이후에도 해상 운임 등이 느리게 정상화했던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실물 경제와 물가에 제한적이지만 악영향이 가해질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전쟁이 3개월 이상(지속 시나리오), 1년 이상(장기 지속 시나리오) 계속될 때는 경제에 미칠 악영향의 폭이 커졌다.

조 소장은 “전쟁이 약간 길어질 때와 엄청나게 길어질 때 나타날 수 있는 양상이 다르다는 걸 전달하는 게 목적”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지 않는 기간이 1년 이상 이어지는 상황을 장기 시나리오로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소장은 정부의 재정 정책과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을 언급했다. 그는 “정부는 오늘 전쟁이 끝나도 추경을 할 것이다. 보고서에도 언급했듯이 전쟁이 지금 끝나도 그 여파가 한 달 이상 지속될 수 있기에 정부로서는 경제적 충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추경을 진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어떨까. 석유나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운송이나 화학, 발전 등 업종에 집중되던 피해가 도소매, 음식점, 숙박 등 내수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 국민이 먹고살기 어려워지고 불안감이 고조되면 한국은행도 뭔가 움직임을 보여야 하지 않나.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계 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르며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상황에서도 미국보다 낮은 금리를 유지했지만, 전쟁이 3개월 이상 길어지면 또 금리를 낮추자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시기에 정부의 방역 정책 등으로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되자 지원금, 금리 인하 등으로 시중에 돈을 풀었던 상황과 유사한 방향으로 정책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봤다.

돈 풀다가
정책 전환?

조 소장은 “전쟁이 그보다(3개월) 더 길어지면 신재생발전 등 일부 수혜 산업을 제외한 대다수 업종으로 피해가 확산할 것이다. 재정이나 통화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에 에너지 구조 전환, 원전 재검토 등 체질을 바꾸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 단기적 경기 대응에서 중장기적 사업 구조 변화를 꾀하는 방식”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고 그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당시 시중에 돈이 풀린 이후 금리 인상 등을 통해 회수하려 했지만, 여전히 질병 창궐 이전보다 통화량이 많은 점을 언급했다. 그 결과 경제에 미친 후폭풍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조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으로부터 1시간 뒤에라도 종전을 선언할 수 있다. 저한테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행보를 묻는다면 ‘모르겠다’고 답할 것이다. 그만큼 한 사람의 머릿속을 예측하는 게 가장 어렵다”면서 “섣불리 예측하고 전망하고 가정하는 대신 다양한 상황을 상정해야 한다. 가장 낙관적인, 가장 비관적인, 가장 발생 가능성이 큰 상황을 고려해 대응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 미리 세워놓은 플랜에 따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조 소장은 이란 전쟁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에 원론적인 답변밖에 드릴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정부나 기업, 가계 등에서 위기의식 없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정책을 진행하면 효과는 작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성원 전체가 진짜 위기다, 우리가 돌파해야 한다고 느끼면 안 시켜도 한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게 돼있다”고 답했다.

조기 종전·3개월·1년 시나리오
정부 총체적·종합적인 대응 필요

이어 “이슈가 불거졌을 때 필요하다면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정책이 모이면 그만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상황 인식이다. 지금이 진짜 위기인지, 긴박한 상황인지,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 이후에 대응은 범정부적이고 종합적이며 전방위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전망이 ‘희망’이 돼서는 안 된다고도 꼬집었다. 조 소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2024년 12월3일)하기 한 달 전인 그해 11월 한국은행에서 내놓은 경제성장률 전망을 언급했다. 당시 한국은행은 202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했는데 실제 결과는 1%였다. 예측과 달리 경제성장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조 소장은 “아무리 비상계엄이 있었다지만 6월에는 조기 대선도 열렸고 이후 반도체도 살아났다. 그럼에도 1%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그럼 한국은행에서 예측한 1.9%라는 숫자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미 뭔가 잘못돼있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2024년 11월) 한국은행의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9%라고 예측했을 때 중요한 이슈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관세 부과 문제였다. 보고서 앞부분에서 한국은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 2026년 1분기부터 낮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가정하고 전망한다고 쓰여 있다. 2026년 1분기면 지금이다.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희망 말고
전망해야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계속 말하는 건 (전망에) 희망을 섞지 말고 좀 반갑지 않더라도 모르는 부분을 인정하고 그 분야의 진짜 전문가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잘 모르겠다면 시나리오라도 짜서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적절하고 필요한 정도로 대응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정확한 진단, 상황 인식에 기반한 전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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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