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편식하는 하루살이 뉴스 소비자

하루 동안 국내 언론이 보도하는 기사 수는 ‘과잉’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업계 추산으로 하루 평균 3만~4만건의 기사가 인터넷 공간에 쏟아지고, 이 가운데 6000~8000건이 네이버 뉴스에 노출된다. 숫자만 놓고 보면 우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를 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매일 기사를 훑어보는 뉴스 소비자의 체감은 다르다. 뉴스는 많으나 전반적이지 않고, 다양해 보이나 균형이 부족하다. 속도는 빠르나 맥락이 남지 않는다. 정보는 넘치는데 이해는 축적되지 않는다. 이 구조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뉴스를 보는 국민이다.

뉴스 넘치나, 세상은 보이지 않는다

네이버 뉴스는 정치·경제·사회·생활문화·IT과학·세계라는 여섯개의 카테고리로 정리돼있다. 형식만 놓고 보면 세상을 고르게 담아내기 위한 최소한의 질서를 갖춘 듯 보인다. 각 영역을 나눠 배치한 구조는 정보의 균형을 의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막상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순간, 이 질서는 빠르게 흔들린다.

주제는 여러개인 듯 보이지만, 시선은 극도로 제한적이다. 같은 인물, 같은 발언, 같은 갈등이 반복되며 뉴스는 서로 다른 얼굴을 한 채 닮아간다. 겉으로는 다양해 보이지만, 실제로 다뤄지는 대상은 몇 개로 고정된다. 카테고리는 존재하지만, 그 안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좁다.

이 현상은 뉴스의 부족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뉴스가 동일한 방향으로 쏠린 결과다. 속보와 클릭을 기준으로 선택된 기사들이 비슷한 주제를 증식시킨다. 뉴스 소비자는 선택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실상은 이미 정해진 메뉴를 반복 소비하는 구조에 놓인다.


정치 뉴스에서 사라진 국민

특히 정치 카테고리를 보면 뉴스 편식 구조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하루 정치 기사 중 60~70%가 대통령과 여당, 제1야당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그 안에서도 대통령과 민주당·국민의힘을 둘러싼 보도가 반복되며, 정치 뉴스의 시선은 소수 권력 축에 집중된다.

정치는 본래 국민의 삶을 조직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뉴스 속 정치에는 시민사회와 학계, 소수 정당, 정치 지망생의 목소리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해외 정치의 다양한 실험과 사례도 쉽게 배제된다. 정치의 얼굴은 늘 같은 인물과 발언으로 고정된다.

그 결과 정치 뉴스는 이해의 도구라기보다 갈등을 소비하는 콘텐츠로 기능한다. 정책과 구조보다 충돌과 발언이 중심이 된다. 국민은 정치의 주체가 아니라, 싸움을 지켜보는 관람객으로 밀려난다. 정치에 대한 피로와 냉소는 이 지점에서 축적된다.

경제 뉴스, 대기업 밖은 왜 보이지 않나

경제 뉴스 역시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 경제 기사 중 절반 이상이 대기업과 재벌 총수, 주가 변동, 인수합병 소식에 집중된다. 기업 활동은 숫자와 지분, 발언 위주로 전달된다. 경제의 얼굴은 늘 거대 자본의 움직임으로만 정의된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실체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그리고 성장 단계에 있는 수많은 기업으로 구성돼있다. 이들이 겪는 도전과 실패, 기술 축적과 조직의 진화는 뉴스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업 모델도 쉽게 사라진다. 경제의 다양성은 기사에서 지워진다.


이 같은 경제 뉴스 환경은 국민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준다. 경제가 참여하고 이해해야 할 영역이 아니라,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현장의 현실과 뉴스 사이의 간극은 점점 커진다. 그 결과 경제 뉴스는 이해보다 거리감을 남긴다.

사회면이 사고면이 될 때

사회 뉴스의 상당 부분은 사건과 사고로 채워진다. 범죄와 재난, 갈등이 사회면의 중심을 이룬다. 이는 언론의 중요한 기능이며, 공공의 안전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보도가 사회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은 다른 문제다. 문제는 이 비중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데 있다.

사회 뉴스의 대부분이 사건과 사고 보도로만 구성될 때, 사회는 늘 위험한 공간으로 인식된다. 일상의 변화와 회복, 공동체가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과정은 뉴스에서 쉽게 밀려난다. 사회는 움직이지 않는 불안의 집합처럼 그려진다. 변화의 가능성보다 위기의 이미지가 먼저 각인된다.

이런 보도 환경 속에서 사회에 대한 신뢰는 점점 약화된다. 타인은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되고, 공동체는 기대의 대상이 아니라, 경계의 대상이 된다. 사회적 연대보다는 불신이 먼저 작동한다. 이는 사회를 바라보는 집단적 감각을 바꿔놓는다.

생활·문화, K-편중이 만든 빈 공간

생활·문화 뉴스는 겉으로 보면 가장 풍성해 보인다. 다양한 소재와 이미지가 넘치며, 독자의 시선을 끌기에도 적합하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K-팝과 드라마, 흥행 성과 중심으로 과도하게 쏠려 있다. 문화는 점점 성취와 기록의 대상으로만 소비된다.

정작 우리의 삶을 바꾸는 문화적 변화는 충분히 조명되지 않는다. 세대 간 가치 이동과 생활 방식의 전환, 일상의 재구성은 뉴스의 중심에서 밀려난다. 생활문화는 삶을 설명하기보다 결과를 나열하는 영역이 된다. 문화는 점점 생활과 분리된다.

그 결과 문화 뉴스는 위로가 아니라, 피로를 남긴다. 즐기기 위한 문화가 아니라, 따라가야 할 목록만 축적된다. 문화는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경쟁의 연장이 된다. 독자는 문화 소비자이기보다 관람객으로 남는다. 일상의 긴장을 풀기보다 또 다른 비교와 평가에 노출된다.

IT·과학, 기술 넘치지만 방향은 없다

IT·과학 뉴스는 신기술과 신제품을 빠르게 전달한다. 속도와 정보량만 놓고 보면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거의 매일같이 기사로 소개된다. 발전의 속도 자체는 충분히 체감된다. 독자는 기술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기술이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질문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어떤 방향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는 잘 보이지 않는다. 과학은 맥락 없이 결과만 전달된다. 기술의 의미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 같은 보도 방식 속에서 국민은 과학의 주체가 아니라, 관람자가 된다. 기술은 점점 가까워지지만 이해는 오히려 멀어진다. 과학은 생활과 연결되지 못한 채 분리된 영역으로 남는다. 그 결과 과학기술은 선택과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대상으로 인식된다.

세계 뉴스, 좁아진 세계관

세계 뉴스의 상당 부분은 미국, 그중에서도 특정 정치 인물에 집중된다. 하루 세계 기사 중 절반 이상이 미국 정치와 외교 이슈로 채워진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 뉴스의 시선은 소수 국가에 반복적으로 고정된다. 세계는 하나의 무대처럼 단순화된다.

반면 한국과 외교·경제적으로 밀접한 다수 국가의 변화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의 정치·사회 변화는 쉽게 밀려난다. 이들 지역의 정책 전환과 사회적 실험은 관심 밖에 놓인다. 세계는 넓지만 뉴스 속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좁다. 다양한 맥락과 배경은 기사에서 사라진다.

이런 구조는 세계에 대한 이해를 단순화한다. 국민은 글로벌 주체자가 아니라, 특정 국가 정치의 실시간 관람객이 된다. 국제 질서는 복합적인데 인식은 단선적으로 굳어진다. 외교와 안보, 경제를 바라보는 시야도 함께 좁아진다. 세계를 읽는 감각은 점점 협소해진다.

하루살이 뉴스 소비자가 된 사회


이런 뉴스 환경 속에서 뉴스 소비자는 단기 기억 중심의 소비자로 변한다. 빠르게 판단하고, 빠르게 분노하지만 오래 기억하지 못한다. 어제의 이슈는 하루 만에 사라지고, 새로운 속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지식은 축적되지 못한 채 흘러간다.

그 결과 정치는 싸움으로만 인식되고, 경제는 나와 무관한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사회는 늘 위험한 공간으로 각인된다. 모든 것을 아는 듯한 착각은 커지지만, 깊이 이해하는 영역은 거의 남지 않는다. 정보는 많아도 통찰은 부족하다.

문제의 핵심은 특정 카테고리에 치우친 데 있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각 카테고리 안에서조차 한 방향으로만 쏠리는 구조다. 이 편중된 뉴스 환경이 국민을 생각하는 주체가 아닌 반응하는 존재로 만든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살이 정보소비자가 된다.

편식서 벗어날 때, 국민은 다시 주체 된다

속보는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뉴스가 속보일 필요는 없다. 하루 중 일부만이라도 맥락과 배경, 비교와 해석에 할애한다면 정보소비의 질은 달라질 수 있다. 뉴스는 빠른 전달을 넘어 이해를 돕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문제를 단순히 기사 수의 많고 적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뉴스가 배열되는 방식과 강조되는 방향에 있다. 카테고리의 편중을 넘어, 각 카테고리 내부에서조차 시선이 한쪽으로 고정되는 순간 정보는 이해가 아니라 반응을 유도하는 자극이 된다.

균형 잡힌 정보 식단은 민주주의의 기초다. 다양한 목소리와 맥락이 공존할 때 국민은 하루살이가 아니라, 기억하고 판단하는 존재가 된다. 편식을 멈출 때, 뉴스 소비자인 국민은 건강해진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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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