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을 잇달아 비판한 인터뷰가 공개되면서 워싱턴 정가가 뒤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와일스 실장을 “절대 신뢰하는 참모”로 치켜세워 온 만큼, 이번 논란이 정권 2기 권력구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각) 미국 대중문화 월간지 <배니티 페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취임식 직전부터 최근까지 수개월간 와일스 실장과 진행한 인터뷰를 2회 분량 기사로 공개했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와일스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알코올 중독자의 성격을 가졌다”며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전제에서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프로미식축구(NFL) 스타이자 인기 해설가였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힘든 삶을 살았던 부친을 둔 와일스 실장은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든, 일반적인 알코올 중독자든 술을 마실 때 그 성격이 과장된다”며 “그래서 나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들에 대해 나름 전문가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집착과 추진력을 ‘중독적 성향’에 빗대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와일스 실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이어진 굵직한 정책과 정치적 결정들을 정면으로 비판하거나 거리를 두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첫날, 2021년 1월6일 의회 의사당 폭동 가담자 전원을 사면한 결정과 관련해 그는 “당초 ‘선별적 사면’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대통령의 결정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게 됐지만, 과정에서 많은 논쟁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작전 당시 미국인 자녀를 둔 여성이 강제추방된 사건을 두고는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렇게 했다”며 행정부의 실무·관리 능력을 꼬집었다.
그는 정적과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수사·기소 문제도 도마 위에 올렸다.
와일스 실장은 “우리는 (2기) 취임 후 90일이 지나기 전에 ‘보복은 끝내자’는 점에 느슨하게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 장관을 대출 사기 혐의로 수사하도록 한 데 대해선 “그건 하나의 보복으로 볼 수 있겠다”고 인정해, 정치적 보복이 아니냐는 외부 비판에 사실상 힘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민주당 출신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카리브해 개인 섬을 방문했다고 주장해 온 것에 대해선 “증거가 없다. 그 부분에 관해선 대통령이 틀렸다”고 선을 그었다.
와일스 실장이 특히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대목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상호 관세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2일을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선언하며 모든 국가에 최소 10%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한국을 포함한 60여개 국가를 ‘최악의 침해국’으로 규정해 기본 10%에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나서자,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고 결국 13시간 만에 90일 유예를 발표하기도 했다.
와일스 비서실장은 이 과정에 대해 “(대통령이)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그대로 말한 것에 가까웠다(thinking out loud)”고 평가했다. 면밀한 정책 검토와 내부 조율을 거친 결정이라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먼저 앞섰다는 취지다.
그는 “관세가 좋은 생각인지에 대해 엄청난 이견이 있었다”며 “참모진 내부에서도 관세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쪽과, 경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는 쪽으로 완전히 갈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J.D. 밴스 부통령과 함께 “오늘은 관세를 이야기하지 말고, 팀이 완전히 의견 일치를 이룰 때까지 기다리자”고 대통령에게 요청했지만, 결국 관세 발표가 강행됐다고 했다.
이어 “결국엔 절충적인 해법이 자리 잡을 것이라 믿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와일스 실장의 비판은 트럼프 대통령만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트럼프 러닝메이트로 집권 2기 부통령이 된 밴스에 대해 “지난 10년간 음모론자였다”며 트럼프에 대한 강경 비판자에서 핵심 동맹으로 돌아선 것을 두고 “일종의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또 2기 초반 ‘정부효율부’를 이끌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선 마약류의 하나인 케타민에 ‘중독됐다’고 표현했다. 그는 머스크를 두고 “천재들이 그렇듯 이상한 사람(odd duck)”이라고 평가하며, 논란의 여지가 될만한 언급을 이어갔다.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자 당사자인 와일스 실장은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오늘 새벽 공개된 기사는 나와 최고의 대통령, 백악관 직원, 내각을 겨냥해 부정직하게 꾸며낸 악의적 기사”라고 반박했다.
와일스 실장은 “중요한 맥락은 무시됐고, 내가 대통령과 팀에 대해 한 긍정적 발언 상당수가 누락됐다”며 “기사를 읽고 보니, 대통령과 우리 팀을 압도적으로 혼란스럽고 부정적인 서사 속에 가두려는 의도가 있다고 추정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와일스 실장을 엄호하는 쪽을 택했다.
그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알코올 중독자 성격’이라고 표현한 대목에 대해 “나도 ‘내가 술을 마셨다면 알코올 중독자가 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을 것’이라고 여러 번 말해 왔다”며 “나는 매우 소유욕이 강하고, 중독적인 유형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이어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 다행”이라며 “만약 마셨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다만 <배니티 페어> 기사 전체에 대해선 “직접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사실관계가 틀렸고 인터뷰어가 매우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들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 잡지 기자에게는 충분한 접근 권한이 없었고, 인터뷰도 몇 차례 짧게 이뤄졌을 뿐”이라며 “수지는 일반적으로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와일스 실장에 대한 신뢰 여부를 묻는 질문엔 “그녀는 정말 훌륭하다(She’s fantastic)”고 답해 변함없는 신뢰를 재확인했다.
밴스 부통령도 기사를 읽지는 않았지만 보도된 자신이 음모론 추종자라는 것에 대해 “진실성이 있는 음모론만 믿는다”고 반박했다. 또 “이견이 가끔 있지만 와일스 실장이 대통령에게 충성하지 않는 모습은 못봤다”며 “가장 비서실장으로 적합한 인물”이라고 치켜 세웠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엑스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지 와일스만큼 훌륭하고 충성스러운 보좌관은 없다”며 “행정부 전체는 그녀의 꾸준한 리더십에 감사하며,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