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푸틴의 종전 카드, 트럼프 평화안과 재편되는 유럽 질서

우크라이나 전쟁 3년 차, 상황이 다시 급격히 출렁이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면 즉시 전투를 멈출 것”이라는 조건부 종전 의사를 밝히면서 전쟁의 향방은 돌연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동시에 그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평화안을 “향후 협정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고 평가하며 협상 모드로 선회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 ‘유화 제스처’ 속에 감춰진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다. 우크라이나군 철수 요구, 젤렌스키 대통령 배제, 점령지 인정, 전략적 안정과 핵실험 카드까지, 푸틴은 외교·군사·국내정치·정보전이 결합된 복합 전략을 동시에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푸틴의 전략이 유럽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미국 내 트럼프식 외교의 방향을 좌우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기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우크라이나에서 상사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지인과 대화하면서 푸틴의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푸틴의 조건부 휴전 전략

푸틴의 발언은 단순한 조건부 휴전을 넘어 전장의 힘을 외교 테이블로 끌어오는 전형적 전쟁과 외교 병행 전략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CSTO 정상회의 직후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위치에서 철수하면 전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반대로 철수하지 않으면 군사적 수단으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경고했다.

휴전 제안과 군사 압박을 동시에 제시한 것이다.

이 발언은 휴전의 진정성이 아니라 먼저 완충지대를 확보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기정사실화한 뒤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적 의도로 보인다. 그는 전황 보고에서도 포크로우스크·미르노흐라드·볼찬스크 등 주요 격전지에서 포위가 완성됐다고 강조하며 러시아군의 군사적 우세를 과시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손실과 탈영 증가를 부각한 것도 정보전에 가깝다. 이는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를 흔들고, 미국과 유럽 내부의 전쟁 피로감을 자극해 정치적 압박을 키우려는 계산이며, 결국 ‘조건부 종전 선언’은 휴전 제스처라기보다 향후 군사 공세의 명분을 쌓는 데 더 방점을 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 평화안의 진짜 핵심

푸틴은 트럼프 평화안이 향후 종전 협정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강조한 핵심은 평화안 자체가 아니라, 영토 문제의 처리 방식이었다. 그는 미국 문서를 정식 합의안이 아닌 ‘쟁점 목록’으로 규정하면서도 논의할 가치는 인정했다. 그러나 협상의 중심은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데 있다고 못 박았다.

푸틴에게 이 두 지역은 이미 헌법에 편입된 ‘국가 영토’이며, 그는 트럼프 평화안을 이용해 이를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절차로 연결하려 한다. 이는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내고 러시아가 설정한 전선을 국제 기준으로 굳히기 위한 설계다. 푸틴에게 실질적 목표는 영토 확정에 있다.

결국 트럼프 평화안은 중립적 해법이 아니라, 러시아가 만든 영토 현실을 제도화하는 도구에 가깝다. 푸틴의 진짜 목표는 크림반도·돈바스의 공식 승인과 우크라이나군 철수를 통한 전선 고정이며, 그는 전투 중단을 조건으로 내세운 완충지대 구상을 활용해 전쟁에서 얻은 이익을 장기적으로 봉인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필자도 이 지점에서 트럼프 평화안이 ‘중립적 제안’이 아니라, 러시아가 형성한 전선을 제도화하려는 장치라고 본다.

젤렌스키 배제 의도 노출

푸틴이 이번에 반복한 핵심 메시지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협상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젤렌스키의 임기 만료와 계엄령 하의 선거 미실시를 근거로 현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법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주장하며, 이들과의 종전 협정은 국제적 승인도 어렵다고 강조한다.

이 발언은 단순한 공세가 아니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우크라이나 내부 정치 재편을 요구하는 압박이다. 푸틴은 협정 체결 의지를 언급하면서도 현 지도부와는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으며, 사실상 “협상 가능한 새로운 파트너를 세워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평화안의 ‘협정 후 100일 내 선거’ 조항이 겹치며, 푸틴의 정당성 부정 논리와 트럼프식 조기 선거 요구는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 정치체제의 재구성이라는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된다. 푸틴은 이 조항을 이용해 자신이 원했던 협상 파트너 교체 요구를 국제 협상 명분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위트코프 논란과 유럽 반발

미국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러시아 우샤코프 보좌관의 통화 녹취 유출은 이번 국면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다. 녹취에는 위트코프가 러시아 요구에 공감하거나 조언하는 듯한 장면이 담겼다는 보도가 나오며, 우크라이나 정치권은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의원들은 위트코프를 중립적 중재자가 아니라, 사실상 러시아의 파트너에 가깝다고 비판했고, 일부는 이번 사건이 미·러 간 공모처럼 보인다고까지 지적했다.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로서는 미국 특사의 기울어진 태도 자체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유럽의회는 트럼프 평화안을 압도적으로 부결시키며 러시아에 유리한 합의를 거부하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의 불신과 유럽의 반발이라는 ‘정치적 마찰’을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으며, 미·러 협상이 속도를 내더라도 동맹 조율에서 쉽게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대표단 방러의 의미

푸틴이 미국 대표단의 방러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 국면을 미·러 직접 협상 구도로 전환하려는 의지 표명이다. 그는 대표단 구성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강조하며 미국 내 트럼프의 위상을 부각시켰고, 위트코프 편향 논란에도 미국이 여전히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푸틴에게 미국 대표단 방문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우선 국제무대에서 트럼프의 대러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며,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미·러 양자 협상으로 끌어내 유럽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전략적 효과가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큰 틀의 방향을 정하면 유럽은 뒤에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또 그는 전략적 안정성과 핵군축 문제를 함께 묶어 논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협상 범위를 확대했다.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만료, 핵실험 가능성, 유럽 안보 보장 등을 패키지로 제시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핵·미사일 통제 및 유럽 안보 재편과 연결하려는 계산이며, 유럽 공격 의사가 없다는 발언 역시 실질적 평화 약속이 아니라,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치적 카드에 가깝다.

푸틴의 전장·외교 병행술

푸틴의 발언을 관통하는 핵심은 전장·외교·내부 정치를 동시에 활용하는 ‘3중 레이어 전략’이다. 그는 전장에서 포위·진격·우크라이나군 손실을 과시하며 전쟁 우위를 강조하고, 이를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는 지렛대로 삼고 있다.

병력 손실과 탈영 사례를 반복해 서방 여론에도 ‘러시아 우세’ 이미지를 심어 협상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

외교적으로는 트럼프 평화안 논의를 수용하는 듯하면서도 전략적 안정성·핵군축·유럽 안보 보장 같은 대형 의제를 패키지로 묶어 미국을 중심 무대로 끌어오고, 유럽에겐 공격 의사가 없다는 메시지를 활용해 내부 분열을 자극한다.

푸틴은 유럽을 하나의 단일 파트너가 아닌 이해관계가 다른 주체들의 집합으로 만들며, 러시아와의 타협 가능성을 열어두는 세력에게 명분을 주려 한다.

또 그는 젤렌스키 정당성을 부정하며 협상을 우크라이나 내부 정치 재편과 연결시키고 있다. 전쟁 이후 조기 선거를 포함한 트럼프식 해법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정치체제 자체를 흔들고,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 파트너가 등장할 때까지 전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동시에 러시아가 완충지대를 만들고 점령지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 하면서 NATO 동진을 역으로 차단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유럽이 미·러 협상의 주변부로 밀릴 수 있다는 점까지 계산에 넣고 있다.

평화 아닌 승리 고착 전략

필자는 푸틴의 조건부 종전 선언이 ‘평화를 향한 문’이 아니라, ‘전쟁 결과를 영구화하려는 문턱’에 가깝다고 본다.

푸틴의 ‘조건부 종전 선언’은 표면상으로는 협상의 문을 연 것처럼 보인다. 우크라이나군 철수, 전투 중단, 미국 평화안 논의, 유럽 공격 포기, 전략적 안정 논의 준비 등 그의 발언은 하나하나만 떼어놓고 보면 타협과 평화의 언어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언어들을 모두 모아 보면, 그 방향은 전쟁 종식 자체가 아니라, 전쟁을 통해 얻은 성과를 제도적으로 고착화하려는 전략으로 수렴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은 이제 동부 전선에서의 군사력 대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트럼프식 외교의 성격, 유럽 내부의 정치적 균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정치체제 문제, 그리고 핵군축과 유럽 안보 조약 개편이라는 거대한 지정학적 구조 속에서 재단되고 있다.

푸틴은 바로 그 구조의 중심에 서서 전쟁의 종식을 말하면서도, 전쟁의 결과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고착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종전의 문은 열린 듯 보이지만, 그 문이 향하는 방향은 단순한 평화가 아니다. 그 문 너머에는 유럽 안보 체제의 새로운 시작점, 그리고 러시아가 설계한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상사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지인은 필자와 헤어지면서 “푸틴은 언제나 ‘종전’이 아니라 ‘전선 고착’을 주장했고, 그는 자신이 원하는 고착점이 마련될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을 사람”이라고 말했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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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을 두고 수사기관이 대거 투입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팀을 꾸리고 ‘조작 기소’ 혐의를 받는 검사들을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전문성 논란에 이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검찰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면서 복수의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질적 인력난이 걸림돌이다.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례적 수사 착수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2022~2024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 검사 9명을 감찰 중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 국회 기관보고에서 “지난해 9~12월 감찰 요청이 접수됐다”며 “별건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내용 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11월 법무부에 엄희준, 강백신 등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이들은 민간사업자들 진술을 근거로 2023년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대장동·위례 사건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자신 몫 배당 이익이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남욱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본인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조작 기소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주장도 뒤집히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사들한테 ‘배 가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자신과 남 변호사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에서 “위례신도시도 너 결정한 대로 해줄 테니까” 중 위례신도시를 검찰이 “윗 어르신”으로 왜곡해 이 대통령 또는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주장을 X(옛 트위터)에 공유해 “황당한 증거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쌍방울 조작 기소 의혹의 핵심은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음에도 그가 “필리핀에 있었다”는 진술을 기반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 대통령 방북 비용 일부인 70만달러(약 10억원)를 건넸다는 법정 진술이 사실이었는지 추궁 중이다. 만일 김 전 회장이 사실이라며 진술을 유지하면 민주당 측에선 위증이라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정조사에서 “리호남이 필리핀 아닌 제3국에 체류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중심 국조 후 수사기관 대거 투입 검찰→대통령실 연결고리 증거 확보 의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도 고발당할 처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박 검사가 지난해 9~10월 국정감사에서 연어 술파티가 없었다는 등 취지로 증언한 것을 위증으로 보고 고발을 의결했다. 법사위에서 정 장관은 박 검사의 연어 술파티 의혹 감찰은 시효가 도래하는 5월17일 전 “후속 조치를 가능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 검사가 전날 국민의힘이 개최한 ‘민주당 공소 취소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것도 정치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보고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종합특검팀도 조작 기소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당초 종합특검팀은 지난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끝내지 못한 잔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며 출범했다.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음에도 수사 역량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의혹에 투입했다. 종합특검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를 확인했다”며 관련 사건을 서울고검TF에서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파견검사 1명, 특별수사관 2명, 파견경찰관 약간명으로 구성된 ‘국정 농단 의심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당시 수사 과정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수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자체보다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과 권한 남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국가정보원의 객관적 자료가 대북송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락됐거나 국정원에 파견된 검찰 인사들이 대북송금 수사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들이 사실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복수사 논란도 수사권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종합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 제기 절차 관련 적법절차를 위반한 사건’이 포함돼있어 종합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준을 두고 대통령실이 보고받았을 모든 사건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어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핵심 증인들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과 형량 거래로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의 주범이란 진술을 끌어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수처도 박 검사를 직권남용, 그리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왜곡죄로 수사 중이다. 법왜곡죄는 지난달 시행되기 전 행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지난달 26일 수사3부에 배당했다. 다만 공수처는 법왜곡 혐의를 ‘단독’으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죄에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도 포함되지만, 수사 범위에 대한 판례와 적용 기준이 없어 추후 영장 청구나 재판 과정에서 수사권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종합특검팀과의 중복 수사 문제 등도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사 이후의 ‘공소 유지’ 단계 역시 공수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려면 결국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다. 향후 수사 주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넘길 수 있다. 공정성 논란 종합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흔들렸다. 권영빈 특검보가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변호한 경력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박 검사는 최근 <한국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방 전 부회장이 ‘사실 권 변호사와 진술을 짰는데, 거짓말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진술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질문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피의자의 말과 배치되는 물증이 있다 보니 허위로 답변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권 특검보는 2012~2014년 이 전 부지사가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은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객관적 물증이 없다’며 무죄로 확정됐다. 이후 이 전 부지사와 친분을 쌓은 권 특검보는 2022년 방 전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법인카드 등 뇌물을 준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 방 전 부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법인카드 등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가, 김 전 회장이 국내 압송된 후 “이 전 부지사에게 줬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에선 법인카드가 사용된 병원에서 발견된 이 전 부지사 진료 내역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재판부 질의에 “검찰 조사 발언을 후회한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소개받고, ‘어떻게 줬냐’ 의논한 것에 맞춰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착수는 했는데…인력난에 골머리 수사 권한 정리 안 돼 공방 불가피 종합특검팀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입장문에서 “권 특검보가 상담이 끝난 후 (사무실)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정에서 쪽지를 주고받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종합특검팀은 지난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기존 사건 담당 특검보인 권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방용철을 변호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담당자를 김치헌 특검보로 전격 교체했다. 종합특검팀은 법무부에 검사 3명 추가 파견을 요청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치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파견 절차가 진행되다가 최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합특검팀에 배치된 검사는 정원 15명 중 12명으로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파견이 늦어지면서 수사 준비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검사 파견이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사건의 민감성이 거론된다. 3대 특검팀과 상설특검팀에 투입된 검사들이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인력 부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체로 안 가려고 한다. 지금 수도권 검찰청은 사건 적체로 한 사람이 수백개의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수도권 외 지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며 “더군다나 같은 집단 사람을 겨누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없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장기 미제 사건은 12만156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만1825건 ▲2023년 5만7327건 ▲2024년 6만4546건 ▲2025년 9만6256건이던 미제 사건이 올해 들어 12만건을 넘어섰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수원지검의 미제 사건은 2만13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정부지검은 1만410건, 부산지검은 1만229건, 인천지검은 9764건, 대구지검은 9402건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인력 보강이 이뤄질 때까지 서울고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기초 검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