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그린란드, 한국의 미래인가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이 드러낸 전진기지의 운명

그린란드는 지금 세계 정치의 가장 위험한 질문 위에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말한 순간, 그것은 외교적 해프닝이 아니라 패권의 선언이었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때 도와주고 남아 지켜온 땅을, 이제는 계약과 소유의 대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였다.

그린란드는 얼음 위에 놓인 거대한 섬(한국의 22배 면적)으로, 그 하늘과 미사일 경로는 북반구 전체의 운명을 좌우한다.

이 장면은 한국에 낯설지 않다. 한국 역시 6·25 전쟁 때 미국이 들어와 지켜줬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들은 떠나지 않았다. 그 보호는 우리를 살렸지만, 동시에 우리 땅과 하늘을 미국 전략의 일부로 만들었다. 그린란드에서 벌어지는 이 거래의 논리는 사실 한반도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작동해 온 구조다.

우리는 이미 이 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전쟁 끝났어도 끝나지 않은 땅

21세기 전쟁은 총성이 멈췄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포탄이 멎은 뒤에도 레이더와 위성, 기지와 작전권이 그 공간을 다시 규정했다. 전쟁은 군인들의 싸움으로 끝났지만, 패권은 그 뒤에 시작됐다. 그래서 어떤 지역은 평화 속에서도 전쟁의 일부로 남아 있다. 전쟁의 형태만 바뀌었을 뿐, 지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린란드와 한반도는 그런 공간이다. 이 두 곳은 분쟁지역이 아니라 ‘전쟁 이후의 영토’다. 총이 멎은 뒤에도 하늘과 통신, 방공과 미사일 경로가 이 땅 위에 있으며, 그 위에 새로운 주권의 층이 생겼다. 이 층은 지도에 표시되지 않지만, 실제 권력은 여기에 있다. 보이지 않는 이 층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

지난 1월 트럼프의 ‘매입’ 발언은 이 숨겨진 층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사건이었다. 그는 땅을 사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전쟁 이후 형성된 이 보이지 않는 지배를 법과 소유의 논리로 고정하려 한 것이다. 그린란드는 그 첫 시험대일 뿐이며, 이 방식은 다른 전진기지로 확장될 수 있다. 북극에서 시작된 이 실험은 결코 거기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그린란드와 한국, 두 개의 전진기지

그린란드는 북극의 한국이고, 한국은 동아시아의 그린란드다. 이는 비유가 아니라 전략의 체계다. 두 지역은 모두 자국의 선택이 아니라 세계 패권의 충돌 지점에 놓여 전진기지가 됐다. 덴마크와 한국 모두 스스로를 방어할 힘이 없었기에 미국을 불러들였고, 그 순간부터 운명은 국제 정치의 손에 넘어갔다.

이 선택은 생존이었지만 동시에 종속의 시작이었다.

보호는 곧 통제로 바뀐다. 미군이 들어오는 순간 그 땅은 더 이상 완전한 자주 공간이 아니다. 그린란드는 2차대전 이후 사실상 미국의 북극 군사기지가 됐고,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동아시아의 방패가 됐다. 총성이 멈춰도 미군은 떠나지 않았고, 방패는 요새로 굳어졌다. 요새가 되는 순간 그 땅은 더 이상 온전히 주인의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보호는 관리로, 관리는 소유로 변한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영토지만 미국의 레이더와 미사일이 지배하는 공간이 됐고, 한국 역시 주권국이지만 미국 전략의 일부가 됐다. 지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며, 주권은 눈에 띄지 않게 약해지고 있다. 국경은 남아 있지만 권한은 흩어지고 있다.

미국은 왜 전쟁 후에도 떠나지 않는가

미국은 전쟁이 끝나면 철수하는 나라가 아니다. 전쟁이 끝난 뒤 그 공간을 전략 지도로 편입하는 나라다. 독일과 일본, 한국과 그린란드는 모두 그 예다. 총성이 멈춘 뒤에도 미군은 남아 질서를 관리한다. 전쟁은 끝나도 패권의 배치는 끝나지 않는다. 이것이 패권 국가의 작동 방식이다.

미군은 2차대전이 끝났는데도 그린란드에서 철수하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 역시 정전 후 70년이 지나도록 주둔하고 있다. 두 지역은 전쟁의 잔재가 아니라 미국 패권의 고정된 좌표가 됐다. 이 좌표는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전진선이다. 국경보다 군사 지도가 먼저 그려진 공간이다. 지도는 정치가 아니라 미사일로 그려진다.

미국이 주둔하는 이유는 두 곳이 방어선이자 압박선이기 때문이다. 그린란드는 러시아를, 한국은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견제하는 요새다. 이 두 공간은 단순한 동맹국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무기다. 그래서 미국은 떠나지 않는다. 떠나는 순간 방패와 칼을 동시에 잃기 때문이다. 패권 국가는 그런 무기를 내려놓지 않는다.

그린란드는 땅 아닌 하늘

그린란드의 진짜 가치는 얼음과 자원이 아니라 바로 하늘이다. 이 섬에는 러시아에서 날아오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가장 먼저 포착하는 레이더가 설치돼있다. 미국의 핵 반격 시간표는 이 신호에 달려 있다. 그린란드는 북반구의 눈으로, 이 눈이 감기면 미국의 억지력도 함께 흔들린다. 하늘을 잃는 것은 전쟁을 먼저 잃는 것이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반도에는 미군의 레이더와 미사일 방어망, 정보자산이 집중돼있다.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을 감시하는 눈과 귀가 이 땅에 있다. 한국 역시 미국의 방패이자 경보기다. 이 체계는 한국 안보이자 미국 패권의 일부다. 안보는 공유되지만 통제는 분리된다.

트럼프가 말한 ‘골든돔’은 이 두 공간을 하나의 하늘로 묶는 구상이다. 북극과 동아시아를 연결해 미사일과 우주를 동시에 통제하려는 것이다. 하늘을 지배하면 땅의 주권은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패권은 위에서 내려온다. 이 구조가 바로 21세기 패권 질서의 방식이다. 영토는 이제 공중에서 재편된다.

“사겠다”는 말의 진짜 의미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했을 때 그는 땅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군사적으로 통제하는 공간을 법적으로 소유하고 싶었던 것이다. 미군과 레이더가 지배하는 땅을 서류상으로도 미국화하려는 시도였다. 그것이 그의 솔직한 계산이다.

전쟁으로 얻은 지배를 계약으로 굳히려는 계산이었다. 총 대신 서명으로 패권을 완성하려는 방식이다. 이것이 트럼프식 패권의 본질이다.

이 논리는 한국에도 적용된다. 미군 기지가 있는 땅은 한국 땅이지만, 작전통제권과 하늘은 미국이 쥐고 있다. 전쟁이 나면 그 공간은 즉시 미국의 작전구역이 된다. 기능적으로는 이미 미국의 요새다. 평시에는 동맹이지만 위기에는 미국의 군사영토로 바뀐다.

이 이중성 속에서 주권은 늘 시험대에 오른다. 위기는 언제나 진짜 주인을 드러낸다.

국가가 약해질수록 이 구조는 위험해진다. 그린란드는 약소국이었기에 ‘매입’이라는 말이 가능했다. 한국이 흔들리면 ‘재협상’과 ‘재배치’라는 이름의 압박이 시작될 수 있다. 그린란드는 경고다. 패권은 약한 지점을 먼저 파고든다. 오늘의 북극이 내일의 동아시아가 될 수 있다. 역사는 늘 가장 취약한 곳에서 움직인다.

약소국 땅은 언제든 흥정 대상

세계 정치에서 영토는 영원하지 않다. 힘이 약하면 국경은 언제든 흥정된다. 우크라이나의 일부가 그렇고, 시리아의 하늘이 그렇다. 지금 그린란드가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다. 국제법은 약자의 방패가 되지 못한다. 힘의 균형이 곧 지도의 형태를 바꾼다. 법보다 힘이 먼저 작동하는 것이다.

덴마크는 그린란드의 주권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지킬 힘이 없다. 그래서 미국이 들어왔다. 한국도 비슷하다.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는 여전히 워싱턴의 계산표 위에 놓여 있다. 결정은 서울이 아니라 워싱턴에서 먼저 그려진다. 이것이 전진기지의 숙명이다. 운명은 외부에서 설계된다.

동맹은 평등한 계약이 아니다. 그것은 힘의 비대칭 위에 세워진 안전 보장의 거래다. 거래는 언제든 조건이 바뀐다. 그린란드는 그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은 보호지만 내일은 청구서가 될 수 있다. 패권은 늘 대가를 요구하며, 그 계산서는 언제나 약자의 앞에 먼저 놓인다. 거래의 끝은 항상 약자가 더 많이 낸다.

미국의 동맹 소유욕

미국은 동맹을 존중하지만 동시에 관리하고 통제한다. 그것이 패권 국가의 방식이다. 독일과 일본, 한국과 그린란드는 모두 미국 전략의 기둥이다. 기둥은 중요하지만, 동시에 소유의 대상이다. 기둥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아니라, 패권구조를 떠받치도록 설계된 구조다. 그래서 이 기둥들은 스스로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 구조 속에 갇히면 선택권도 함께 줄어든다.

트럼프는 이 구조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우리가 지키는 땅이라면 왜 우리가 가지면 안 되느냐”고 묻는다. 이는 그린란드뿐 아니라 한국에도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방패를 제공하는 자는 대가를 요구한다. 이 논리는 동맹을 계약으로 바꾸는 순간 더욱 노골화된다. 보호가 권리로 변하는 지점이다. 권리가 되면 소유도 따라온다.

과거 미국은 이 요구를 외교적 수사로 포장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것을 거래의 논리로 바꿨고, 그래서 위험하다. 동맹은 이제 파트너가 아니라 자산이 되고 있다. 자산은 재평가되고 매각되며 재배치된다. 이 냉정한 논리가 국제 정치로 들어오고 있다. 정치는 이제 회계의 계산으로 움직인다.

북극과 동아시아는 하나의 전선

그린란드는 북극의 방패고, 한국은 동아시아의 창이다. 이 둘은 미국 세계 전략에서 하나의 전선이다.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봉쇄하기 위한 북반구의 군사 고리다. 두 지역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전략적으로는 연결돼있다. 하나가 흔들리면 다른 하나도 함께 흔들리는 구조다. 전선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북극에서 미사일을 막고,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이 구조는 21세기형 냉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약소국의 영토가 있다. 그린란드와 한국은 이 전선의 돌출부로, 충돌 시 가장 먼저 흔들린다. 그래서 이 지역은 늘 불안정한 평화 위에 서 있다. 전진기지는 언제나 최전선이다.

트럼프는 이 전선을 더 명확하게 만들고 싶어한다. 불분명한 동맹 대신 분명한 통제선을 원한다. 그래서 그는 땅과 하늘을 함께 이야기한다. 패권은 국경보다 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권보다 작전 지도를 먼저 그리고, 동맹보다 통제권을 먼저 계산한다.

이것이 그린란드와 한국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다. 지도 위에서 국가는 점으로 바뀐다.

한국, 그린란드의 미래 보고 있나

그린란드는 지금 자신의 전략적 운명을 잃고 있다. 미국의 보호를 받는 대신, 결정권을 넘기고 있다. 덴마크는 주권을 말하지만, 최종 선택은 워싱턴이 한다. 이것이 전진기지의 현실이다. 보호받는 만큼 지배받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보호는 자유의 대체물이 아니다.

한국도 이 구조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미국의 보호 속에서 성장했지만, 동시에 미국 전략의 일부가 됐다. 그린란드가 겪는 이 모순은 한국의 미래일 수도 있다. 패권은 항상 대가를 요구한다. 그 대가는 주권과 선택권으로 지불된다. 자율은 서서히 깎여 나간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발언은 ‘북극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전진기지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대한 미국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리고 그 고백은 동아시아를 향하고 있고, 그 파장은 이미 우리 머리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감정이 아니라, 어떤 위치에 설 것인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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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