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소신파’ 조경태 의원 혼란의 국힘을 말하다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12.08 11:51:39
  • 호수 1561호
  • 댓글 0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일컬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장 대표의 상식엔 맞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동훈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선 “언제든지 소통할 수도 있다”면서도 “동의하는 쟁점·사안이 있으면 함께하고, 없으면 함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조 의원의 관계를 놓고, 일각에선 “결별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일요시사>는 조 의원을 만나 그의 생각을 들었다. 다음은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에선 선거 전략으로 빅텐트론이 제시된 후 패배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내년 지방선거 전략으로 또 빅텐트론이 거론된다. 국민의힘이 빅텐트론을 선호하는 이유는?

▲빅텐트론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먼저 시작됐다. “상대보다 약해서 이기기 어려울 때, 연대를 통해 일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내 빅텐트론 선호는 정당으로서 자생력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미지가 많이 추락했다. 이런 상태로는 빅텐트란 말에 설득력이 안 붙는다.

국민의힘엔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 등 여러 호재가 있다. 그런데도 지지율이 안 올라가는 이유는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말한 장동혁 대표 체제로부터 비롯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확실하게 절연하지 못해서 크게 실망하는 지지자들도 많은 것 같다.

-장 대표는 자유통일당·자유민주당·우리공화당·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을,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혁신당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을 아우르는 빅텐트가 가능하겠는가?


▲비상계엄이라는 오염 물질·불량 상품을 가지고 뭘 할 수 있겠는가? 비상계엄 관련 사안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국민의힘과 연대·통합을 하려는 분들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정선거를 옹호하는 극우 정당들과의 연대는 의미도 없고, 도움도 안 될 거라고 본다. 그런 정당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가만히 놔둬도 그들은 국민의힘에 표를 줄 것이다. 그들과의 연대를 외연 확장으로 보기엔 민망하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제1야당 노릇을 제대로 못해서 민주당이 각종 입법을 몰아치듯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해서 여당의 폭주를 막기엔 상당한 한계가 있다. 저는 민주당이 정치를 잘한다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국민의힘도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윤 어게인·비상계엄·부정선거론을 옹호하는 세력이 과연 국민 다수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겠는가? 어렵다고 본다. 국민의힘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정당으로 전락해 버렸다.

-국민의힘에서 윤 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깊은 연관이 있을 거라고 본다. 윤 전 대통령은 전씨를 일컬어 “하나님이 한국에 보낸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명백하게 잘못한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할 용기가 없어서 일반적·상식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

또 같은 물이 든 패거리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속으로 비상계엄 실패를 통탄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그분들은 독재 국가에서 살아야 할 사람들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일원이 될 자격이 없다.

그런 사람들이 주도하는 정당은 사이비 정당이 된다. 정당의 존재 가치를 잃는 것이라고 본다.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않는 것은 정당의 길을 포기하고 망하는 길이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김영삼 전 대통령 제명이 민주화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는데….

▲장 대표의 발언을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스스로 “우리가 황교안”이라는 장 대표의 상식엔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장 대표의 그 발언은 해당 행위라고 생각한다.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사람을 어떻게 우리 국민의힘과 비유할 수 있는가? 또 그 발언은 민주화를 상징하는 김 전 대통령을 모독하는 발언이다. 김 전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독재정권에 항거하신 분이다. 그런 분을 추 의원과 동일시하는 것은 고인 모독이다.

“황·YS 발언은 해당 행위·고인 모독”
“장 선택한 당원들도 현 상황 감수해야”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한 전 대표와 조경태 의원이 결별한 게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지금은 만나서 의논해야 할 만큼 특별하고 강력한 정치적 사안이나 쟁점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언제든지 소통할 수도 있다고 본다. “저와 한 전 대표가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결별’이란 단어를 붙이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은 동의하는 쟁점·사안이 있으면 함께하고, 없으면 함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았다. 조경태·안철수 후보 단일화 논의에도 개입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한 전 대표 스스로 그 이유를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저는 “한 전 대표 스스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사정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이해한다.

-한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데도, 조경태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이유는?

▲저는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확실하게 절연한 후 새롭게 가야 희망이 있다고 봤다. 당시 일반 여론조사에선 후보 중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제가 당선됐다면 국민의힘의 위상이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다. 저는 그 길을 제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기 때문에 당원들도 현 상황은 감수해야 한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친한계를 겨냥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데?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모욕 논란은 당사자인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이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 박 대변인이 사의를 표명했는데도, 장 대표는 반려했다. 대단히 부적절하다. 박 대변인이 당직에서 물러나는 게 국민의힘에 도움이 됐을 것 같다.

하지만 사의를 반려해서 당 전체에 큰 타격을 입혔다. 박 대변인에게도 안 좋게 작용할 거라 생각한다. 이런 상황을 본 장애인들이 과연 국민의힘을 지지할지 되묻고 싶다.


국민의힘 송영훈 전 대변인 등 일부 친한(친 한동훈)계 인사들의 당협위원장 공모 탈락과 관련해서도, 합당한 선발 절차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보통 공모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은 억울해하는 게 다반사다. 객관적 선정 기준이 있다면, 이의를 제기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한국 정치에선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한 파벌 정치가 구조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소신 행보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저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관성 있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 정치관에서 정치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람 중 최상위에 있는 분들은 국민이다. 정당·정파는 하위 개념이다. 저는 특정 정파에 휘둘릴 생각이 전혀 없다. 그 길에 동참하는 분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제가 올바른 길을 선도하면, 많은 분께서 지지를 보낼 거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민주당 모두 제 얘기를 잘 새겨듣고, 정파의 이익을 뛰어넘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최근 조경태 의원은 북극항로 정책을 비판하면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일부 부산 지역 신문은 “조 의원이 부산시장 출마를 고심한다”고 보도했는데?

▲글쎄다. 저는 부산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 저는 북극항로가 부산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저는 토목공학 박사다. 수치가 정확해야 지지·응원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북극항로엔 지나치게 장밋빛 환상·전망만 제시돼서 제2의 대왕고래가 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경제성에 대한 평가 없이 뜬구름 잡듯이 잘될 거라고만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계속 비판하니까 부랴부랴 내년 3월까지 타당성·적정성 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은 절차를 무시하면서 상대에겐 절차를 지키라고 한다. 경제성·수요·기후 조건·환경·예산 투입 등 모든 부분을 종합해 분석해 보니 마치 침대에 사람을 맞추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의 당 대표 선거 불참? 스스로 물어봐야”
“부산시장 출마? 글쎄…부산특별시 승격부터”

저는 북극항로가 열리면 지구엔 재앙이 될 거라 생각한다. 북극의 얼음이 녹는다는 건 지금 온난화가 그만큼 더 심해졌단 뜻이다.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건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얼음을 강제로 깨면서 항해하는 것 자체가 환경파괴다. 우리나라의 많은 환경단체가 왜 이를 비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환상을 만들어 내년 지방선거 이슈로 활용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래서 정당하다면 공개토론에 응해달라는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시키려고 한다. 분쟁지역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 우리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북극해 항로를 지나가야 한다. 그런데 러시아는 북극해 항로를 일컬어 내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매끄럽게 정리하지 않으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부산 해양수도 특별법·해양수산부 이전 특별법이 통과될 당시 저는 국회 해양수산법안소위원장으로서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그런 제가 부산 발전이란 관점에서 봤을 때, 북극항로가 당장 필요한 사업인지 고민하게 된다. 중·장기 계획으로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에선 ▲해양수산부·HMM 이전 ▲부·울·경 30분 시대 등을 주장하면서 부산 공략을 시도한다. 국민의힘에서 이를 막을 방법이 있다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내용 자체는 부산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양당이 함께 노력해서 부산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다만 풍선을 띄우는 식으로 정치적 구호를 내세워 희망고문을 해선 안 된다. 실질적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KDB산업은행도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산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건 기업 이전이다. 실질적으로 기업이 오게 해서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금융산업이 발달해야 한다. 그래서 KDB산업은행 본사를 부산에 유치해야 한다.

부·울·경 30분 시대도 실현되려면, 도로·철도 등 부산·울산·경남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교통망을 편성해야 한다. 빨리 예비타당성 조사를 해서 구체화해야 한다.

-부산은 인구가 줄고 있고, 청년의 이탈이 심각하다. 이 때문에 출산율도 줄고 있다. 근본 원인으로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거론되는데?

▲현재의 인구 유출 속도대로라면, 5년 후엔 인천에게 역전 당한다. 물론 부산·인천이 함께 성장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부산은 지방 도시를 대표한다. 부산이 축소되는 건 지방 소멸을 상징한다. 부산이 부활하기 위해선 해양수산부 이전뿐만 아니라, 입법을 통해 부산을 부산특별시로 승격시켜 ‘해양수도 부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서울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해 국가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일극 체제를 양극 체제로 바꿔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고 본다. 이는 상생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부산은 지정학적으로 위치가 매우 좋은 곳이다.

▲그래서 ‘해양수도 부산’을 제안했다. 부산엔 산·강·바다가 모두 있다. 지난 10월엔 부산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을숙도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가 있고, 다대포엔 아름다운 낙조가 있으며, 태종대의 절경도 있다. 감천 문화마을도 국제적인 매력이 있다. 해운대·광안리 등 기존 관광지와 어우러진 자연 생태 도시로서 아시아 최고의 해양 생태·관광 허브 도시, 훌륭한 관광지구를 만들 수 있다.

부산엔 서울보다 더 빠르고 편리한 도시 철도망을 구성해야 한다. 거미줄형 도시 철도망을 구축하면 더 많은 관광객을 부산에 유치할 수 있다. 부산이 금융·물류·해양 관광 중심 도시가 된다면, 서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이 내년 지방선거엔 어떤 영향을 주겠는가?

▲윤 전 대통령과 과감하게 절연하고, 극우화를 경계해야 한다. 국민의힘 소장파 초·재선 의원들이 지난 3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현 지도부도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도 지난 2018년 때처럼 싹쓸이당할 수 있다.

최근 84세 되신 국민의힘 부산 당원께서 제게 전화하셔서 “장 대표 체제가 상당히 문제가 많아서 국민의힘을 해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씀하셨다. 지도부가 새겨들어야 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윤 전 대통령과 빠르고 확실하게 절연하고, 새로 거듭 태어나는 정당이 돼야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은 2026년엔 어떤 야당이 돼야 하겠는가?

▲윤 어게인·부정선거론·비상계엄 옹호론에서 빨리 탈출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내치지 못한 채 옹호하는 게 국민의힘을 부실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진 ‘희망’이란 두 글자를 버려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건축·토목에서도 기초가 튼튼해야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을 걷어내고 새롭게 태어나서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노력해야 수권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다시 갖출 수 있다고 본다.

<ctzx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