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 거여 민주당을 말하다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10.13 15:52:01
  • 호수 1553호
  • 댓글 0개

“검찰개혁은 이재명 수사 감정적 보복”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5선 중진 조배숙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시도를 일컬어 “여러 위헌 시비에 걸릴 것”이라며 “중대범죄수사청 임용 절차가 일원화되지 않아 파벌·알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관 증원 논란에 대해서도 “뻔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판·검사를 모두 지낸 국민의힘 5선 중진 조배숙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검찰개혁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 수사에 대한 감정적 보복을 하는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압박에 대해선 “강성 지지층을 위해 하는 말 같고, 내란 몰이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진의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검찰 해체로 굉장히 위험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민주당이 주로 문제 삼는 사건은 전체 사건 중 1%에 불과하며, 나머지 99%는 모두 민생 치안 관련 사건이다. 저도 때로는 “검찰이 사건을 왜 저렇게 인권을 침해하고, 틀린 방향으로 처리할까? 공정한 수사가 아니”라는 울분을 느낀다.

그런데 민주당은 일부를 일반화한 후 “검찰이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가져서 문제가 생겼으니, 검찰에 절대로 수사권을 주면 안 된다”면서 검찰을 악마화하고 압박한다. 그래서 “이 대통령 수사에 대한 감정적 보복을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헌법에 검찰총장의 존재와 검사의 영장청구권·압수수색영장 신청권이 규정돼있기 때문에 법률로는 검찰청을 해체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이 바로 그점을 지적했다. 헌법엔 검찰총장의 존재가 규정돼있고, 검찰총장을 임명하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영장청구권·압수수색영장 신청권 등 검사의 기능이 규정돼있다. 검찰총장은 검찰 조직 존재를 전제로 규정된 것이다.

검찰 조직은 헌법에 명문화된 것은 아니지만, 불문율로 존재가 전제된 것이라고 본다. 민주당은 “법률로 이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검사의 업무 중 하나는 형 집행인데, 민주당은 이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민주당의 안은 여러 위헌 시비에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이 설치되면, 중수청엔 검사·검찰 수사관·경찰관 등 여러 출신자들이 모여 수사관으로 근무한다. 중수청 내부에서 이들 간 파벌 다툼·알력이 발생해 민생 치안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당연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어떤 조직이든 구성원 임용 구조가 일원화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검찰 수사관은 공소청에서 필요한 인력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중수청으로 배치될 것이다. 추가로 변호사 출신을 따로 채용할 수도 있다.

감사원 3급 간부가 감사 대상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가 지난 2023년 적발됐다. 이를 수사했던 공수처는 기소권이 없어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검찰은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면서 사건을 공수처로 돌려보냈다. 그러자 공수처는 “우리가 어떻게 보완 수사를 하느냐”면서 접수를 거부했다.

검찰·공수처는 1년 넘게 ‘핑퐁’ 하다가 사건을 방치했다. 같은 기관 내부에서도 임용 구조가 일원화가 되지 않은 채 여러 기관 출신자들이 섞이면 불협화음이 생길 수도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설치하는 안을 추진하다가,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 등에게 반박을 들었다. 정부·여당은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산하에 설치하려고 하는데…

▲임 지검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 같다. 검사장이 특정 정당이 개최한 공청회에 참석해서 장관의 정책을 비판하는 자체가 보기에 좋지 않았다. 상관을 조심스럽게 비판하는 건 좋지만, 공개석상에서 아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건 정치다.

정치를 하고 싶으면, 검사 옷을 벗고 해야 한다. 지검장 신분으로 정치적 발언을 하는 상황 자체가 검찰의 잘못된 현실을 보여준다. 특정 분위기에서 특정한 언행을 했다고 해서 검사장까지 진급시킨 자체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행안부엔 이미 국가수사본부가 있으며, 기존 경찰 조직도 있다. 그런데 중수청까지 행안부에 설치하면, 행안부는 매우 비대한 조직이 된다. 어떻게 행안부를 통제할 수 있겠는가? 기관 간 충돌 가능성도 있다. 조정·견제가 안 되면, 이 책임을 누가 질 수 있을지 모른다.

“중수청 임용 일원화 안 돼 파벌·알력 가능성”
“임은정, 정치하고 싶으면 검사 옷부터 벗어야”

-“민주당의 안대로 수사 시스템이 바뀌면, 수사 통제와 각종 이의신청 절차가 매우 복잡해진다”는 비판도 있다.

▲바로 그게 문제다. 지난 2020년 확정됐던 1차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까지 검찰 수사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는 간단했다. 항고·재항고해서 무혐의 결정을 받고, 그 무혐의 결정에 대해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해서 불복했다.

이전엔 모든 사건이 검찰로 송치돼 검찰이 일일이 기소 또는 무혐의 결정을 했다. 검찰에서 다시 확인한 후 최종 정리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면서, 경찰은 기소할 사건만 검찰에 송치하고, 스스로 불송치 결정을 한다. 이의신청을 해서 사건이 검찰에 가면,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다.

경찰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잘 응하지 않는다. 서로 자기 사건이 아니라서 책임감도 없다. 결국 도돌이표의 연속이다. 그러다 시간만 지나고 다 잊힌다. 경찰에선 그런 사건을 ‘암장 사건’이라고 한다. 검찰이 폐지되면, 변호사조차도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이의신청 절차가 매우 복잡해진다.

-각 부처에 있는 특별사법경찰관(이하 특사경)도 검사가 지휘·감독한다. 그래서 검찰 해체 이후 지휘·감독 문제도 거론되는데…

▲예전엔 특사경도 검사가 지휘했다. 검찰 해체 후 중수청에 소속되는 검사도 똑같이 사법경찰관이 된다. 누가 누구를 지휘해야 할 지 알 수 없어진다. 그래서 제대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사경에게 전권을 줘도 될 만큼 전문성이 있는지 걱정된다.

-미국에선 검찰·수사기관이 TF를 구성해서 수사기관이 수사를 맡고, 검사는 법률적으로 수사 진행 상황을 검토·통제한다. 이어 기소권을 매개로 기소·대배심 회부를 결정하는 형태로 사실상의 수사 지휘를 한다.


▲독일도 비슷하다. 독일에서 공부한 법조인의 의견을 들어보면, 독일 검찰은 자체 수사 인력이 없다. 그래서 검사가 직접 수사 현장에 방문해 경찰관을 지휘한다.

-일각에선 “선진국 검찰엔 자체 수사 인력이 없으니, 공소청도 직접 보완 수사권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저는 판·검사를 모두 지냈다. 검사는 수사 검사와 공판 검사로 구분된다. 그런데 공판 검사가 사건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수사를 안 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이런 검사에겐 “이러면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무죄 선고 가능성을 암시한다.

-공판 검사가 오로지 서류만 보고 사건을 판단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인가?

▲그렇다. 그러면 공판 검사는 수사 검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수사 검사는 직접 법정에 출석해 공판을 함께 진행한다. 이렇게 해결되는 사건들이 더러 있다. 수사 검사는 직접 수사했으니, 각종 증거를 다양한 관점에서 강조한다. 따라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수사를 한 사람이 사건을 잘 알 수밖에 없다.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기소한 후 공소 유지도 잘 해서 범죄자를 처벌해야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제도적 한계 때문에 무죄 선고가 많이 나온다면, 범죄자만 활개 치지 않겠는가? 그러면 피해자는 “이 땅에 정의가 있느냐”고 분노할 것이다. 분노한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할 지 모른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면서 자력 구제를 하려고 할 수도 있다.


-법 질서가 과도하게 무너진 일부 국가·사회에선 자경단이 활동한다.

▲그렇다. 결국 정글의 세상이 되는 거 아니겠나? 검찰 조직 문제는 형사사법이 갖는 정의 문제다.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자를 처벌하면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세워야 국민이 안전한 삶을 살면서 공동체를 믿는다. 그게 질서고, 국가의 역할이다.

그런데 시스템을 잘못 만들면 범죄 예방은 못하고,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해 이들이 활개칠 수 있는 범죄자 천국이나 피해자들의 지옥이 된다. 희망이 없고, 굉장히 무서운 사회가 된다. 이런 사회에 누가 애정을 갖겠나? 그러면 자경단이 영웅이 된다. 1차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이미 답이 나왔다. 애써 그 답을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상고심 적체가 만성화됐다. 지금까지 상고허가제·상고법원 설치 등 대안이 제시됐지만, 여러 이유로 무산이 됐다. 민주당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려 해결하려고 하는데…

▲접근 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데, 의도는 뻔하다.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법관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결국 대통령은 자신이나 공범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재판 결과가 나오도록 자기 사람을 대법관으로 임명하려고 할 것이고, 내란 관련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려고 할 것이다.

이는 동기가 굉장히 불순하고, 사법부 독립을 해치는 것이다. 아울러 대법관 수를 늘리면, 휘하의 재판 연구관도 증원해야 한다. 지금도 제1심과 항소심 재판이 충실하지 못하다. 판사 수가 부족하다면, 오히려 제1심·항소심을 맡을 판사를 늘려야 한다.

-판사가 과로사하는 사례는 잊을 만하면 발생한다.

▲제가 판사로 근무할 때엔 ‘판생 후 피생’이란 말이 있었다. “판사가 살아야 피고인도 산다”는 의미를 가진 말이다. 판사의 삶은 너무 힘들다. 저도 판사 시절엔 하루 19시간을 컴퓨터로 작업하면서 계속 일했다. 제 후배였던 여성 판사 1명도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대법관 증원하면 대통령 사람 임명될 것”
“이재명 100일, 비정상을 일상화한 100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주기적으로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한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위해 하는 말인 것 같다. 민주당의 내란 몰이는 굉장히 위험하다. 국민의힘에서 “비상계엄이 잘됐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포 요건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전에 전혀 알지 못해서 비상계엄 선포에 관여한 사람도 없다.

국민의힘은 탄핵 자체가 아니라, 공조수사본부의 수사 과정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를 지적한 것이다.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헌법학 대가인 허영 경희대 로스쿨 석좌교수도 탄핵 심판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심판이 단심제라는 것을 감안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수용했으며, 거부할 방법도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후 진행된 대선에서 49%를 득표했고,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는 41%를 득표했다. 국민의힘도 일정한 국민 지지를 얻은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민의힘은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을 배출했고, 동조·방조한 당”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다수당임을 이용해서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국민의힘을 해산하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내란특별재판부를 만들고, 대법원장을 탄핵소추하겠다”고 하는데, 이거야말로 입법 독재다.

만약 내란 혐의 재판서 무죄 선고가 나오면, 민주당이 지금까지 했던 일들은 모두 무위로 돌아간다. 자신이 없는 것 같다. 이들도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자꾸 내란 프레임을 걸지 말았어야 한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4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임기 100일이 지난 후 이 기간을 “회복의 100일”이라고 했지만, 저는 “근본을 파괴하고, 비정상을 일상화하는 100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국정 전반에 걸쳐 일을 잘하지도 못했는데, 우호 언론을 통해 “엄청 잘했다”고 포장해 국민을 기만·호도한다.

실제로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엔 “더 이상 서류를 작성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됐다”고 포장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이게 뭔가? 한미 간 서로 얘기가 다르다. 이 대통령은 “이익이 안 되는 사인은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정상회담 당시엔 왜 그 얘기를 안 했나?

왜 국민께 솔직하게 말씀드리지 못하나? 또 한미 원자력 협정·군사 안보 관련 결과도 나왔어야 한다. 가장 핵심적인 걸 못했다. 결과적으로 빈 껍데기뿐인 정상회담이었다.

외교는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대사들을 모두 그만두게 해 공석이 됐거나, 아그레망을 받지 못한 나라도 있다. 게다가 미국 조지아주에서 국민 317명이 왜 그런 대접을 받게 놔 두나? 캐나다·호주 등 다른 FTA 체결국들과 달리 우리는 전문직 취업을 위한 전용 비자 쿼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런 문제도 정상회담 의제로 올렸어야 한다.

미국 불법 이민자 수용소의 환경은 굉장히 참담하다. 우리도 OECD 국가다. 어떻게 우리 국민을 그런 참담한 곳에 가두도록 방치할 수 있는가? 이런 일은 대통령이 직접 전화라도 해서 실무 협정을 추진해야 하는데,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소통도 안 되고, 채널도 없는 것 같다. 무능하기 짝이 없다.

그 다음 놀랐던 것은 차지훈 UN 대사 임명이다. 어떻게 외교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을 임명할 수 있나? 깜짝 놀랐다. UN은 다자 외교 무대다. 한두 나라 경험 정도로는 안 된다. 말 한마디도 굉장히 조심해야 하고, 노련해야 한다. 차 대사 임명 소식을 듣고 “아주 과감하다”고 생각했다.

-국민의힘은 107석을 보유한 소수 정당이다. 정부여당을 어떻게 견제해야 하겠는가?

▲사실 민주당이 다수결로 밀어붙이면 방법이 없다. 결론은 우리가 국민 여론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께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의 잘못을 알리는 게 필요하다.

<ctzx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