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는 등 ‘강경 보수 쇼핑’을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의 노선은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의 행적과 비슷해 보인다. 황 전 대표는 총선 참패 이후 사실상 중앙 정계에서 밀려났다. 장 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했다. 장 대표는 약 10분 동안 일반 면회 형식으로 윤 전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장 대표 측은 “당 대표가 되면 적절한 시점에 면회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한 비판
원래 장 대표는 특별 면회 형식으로 윤 전 대통령을 만나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이 추가 조사 일정 때문에 특별 면회를 불허해 일반 면회 형식으로 만났다. 장 대표는 “힘든 상황에서도 성경 말씀과 기도로 단단히 무장했다”는 윤 전 대통령의 근황을 전했다.
장 대표는 다음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면회 사실을 공개했다. 이어 지지층을 향해 “좌파 정권으로 무너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국민의 평안한 삶을 지키기 위해 하나로 뭉쳐 싸우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 대표께서 국민의힘을 나락에 빠뜨리는 것에 대해 책임지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재섭 의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부동산·관세·안보 무능 등으로 이재명정부에 균열이 생기고 있고, 언론도 이재명정부의 실정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모처럼 야당의 시간인데, 꼭 면회했어야 했느냐”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일간지 <조선일보>도 지난 20일 사설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은 보수 진영을 궤멸적 위기에 빠트려 놓고 반성하지 않는다”며 “윤 전 대통령 내외의 잘못이 보수에 대한 국민적 인식도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도 특검 수사망에 올랐는데, 대표 보수 정당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을 만났어야 했느냐”고 지적했다.
그런데 김계리·송진호 변호사 등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쉽게 말해 “장 대표가 생색을 냈다”는 취지의 비판이었다.
윤석열 면회하자 변호인단 맹비난
경선부터 이어진 ‘강경 보수 쇼핑’
김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직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구치소에서의 접견을, 누가 가는 줄도 모르게, 조용히 잡범들과 섞여서 ‘일반 접견’으로, 보는 걸로 그저 감지덕지하는 식으로 교도관들의 가시 거리·가청 거리 안에서 10분 하고 나온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소 변경을 고작 한번 신청하고 안 되니, 어쩔 수 없단 식으로 물러서 조용히 일반 접견했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가 끝까지 장소 변경을 주장해서 매국 더불어민주당이 접견 불허 방법으로 대통령님을 인권 탄압하고 있단 걸 국민에게 알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강하게 주장하는 전한길·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유튜버와의 연합을 토대로 경선에서 승리해 당 대표로 취임했다. 이후 장 대표는 장외투쟁을 이어가면서 이념 편향 논란이 제기되는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고, 윤 전 대통령을 면회했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을 도울 생각은 안 하면서 이용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장외투쟁을 주도하면서 전씨·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의 집회 주도권을 가져왔다.
하지만 고씨 등 일부가 요구한 지방선거 지분 요구엔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장외집회를 주도한 핵심축 중 하나였던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구속됐다.
장 대표는 취임 초엔 김도읍 정책위의장 임명 등을 통해 중도 확장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근 장 대표의 행보는 결국 강경 보수를 자신의 기반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그런데 이들의 관점에선 장 대표가 감탄고토 방식의 정치를 하는 것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
이들에 대한 장 대표의 ‘무시’가 국민의힘 외부인의 눈에도 훤히 보일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엔 과거에도 강경 보수 여론에 치중했던 당 대표가 있었다. 흘러간 옛 방식을 고집했단 측면에서도 비교할 만하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 대표 취임 이후 ▲삭발 투쟁 ▲단식 투쟁 ▲국회 내 농성 등 방식을 고집했다.
강한 종교관·강경파 선호…황 노선?
과도한 언행…중도층 비호감 이어져
미래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꾼 이후엔 “아이디어가 많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강하다”면서 전 목사를 호평했다.
지난 2020년 1월엔 전 목사 구속 다음 날부터 ‘문재인 심판 국민대회’란 명분으로 장외투쟁을 주도했다.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퍼진 것에 대해서도 “마치 교회에 집단감염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신천지 여론을 악용해 종교를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도 강한 종교관을 드러내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예방하면서 합장이 아닌 목례를 해 큰 물의를 일으켰다.
황 전 대표는 지난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대패했고, 자신도 이낙연 전 총리에게 밀려 서울 종로 지역구에서 낙선했다. 이후 황 전 대표는 사실상 중앙 정계서 밀려났다. 황 전 대표는 지난 2022년과 올해 연이어 대선에 출마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지난 7월엔 자유와혁신을 창당해 당 대표로 취임했지만,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보수·진보를 불문하고, 특정 진영의 강경파는 지나치게 요란한 언행으로 중도층에 거부감을 준다. 현실적으로 선거의 캐스팅보트는 중도층이 행사한다. 특정 진영의 과도한 언행은 중도층 때문에 선거에서 역효과가 난다.
따라서 여당에서 강경파가 주도권을 과도하게 행사할 때, 야당이 어느 정도 혁신하려는 시도만 해도 중도층이 이를 지원해 정권이 교체되는 흐름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요란한 행보
문제는 장 대표의 임기가 사실상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달렸단 점이다. 그 스스로 강한 종교관을 가졌으면서도 강경 보수를 감탄고토하려는 장 대표의 정치가 과연 중도층으로부터 용납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미 같은 길을 걸어온 선배가 있고, 그 선배는 원외 정당 대표로 밀려나 있다. 장 대표의 강경보수 쇼핑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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