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창업 트렌드> 떡볶이는 간식이 아니다

“매운 국물 한 그릇이면 하루를 버틴다.” 불황기에 더 강해지는 것은 위로의 음식이다. 길거리에서 자라난 떡볶이는 배달 인프라와 SNS, 1인 가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며 하나의 ‘산업’으로 체급을 키웠다. 거시 흐름도 우호적이다. 정부 집계에서 2024년 K-푸드 플러스(가공식품·신선농산물+농산업) 수출액이 약 130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2025년 상반기엔 쌀 가공식품 수출이 또 한 번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떡·떡볶이’류에 대한 해외 관심과 수요가 분명해졌다는 뜻이다.

국내 플랫폼 환경도 변화가 시작됐다. 주요 배달앱이 1만원 이하 소액 주문의 중개수수료를 면제하고 1만~1만5000원 구간 수수료를 낮추는 방향으로 ‘상생안’을 발표했다. 현장의 체감은 상권·구간별로 엇갈리겠지만, 적어도 소형·배달형 포맷에선 원가 방어의 숨통이 트일 여지가 생겼다.

숨통 트여

떡볶이 프랜차이즈는 이제 ‘가격·토핑’ 경쟁을 넘어, 각자의 ‘맛 세계관’과 운영 포맷으로 팬덤을 만든다. 신전떡볶이는 대구에서 출발한 장수 브랜드로 양념 HACCP을 전면에 내세우며 위생·표준화를 강조한다.

공식 소개에 따르면 2025년 현재 해외 가맹점 수는 약 20개로 북미·호주 등에서 점진적으로 거점을 넓히는 중이다. 동대문엽기떡볶이(엽떡)는 자극적인 매운맛의 ‘하드코어’가 정체성. 기본 메뉴 가격 1만4000원을 장기간 동결하며 메시지로 ‘가성비 체감’을 각인했다. 공식 메뉴판에서도 1만4000원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두끼는 ‘무한 리필 즉석 뷔페’라는 경험을 수출한 브랜드. 보도 기준 국내 약 240개, 해외 9개국 180개 매장을 운영 중이라는 스케일이 강점이다. 가족·외국인 고객에게 특히 강하다. 청년다방은 즉석·카페형 포맷의 대표 주자. ‘35㎝ 롱떡’과 통오징어 튀김, 불향 차돌 등 ‘보이는 토핑’이 시그니처다. 공식 페이지·브랜드 필름에서 35㎝ 롱떡을 전면화했다.

배달·포장 특화형은 작은 평수·높은 회전으로 원가 민감도를 낮춘다. 로제 신드롬을 타고 성장한 배달 전문 ‘배떡’은 배달 채널 친화적 설계로 알려져 있다. 포장·픽업 혜택을 섞어 플랫폼 의존도를 분산하면 봄·장마·여름철 수요 출렁임을 흡수하기 쉽다.

맵기 스페셜리티형은 ‘맵찔·맵고수’ 레벨을 단계화해 재방문을 만든다. 엽떡은 배달 포맷과 매운맛 서사를 결합해 전국 단위 팬층을 확보했다. 동일 상권 내 스타일이 겹치는 경쟁 브랜드가 많으니, 메뉴·사이드·세트의 세계관을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

체류형(즉석/카페형)은 대학가·역세권·몰 상권에서 ‘경험’을 팔아 객단가를 만든다. 청년다방의 35㎝ 롱떡·비주얼 토핑은 사진이 곧 마케팅이 되는 전형 사례다. 낮엔 런치, 오후엔 간식, 밤엔 술안주로 3부 운영이 가능하다. 뷔페/체험형은 두끼처럼 ‘셀프 조합의 재미’로 가족·관광객 수요를 흡수한다. 면적이 커져 고정비가 부담이므로 주중·비피크 시간대 활성화 장치를 꼭 넣어야 한다.

해외 관광객이 많은 상권에선 ‘경험의 언어’로 소구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복합 카테고리형(떡+치킨/피자) 걸작떡볶이치킨은 떡볶이에 치킨·피자를 얹어 야식·주말 매출 비중을 키운다. 조리 라인 중첩에 따른 복잡도를 ‘공용 소스·공장 직배송’ 체계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가성비·간편 조리형 우리할매떡볶이·신참떡볶이·달떡볶이는 원팩·분말·간편조리에 초점을 맞춘다.

초보 창업자에게 문턱이 낮고, 배달·포장 친화적이다. 신참은 3가지 맛(신참·달참·순참) 구성이 직관적이며, 달떡은 ‘5분 내 준비’ 등 빠른 회전 메시지를 강조한다. 매운 국물·배달 최적화형(니치) 응급실국물떡볶이는 강한 국물 캐릭터와 배달 친화 콘셉트로 알려져 있다. 상표·운영 정보는 공식 사이트·가맹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포화의 벽을 기회로…수출 최고치
‘K-소울푸드’ 국내 플랫폼도 변화

떡볶이 창업은 ‘겉보기에 쉬운 창업’의 함정을 주의해야 한다. 첫째, 과열 경쟁과 상권 중복이다. 김밥·치킨 등 이종 카테고리도 떡볶이를 서브로 붙이며 상권 간 중복이 심화됐다. 레드오션일수록 ‘포맷×상권’의 정합성이 성패를 가른다. 둘째, 정보공개서·데이터 검증. 가맹 계약 전엔 공정위 가맹사업거래 사이트에서 최신 정보공개서를 열람하고, 폐점률·평균 매출·필수 품목·로열티 구조를 확인해야 한다.

현장에선 시간대별 배달 건수, 좌석 회전, 리뷰·재방문율을 직접 체크하자. 셋째, 비용의 사각지대. 권리금·인테리어 변경, 배달비·포장재, 광고·상단 노출비까지 모두 손익표에 넣어라. 앞서 언급한 수수료 완화가 있더라도 상위 구간 수수료·배달비 체계 부담은 남는다. 소액 주문·픽업 유도, 멤버십 스탬프, ‘국물 추가·양 많음’ 같은 감성 옵션으로 주문당 이익을 방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해외 진출은 세 가지 길이 있다. 경험 수출형(두끼)은 ‘한국식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포지셔닝해 셀프 조합의 재미를 판다. 9개국 180개 매장 규모는 협상력과 물류 안정성을 높이는 자산이다. 핵심 소스는 본국 표준으로, 신선·부피 큰 원재료는 현지 조달로 혼합하면 품질과 원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오리지널리티형(신전)은 ‘한국의 그 맛’을 지키며 점진적으로 북미·아시아 거점을 늘린다. 위생·표준화 스토리텔링을 해외 채널에서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신뢰의 핵심이다. 메뉴 다변화형(죠스)은 미국 등에서 떡볶이에 김밥·그릴 메뉴를 결합해 ‘K-분식 종합’을 제시한다. 라스베이거스 등 현지 배달 앱 메뉴판을 보면 초심자도 접근하기 쉬운 구성을 택해 저변을 넓힌다.

해외 체크리스트는 상표·레시피 IP 보호,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의 로열티·감사권·교육·품질조항 명문화, 핵심 소스 본국 공급 원칙, 메뉴는 ‘핵심 60% 동일·현지 40% 변주’, SNS 퍼포먼스를 고려한 ‘보이는 시그니처(롱떡·퍼포먼스 조리·셀프 바)’ 설계가 효과적이다.

떡볶이는 향후 K-푸드의 상승세와 로제 이후 ‘풍미형(버터·갈릭·크림)’·퓨전 계열 확장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쌀 가공식품 수출의 고성장은 떡·떡볶이 카테고리의 글로벌 파급력을 뒷받침한다. 내수에서는 멤버십·자체 앱·픽업 강화로 수수료 리스크를 상쇄하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다.

맛의 세계관

떡볶이는 더 이상 값싼 간식이 아니라, ‘맛의 세계관’과 ‘운영의 정교함’이 만드는 생활 카테고리다. 불황에도 끄떡없는 업종은 없다. 그러나 고객이 힘든 날에도 떠올리는 따뜻한 한 그릇, 일관된 품질, 빠르고 친절한 응답, 그리고 과장 없는 숫자에서 신뢰는 시작된다. 오늘의 결심이 내일의 단골을 만든다. ‘우리 동네 첫 번째 한 그릇’을 목표로, 표준화된 맛과 투명한 운영, 그리고 상생의 철학을 갖춘 브랜드·점주가 더 많이 탄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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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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